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입니다. 지방자치 현안 및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루는 격월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매월 정기포럼 후기 및 지방자치 소식을 담은 웹진을 발행합니다. 월 2회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빈민 운동에 뛰어 들었다. 그렇게 10년쯤 빈민운동을 하다 보니 주민이 되었고, 동네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다 보니 최연소 여성 구의원으로 출발하여 시의원, 국회의원을 거쳐 구청장이 되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생활 속에 부딪히는 갖은 문제를 공감과 신뢰로 풀어가는 이가 있다. 인구 56만 여  명의 대규모 구민을 대상으로, 1,000억 원에 가까운 재정적자를 메우며 지난 2년 반 넘게 구정을 잘 이끌어 온 인천시 홍미영 구청장. 그동안 그녀는 어려운 고비를 어떻게 넘겼을까?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이하 윤): 부평구는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시지요.

홍미영  인천시 부평구청장(이하 홍): 청사 7층에 1950년대 부평의 모습을 담은 옛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 ‘빨래하는 아낙네’란 사진이 있어요. 제목 그대로 마을 아래 실개천에서 동네 아낙들이 옹기종기 모여 빨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그들이 빨래를 하던 곳이 바로 미군부대 앞을 흐르던, 지금은 복개되었다가 일부 복원된 굴포천이고요.

일제강점기 때 부평에 군수공장이 들어섰고, 해방 후 그 자리는 주한미군의 군수품을 보급하는 기지가 됐습니다. 지금의 부평공원도 역시 국군이 주둔한 곳이었고요. 마을 사람들은 군부대와 관련한 일을 하거나, 농사를 짓고 살았습니다. 힘든 시절이었지만 부평 사람들은 북 치고 장구 치며 농악을 즐길 줄 알았습니다.

1960~1970년대 부평에는 규모가 아주 큰 수출공단이 들어서고, 경인고속도로가 뚫립니다. 그와 더불어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됐고, 외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어왔지요. 삶의 터전이었던 농지는 아파트 숲으로 순식간에 변하면서 삼국시대부터 이어온 유서 깊은 마을은 아주 큰 도시가 됐습니다. 조선시대 부평도호부가 관장하던 지역은 행정구역상 부평구와 서구, 계양구로 나뉘었습니다. 지금의 부평구는 인천시 전체 면적의 3.9% 밖에 되지 않는데, 인구는 56만여 명으로 인천시민 5명 중 1명이 살고 있는 거대 자치구입니다.

그 덕분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지하상가 상권이 형성돼 있는 곳이면서, 토건주의가 불러온 ‘불신’ 탓에 마을 공동체가 둘로 나뉘는 아픔을 품고 있습니다. 원도심의 특성상 복지 관련 예산이 전체의 60%가 넘어 구의 재정을 압박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굴포천에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빨래하는 옛 사진 속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 누구 하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할 숙제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사용자
지방자치, 재정 고갈 시급히 해결해야

윤: 민선5기 임기가 2년 7개월이 지났습니다. 먼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간단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홍: 인천시는 원?신도심간 재정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재원조정교부금을 주고 있는데, 이 재원조정교부금이 조정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원?신도심의 재정격차를 벌이는 결과를 나았습니다. 인천발전연구원 연구결과에서도 지역간 격차가 너무 벌어지고 구도심의 세수 증대 방안이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개선안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처음에는 제대로 안 받아들여졌어요. 이게 시에서 조정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 것인데, 개선안을 놓고 원?신도심간 갈등하는 모습으로까지 비치기도 했어요. 그 과정이 신도심 자치구와 구도심 자치구의 밥그릇 싸움, 게으름뱅이 구가 부지런한 부자 구한테 뺏어가는 것처럼 보이고, 우리가 경영을 잘못했기 때문에 못사는 것이고 당연히 그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되었는데요.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국세와 지방세 조정이 안되고 시에서도 조정 역할을 잘 못한 상황에서 없는 집안에서 자기들끼리 싸움하는 꼴이 된 거죠. 지금은 많은 토론과 논의끝에 구도심에 교부금을 조금 더 지원하는 것으로 산정방식을 조정하는 합리적 방안을 찾았는데, 그렇다고 신도심이 빼앗긴 것은 없어요. 우리 구도 170억 원을 더 받지만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고 미뤄왔던 빚 갚기를 하는 수준입니다.

사실 자치단체가 겪는 재정난은 불합리한 법과 제도, 그리고 지방자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근본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정부의 선심성 정책 남발로 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의 60%를 차지하니, 정작 주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은 손을 대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부분 자치단체장의 고민이겠지만, 지난 2년7개월을 보내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재정적 어려움입니다.

윤: 민선 5기 지방자치단체가 비슷한 상황이지만 특히 부평구 재정이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정위기 극복 특단 대책회의’까지 개최하셨죠? 그동안 어떻게 살림을 꾸려 오셨는지요?

홍: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보냈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당시에는 잘해보자는 의욕으로 하긴 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어려운 동네, 어려운 재정을 어떻게 꾸려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면 못할 것 같아요.

