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송정복 연구원의 ‘희망발전기’ 제작기

시작이 반?

기후위기가 화두다. 조금 먼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그 위기가 코앞에 닥쳤다.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의 위력은 더 강력해졌다. 지구촌 곳곳에는 폭염과 한파가 몰아치고, 대형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제 기후위기는 누구에게나 닥친 지구촌 최대 위기이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2021년 12월, 희망제작소 건물 뒤편에 마련된 휴게실에 찬바람이 몰아쳤다. 그 바람을 맞으며, ‘이 바람을 전기로 바꾸면 어떨까? 빌딩 사이 바람을 이용하면 도심에서도 풍력발전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을 자극하는 의견들이 오갔다.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보니, 풍력발전기 날개를 나무로 깎고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까지 직접 만드는 사례도 있었고, 폐기된 세탁기 모터를 재활용하여 풍력발전기와 수력발전기를 만드는 영상도 있다! 때마침 희망제작소도 2021년 핵심의제로 기후위기를 다루기로 했던 터라 풍력발전기를 통한 에너지자립 도전은 의미도 있겠다 싶었다. ‘함께 풍력발전기 만들 사람?’

막상 풍력발전기를 만들려고 보니 막막하다. 뭐부터 해야 하지? 풍력발전기가 과연 얼마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다. 다들 의심의 눈초리다. 풍력발전기 자작기가 있긴 했지만, 만들고 나서 전기를 얼마나 생산했다는 자료는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조용히 무모한 실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일상업무가 아닌 과외 활동으로 진행하려다 보니 비용도, 시간도 부족했다.

풍력발전기 날개까지 깎아서 만들고 싶었지만, 풍력발전기 터빈은 그냥 기성품을 사기로 했다. ‘소형풍력발전기’ 폭풍검색을 통해 해외직구로 21만 원짜리 풍력발전기를 골랐다. 사실, 풍력발전기 이외에도 발전된 전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 미리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일단 풍력발전기부터 질렀다. 300W, 24V짜리 제품이 주문 2주 만에 도착했다. 아뿔싸, 풍력발전기 날개와 전기를 만드는 제너레이터와 만들어진 전기를 모으는 컨트롤러는 있는데,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지지대가 없다!

그리하여 두 번째 미션은 풍력발전기 지지대 만들기. 어떻게 만들지? 쇠파이프 파는 곳? 가로등 설치하는 곳? 등을 찾아봤지만 적당한 것이 안 보였다. 우선순위가 아니다 보니 바쁜 업무 속에서 풍력발전기 터빈은 조금씩 잊혀졌고, 창고로 밀려났다. 몇 개월이 후다닥 흘렀다.

역시, 현장에 답이 있구나

2022년 6월, 바쁜 업무들이 끝나고 잠시 틈이 생기자 마음 한 켠에 남아있던 풍력발전기가 다시 떠올랐다. 답이 잘 보이지 않던 지지대는 현장에서 부딪혀 보기로 했다. 풍력발전기 터빈을 지지대에 달기 위해서는 ‘플랜지’라는 부품을 지지대에 연결하고 용접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마음먹고 하루 휴가를 냈다. 세운상가에서 선반 작업이 가능한 곳을 찾아갔더니, 지지대를 바로 만들 수 있단다. 진즉에 여기로 올 것을. 다만, 모든 것을 맡기다 보니 지지대 제작에만 16만 원이라는 비용이 또 들었다. 그렇게 지지대가 도착하자 연구원들이 부쩍 관심을 보인다.
“어디에, 어떻게 풍력발전기를 고정하느냐?”, “전기는 어떻게 사용할 수 있나?”

지지대를 만드니 다음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시멘트를 사다가 지지대를 고정할 수 있도록 받침대를 만들고, 풍력발전기를 조립해 매달았다. 충전을 조절하는 컨트롤러와 발전된 전기를 모아두는 충전용 배터리도 달았다. 이제, 바람만 불면 된다!

아뿔싸. 그런데 풍력발전기를 완성한 8월은 한여름으로 접어드는 계절, 간간이 부는 바람에 풍력발전기가 돌아는 가지만 지속적이지 않아 충전해서 사용할 만큼 전기를 생산하지는 못했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멈출 수 없는 도전

기후위기 시대, 도심에서 전력을 자급하기 위한 소형풍력발전기 실험은 이렇게 실패로 끝내야 하나? 섣부른 결론은 유보. 올 겨울 매서운 북풍이 닥칠 때는 풍력발전기가 제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안 되면 상시 바람이 부는 제주도로 입양 보낼 꿈도 꿔본다. 그런데, 서울 도심에서 소형풍력발전기는 정말 안 되는 것 아닐까?

‘2020 서울에너지포럼 II’에서 발표된 <도시형 소형풍력발전 기술동향 및 보급 확대 방안>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서울시에는 190기의 소형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합계용량이 114KW이다. 이 가운데 하늘공원에 설치된 5기는 1기당 설비용량이 10KW로 연간 발전량이 5MWh 정도 된다고 한다. (나머지 185기는 내가 설치한 것과 비슷한 300~500W 수준의 미니 풍력발전기들이다)

2020년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이 9.826MWh이니 10KW 풍력발전기 2기가 있어야 서울시민 1명이 1년간 소비하는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 이번 실험에 사용했던 300W 미니풍력발전기로는 66기가 필요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얼마나 고밀도 에너지인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얼마나 어려운지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물론, 1인당 전력소비량은 산업부문의 소비량까지 개인에게 나눈 것으로, 실제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소비량은 위 자료의 1/8 수준이다. 그래도 가정에서 1인당 전력소비량을 300W 미니풍력발전기로 충당하려면 10대는 필요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는 이제 현실의 재앙이 되고 있다. 작년 겨울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갑작스런 한파로 100여 명이 사망했고, 올 여름 중국에서는 기온이 44도를 웃돌며 가로수에 저절로 불이 붙고, 유럽은 뜨거운 열기와 산불로 사망자가 1,100명이 넘어섰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불가능해 보여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멈출 수 없는 도전과제다.

그렇다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에 눈을 돌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방사능 위험이 매우 높은 핵폐기물을 최소 10만 년 이상 자자손손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시대적 요구다. 우선은 가능한 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절전’에 힘써야 한다.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절대량의 전기에너지를 소비하며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도시민들의 자각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 도전은 동네방네 희망발전소!

사실 미니풍력발전기 제작에 앞서 기후위기 문제를 고민하면서, 희망제작소 옥상에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먼저 시도했다. 50평 넓이의 희망제작소 옥상에는 20KW 용량의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데, 하루 평균 3.5시간 발전량으로 계산하면 연간 25.3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것이 희망발전소 1호 계획이다. 시행사업자까지 선정하고 보조사업에 지원했는데, 선정되지 않아 아쉽게 불발됐다. 자부담으로 설치할 수도 있겠지만 초기 설비설치 부담이 커서 당장은 실행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작은 규모라도 시도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희망발전소1호를 시작으로 인근 성미산체육관, 성서초등학교, 성서중학교, 홍익대학교사범대학부속초등학교 등 이웃들의 옥상에 시민태양광협동조합 희망발전소 2호기, 3호기를 확장하는 희망을 그려본다.

* 글: 송정복 자치분권팀 팀장 wolstar@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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