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재료의 맛깔나는 하모니

간단한 점심으로 김밥만 한 게 없죠. 저는 아주 매콤한 땡초김밥으로 할게요. 어릴 때 지금처럼 김밥 프랜차이즈가 많지 않아서 소풍 가는 날, 새벽에 엄마가 김밥을 싸주셨던 게 기억나요. 엄마의 사랑을 듬뿍 가져가는 느낌이 들어 소풍 그 자체보다 엄마의 도시락을 더 기대했던 것 같아요. 엄마나 아빠가 도시락을 싸주는 날이 소풍날뿐이라서 더 그런 추억에 젖는지도 모르겠네요.

참깨와 참기름, 소금이 어우러진 밥 위에 노릇하게 볶은 당근과 우엉, 계란 지단, 빠지면 어딘가 섭섭한 햄, 시원한 단무지를 얹으면…! 색깔부터 맛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재료들이 여러 색을 품고서 검은 김에 둘둘 말리면 얼마나 조화로운 맛을 내는지!

🌯 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 그리고 사회협약

김밥의 조화로운 맛에 반할 때도 있지만, 가끔 갸우뚱할 때도 있죠. 다양한 재료의 맛을 기대하고 김밥 한 알을 쏙 먹었는데, 어딘지 애매한 맛에 아쉬움이 남던 순간이요. 조화롭지 않은 맛처럼 불협화음이 나는 경우가 현실에서도 종종 생깁니다. 이러한 불협화음이 쌓이고 쌓이면 갈등으로 발전되고, 결국은 켜켜이 쌓여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문제가 되기도 하죠.

‘사회적 대화’라는 말을 어디서 들어본 적 있을 거예요. 사회적 대화¹⁾는 실제 대화를 포함해 대화 대상을 정하고, 접촉하고, 정보를 교환하여, 협의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는 ‘사회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와 관련된 직접 이해 관계자의 대표들이 모여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사회적 대화에서 한 걸음 나아가면, 서로 협의한 것을 반드시 지키자고 약속하는데요. 이를 ‘사회협약’이라고 해요. 사회적 대화보다 한 단계 높은 체계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된 협의 내용을 반드시 함께 이행하기로 꼭꼭 약속하는 것이죠²⁾.

사회협약은 유럽에서 국가적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노동자, 기업 간 사회적 대화와 협력에서 시작되었어요. 서유럽에서 주로 보편화된 사회협약은 다양한 사회 환경 변화 속에서 국가별 특색을 갖고 있어요³⁾.

기존 경제 위기에 따른 노동단체‧기업‧정부 간 사회협약에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정부-다자간 이해관계자 간 사회협약의 형태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한국도 노동자-기업-정부(노사정) 간 사회협약으로 일자리 사회협약이 먼저 체결되었고, 현재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형태로 사회적 대화가 지속해서 운영되고 있어요. 그리고 투명사회협약, 저출산‧고령화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 등 사회협약 체결 경험이 있고, 제주특별자치도 등에서는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어 지역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사회협약을 체결하기도 해요.

사실 사회협약 정의 자체에 ‘약속한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실제 이행되지 않거나, 파기한 사례도 있어요. 우리도 “언제 밥 한번 먹어요”라고 약속하면서도 제대로 지키지 못할 때가 허다한데 과연 사회협약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들죠?

“사회협약을 하면 반드시 이 문제는 해결됩니다!”라고 저도 자신 있게 외칠 순 없어요. 적어도 사회문제와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굉장히 높은 수준의 형태이기에 사회협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이 문제에 관해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져요. 문제를 인식한다는 것은 엉킨 실타래의 끝을 잡는 것과 같아요.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리고 협의에 참여한 이해관계자가 ‘실제 이행 가능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협약을 체결하기에 다른 상황에 비해 문제해결에 도움⁴⁾이 되는 형태죠.