민선5기 자치구의 재정이 어려운 것은 일반적이지만 부평구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각한 편이었습니다. 먼저 재정난 극복을 위해서는 구민들의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 할 것이라 판단하여 우리 구 열악한 재정 상태를 구민에게 공개하기로 했어요. 전국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부평가계부 및 현금 흐름 예산계획표’를 작성하여 구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구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주민의 이해를 바탕으로 각종 추진사업의 속도와 폭을 조절하였으며 각종 네트워크를 통해서 적은 예산으로도 효용성을 높이고 구민이 만족 할 수 있는 사업 발굴에 노력하였습니다. 또 인천시 자치구 재정진단을 통한 전문가의 진단과 대안을 마련하여 기자회견은 물론 인천시와 중앙정부에 건의문 등을 공식적으로 전함으로써 관련법과 제도 정비에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미미 하지만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인천시 재원조정금 조례를 개정하여 조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개선함으로써 자치구간 재정격차를 완화 하였습니다. 부평구가 올해 2012년 대비 172억 원의 조정교부금을 더 확보 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런 결과입니다.

윤: 주민세는 얼마나 받나요?

홍: 주민세는 미미합니다. 우리가 주민세를 탄력세율로 조정 할 수 있는데 그것을 해봐야 아주 미미한 액수, 기껏해야 몇 억 원입니다. 주민들의 심리적인 저항이나 부담으로 오히려 마이너스 되는 부분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무원의 시간외수당을 삭감하거나, 업무추진비를 줄이는 자구적 노력들을 했습니다.

윤: 자치재정 문제는 근본적으로 지방세를 확대하는 것으로 세입구조를 바꿔야 하고, 동시에 자치단체장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지난 2년7개월간의 경험 속에서 느낀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것들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요?

홍: 그동안 기초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과 관심의 부재와, 개별적인 지자체의 재정 능력보다는 지자체를 둘러싼 법적?제도적 시스템의 경직성으로 인해 재정난에 허덕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지자체의 각종 행정수요 증가에 따른 지방 재정 규모는 증가하고 있으나 재정자립도 등 각종 재정지표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이유가 모두 현행 중앙집권식 조세제도가 그 이유입니다. 특히 사회복지비와 같이 조세제도의 뒷받침 없는 지방분권이 이루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라고 할 수 있는 자치 재량권은 있을 수 없고, 중앙정부의 정책 대집행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주를 이룹니다. 이런 것들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윤: 부평아트센터나 도서관 개관, 기후변화체험관, 청소년수련관, 나비생태공원 등이 개원을 하면서 운영비 부담이 되고 있죠? 어떤 대책을 강구하시는지요?

홍: 기후변화체험관이나 청소년수련관, 나비공원은 운영비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은 편입니다. 청소년수련관이나 구립도서관의 경우, 외부 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책을 기증 받고 있습니다. 다만 BTL사업으로 지은 부평아트센터는 재정난을 겪는 부평구로선 감당하기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부평아트센터는 부평구문화재단 산하 시설입니다.

지난해 부평구문화재단이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돼 기부금 모집이나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기업체가 브랜드 홍보차원에서 부평아트센터 각 시설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하는 방안 등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운영비 부담이 다소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실 부평아트센터의 이용객 중 70%가 다른 구 주민입니다. 인천의 북부 권역을 대표하는 문화시설로 인천시가 맡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윤: 부평아트센터 운영을 인천시로 넘기는 것은 인천시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나요?

홍: 안하죠. 사실 인근 부천시와 비교하면 인구 규모에 비해 예산규모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것이 자치법상 광역시 자치구의 위상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사실 1991년에 지방자치법을 급하게 만들어 낼 때, 내무부 관료들이 지방자치는 너무 하기 싫은데 1987년 6월 항쟁 때문에 억지로 준비하게 된 것 아니에요. 그러다보니 형식적인 부분만 갖추게 되었고, 광역시 안의 자치구 부분은 신경을 쓰지 않아서 세수나 권한을 챙겨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광역시 자치구는 700억짜리 건물 하나 지으려고 하면 시의 눈치를 엄청 봐야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여건이 조금 나았던 시절이 잠깐 있었는데, 종부세가 막 시작될 때는 종부세가 2,300억씩 걷히니깐 그 당시의 구청장, 국회의원 이런 분들이 무슨 수를 쓰던지 아트센터 같은 경우는 국비를 가져와야하는데 돈을 주지 않으면 BTL사업으로 하면 된다며 이렇게 배짱을 부린 거에요. 그래서 지어 놓고 보니까 종부세가 껍데기가 되어 버렸고, 이거 하나만 지은 것이 아니라 수십 개의 건물 공사를 하다 보니까 지금 와서 허덕이는 상황인거죠. 그래서 우리구 부채가 천억 원이 넘어요. 인천 안에서 부채가 천억 원이 넘는 자치구가 우리 밖에 없고, 채무 부담률이 다른 구는 보통 10~20% 정도인데 우리구는 65%에요. 채무 부담률이 이렇게 높아지면 지방채를 10억 밖에 발행을 못하는데, 이러다보니 빌릴 수 있는 여력도 없습니다. 광역시 안의 자치구가 700억짜리 아트센터를 지으면서 시하고 충분한 재원에 관한 조정없이 자치구가 다 부담을 하고 있어서 그것을 시로 돌려주려고 하는데, 법적으로도 자치구가 지은 것을 광역에서 살 수 없다고 하네요.

