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농촌희망본부는 2012년 4월말부터 9월말까지 약 5개월간 ‘농어촌 희망 가꾸기 포럼’을 통해 과거 농정에 대한 평가 및 대내외적인 농정 여건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농정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과정을 운영해 왔습니다. ‘농어촌 희망 가꾸기 포럼’은 정책 분야별 전문가와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발제 및 자유토론을 진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재정립한 농정 패러다임이 담긴 「농업·농촌 희망 설계도」라는 단행본을 발간하였습니다. 또한, 발간을 기념하고 전문가 및 일반 시민들과의 공감대를 확대하는 차원의 세미나를 개최하였습니다.
[##_Gallery|1133422707.jpg|발제 중인 희망제작소 농촌희망본부 김완배 소장|1008000298.jpg|농업 관련 전문가 및 각 관계자 지정토론|width=”400″ height=”300″_##]
「농업·농촌 희망 설계도」단행본 발간 기념 세미나는 희망제작소 주최로 2012년 12월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함께일하는재단 건물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1부 개회 및 기념식에서 희망제작소 윤석인 소장과 농정연구센터 정영일 이사장이 각각 인사말과 축사를 하였으며, 이어서 희망제작소 농촌희망본부 김완배 소장이 단행본 발간보고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발제자로서 김완배 소장이 단행본 내용을 요약하여 발표하였으며, 전문가 및 각 정당 관계자들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하여, 발제 내용과 각 정당의 농업농촌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윤석인 소장은 농업희망포럼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올해 대선을 앞두고 농업농촌에 대해서 종합적이고도 쉬운 대안을 얘기해보자는 생각에서 농업희망포럼이 시작되었다.”고 설명하였으며, “핵심을 찌르는 대안을 가급적 쉬운 용어로 명쾌하게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정영일 이사장은 단행본의 특징에 대해 “농업 분야의 정책 연구로서 김완배 소장의 개인적인 노력이 많이 들어갔다는 점, 비영리민간 연구소인 희망제작소에서 포럼의 기획과 운영을 맡았다는 점, 그리고 재정적으로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은 농업 분야의 기업들이 참여해 주었다는 점”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농업·농촌의 희망을 고민하다
김완배 소장은 ‘농어촌 희망 가꾸기 포럼’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올해 4월의 어느 날 오후 연구실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면서 가까운 지인의 “특정 정당이나 농민 단체의 목소리만을 반영하지 않는 진솔한 농업·농촌 회생 대책을 만들어 줄 수 없겠는가?”라는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농어촌 희망 가꾸기 포럼’은 농업·농촌과 관련된 각계 각층 많은 전문가 분들을 모아서 얘기를 듣고, 의견수렴을 하는 방식으로 4월23일부터 9월25일까지 약 5개월간 포럼이 진행되었고, 총 24개의 주제에 대해 약 300여 명이 참석하였습니다.
단행본 제목을 ‘농업농촌 희망 설계도’라고 한 이유에 대해 김완배 소장은 “농업농촌이 힘들다고 하지만 저는 우리 농촌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희망이라고 했으며, 설계라고 한 이유는 전체를 조감하면서 그 안의 구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설계라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농업농촌 희망 설계도에서는 먼저 우리 농업농촌의 현주소와 과거 농정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위기와 원인을 분석하였으며, 농업·농촌 회생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선진국의 농업정책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농정목표와 방향을 설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농정목표별 정책방향과 주요 과제에서는 앞에서 설정한 비전과 6가지 농정목표에 따라 21개의 주요 정책과제를 제시하였습니다.
1부에서는 흔히 중환자 상태라고 하는 우리 농업·농촌이 처한 위기의 실체와 이를 초래한 원인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진단하였습니다. 우리 농업농촌의 현 주소는 ‘농가 소득 하락과 부채 증가’, ‘농민층의 양극화 및 고령화’, ‘농지 면적의 지속적인 감소’, ‘농촌의 열악한 생활 여건 및 취약한 농업인 복지’, ‘농산물 무역수지의 적자폭 확대 및 농업의 저성장’과 같은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농림업은 오랫동안 저성장 상태이고, 농림업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축산업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농산물시장의 개방이 본격화된 문민정부로부터 현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농정의 변화를 개관하고, 위기와 원인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그리고 과거 20년간의 4개 정부의 농정에 대해서 결국 갈지자 정책이었음을 지적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못했다고 평했습니다. 일관되고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해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그때그때 새로운 정책을 가지고 오는 것이 문제였고, 농정에 대한 근본적 처방보다는 미완적 처방에 그친 것 같다고 평가하였습니다. 한편 농업·농촌의 위기를 가져온 이유에는 농산물 시장 개방 시점이 지나치게 빨랐다는 점으로서 저가의 외국산 농산물이 밀려오면서 국내 농산물가격 하락, 농가 경영의 악화, 농가소득의 하락 및 부채의 증가와 이어졌다고 설명하였습니다.
