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한옥마을의 재발견

우연한 기회에 ‘커뮤니티 맵핑’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과 커뮤니티 맵핑을 이용하여 안전 지도를 만드는 수업을 통해서였다. 막연하게 커뮤니티 맵핑이라는 게 있구나 알게 되었지만, 깊이 있게 알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던 중 올 초에 커뮤니티 맵핑 설명회를 다녀온 뒤 학생들과 함께 본격적인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학교 밖에서 수업을 진행하려면 여러 가지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이리저리 마음만 복잡하고, 행동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던 때였다. 지인의 소개로 희망제작소의 <동네 한 바퀴 in 종로구>를 알게 되었다.

우리 학교에는 다양한 동아리들이 있다. 그 중 내가 올해로 5년째 담당 교사로 있는 ‘건강교실’은 음악 줄넘기를 통한 신체 단련을 하며, 줄넘기 공연과 봉사활동 등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 동아리이다. 건강교실에 소속된 학생들과 지난 5월 31일, 6월 1일 이틀 동안 진행된 <동네 한 바퀴 in 종로구>에 참여했다.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학생들에게 커뮤니티 맵핑을 소개하고 싶던 찰나에 <동네 한 바퀴 in 종로구>는 매우 반가운 프로그램이었다. 개인 사정이 있는 학생들을 제외한 총 9명의 학생들이 함께했다. 항상 학생들과 지내다보니 내가 ‘40~60대’에 포함 되는 시니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나 역시 ‘시니어’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교 정문에서 학생들을 만나서 토요일 아침이라 한산한 종각역에 위치한 행사장에 도착했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 덕분에 긴장했던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이틀 동안 재미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도 소화시키는 학생들의 위장을 위한 맛난 샌드위치와 간식, 편안한 소파, 그리고 심심함을 달래 줄 혁수 씨까지 곳곳에 녹아 있는 소소한 배려가 감동이었다.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함께 간 학생 9명은 각 8개의 조로 나뉘어졌다. 친구들과 같은 조가 아니어서 아쉬워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이내 각 조의 분위기에 휩쓸려 재미를 느끼게 되자 모두 참 즐거워 보였다.

내가 속한 팀은 시니어 2명, 주니어 3명이 한 팀이었다. 밝고 명랑한 주니어들을 보며 우리의 미래가 참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스 브레이킹 프로그램으로 어색함을 깨고, 점심을 먹고, 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어느새 하루가 거의 다 지나갔다.

오후에는 커뮤니티 맵핑의 창시자 임완수 박사님의 강의를 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사님을 눈앞에서 보다니! 박사님의 명성을 알고 있던 한 학생은 연예인을 만난 기분이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첫 날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과 내일에 대한 기대가 한가득 실려 있었다.


둘째 날, 주황색과 초록색 티셔츠를 나눠 입고 자리에 앉으니 더욱 조원들이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우리 조뿐 아니라, 다른 조의 주니어들과 시니어들도 가깝게 느껴졌다. 조원들끼리 역할을 나누고 점심 식사 후 드디어 커뮤니티 맵핑을 하기 위해서 거리로 나갔다. 각 조별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종로를 탐색했다. 우리 조는 시니어 한 분께서 살고 있는 북촌 한옥마을에서 ‘청소년들이 놀 수 있는 장소’를 찾아봤다.

북촌 한옥마을을 알고는 있었지만 방문을 해본 적은 없었다. 단순히 관광지로 생각했던 그곳이 원주민의 안내를 받으며 걸으니, 관광지가 아닌 사람 사는 ‘동네’로 다가왔다.

더운 날씨에 다들 힘들었지만, 두 시간 동안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북촌 한옥마을에 살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 즐겁고 기뻤다. 탐방을 마치고 북촌을 빠져 나오면서 이곳을 꼭 다시 방문해서 다 보지 못한 곳을 봐야겠구나 생각했다.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와서 우리 조가 보지 못한 종로의 또 다른 모습을 다른 조의 발표를 통해서 들었다.


학생들과 커뮤니티 맵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도를 가지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나누는 시간이 참 즐거웠다. 이제는 각자의 동네에서 살고 있지만 SNS에 <동네 한바퀴 in 종로구>라는 ‘동네’가 만들어져 그때 그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과 아직 소통하고 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서울살이를 하면서 ‘마을’을 ‘동네’를 잃어 버린 기분이었다. 이런 내게 <동네 한 바퀴 in 종로구>는 ‘동네-커뮤니티’를 다시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커뮤니티 맵핑을 하면서 우리 동네에 애정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애정으로부터 모두가 살기 행복한 동네를 만들어야겠다는 행동을 다짐하게 되었다. 요즘 나는 나와 학생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첫 걸음을 내딛게 될까? 기대가 된다.

글_ 정미영 (한성여자중학교 보건교사)
사진_ 김우주, 최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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