윤: 현재 아트센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운영비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지요?

홍: 운영수익만으로는 어렵고요. 우리는 기업에서 좀 사주기를 원합니다. 인천시가 못 사면 다음 단계는 기업에서 샀으면 하는 것이지요. 900석 짜리 강당은 예를 들면 포스코나 셀트리온 같은 큰 기업에서 사주고, 연극하는 곳은 그것보다 조금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돈을 내주면 5년, 10년을 이름을 붙여준다던지, 안되면 기업에서 연간 티켓이라도 사줬으면 좋겠습니다. 기업들이 우리 공단에 이렇게 많아도 본사가 서울에 있으니 커넥션이 없어요. 일본에서 파산한 자치단체 유바리시가 탄광산업 쇠퇴를 만회하기 위해서 관광산업 쪽으로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망했다는데, 우리 인천시도 영화제를 유치한다고 해요. 인천은 시장님이 알아서 할 부분이지만 부평아트센터가 연간 70억 원 가까이 소요되는데 걱정이 많습니다.

윤: 사람들은 아시안 게임도 반납했어야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영화제도 계획되어 있군요.

홍: 우리 구에는 장애인이 전국 2번째, 기초생활수급자가 전국 5번째로 많아서 사회복지비가 예산의 60%이기 때문에 아트센터 같은 것을 우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신도심 구도심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교부금 조정을 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이유가 건물 지어놓고 방만한 운영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지금 운영하는 이쪽에서 다 책임지라고 떠넘기는 것은 너무 답답한 사정이죠. 과거의 빚도 물려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현재 자치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하는 것이 맞는 것이죠. 우리가 재정 자치에서 재량대로 할 수 있는 것이 1%에요. 4,000억 원 예산 중에 가용할 수 있는 것이 40억 원 정도입니다. 그것도 구청장이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도로를 보수하거나 각종 민원사항도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 1% 재정 자치라는 것이 앵벌이 자치, 중앙에 철저히 종속된 자치죠.

윤: 다른 나라는 자치단체의 가용예산이 5% 정도이고, 우리나라 자치구들이 그거보다 조금 낮은데, 1%면 가장 낮은 수준이네요.

홍: 제일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는 오늘 학교 졸업식을 다녀왔는데, 굉장히 어려운 동네들이 있어요. 교육청에서 투자를 하고는 있지만 요즘에는 지자체들도 교육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잖아요. 연수구 같은 경우는 예산이 예비비로도 많이 남아 있고, 교육 투자를 할 수 있는 일반 회계 돈도 많아서 학교에 1억 가까이 투자를 하는데, 우리 구는 500~1,000만원도 투자하는데 부담이 있고, 학교 수도 82개로 많아서 힘들죠. 교장선생님들이 우리 동네는 주민도 어렵고 학교도 어려운데 체력 단련실 하나 만들어주면 오후에는 주민들한테 개방하고, 낮에는 아이들한테 이용하게 하겠다고 하는데, 그런 걸 지원 할 수 있는 비용이 굉장히 적어요. 요즘엔 잘 살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이 높아져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가슴 아프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으니까. 중앙에서는 교육 특구 같은 것을 신청하면 예산의 50%를 대주겠다고 하는데, 연수구나 서구는 20억을 보태겠다고 하는 것이고, 우리는 1~2억 밖에 못하겠다고 하니까 당연히 시에서는 20억을 내겠다고 하는 구를 선정하죠. 그러면 그 구는 특구로서 또 보장을 받는 것이에요. 우리 부평구의 교육위원이 칼럼을 썼는데, 결국은 또 부익부빈익빈입니다. 중앙에서 그렇게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교육 편차를 줄이겠다는 것이 기본적 의도일 텐데, 국비와 지방비 매칭비율을 고정시켜 놓으니까 부익부빈익빈이 되죠. 그리고 시에서도 고려할 때, 어려운 구가 반영이 잘 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줘야하는데 너네들끼리 경쟁하라고 하면 저희는 못 이기죠. 말 그대로 빈곤의 악순환, 가난한 구가 결국은 계속적으로 더 어려워지는 것이죠. 그게 아쉽고 해결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에요.

일자리도 마찬가지에요. 자치구에서 일자리 공시제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자치구에서 자체 사업들을 개발해야 합니다. 부평1동, 심곡4동, 삼산동의 고학력 전업주부 엄마들은 최소한의 비용이라도 지원해서 학습도우미로 운영하면 가난한 동네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텐데 그 돈도 없어서 공약이지만 진행을 못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서울시에서 박원순 시장이 말하는, 어려운 자치구에 균형 예산을 줘야 된다고 하는 것인데 부평구를 운영해 보니까 그런 것이 정말 필요합니다. 단체장의 치적이라던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절실한 것이란 말이죠.

