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고립과 외로움

“공동체가 무너져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이 늘어나고, 외로움을 겪는 인구가 늘고 있다.

요즘 뉴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입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논의의 배경이 되는 공동체의 정의와 역할을 간단히 짚고,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공동체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공동체는 “특정한 사회적 공간에서 공통의 가치와 유사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으로 정의됩니다. 개념과 범주는 시대가 지날수록 점차 느슨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동일한 지리적 영역과 강한 결속력을 가진 집단을 의미했으나, 현대에는 직주분리, 개인화, 인터넷 확장 등으로 느슨하고 유연한 공동체의 유형과 범주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해당 정의에서 ‘특정한 사회적 공간’으로 지역과 마을이 호명됩니다. 지역은 ‘주민들이 일상적 생활을 경험하는 공간, 시·군·구’(한규호, 2009) 수준으로 정의되며, 마을은 ‘생활상의 사회적·심리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동·리, 읍·면·동의 행정구역’(조영재 외, 2013)과 같이 보다 좁은 공간 규모를 의미합니다.

공동체의 필요성은 ‘복지·안전 등 정부의 대응이 미흡한 문제에 대한 자발적 해결’ 및 ‘인구과소지역 문제해결 등의 측면’(행정안전부, 2017)에서 제기되며, 대표적으로 마을공동체가 정책의 틈새 보완, 사회적 부작용 감소 및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역할로 소환되고 있습니다.

공동체와 함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화두입니다.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은 일반적으로 유사하게 쓰이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감이 ‘개인, 집단, 공동체 등의 다양한 수준에서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관계의 양과 질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외로움은 ‘고통, 공허함, 비어 있음 등으로 표상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관계에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정서적 인식’(Cornwell&Waite, 2009; 정보람·윤소영·이성우, 2022)으로, 외로움이 보다 정서적 인식, 감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따라서 사회적 고립은 객관적, 주관적으로 관계의 양과 질의 영역이라면, 외로움은 관계의 양질과 무관하게 주관적인 정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로 외로움은 일상에서 타인과의 교류도 활발하고, 1인가구가 아닌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도 발생할 수 있는 감정입니다. 이에 외로움을 경제적, 인구통계학적으로 특정한 계층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닌, 모든 인간이 누구나 언젠가 겪을 수 있는 감정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희망제작소는 2023년 지역문화진흥원의 ‘연결사회 지역거점 프로그램 사례분석 및 모델방안 연구’를 수행하며 외로움의 요인(소원감, 위축된 사교성, 자기가치감, 고립감)과 유형(관계부재형, 사회적지지 부족형, 자아존중감 부족형, 타인지향형 외로움, 실존적 외로움)을 정리한 바 있습니다.

아직 요인과 유형화는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영역이지만, ▲외로움이 모든 시민에게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이기에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며, ▲고독사 중심의 정책 접근 방식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 ▲약물적 처방에 이르기 전에 사회적 관계, 연결망 회복을 통한 예방이라는 접근이 필요함을 짚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의 역할과 중요성이 높아짐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글: 윤기성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