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흥미롭고 설레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국내 중견기업의 CEO로 인생 전반전을 치열하게 살고, 이제 은퇴 후 삶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김경회 님입니다. 그는 은퇴 후 삶을 고민하면서 해외 시니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일본에서부터 저 멀리 아일랜드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니어들의 활동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시니어가 궁금했던 시니어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시니어가 궁금했던 시니어 이야기(4)
정원 가꾸기, 전구 교체, 집 청소… 시니어가 시니어를 돕는다

시나가와 구(品川?)의 나카노부(中延)상점가에 마을 고령자들의 고충을 처리하는 봉사단 ‘콘세르쥬(Concierge)’가 위치하고 있다. ‘유료 자원봉사’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하여, 봉사단의 책임감과 지속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 이 단체의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직접 꿀벌을 키워서 채취한 꿀로 생 캐러멜을 만들어 상점가 홍보는 물론 매출에도 한몫을 당당히 하고 있다. 아오키 히로미치(?木弘道) 대표에게 그들의 활약상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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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키 히로미치(콘세르쥬 대표)

콘세르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마을 봉사단 콘세르쥬는 시나가와 구의 나카노바 상점가에 거점으로 아직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퇴직자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반경 700m 범위에 살고 있는 약 1만 명 가량의 고령자를 고객으로 삼아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여러 가지 고충을 돕는 활동을 한다.

활동 내용은 정원의 풀 뽑기나 가지치기 같은 작업부터 방충망 교체, 집 청소, 전구 교체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상담을 통해 고충을 접수하고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한다. 콘세르쥬는 처음 자원봉사자로 등록할 때, 자신의 전문분야나 잘할 수 있는 일을 기록하도록 해서 자원봉사자의 적성에 따라 적합한 일을 맡기고 있다. 등록된 자원봉사자 중에는 수도나 전기 등의 기술을 갖추고 있는 전문가들도 있어 어느 정도 전문적인 의뢰가 들어와도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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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정원 나무 가지치기 (우)부엌칼 갈기

콘세르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NPO법인 배리어 프리 협회는 문자 그대로 배리어 프리를 연구?실천하는 조직이다. 배리어 프리란 고령자를 위하여 집안의 높낮이 차를 없앤다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장애요인을 없앤다는 것도 포함한다. 이 협회 활동을 통해 고령자들이 일상생활에 많은 고충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고충을 학문적인 접근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돕고 싶었다. 마침 실천으로 옮기려 할 때, 일본 정부의 경제산업성이 셔터 거리(장사가 되지 않아 셔터가 내려져 있는 상가)를 없애려는 시점과 맞물려서, 당시 협회 이사장이 살고 있던 지역인 시나가와 구의 상점가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유료 자원봉사 시스템도 영국의 사례 등을 참고하여 독자적으로 고안한 것이다.

유료 자원봉사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은 콘세르쥬 사무소에서 1매에 1,000엔(1만 원)짜리 쿠폰을 구입한다.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그 쿠폰을 자원봉사자에게 지불하고 자원봉사자는 그 쿠폰을 시나가와 구 상점가에서 통용되는 500엔(5천 원)짜리 공통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다. 여기서 고객이 지불한 1,000엔의 남은 차액 500엔(5천 원)은 사무소의 임차료, 교통비 등 단체 활동비로 충당하게 된다.

유료로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료 자원봉사는 콘세르쥬 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상품권이라는 유가증권을 봉사활동의 대가로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는 기쁨과 동시에 책임감이 생긴다. 정년 퇴직 후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살려서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어 하지만 그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퇴직자들이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또한 그 대가로 상품권을 받게 된다. 봉사활동의 대가로 받은 이 상품권으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상품권으로 산 과자를 먹는 손주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보람은 콘세르쥬 활동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콘세르쥬 활동의 가장 중요한 점은 고객의 불편한 점, 즉 고충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구 교환과 같은 일은 쉽게 느껴지지만 고령자들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만약 이런 일을 전기기사에게 요청하게 되면 통상 5,000엔(5만 원) 정도의 수고 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렇듯 사소한 일에 고충을 겪는 고령자 가족이 실제로 많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콘세르쥬 자원봉사자가 가정을 방문할 때면 늘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감사 인사를 받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자원봉사자가 상품권으로 상품을 구매를 하게 되면, 지역 상점가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 시나가와 구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지만 대부분이 이 지역 나카노바 상점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결국, 유료 자원봉사는 ‘고령자 고객, 자원봉사자, 지역 상가’ 3자 모두에게 좋은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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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세르쥬는 고령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교실도 개최하고 있다.
(좌측부터)50세부터 미용 교실, 커피 내리는 법 교실, 옷 맵시 교실

자원봉사자와 고객은 얼마나 되나요?

현재 자원봉사자는 90명이 등록되어 있으며, 상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20명 정도이다. 65~70세의 고령자가 주축이지만, 그 가운데는 20대의 학생도 있다. 이 활동에 자극을 받아 졸업 후에 사회복지 분야에 진출하는 사람도 있다. 고객(이용회원)은 900명 정도이며 그 중 500~600명은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이른바 ‘단골’이다.

