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과 지역사회

2023년 12월, 정부에서는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관계부처 합동의 맞춤형 정책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와 고립·은둔 청년지원사업 모형개발 연구,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른 후속 조치이자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전국 단위의 첫 지원 방안이 수립된 것인데요.

사회적 고립·은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최근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고립 또는 사회적 고립에 선행하여 소개된 개념으로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 즉 은둔형 외톨이라는 일본의 신조어가 있습니다. 2000년 초반, 국내에 소개된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의 특이한 문화적 현상으로 간주되었고, 청년의 고립과 은둔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생애이행주기에 따른 경제적 자립과 사회 진출에 ‘실패’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전국민이 사회적 고립, 단절을 경험하고 고립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고립과 은둔, 외로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미 2018년에는 영국에서는 은둔 상태를 넘어선 외로움을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적 처방과 대응을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2019년 광주광역시에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조례 제정과 지원계획을 수립하면서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고립·은둔은 중대한 사회문제로 인식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중요한 특징은 선행 개념인 은둔형 외톨이가 자신만의 한정된 공간에서 사회적 관계를 거의 맺지 않는 상태가 3~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과 달리 사회적 고립이라는 용어를 통해 개인의 주관적 인지가 포함된 개념으로 해석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학술적으로 고립(isolation)은 ‘사회적 교류와 접촉이 결여된 상태’로 정의(Vincenzi & Grabosky, 1987) 정의할 수 있는데, 특히 당사자가 원치 않지만 ‘혼자 있는’ 상태라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다. 그중에서도 ‘사회적 고립’이란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차원의 상호작용을 포괄하며, 이 안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관계의 양과 질뿐만 아니라 양과 질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까지 포함된 개념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조미형, 2023)

무엇보다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이 마련될 수 있는 데에는 과열된 경쟁과 양극화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의 공감대 확산과 청년기의 고립과 은둔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며 사회 전체의 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기저에 깔려있습니다.

2024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고립·은둔 청년의 발굴과 지원, 안전망 강화를 위한 지원 정책이 수립되었지만, 고립·은둔 청년의 발굴뿐만 아니라 심리·정서적 활력을 회복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촘촘한 연결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사회야말로 곧 고립·은둔 청년이 마주해야하는 현실이자 청년을 둘러싸고 있는 가장 구체적인 단위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미 서울시, 제주도 등 여러 지역에서 이미 중앙정부보다 먼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조례 제정과 지원 정책을 발빠르게 수립하고 시행중입니다.

희망제작소에서도 지난 ‘2021년 용산구 청년 1인 가구 실태조사’, ‘2023년 서대문구 1인가구 실태조사 및 정책개발’, ‘연결사회 지역거점 프로그램 사례분석 및 모델방안 연구’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고립과 외로움에 노출되기 쉬운 1인 가구, 청년의 실태를 조사하고 고립·은둔에 대처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과 정책 개발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청년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역 사회에서 고립·은둔 청년의 부정적 경험과 심리적 불안에 대한 돌봄을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할지 현실적인 고민을 이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글: 박자행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