2부에서는 농업·농촌의 회생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 어딘지를 모색하였습니다. 우리 농업·농촌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기존의 몇 가지 주장을 살펴보고, 선진국 농정의 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선진국에 대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농업농촌을 살리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농업농촌의 올바른 방향으로 설정하려면 농업농촌에 국내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와 같은 물음을 바탕으로 깜깜한 암흑 속에서 별빛에 기대어 길을 찾듯이 우리 농업·농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보았습니다.
또한 농업·농촌이 “과연 병이 들고 지친 몸을 이끌고 먼 길을 갈 수 있을까”라는 일부의 부정적인 시각과는 달리 충분한 저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근로자 수를 상회하는 농가, 수출을 늘려가는 농가와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는 농가, 귀농귀촌으로 인한 40~50대 비중 증가, 친환경농산물 생산 증가, 그리고 중국 측에서 우리 고품질 농산물 수입 증가 등이 희망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여건 변화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이 많으며, 방향을 설정해서 나가기만 한다면 충분히 희망을 갖고 나아갈 수 있다.”고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3부에서는 험한 길을 헤쳐 나갈 방안, 다시 말해서 바람직한 농정의 방향과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주요 과제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비전은 농업·농촌의 사회·경제·생태적 지속가능성의 확보이며 6대 농정 목표는 안전한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 농가소득 제고 및 소득 안정망 구축, 농민복지 및 농촌생활환경 개선, 새로운 성장분야의 육성, 해외농업자원 개발 및 통일농업 대비, 농정 효율성 제고 및 제도적 정비로서 각각의 목표에 대해서 정책방향과 세부실천과제로 21개 정책과제들을 제시하였습니다.
전문가 및 각 정당 관계자 지정토론
지정토론에는 농업 관련 전문가 3명과 각 정당의 후보캠프에서 다음 농정정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있는 3명이 참여하여 발제 내용에 대해 토론하였습니다. 먼저 새누리당 행복한 농어촌 추진위원으로 있는 이병기 교수는 박근혜 캠프의 농정 공약으로 소득증대, 복지확대, 경쟁력강화를 농정의 3대축으로 삼고 있으며, 행복농업 5가지 약속으로 직불금 확대, 농자재가격 안정, 안전재해보장제도 도입, 유통구조개선, 첨단과학기술접목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새누리당 공약에서 강조하고 있는 점은 크게 3가지로 직불금 확대, 사회안전망 확보, 농어촌 활력 증진입니다. 특히, 직불금을 확대하여 헥타르당 7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올리고, 직불금제도가 농어촌 소득보장의 최소한의 장치로 작동할 수 있게끔 농어촌 소득보장 특별법을 마련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민주통합당 농정공약 담당자인 오현석 박사는 민주당의 문재인 캠프의 농정 공약은 사람중심인 농업, 국민중심 농업시대를 열겠다는 것으로, 사람중심의 농업이란 가족중심의 농업을 의미하며, 국민중심의 농업이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생산, 소비, 유통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민주당 농업 공약의 주요 골자는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정,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 공약은 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공약이 많이 합쳐진 정책이라는 점을 언급하였습니다. 그리고 농촌정책과 관련하여 4가지 키워드로 강한 복지국가를 통한 보편적 복지 확대, 제2의 지역균형발전, 가족농 육성, 국민농 육성을 제시하였는데, 특히 가족농 중심의 차별화된 중장기 비전을 갖고 있어야 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통합진보당 강광석 농민선거본부 정책기획실장은 앞에서 언급한 내용에 덧붙여 농업농촌농민이 종합적으로 고민되어야 하는데, 농민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농민을 현실적으로 더 낫게 만드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현 농업 현실의 문제점을 무분별한 시장개방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진보당의 농업정책방향으로 농민중심농업, 국가책임농업, 통일형농업의 3가지를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초농산물 수매제도와 농민들이 가격결정에 참여하는 공약에 대해 설명하고, 농민들에게 생산비를 보장하고 국민들에게 적정하고 풍부한 농수산물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이 공약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젊은 농민들의 부채 문제와 부재지주의 땅에 대한 농지개혁 문제에 대해 언급하였습니다.