더불어 사는 따뜻한 부평을 꿈꾼다

윤: 임기 초 ‘더불어 사는 따뜻한 부평’ 비전을 제시하셨는데, 어떤 공약들을 제시하셨고, 현재까지 추진된 것들과 진행하지 못한 것들, 주요 성과는 어떤 것이 있는지 먼저 개략적으로 정리해 주시지요.

홍: 공약은 크게 ▲희망 있는 건강한 사회(70%) ▲자연과 어우러진 환경(48.3%) ▲다함께 풍요로운 경제(83%) ▲가족이 행복한 도시(72.9%) ▲참여하는 투명한 행정(85.7%) 등 5개 분야 총 36개 사업이 있습니다. 공약 진행률은 지난해 말까지 총 72%입니다.

지금까지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보건소 설립과 문화광장 조성, 굴포천 자전거길 조성, 녹지축을 잇는 에코브릿지 조성, 일 중심의 책임행정 체계마련, 행정문호 개방을 통한 민간 역량 활용,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행정조직 구축 등 8개 사업을 완료했습니다.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비롯한 12개 사업은 완료 후 지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약 중 보행자 문화 네트워크 구축과 꽃동산 조성, 경찰종합학교 이전부지 내 생태공원조성, 굴포천 상류하천 복원 추진,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공공관리제도 도입 등 5개 사업은 재정상 문제가 있어 시간을 갖고 지속적으로 꼼꼼하게 챙겨가며 추진해야 합니다.

가시적인 성과로는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하는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 인천시 자치단체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국 69개 자치구 중 8위였고, 2012년 반부패·경쟁력 평가에서는 50만 이상 전국 23개 기초지자체 중 2위를 차지했습니다. 매년 청렴도 꼴찌만 하던 부평이 직원 내부의 마인드 향상을 위한 노력의 성과로, 부평 공직자의 자존심 회복의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성인지, 여성정책 추진 분야에서도 연구용역을 비롯한 인식전환 성인지 교육, 여성친화도시 조성 과제 발굴, 조례 제정 등 다양한 시책을 시행하여 여성가족부에서 추진하는 여성친화도시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부평구가 가족친화인증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지역특성화사업으로 ‘부평구 여성센터’를 건립하여 여성친화도시와 성인지 사업을 적극 실행할 계획입니다.

”사용자
윤: 지난 성과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언제이고 이유는?

홍: 지난해 3월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구의 행정 체계를 기속가능발전으로 전환하는 5대전략 17개 이행과제 57개 단위사업과 비전을 선포했는데, 하반기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지속가능발전 거버넌스 행동목표 5개를 확정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동안 토목공사와 개발위주의 행정으로 부평구의 재정이 흔들렸기에 이를 조기에 안정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사회?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현재 세대의 필요뿐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필요와 자원까지도 충족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발전체계를 구체적으로 작동시켜 나갈 것입니다.

윤: 민선5기 지방선거의 뜨거운 이슈가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는 의무학교급식 전면실시였습니다.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주요한 공약이었던 만큼 단계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죠?

홍: 부평구는 지난 2011년부터 무상급식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해 1학기에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시범실시를 하였고, 2학기부터는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였죠. 학교급식 지원 단가 책정은 인천시에서 매년 물가상승률과 식재료 및 인건비 인상 등을 반영하여 책정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여 성장기 학생들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고 건강한 심신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적정단가의 예산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사실 구의 재정 여건상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인데요. 올해 부평구의 무상급식 예산은 총 141억 원인데 이 중 구비가 30%인 약 42억 원입니다. 재원은 인천시(40%)와 인천시교육청(30%)이 분담하고 있어도, 서울시(20%)나 강원도(19%) 등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볼 때 인천지역 자치구의 분담률이 여전히 높습니다. 자치구 차원에서도 무상급식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국비와 광역지자체의 재원분담률을 높여야 합니다.

윤: 친환경급식으로 할 경우 단가가 더 높아지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대응하시는지요?

홍: 친환경 우수농산물 지원 사업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연간 약 8억7천만 원(시비 4억7천, 구비 4억)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전액 지원을 하고 있으나 그밖의 교육기관에 대해서는 자부담 25%가 있어서인지 참여율이 높지 않습니다. 꾸준한 홍보를 통해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공공갈등조정관, 10년 묵은 갈등 해결을 넘어 힐링까지

윤: 지난 목민관클럽 정기포럼 때 소개하였습니다만 전국 최초로 공공갈등조정관 제도를 도입하여 7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민원을 해결하셨는데요. 공공갈등조정관 제도라는 것이 제도화 되어 있지 않아서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듯 했는데, 현재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요?

