목민관클럽, 시민이 즐거운 서울을 가다

희망제작소는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전국 52개 지방정부와 목민관클럽을 창립하였습니다. 목민관클럽은 지방자치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고, 주민들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가꾸기 위한 정기포럼을 격월로 개최합니다. 그 고민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1년 7개월, 2011년 10월 26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의 재임기간입니다. 전년도에 예산안을 확정하는 정부의 예산주기를 보면 2012년에 편성된 2013년 사업부터가 비로소 박원순 시장의 정책의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이니, 박원순표 시정을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기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립대학교 반값등록금 시행, 친환경 무상급식 시작, 마을공동체 종합지원, 협동조합 활성화 등 사람 중심의 시정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19차 목민관클럽 정기포럼은 사람 중심의 시정, 시민참여를 통해 서울의 변화를 만들고자하는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열린 행정 2.0 주요 정책’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먼저 시민들의 바람을 담은 포스트잇으로 벽면을 가득 메운 시장실을 시작으로 서울시 신청사 통통 투어를 시작합니다.

원순시와 사진 찍으세요

“이제 제가 없어도 신청사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저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사실 여기까지 방문해 주셨는데, 시장과 사진 한 장은 찍을 수 있어야 기념이 되지 않겠어요?”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가득한 서울시청에는 서울시장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처럼 박원순 서울시장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장소들이 있습니다. 포토존 옆에는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할머니가 쓰시던 의자도 가져다 놓았는데요. 이것은 어렵고 힘든 이웃들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한쪽 벽에는 도시농부를 떠올리게 하는 희망수레와 2층으로 된 작은 텃밭이 있고, 곳곳에는 보도블럭 10계명과 같은 정책방향을 보여주는 판넬이 세워져 있습니다.

서울시장의 집무실은 우리가 상상하는 보통의 모습이 아닙니다. 큰 명패와 결재를 보고받는 집무용 책상 대신, 큰 회의용 탁자 하나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서류뭉치가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온갖 사회의제들이 가득한 자료파일들이 벽면 가득 놓여 있는데요. 시장실이라기보다는 마치 박원순 서울시장의 머릿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이야기가 있는 미니 전시관 같습니다.

이어서 신청사 지하 ‘시민청’으로 향합니다. 이곳도 아기자기하게 볼거리와 참여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눈이 핑핑 돌아갑니다.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가족사진 전시관도 있고, 조선시대 군수물자 제조시설인 ‘군기시’ 발굴 유물들을 그대로 전시한 작은 박물관도 있습니다. 시민들의 소리가 바로 해당 부서로 전해진다는 미니 신문고도 있고, 곳곳에는 다양한 토론회 및 전시회가 열릴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공간의 중심에는 사회적기업과 소기업이 만든 물품을 10% 수수료만 받고 일정기간 판매를 대행해주는 ‘다누리’라는 공간이 위치해 있어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시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업주들은 이곳에서 얻은 수익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일에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민관의 협력으로 사회적경제가 확산되면서 서울이 ‘사람’이 사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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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한다

다세대 빌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비좁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곳, 한 낮에도 빛이 잘 들지 않아 어둡고 각종 범죄가 끊이질 않던 곳, 저녁만 되면 골목이 휑하니 비어버려 삭막하던 곳에 서울시가 범죄예방디자인을 도입하면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골목을 환하게 색칠을 하고 긴급 범죄 신고기를 만들고, 위협요인이 있을 때 피할 수 있는 지킴의 집도 지정하였습니다. 주민들에게 절실했던 운동시설도 마을 공간 곳곳을 잘 활용하여 설치하였습니다.

이렇게 마을 곳곳을 디자인하는 동안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주민들이 참여하다 보니 다시 골목이 살아나고 공동체도 살아났답니다. 저녁이면 각자 집에 돌아가 문을 걸어 잠그고 아무도 나오지 않던 골목에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마을의 할머니들은 안 쓰는 물건들을 누구나 가져가도 된다면서 골목에 내놓으셨고, 길가에는 주민들이 키우는 화사한 꽃 화분들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답장에는 동네 초등학생들이 그린 그림들이 예쁘게 꾸며져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항상 골목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골목을 지켜보는 눈들이 많아지면서 실제 범죄 발생률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예전에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아 염리동이라 불리는 마을에는 소금장수를 뜻하는 ‘솔트맨’이라는 마스코트도 만들었는데요. 보통 담벼락에 도둑이 넘지 못하도록 쇠창살을 설치하거나 깨진 유리병 조각을 보기 흉하게 심어 놓았는데, 이곳은 솔트맨이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늦은 밤 하교 길 딸을 마중 나온 따뜻한 아버지의 마음을 떠오르게 하는데요. 이것 역시 이 마을이 항상 누군가가 지켜보고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는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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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