이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각 정당의 공약에 대해 의문 사항을 질의하고, 직불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앞으로의 직불제의 방향에 대해 금액을 늘려주고 확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고쳐야 되며, 직불제는 토지 면적당 돈을 나누어주는 제도로서 경작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돈이 많이 가고, 경작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돈이 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상위 10% 농가가 40%의 땅을 경작하고 있고, 하위 40%는 10%의 땅을 경작하고 있음) 그러므로 앞으로의 제도 개선방향으로서 직불금액을 무조건 늘려줄 것이 아니라 잘 고쳐서 소득이 낮은 농민들에게 제대로 도움이 되도록 바꾸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전찬익 농협경제연구소 농업정책연구실장은 미국의 농업정책에 대한 교과서 내용인용을 통해 농업이 농산물의 생산이 조금만 늘면 가격이 폭락해서 소득이 줄어드는 근본적인 불리함을 갖고 있고,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면 몸집을 줄여야 되는데 자산의 고정성이 강해서 몸집을 줄이기 힘든 구조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농업은 정부의 개입(Government Intervention)이 필수적인 분야라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정당들을 대상으로 토지이용형 농업 확대, 쌀소득보전직불제 목표가격 보전, 국가 식량안보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화, 푸드스템프(Food Stamp)의 현실화, 젊은 농가들에 대한 피부에 와 닿는 지원 등 다섯 가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농업포럼의 임성규 사무국장은 발제 내용에 대한 의견과 정당 발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였습니다. 앞에서 다른 전문가들도 언급했던 직불제에 대해 직불제를 쌀에만 제한하고, 그 안에서 나가지 못하는 제도가 문제이며, 고정직불제의 단가만 얘기하면 크게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직불제의 형태에 대해 공익형 직불제, 소득안정형 직불제로 갔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또한, 선진국 농정에서와 같이 앞으로 다년제 농업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정책의 실현을 위해서는 재원조달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덧붙였습니다.
질의응답
여섯 명의 토론자들의 지정토론을 마치고 나서, 앞서 발제를 하였던 김완배 소장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먼저 직불제에 대해서는 발제자의 의견과 각 정당의 공약이 조금씩 다르다는 면에서 “이 책이 특정 정당을 위해서 쓰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이 된 것이 아닌가” 하고 반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직불제는 사람단위, 농가단위로 하고, 취약농을 고려해서 공익형 직불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통합해서 농가당 하게 되면 예산이 절약되며 절약한 만큼은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도 공익형 직불제의 장점을 설명하였습니다.
앞서 언급된 농산물 가격보장 공약은 국가 수매에 관해 WTO 방식에 위배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으며, 유통구조를 대폭 개선하고,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를 짓자고 하는 것도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식량자급률 50%는 직불금을 늘린다고 해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며 해외농업개발사업에 대해서 4년 만에 성과물을 두고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평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기존의 룰을 지키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며, 구호가 아니라 농민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후대세대를 배려하고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답변에 이어서 지정토론의 좌장인 희망제작소 윤석인 소장은 김완배 소장의 발표 중에 서울대 교수들이 논문 실적 때문에 현장에 자주 못가는 것을 설명할 때 가장 목소리가 높았던 것을 상기하면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이 더 많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6개월 동안 포럼을 운영하는 과정과 단행본을 발간하는 과정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하였으나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자평하였습니다. 덧붙여, 단행본의 후속 편에 대해 앞으로 희망제작소에서 총론적인 성격의 이번 단행본을 보완하는 성격의 각론들을 정리하여 「농업농촌 희망설계도」후속편을 만들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글_ 이창한 (뿌리센터 연구위원 happyhanmin@makehope.org)
장우연 (뿌리센터 연구원 wy_chang@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