홍: 선거 당시에 부평구의 3대 현안문제가 있었는데 부평 십정동 송전탑 이전이 그 중 하나였어요. 이전부터 민?민 갈등이 심해서 서로 고소, 고발을 하고, 관에도 들어와서 집기를 부수고 하면서 관에서 또 고소, 고발하고 이런 상태여서 제가 들어오면서 가장 큰 부담이었어요. 그걸 내가 직접 주재해서 회의도 해보고, 부구청장이 전담해서 문제를 풀도록 해봤는데, 6개월을 그렇게 해도 안 풀렸어요. 고심하던 끝에 지역운동을 오랫동안 해왔고 갈등조정 과정을 배웠던 사람을 소개받았는데, 그 사람이 김미경 공공갈등조정관이지요. 3개월을 일하면서 내가 감동적이었던 것이 영상회의실에서 양쪽 대표자 및 우리가 참가해서 첫째로 서로 싸우지 않겠다고 서약한 것입니다. 서로 싸우지 않고 신뢰를 가지고 기다리기로 하고 충분하게 회의하겠다고 서로 협약을 한 것인데, 그렇다고 쉽게 풀리는 문제는 아니잖아요. 사실 민?민 갈등 과정에서 서로 불신이 쌓이면 행정에서 풀어 주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행정직이 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데 시설직은 더 낮아요. 그러니까 이 지역 주민들이 왜 이렇게 분노하고 절충부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스킬이나 정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거죠. 그런데 이 친구는 주민운동을 오래해서 그걸 풀어주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었고, 그 뒤에 재개발 관련해서 갈등해결의 길라잡이 책자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경험이 별로 없어요. 다들 식민지배와 독재를 겪어오고, 이념으로 인해 늘 흑백논리 속에서 살아오고, 민주주의의 경험이 없는 와중에 시민들을 교육하거나 관을 교육하는 부분도 없이 의원들 교육도 없이 형식만 갖다놓은 상태이다 보니 갈등이 쌓이고 이 갈등이 시간만 간다고 풀리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공공갈등조정관은 민주주의, 지방자치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더 필요합니다. 또 다른 측면으로 우리 국민들 정서를 보면 억울한 것은 못 참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평등한 것에 대해 의식이 굉장히 높은 것인데, 상대적 비교, 상대적 형평성, 이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워낙에 급격하게 압축 성장을 해서 서로를 이해하는 부분이 굉장히 좁습니다.

저는 공공갈등조정관 제도를 도입한 뒤에 오히려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는데, 공무원 입장에서는 혹시나 관의 역할을 위축시키거나 또는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하고, 행정의 스킬이 모자라는 사람을 정치적으로 데려다 쓰는 것이 아닌가 의혹스런 눈길로도 바라보는데 급성장하는 도시는 특히나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매체를 통해 아시겠지만 신천지 교회 신축문제 등 억지성 민원 때문에 공직자들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주차지도과나 도시경관과 이런 부서에서 민원을 담당하는 여성은 임신을 못한다고 그래요. 귀에 이상이 있어서 지금 치료를 받는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우울증에 걸렸다. 이런 직원들이 있어서 지금은 이들을 대상으로 힐링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한번에 10~15명 정도로 숫자는 많지 않지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해요. 그 중 한명은 나한테 메일을 보내서 ‘청장님 우리는 지금 이렇게 힐링이 되고 있는데, 청장님은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못 가져서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지금까지 힐링 교육을 두어 번 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는 더 진전시킬 생각입니다.

윤: 힐링 교육은 작년부터 한 것인가요?

홍: 네. 우리 공직자들이 굉장히 좋아하는데 격무에 시달리는 부서 직원들이 교육을 받다보니 눈치를 봐요. 눈치를 보지 않게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국의 228개 중에 세 번째로 공무원 수가 부족해서 담당 주민이 많아요. 이게 한 사람이 두 시간 특강 듣고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서울시 같은 경우는 또 총 정원제가 틀려요. 서대문구는 인구가 32만인데 공직자가 1,200명이고, 우리는 인구가 57만인데 공직자가 1,000명이에요. 그런데 이전에 말한 것처럼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최근에는 교통이 좋아지면서 단독세대나 이주노동자가 많아지고 있어요.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비해서 세대는 오히려 증가하는 동이 많아서 행정수요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부평4동이 한 예인데, 왜 이 동네는 민원이 많아서 가장 기피동이 되냐고 물어봤더니, 거기는 오피스텔이나 단독 가구가 많은데 채무자가 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 이 동네 사람이 떼는 것도 많지만 외부에서 이 사람들 신상을 확인하기 위해 민원서류를 그렇게 많이 신청한대요. 여인숙에 사는 사람도 주민등록을 옮겨놔서 이 사람들의 채권자들이 마구 동사무소를 찾아와서 거주여부를 확인한다는 거에요. 그런 것들을 담당하느라 공직자들이 일선 동사무소에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돈도 안 드는 건데 표정이라도 밝게 하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밤 10시까지 근무하는데 근무 중엔 커피 한 잔 마시고 다른 직원하고 눈 마주칠 시간도 없다는 거에요. 그래서 이번에 증원 요청을 해서 한명을 더 보내줄 수 있다고 했더니 너무 고맙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힐링해 주는 것이 공공갈등관의 새로운 역할이 되는 것이죠. 그런 것이 저는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청장이 70일간, 달동네 공부방에 머문 까닭은?

윤: 수도권 주요 지자체들의 고민이 재개발문제인데요. 사실 재개발 사업이 민간주도 사업이고 대부분의 민원도 민민 갈등이라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더 큰 어려움인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원이 지자체로 집중되는데요. 부평구 재개발 현황은 어떤지요? 집중되는 민원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공공갈등조정관 제도를 잘 활용하면 좋을 듯 한데 어떤가요?

