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는 5월 7일 약 250여명의 학계 전문가, NGO, 국회 및 연구기관, 기업, 기자, 중앙부처 및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위기의 시대, 지구촌이 선택한 녹색경제]를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성황리에 개최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앞으로 독일, 미국, 영국 등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한국사회를 저탄소 사회로 만들기 위한 연구를 보다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이번 국제세미나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논쟁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장기적 관점에서 되짚어 보고 앞서가는 국가들과 비교함으로써, 녹색사회로의 비전과 우선적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이번 세미나는 생태적 현대화(Ecological Modernization) 이론의 개척자인 독일의 세계적인 석학, 마틴 예니케 교수(베를린 자유대학)의 기조강연으로 시작했다. 마틴 예니케 교수는 “자원집약적 성장의 시대가 끝났음은 이미 70년대에 제기된 내용이며 이에 대한 해답도 모두 나와 있다. 지금에 와서야 지구촌은 녹색정책을 쏟아내는데, 사실 30년이 넘도록 너무 많이 돌아온 것”이라고 지적하며 말문을 열었다.

신기술 중심의 제3차 산업혁명, 독일 재생가능에너지

그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30년 이상 방해받은 이유를 신자유주의적 개입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산업부문의 생태적 혁신은 시장이 아닌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즉, 정부의 탈규제 정책이 아니라 ‘지혜롭고 다이나믹한 규제정책’으로 시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한 기업에 있어 정부의 규제는 분명한 시그널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은 규제정책을 통해 제3차 산업혁명을 선도한 대표적 국가이다. 기업은 생태적 혁신으로 체질이 개선되고 있고, 새로운 기술도 시장에서 성숙되고 있다. 이를 통해 신기술은 공룡 같은 석유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고, 신기술이 중심이 된 제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원자력발전도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에는 주요한 압박이었다. 때문에 독일은 원자력을 점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매우 도전적인 계획이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긍정적 효과를 창출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공룡산업의 압력을 이겨냈고, 이미 2007년에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며, 세계 시장에서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이 선두를 차지하게 되었고, 해외자본이 독일로 유입되었다. 이제는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이 워낙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더 이상 원자력은 산업적 효과에서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조강연 이후 미국진보센터(CAP)의 제이크 컬드웰 에너지·농업·무역국 국장, 영국 대사관 기후변화팀 토니클렘슨 팀장, 한국의 녹색성장위원회 손옥주 과장의 발표를 통해 각 국가별 녹색경기회복 정책현황과 향후 전망에 관해 비교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소장이 오바마정권 인수위원장으로 활동해 더욱 유명해진 미국진보센터(CAP)의 컬드웰 국장은 미국의 녹색경기회복 정책과, 국회 계류 중인 기후변화-에너지에 관한 포괄적 법에 관해 소개하였다. 컬드웰 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올 연말 기후협약당사국총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가져갈 의지가 매우 높지만 이를 위한 국회의 동의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현재 오바마 정부가 처한 금융위기와 대외정책 등과 같은 무거운 과제들이 기후변화해결에 대한 우선적 의지에 제약이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영국의 토니 클렘슨 팀장은 약 50조가 투자되는 한국의 녹색뉴딜 투자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녹색’이라는 단어의 모호성도 지적했다. 기후변화해결을 우선과제로 삼고자 한다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여도, 즉 ‘탄소저감률’이 사업선정의 기준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효율과 재생가능에너지 부문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2050년까지 8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매우 의욕적 목표를 담고 있는 세계최초의 ‘영국 기후변화법’과 이를 위해 별도로 편성된 ‘탄소예산(Carbon budgets)’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이 날 패널토론과 청중토론에서는 한국의 녹색뉴딜 정책이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녹색뉴딜 예산의 대부분이 편중되어 있는 한국의 ‘4대강 개발사업과 고속철도 조기완공, 원자력 발전확대’와 같은 정책이 과연 녹색뉴딜과 녹색일자리 범주에 들어가는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이 가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선택한 ‘녹색성장’이라는 단어는 유엔에서 저개발국가의 발전을 위한 개념으로 사용하는 ‘지속가능발전’의 하위개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데 정부는 느닷없이 ‘녹색성장’이 지속가능발전의 상위개념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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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뉴딜, ‘성장’ 말고 ‘혁신’에 초점을 맞추세요

마틴 예니케 교수는 녹색뉴딜을 ‘성장’에 초점을 맞추려 하지 말고 ‘혁신’에 초점을 맞출 것을 당부했다. 부유한 국가는 고성장이 아니고도 번영을 이룰 수 있으므로 성장에 지나치게 집착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성장을 하려면 그만큼 돈을 들여야 하는데, 가난과 실업에 대한 해답은 높은 성장이 아니라 부의 재분배와 자원생산성 향상을 통해서 충분히 얻을 수 있으므로 성장률에만 눈을 고정시키지 말고 ‘혁신’을 통한 새로운 번영과 발전의 길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생태적 현대화가 녹색성장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녹색성장은 <기술과 시장>만을 주목하지만, 생태적 현대화는 환경친화적 기술을 기반으로 <기술과 사회체계, 에너지체계>를 모두 포괄하는 뉴패러다임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분명한 차이는 현재 한국은 시장경제를 중심에 두고 적극적인 규제완화 정책을 쓰고 있지만, 생태적 현대화는 환경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시장만능주의에서 찾고 이를 적절히 조정하기 위한 정부의 스마트한 전략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 더불어 녹색산업혁명을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회복이 정책의 성공을 이루는 당연명제임이 다시 한 번 강조되기도 하였다. 이번 국제세미나는 청중의 열기도 뜨거웠다. 1시 반에 시작한 세미나가 6시 40분까지 이어졌다. 많은 청중들은 끝까지 남아 진지한 논의를 이끌어 갔다. 국제세미나를 기점으로 희망제작소는 독일, 미국, 영국 등 선진국과의 계속적인 교류를 통해, 한국사회가 저탄소 사회로 조속히 이행하기 위한 우선적인 과제를 모색하는 연구를 보다 발전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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