밤나무골, 대나무골이라고 불리는 시골 동네 같은 이름이 서울시에도 있습니다. 바로 서울시 동작구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입니다.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은 ‘우리 동네 작은도서관 만들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김소영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장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마을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열었는데요. 도서관 개관 이후 마을버스에서 처음으로 “이번정류장은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입니다.” 하는 안내방송이 나왔을 때 어린이 도서관 전화에 불이 났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들 한 분 한 분의 마음이 모여서 만든 도서관이었기 때문에 관심과 사랑이 더 뜨거웠겠죠?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되면서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은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김소영 관장은 부안 출신인데, 부안은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을 설치하는 문제로 군수가 바뀔 정도로 반핵활동이 대단한 곳이었지요. 부안을 떠나면서 이젠 반핵활동과는 거리가 있을 줄 알았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접하는 순간 ‘아 원전 방사능 폐기물이 부안만의 문제가 아니었구나. 이건 원자력발전소 전기를 사용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깨닫고 그때부터 원전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난 2년간의 고민과 활동내용이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 벽면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요. 일명 ‘성대골 절전소’입니다. 사실, 원자력발전은 만일의 사고를 대비하여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곳, 폐열을 식히기 위하여 바닷가에 설치하는데 가장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도시, 서울까지 전기를 끌어오기 위하여 초고압 송전선로를 설치하면서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요. 도시민의 양심이라면 이런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가장 쉽고 먼저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에너지 절약입니다. 그래서 성대골에서 어린이 도서관을 중심으로 시작한 것이 절전입니다.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 벽면에는 50가구 정도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는 가구들의 월별 전력사용량이 그려져 있는데, 누구네 집이 얼마만큼 전기를 사용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동 절전 활동을 통해 월 400kw, 2가구 사용량 정도 줄였다고 하는데,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서울시를 비롯하여 전국 전 가구가 이런 에너지 절약 활동에 동참한다면, 원전 3~4기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니 대단한 활동이지요. ‘생각은 지구적으로, 실천은 지역으로’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어린이 도서관과 함께 마을학교도 운영되는데, 이곳에서는 절전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에너지학교’도 열었습니다. 에너지학교에서 자전거발전기도 만들어 보고, 태양온풍기도 만들었는데요.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선풍기를 설치하여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들게 하고, 추운 겨울에는 열효율을 개선한 화목난로는 설치하여 햇빛 온풍기로 겨울을 난다고 합니다. 아울러 ‘함께 해봐요’ 합창단을 만들어 원전하나 줄이기 메시지를 전하며 주민들이 즐겁게 활동하고 있답니다.

여기에 더하여 목민관클럽 방문에 맞춰서 태양광에너지로 운영되는 ‘성대골 에너지카페’가 이달에 새로 오픈했습니다. 트럭을 개조해서 태양광발전기가 낮에는 하늘로 향하고 밤에는 닫히는 윙카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에너지카페는 절반은 서울시가 지원을 했고, 절반은 성대골의 친구들인 마을 주민들이 모은 돈으로 일궈낸 성과라고 합니다. 티켓을 사면 태양광으로 만든 시원한 커피 한 잔, 솜사탕 하나, 구운 계란을 먹을 수 있습니다. 낮 시간 동안 태양광에너지를 충전하면 10시간 내내 영업이 가능하답니다. 해가 지는 밤에는 이 버스가 마을주민들의 음식을 나르는 버스로 변신해서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합니다. 자립하기에는 아직 에너지설비가 부족하고 관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에너지가 공동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세대 간 지역 간 불평등을 야기하는 원전에서 벗어나는 미래도 머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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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을 잇는 즐거운 다리

‘한강의 기적’으로 이야기되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소위 관의 주도로 이루어진 관치경제입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는 그런 흔적들이 남아 있는데, 여전히 행정에서는 공무원들이 직접 각종 사업들을 기획하고 집행도 합니다. 이렇게 행정조직을 통한 사업집행은 초기에는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다양한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된 것이 주민참여입니다. 주민참여는 각종 공공 서비스를 행정이 해주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의견을 내기도 하고, 예산편성이나 사업집행과정에 참여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 주민들의 요구와 그것을 집행해야 하는 행정사이에 괴리가 있습니다. 뭔가 새롭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면 담당 공무원들에게 ‘선례가 없다. 규정이 없다. 예산이 없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합니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중간지원조직입니다. 준 행정조직으로 행정이 해야 할 일을 민간에서 대행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중간지원조직을 거치면, 다양한 주민들의 요구를 좀 더 귀 담아 들을 수 있으니 행정도, 주민도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현재 서울시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청년허브, 인생이모작센터 등의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 1층에는 공유책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다보니 중앙에 위치한 콘크리트벽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책장을 설치했는데, 책을 채우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개개인들이 자신들의 책장을 채우는 방식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책들이 모이다 보니,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모든 서적들이 이곳에 있다고 할 정도로 알짜배기 책들이 많습니다. 이곳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데,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머물기 좋은 공간이라 소문이 나서 지난 달 시민들을 초대한 이후에는 하루 평균 70명 정도의 학부모와 아이들이 손을 잡고 종종 찾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만든 공유책장뿐만 아니라, 자전거도 한 대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일하는 청년이 자신의 자전거를 기부하여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서울시 곳곳에서는 손에 잡히는 공유경제가 자연스럽게 실현되고 있습니다.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는 문을 연 지 9개월 된 곳으로 (사)마을이 위탁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민 주도의 풀뿌리, 호혜, 협동을 지향하고 있어 관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주민들의 성장을 돕는다고 합니다. 작년에만 마을조사, 상담원, 미디어활동가 등 주민 3,000명이 다녀갔다고 하네요.

이제 막 백일이 된 인생이모작센터도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인생이모작이라고 하면 흔히 퇴직 후의 일자리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일감뱅크라는 시니어 일감 발굴팀이 있고, 액티브시니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경로당코디네이터와 같은 교육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순수친목모임을 돕고 노년이 즐거운 新노년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랍니다. 교육장 안에 걸린 ‘새로운 만남, 명랑한 사람들’이라고 적힌 롤링페이퍼 속 문구에는 시니어들의 행복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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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열린 행정 2.0 현장들을 돌아보다보니 하나같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너지도, 주민안전도, 청년과 시니어의 삶도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함께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옵니다. 시민의 힘으로 혁신을 일궈나가는 서울의 변화, 시민이 즐거운 열린 행정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글 _ 원다솜 (기획홍보실 인턴연구원)
사진 _ 박동명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