홍: 부평구도 인천시에서 가장 많은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구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경기침체 및 건설경기 악화로 개발 사업이 지연되거나 멈추면서 이를 둘러싼 주민간 갈등이 빚어진다는 것입니다. 지난 1월 부평지역의 각 구역별 개발 추진 현황과 타시도 개발사업의 형태 변화 등을 담은 ‘정비사업 추진 지연에 따른 갈등요인 길라잡이’를 제작했습니다. 공공갈등조정관과 재개발관련 부서, 감사관 주민소통팀 등이 참여해 제작했습니다. 이를 개발사업 각 구역에 배포했습니다. 개발을 둘러싸고 찬?반으로 나뉘어 있지만 지역 주민 스스로 개발사업 진행 여부를 검토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개발사업 구역을 직접 찾아가서 주민과 대화를 통하여 민?민 또는 민?관의 갈등을 조정하여 갈등 해소에 노력할 것입니다.

윤: 70일간의 달동네 생활, 십정2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서 현장으로 달려가셨죠? 어떤 내용인가요?

홍: 부평구청장 취임 1년이 된 2011년 7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한 달 내내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그 달 27일 집중호우가 쏟아졌는데 주거환경개선사업을 기다리던 낡은 집 한 채가 끝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구 직원들이 가옥의 붕괴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거주자를 대피시키고 집 주변에 안전망까지 설치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했지만 단 몇 시간 만에 허름한 집은 폭우를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산비탈에 선 집이라 안전망이 없었다면 아랫집까지 무너지는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이 무너진 책임을 집주인에게 물을 상황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십정2지구는 40여 년 전 인근 지역이 개발되면서 쫓겨난 철거민들이 국공유지 야산에 흙벽돌이나 시멘트 블록으로 집을 짓고 정착한 철거민촌이었습니다. 무허가 주택이 양성화된 이후 30년간 개보수도 못한 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주거환경개선사업만 기대하며 살아온 지역입니다. 1990년대 초부터 주민들이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위원회까지 꾸렸지만, 당시 추진위원장이 작고를 하였을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전혀 사업이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방치되다 보니 흙벽돌집 기반은 무너지고, 시멘트 벽돌집은 상하좌우로 금이 갔습니다. 축대는 점점 쓰러져 심지어 철근을 기댄 곳조차 있었습니다. 곧 철거될 곳이니 행정당국은 도로나 하수도 등 기반시설 보수에 더 이상 예산을 들이지 않은 거죠. 빈집이 생기기 시작했고 우범지역이 되었습니다. 2005년 이래 지금껏 부평구가 165억 원을 한국토지공사에 지출했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추진은 답보상태였죠.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무너져가는 집을 구해야했습니다. 그래서 집을 나와 십정동으로 혼자 이사를 가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70여일을 십정동에서 살았습니다.

윤: 결국 70일 만에 LH가 사업을 진행하기 시작했죠? 70일이면 짧지 않은 시간인데 참 많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시 소회를 말씀해 주신다면?

홍: 십정동에 들어가 산 지 18일째 되던 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에게 편지 한 통을 썼습니다. 왜 따뜻한 집을 놔두고 무너져가는 십정동의 작은 방 한 칸을 얻어 구청장이 살게 됐는지 썼죠. 사업성만 따지지 말고 철거민 시절부터 열심히 살아온 영세민을 위해서 현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구민의 안전을 책임질 구청장으로 절박했기에 편지를 쓴 것인데, 진정성을 읽었는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70일 즈음 현장을 방문했고, 사업 추진을 약속했습니다. 그해 8월21일 그곳으로 이사를 했는데, 10월28일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약속대로 11월 중 지장물 조사 등 일정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막바지 여름과 가을밤을 보내고 십정동을 떠나던, 10월의 마지막 날 주민 추진위에서 구청장실을 찾아와 “고맙다,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건너 집 행복이네 할아버지는 몇 번이나 두 손을 꼭 잡고 “수고했다.”는 말씀을 하셨고, 승아 아빠는 쌍화탕 1박스를 가져와 손에 쥐어주고, 방앗간 아주머니는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함박웃음으로 달려와 반겨주었습니다.

사실 70일 살았던 것도 기억에 남지만 마지막 날 동네주민자치센터 회의실에서 LH사장이랑, 본부장, 구청장, 국장, 네 명만 앉아서 미팅을 하는데 사장이 직접 현장을 보니까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확인을 해서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얘기하고 간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70일을 버티면서 만났던 것이 한편으로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여기서 구의원부터 시작을 해서 그때부터 주거환경 개선을 고민하고 같이 하자고 했는데,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구청장을 해도 이 문제를 해결을 못해서 70일을 누워서 있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만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사용자
윤: 70일간 달동네 생활을 통해 구청장실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2인치를 찾았다고요?