🌯 농어업의 ‘숨은 가치’를 발견하고, 쏙쏙 캐낼 수 있다면

농어업은 공익적 가치, 다원적 가치, 사회적 가치 등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전반적으로 제공하는 가치⁵⁾를 갖고 있어요. 쌀, 옥수수, 꽃게, 고등어, 돼지 등과 같은 1차 생산물, 농어촌 공간처럼 실물로 보이는 가치도 있지만, 농어촌 풍경을 보기만 해도 “아, 힐링 된다”라고 하잖아요? 이러한 감정이 들게 하는 심미적·예술적 가치도 있어요.

이 뿐인가요. 농어업을 통해 논 생태계, 갯벌 생태계, 바다 생태계를 보전·유지하는 역할과 가치를 함께 갖고 있죠. 이에 더해 농어촌에서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당산제, 풍어제 등과 같은 전통문화, 그리고 오래전부터 이어진 농법 및 어법과 같은 전통 지식을 보전하고 전수하는 가치도 있어요.

이러한 가치는 손에 잡히지도, 또렷하게 보이지도 않지만, 다양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데 여러분 모두 동의할 것 같아요. 농어업과 농어촌 공간을 그저 산업적 기능과 가치로만 바라본다면 너무 아까워요. 다양한 재료로 입맛을 살리는 김밥처럼, 농어업에서도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는 게 중요하단 걸 실감해요.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가 법과 제도를 비롯해 여러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도입된다면, 농민과 농어촌 주민도 다양한 가치를 보전하는 동시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국민이 원래 갖고 있던 농어업과 농어촌에 관한 인식도 변화할 수 있고요.

여전히 가치가 잘 보이지 않나요? 잘 보이지 않으면, 잘 보이게 만들면 되죠! 잘 보이면 분명히 그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를 명문화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 농어업·농어촌·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정 대전환을 위한 사회협약’

예전에 농업·농촌, 어업·어촌, 먹거리와 관련된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잖아요. 지금은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야말로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기존 경쟁 중심의 농어업과 지방소멸에 직면한 농어촌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이 건강한 먹거리에 좀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 농정(농업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어떠세요. 공감되나요?

농정 전환을 위한 문제해결과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농정 대전환을 위한 사회협약’ 체결이 추진되고 있어요. 실제 사회협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고, 대화기구에서 의제를 논의 및 협의하고 있죠.

지난 3월에는 ‘사람과 환경을 위한 농정 대전환 대화기구’ 핵심 그룹이 발족했어요. 핵심그룹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소비자시민모임,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YMCA 전국연맹, 한살림연합(기관명 가나다 순)이 참여하고 있어요.

생산자단체, 소비자단체, 시민단체, 생활협동조합단체, 지방정부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어 사회적 대화와 사회협약 과정에서 구체적인 농정 문제해결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이번 여름부터 전국의 농어민, 농어촌 주민을 만나고 전국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농정 대전환을 위해 필요한 의제를 논의하려고 해요. 협의에 기반해 사회협약문을 만들고, 농어민, 농어촌 주민, 소비자(국민), 유통업자, 중앙정부, 지방정부, 관계기관 등이 사회협약에 참여해 함께 이행할 수 있는 장을 여는 데 마음을 모으고 있어요.

맛깔스럽게 만 김밥 하나를 먹으면 다양한 맛에 이어 조화로운 맛이 나잖아요. 농정 대전환 사회협약도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 다양한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 사회협약은 시민참여가 필요해요. 우리 함께 약속할래요?

농어업, 농어촌, 먹거리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죠. 매 끼니마다 우리 앞에 놓인 밥상을 보면 하나의 ‘정답’보다 ‘해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지금껏 봐온 것처럼 농어업, 농어촌, 먹거리 문제는 생산자의 노력으로만, 혹은 소비자의 노력으로만 해결하기 어렵잖아요. 여러분도 조금씩 더 느껴지시나요?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는 농어업, 농어촌, 먹거리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함께 해소할 수 있어요. 지속가능한 농어업으로의 전환은 장기적으로는 탄소를 줄이고,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죠. 건강한 먹거리 공급은 탄소 발자국도 줄이고, 폐기량도 줄일 수 있고요.