양봉사업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콘세르쥬는 사무소 건물 옥상에서 17,000마리 정도의 일본 토종 꿀벌을 양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번식력이 왕성한 서양꿀벌이 양봉 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일본 토종 꿀벌은 ‘환상의 벌꿀’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귀하다. 이 벌꿀을 이용해 생 캐러멜을 수제로 만들어 콘세르쥬 사무소에서 한정 판매하고 있다. 양봉은 4~5명의 자원봉사자가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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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 양봉장에서 꿀을 채취하는 모습

양봉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7년 콘세르쥬 자원봉사자이자 NPO법인 배리어프리(Barrier Free)협회 이사장이 우연히 어떤 모임에서 긴자 꿀벌 프로젝트를 접하게 된다. 긴자의 빌딩 옥상에서 양봉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콘세르쥬 회원들에게 전하자 회원들이 “재미있겠다! 하고 싶다!”라고 찬성하면서, 즉시 긴자 꿀벌프로젝트의 대표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벌꿀을 이용한 생 캐러멜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자원봉사자 한 사람이 홋카이도에 갔을 때 선물로 생 캐러멜을 사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벌꿀을 섞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하고 즉시 시도해보았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반응이 좋아 잘만 되면 나카노바 명물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욕심마저 들었다. 전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므로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개수는 200개가 전부다. 품절되면 다시 수작업으로 200개를 만들던 차에 TV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지역 고객이 부쩍 늘었다. 나카노바 상점가 홍보가 톡톡히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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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일본 토종 꿀벌에서 채취한 환상의 벌꿀
(좌)그 귀중한 벌꿀을 넣은 나카노바 명물인 생 캐러멜

지난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콘세르쥬 활동 개시를 알리는 홍보 방법이 구청의 홍보지나 간단한 전단지가 전부라 초반엔 좀처럼 반응이 오지 않았다. 우선 ‘유료’라는 점이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점이었다. ‘자원봉사는 무료’라는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고령자는 악질 사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경험도 많아서 “곤란한 일은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라고 하는 것이 경계대상이 되기도 했다. 또, 혼자 사는 고령자를 보살피는 돌봄 서비스로 젊은 학생 자원봉사자가 전화를 걸면 보이스피싱 사기로 오해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 두 사람 이용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어르신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고 거리에서 만났을 때는 말을 걸기도 하면서, 서서히 신뢰를 얻게 되었다. 특히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자원봉사자가 하는 서비스의 질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원의 잡초를 뽑을 때도 제대로 뿌리째 뽑아주기 때문에 잡초가 다시 나지 않고 오래 간다. 이런 세세한 면들이 입소문으로 퍼졌다. 또 매스컴에서도 소개되어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모임의 창설자가 건강이 나빠지고, 적자가 계속 되어서 활동을 그만 두자고 결정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듣고 단골 고객들이 “이용자를 찾아줄 테니까 계속 해라.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해주었다. 이런 고객들이 한 명이라도 있는 한 계속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왔다고 한다. 앞으로도 이런 시스템을 더 넓은 지역으로 확장해서 가능한 한 많은 고령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들과의 대화

정년 퇴직 후 하는 일이 없이 놀고 있을 때, 콘세르쥬 고객으로 수도 수리를 의뢰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 활동에 흥미를 가졌다. 2008년의 일이다. 콘세르쥬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나도 아직 일을 할 수 있을 때, 세상을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풀 뽑기든 가지치기든 무엇이나 할 수 있다. 또 살아 있는 생물을 좋아하기도 해서 양봉에 자원해 지금까지 계속 그 일을 하고 있다. 꿀벌이란 개나 고양이처럼 살아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 내게는 사랑스럽다. 매일 아침 옥상의 양봉장에 가서 “안녕, 잘 있었어?”라고 아침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벌들은 날갯짓 소리를 내어 대답해준다. 50대 후반에 당뇨병 예비 환자로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나았다. 이 활동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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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나하마 카즈히로(金濱 和弘)(73세)
(전직:시멘트 공장 근무)

2011년부터 콘세르쥬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내가 이 단체의 활동을 알고 나에게 권했다. 아오키 대표를 만나 소개를 듣고 재미있을 것 같아 해보기로 했다.

정년까지 전기공사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그 분야의 일은 혼자 맡아서 하고 있다. 그 밖에도 풀 뽑기부터 양봉까지 배우면서 폭넓게 일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에는 밖에서 일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고객이 기뻐하면 나도 기쁘다. 또 몸을 움직이므로 건강에 좋은 것이 가장 좋은 점이다. 받은 상품권을 모아서 가끔 아내와 외식을 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가능한 한 계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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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쿠바라 노리아키(?庭 德昭)(66세)
(전직:전기공사업)

5년 전에 신문에서 ‘상점가에서 꿀벌을 키우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흥미를 가졌다. 어릴 때 시골에서 꿀벌을 키운 적이 있다. 집에서 콘세르쥬까지 매일 자전거로 50분 통근을 하고 있다. 고객들의 요청이 들어오면 집 안 물청소와 정원을 정리하는 일도 한다. 이런 일을 하니 자연스럽게 몸이 건강해졌다. 유료인 것도 마음에 든다. 손자가 9명 있는데, 손자들에게 무엇인가 사줄 수 있어서 참 보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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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구치 마코토(古口 誠)(81세)
(전직:택배 배달업)

나카노바 회관에서 개최된 행사에 참가했다가, 활동 권유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주로 고객의 집을 청소하러 간다. 우리 집 청소를 하면 누구도 칭찬해주지 않지만, 여기서는 고객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고, 또 “젊으니까 좋겠다”는 말까지 들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상품권도 즐거움이다. 일을 하고 받은 상품권으로 상점가에서 무, 인삼을 사서 집에 가는 것이 아주 즐겁다. 주부에겐 이 상품권을 받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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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모토 세이코(宮本 聖子)(68세)
(주부)

글_ 김경회 (제16기 행복설계아카데미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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