홍: 70일간 함께 살면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십정동 주민들은 겨울이 되면 난방비 걱정이 큽니다. 값싼 도시가스를 쓰면 될 거 아니냐고 다른 동네 사람들은 말을 하겠지만, 곧 철거될 동네라 도시가스를 설치해 주지도 않습니다. 공중전화도 부서졌지만 고쳐주지 않아 전화 한 통 하려고 먼 길을 걸어 내려가야 합니다. 십정동에 살지 않으면 모를 일이 허다했죠. 동네 주민들이 그래도 구청장이 밤마다 동네에 들어와 잠을 자니 한결 안심이 된다고 합니다. 구청장실에만 앉아 있었다면 느끼지 못할 주민의 마음인 것이지요. 그렇게 십정동에서 살면서 주민을 만나고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 서류와 보고서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신뢰와 믿음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윤: 사실 십정동은 청장님과는 인연이 깊은 곳이지요? 잠을 잤던 공부방도 빈민운동의 일환으로 20여 년 전 활동을 하셨던 곳이라고요?

홍: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서 빈민운동을 하다가 1986년에 십정동에 왔습니다. 1995년까지 살면서 애들도 다 이 동네 초등학교 중학교 다녔어요. 십정동에 1년 정도 사니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보미 엄마가 공부방 선생들 대장이래” 그래요. 주민들 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죠. 포장이 안 된 골목, 불 꺼진 가로등, 고장 난 공중전화, 툭하면 안 나오는 상수도, 곧잘 넘치는 하수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동네 분들과 함께 전화도 수십 수백 번 걸고 백방으로 쫓아다녔습니다. 구청 등 행정기관과 다툼이 잦았던 것은 자명하지 않았겠습니까. 1991년 첫 지방선거가 있었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분들과 공부방 교사들, 자원봉사자들이 선거에 출마해 보라고 권유했습니다. 3월15일이 후보등록인데 3월 초순까지도 지역주민들 가운데 나갈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등 떠밀려 뒤늦게 후보 등록을 했습니다. 공부방을 선거사무실로 쓰면서, 남들 1억원 쓸 때 500만 으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유일한 홍일점이자, 서른여섯으로 가장 어린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북구 기초의원에 당선됐습니다.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윤: 달동네 생활을 계기로 2011~2012년 각 동별로 하룻밤을 지내면서 주민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아침밥도 함께 먹는 숙박대장정을 하셨다고요.

홍: 낮에 공식 일정으로 주민들과 만나면 그 동네의 오피니언 리더만 보게 돼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할 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면 안보이던 2인치가 보입니다. 그래서 십정동에서 70여일 살았던 것을 계기로 22개동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숙박행정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 각 동네의 문제가 다르고 정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동네마다 특성에 맞게 사람을 배치하고 행정을 기획해 일을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윤: 숙박대장정을 통해 얻은 것, 소개할 만한 일화가 있나요?

홍: 무엇보다 숙박행정을 하면서 틀에 박힌 행사장에서는 잘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난 게 큰 보탬이 됐습니다. 환경지킴이, 반장, 장애인, 경로당 어르신 등 대화를 나눌 수 없었던 주민들과 동네에서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사이 보이지는 않지만 신뢰를 쌓았고 더 밀착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은 청천1동에서 숙박한 경로당이 예전 묘지 터에 지은 것인데, 초겨울과 맞물려 정말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경로당 회장께서 며칠 전 비오는 낮에 귀신을 보았다면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경로당에 자꾸 머물려고 하셔서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였으나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계속 머무는 것이에요. 다음 날 또 방문했을 때 주민들이 귀신 이야기를 하길래 “귀신이 나타나도 민원 해결해달라고 부탁하려는 것”이라며, 낙후된 재개발지역의 어려운 동네 상황을 비유하기도 하였습니다. 일신동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자던 날은 주민들이 “우리는 부평의 끝 동네가 아니라 첫 동네다.”라고 그래요. 일신동은 22개 동에서 행정 순번 상 끝줄에 위치하고 있고, 구의 외곽에 있어 구청장이 당연히 끝 동네인 것처럼 여기지 않나 걱정하는 눈치입니다. 주민들 말씀을 찬찬히 곱씹어 일신동을 중심으로 부평구를 바라보니 다른 지역에서 부평에 오려면 꼭 거쳐야 하는 첫 동네이자 관문입니다. 일신동 주민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보냈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윤: 숙박행정을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홍: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재개발 문제죠. 부평은 전체 52개 지역의 재개발, 주거환경개선, 재건축 지역이 있습니다. 수십 년을 오순도순 부대껴온 인연이, 부침개를 함께 나누던 공동체가 재개발 문제로 인해 찬성, 반대로 갈라진다는 게 참 마음 아픕니다.

