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리 사피엔스가 나타났다

우리 모두 가깝게 연결된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2018년 영국 정부가 외로움 장관직을 신설한 데 이어 일본도 2021년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총리 관저 내각 관방에 고독·고립 대책실을 출범시켰습니다. 영국은 지난해 3월 네 번째 ‘외로움 연례보고서'(영문 보고서 링크)를 펴내 외로움의 영향과 그와 관련된 사례 연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외로움이 일부 사람이 간헐적으로 겪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다뤄야 하는 사회적인 의제라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제 국내 상황을 들여다볼까요.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1인가구’를 살펴보면 2022년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인 750만 2천 가구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별 비중은  29세 이하 19.2%, 70세 이상 18.6%, 30대 17.3%, 60대 16.7% 순으로 청년층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1인가구 중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50.0%로, 전체인구의 만족 비중(54.3%)보다 4.3%p 낮았습니다. 1인가구가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만큼 ‘연결의 질’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2023 통계로 보는 1인가구’ 출처 통계청

다른 통계도 살펴볼까요.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외로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실태와 인식을 파악해 보고자 2023년 12월 8~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최근 한 달 동안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2%가 외로움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외로움을 상시(항상+자주) 느꼈다는 응답자를 분석한 결과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돈’과 ‘가족’이 관건이었는데요. 월평균 소득 200만 원 미만에서는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이 32%로, 월소득 700만 원 이상(15%)보다 2배나 높았습니다. 소득이 아닌 주관적 계층 인식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는데, 본인이 ‘하’층이라고 한 경우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이 22%로 중상층(14%)보다 높다. 1인 가구에서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은 24%로 2인 이상 가구(18%)보다 높았습니다. 1인가구뿐 아니라 외로움과 고립은 개인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상황과 직결돼 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한 책들을 소개합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이에 있는(in-between)’ 존재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초연결망을 만들어낸 디지털 인류가 ‘론리 사피엔스’가 된 현실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의 외로운 인류를 두고 “개인들이 소속될 공동체의 부재라는 상황과 맞물려 외로움이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이어 “정치, 사회적으로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사유하고, 억압적이지 않으면서도 서로 결속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라고 강조합니다. 

<외로움의 습격>은 외로움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외로움이 발생하는 이유와 그 과정을 철학적, 사회적, 정치적 관점으로 탐구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저자는  “앞으로 디지털 자본에겐 ‘가장 외로운 세기’를 살아가는 수많은 홀로된 사람들, 고립된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 시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생겨난 ‘크라우드 노동자’, ‘유령 노동자’,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정보 격차와 소외 등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든 사회적 환경이 얼마나 인간을 소외시키고 있는지 현상과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정치경제학자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는 스마트폰과 도시의 비대면 시스템, 감시 노동에 갇힌 채 살아가는 21세기 현대인이 소통 본능을 잃은 ‘외로운 생쥐’처럼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외로움과 고립감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이 사회를 소외와 배제, 양극화와 정치적 극단주의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외로움의 습격>이 좀 더 대중적으로 쓰여진 책이라면, <고립의 시대>를 좀 더 깊게 외로움과 고립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시대 외로움의 징후는 우리가 정치인과 정치로부터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 우리의 일과 일터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 사회의 소득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느낌, 스스로가 힘이 없고 무시 당하는 존재라는 느낌까지 아우른다. 내가 정의하는 외로움은 단순히 남과 가까워지고 싶은 소망 이상을 의미한다”라고 일갈합니다. ‘외로움’, ‘고립’, ‘단절’에 관한 해석은 우리가 앞으로 그려야 할 ‘공동체’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한국일보, ‘외로움 위험군’ 5명 중 1명…”정부가 관리해야” 50% [여론 속의 여론], 2024.02.17. 

통계청, 2023 통계로 보는 1인가구, 2023.12.12.

글: 방연주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