우리는 이미 다양한 해답을 갖고 있는지도 몰라요. 국산 농수산물 이용하기, 필요한 만큼만 사고 최대한 적게 버리기, 농어촌 문제에 관심 두기, 휴가 때 농촌이나 어촌에서 보내기 등 우리가 문제 해결을 위해 같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내일부터 우리 같이 해볼까요?

농어업의 다원적 가치에 관심이 좀 더 생기셨나요? 그렇다면 조금 더 알아볼까요?

▶ 농업의 공익적 가치

▶ 어업 문화

각주
1) 대통령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홈페이지 중 국제노동기구(ILO)의 사회적 대화 정의 재구성
2)사회협약은 국가별, 시대별 정의가 달라요. 농정 대전환 사회협약에서 ‘사회협약’은 “국가의 중요하고 시급한 의제에 대하여 경제‧사회의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여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그 실행을 추진하기 위하여 체결하는 사회적 약속”이라는 정의를 사용하고 있어요.(김충구. (2007). 충북의 사회협약제도 활성화방안. 충북연구원. 연구보고서. 1-105)
3) 사회협약은 국가별, 시대별 정의가 달라요. 농정 대전환 사회협약에서 ‘사회협약’은 “국가의 중요하고 시급한 의제에 대하여 경제‧사회의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여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그 실행을 추진하기 위하여 체결하는 사회적 약속”이라는 정의를 사용하고 있어요.(김충구. (2007). 충북의 사회협약제도 활성화방안. 충북연구원. 연구보고서. 1-105) (출처: 국민권익위원회 민간협력담당관실. (2018). <청렴사회협약 길잡이-청렴사회협약 업무추진을 위한 길잡이> ‘사회협약이란?’ p.8.)
4) 모든 사회문제에 대해 사회협약을 체결할 수는 없어요. 사회협약이 체결되기 위해서는 ①사회 구성원이 공통으로 이해하는 전쟁, 사회적 불안, 경기침체, 계층변화 등과 같은 중대한 사회적 문제가 있어야 해요. ②정부 혼자, 시민단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심각한 이행 문제가 있어야 해요. ③정부-이해관계자 간 정치적,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정책의제가 합의될 수 있어야 해요. ④합의된 정책의제가 사회협약 참가자들에 의해 이행 가능해야 해요. 이런 체결조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어서 사회협약은 높은 수준의 사회갈등 해결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참고자료 재구성: ‧라영재. (2008). 한국 정부에서 정책협의의 시도와 전망 –노사정사회협약, 투명사회협약, 저출산고령화대책 사회협약 사례비교-. 한국정책학회보. vol.17. no.3. pp.33-65‧ 국민권익위원회 민간협력담당관실. (2018). <청렴사회협약 길잡이-청렴사회협약 업무추진을 위한 길잡이>. ‘사회협약의 성립요건’ p.11.)
5)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3조9항에는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이란 ▲식량의 안정적 공급 ▲국토환경 및 자연경관의 보전 ▲수자원의 형성과 함양 ▲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 ▲생태계의 보전 ▲농촌사회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의 보전으로 명시하고 있어요.그리고 김용렬 외(2012)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multifunctionality)의 개념과 일맥상통한다’고 하며,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는 농업·농촌의 생산적 기능 외에 다원적 기능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의미한다. 식량 공급과 같은 기능 이외에 식량안보, 환경보전, 농촌사회의 유지, 경관 유지 등 비생산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어요. (김용렬·전학균·민자혜. (2012). 시대변화에 따른 농업·농촌의 공익적·경제적 가치 재조명)

– 글: 이이자희 연구사업본부 연구원 jahee@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