복지,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윤: 취임 초 더불어 사는 따뜻한 부평 실현을 위하여 장애인, 여성, 노인 등과 관련한 복지분야에 예산을 우선 배분하겠다고 하셨는데요. 부평구만의 복지 정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홍: 이달 말 조직개편이 있을 예정입니다. 인천시 10개 군?구 중 처음으로 ‘보육정책과’를 신설하는데요. 무상보육 전면 시행 등 늘어나는 사회복지 분야의 행정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 가족과에서 맡았던 보육 업무를 분리해 보육정책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또 사회복지 통합조사관리 분야도 복지서비스 대상자에 대한 신규조사업무와 관리업무를 분리하는데, 복지 서비스의 체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부평구는 매년 2차례 사랑의 쌀 모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8년 부평풍물대축제 때부터 꾸준히 해온 것으로 매년 350톤 이상 쌀이 모입니다. 이름을 공개하기 꺼려하는 지역의 한 교회가 매년 큰 도움을 주고, 많은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쌀 모으기 성과가 이렇게 큰 다른 자치구를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복지관련 지원은 가급적 수혜적 서비스를 지양하고, 어려운 이웃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다양한 자활사업을 찾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청사 1층 커피전문점인 사회적기업 ‘커피인’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커피인은 공적무역 커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원래 1층 현관에는 자체 홍보시설들이 배치된 공간이었는데, 자활사업장으로 개조한 것이지요. 전국에서 기초생활 수급자들이 가장 많은 곳에서 이런 것을 통해서 자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민원인들도 민원보고 손님 만날 때 많이 이용하고 그러니까 저는 참 잘 한 것 같아요. 그리고 나비생태공원과 역사박물관에도 비슷한 컨셉으로 커피숍을 열었는데, 구청이 제일 잘되고 있고 다른 곳에서는 일종의 휴식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윤: 영세공장 밀집지역 보육시설 설치 지원, 취약지역 내 여성학습도우미 배치, 자활사업 활성화 지원, 방학기간 중 결식아동 급식 지원 사업 등은 빈민운동을 해온 구청장의 고민이 엿보입니다. 재정부족으로 어려웠을 텐데, 이들 사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요?

홍: 영세 공장이 밀집한 지역에 시간 연장형 야간보육이나 종일제 보육 등이 가능한 어린이집을 설치하여 근로자의 육아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보육서비스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데요. 문제는 현행법상 공장 시설에는 직장 어린이집을 제외한 어린이집 설치가 불가능합니다. 재정문제보다는 여러 환경적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업체를 설득해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역 내 경력 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학습도우미를 모집해 지역아동센터에 배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자리창출과 더불어 소외계층 아동을 돌보고 교육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자활사업 중 여성의 사회참여 지원 사업으로 전문 직업 교육을 이수한 학습지도사가 저소득가정 초등학생 자녀의 방과 후 돌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윤: 가족이 행복한 도시를 위해 권역별 도서관과 민간 작은 도서관들을 서로 연계한 평생학습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고요.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시지요.

홍: 사실 도서관이 있어서 평생학습을 강조했어요. 스웨덴이나 북유럽에서 하는 평생학습 같은 것이 정말 중요한 평생학습인데 한국에서의 평생학습은 주민자치센터의 취미교육 정도입니다. 그리고 지어놓고 나니까 운영비가 한 건물 당 매년 최소 2~3억 원이 들어가요. 책도 보급해야 되고, 사서나 이런 인건비 챙겨서 해야지 지역 프로그램 운영해야지 가난한 구에서는 이거 운영하는 것도 눈물 납니다. 작년에 오픈한 도서관이 두 군데 있는데, 여름에 가보니까 아빠들이 휴가 때 갈 데 없으니까 애들 데리고 많이 오더라고요. 이런 도서관이 없으면 마트에도 많이 간다고 하더라고요. 이처럼 도서관이 복지 문화시설 같은 그런 역할을 하게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한 도시 한 책 읽기도 작년 연말에 시작했어요. 책을 4~5권 정도 놓고 주민들이 선택을 하게해서 책 읽기를 공동으로 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이게 될까 했는데 해보니깐 함께 공감할 수 있어서 괜찮은 것 같아요. 평생학습 네트워크는 부평구를 6개 학습권역으로 나눠서 각 권역마다 거점기관으로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고요. 공공도서관이 없는 3개 권역에는 민간 작은도서관을 거점기관으로 지정하여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권역별 거점기관을 중심으로 권역 내 평생학습 기관이나 단체 동아리 등과 연계하여 지역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윤: 다문화 가족들이 가장 살기 좋은 곳, 부평을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다문화 가족, 이주 여성을 위하여 친정집을 직접 방문하신다고요?

홍: 지난 2011년 10월 부평구 수출통상촉진단장으로 베트남 호치민시를 찾았는데, 그때 우리 구에 이주한 한 여성의 친정집을 방문했어요. 호치민시에서 2시간 넘게 달려갔는데, 저한테도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죠. 친정집에 갔는데 친정에서 사돈 맞이하듯이 맨발로 뛰어나오시더라고요. 맨 바닥의 시골집이었는데 얼마나 쓸고 닦았는지 정말 윤기가 나고, 음식도 거창하게 차린 것은 아니지만 정성스럽게 만들어 주셨어요. 그리고 동생이 한국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조카들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다 모여서 영상물을 보는데, 언니, 오빠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이 우리 정서하고 너무 똑같더라고요. 그것이 인연이 되어 두 달 뒤 베트남 현지에서 사업 중인 포스코 건설이 다문화가족 1세대에 대한 친정 방문 항공권 기탁 의사를 밝혀와 이주 여성의 친정 방문이 성사되었어요. 지난해 11월에도 한 독지가가 200만 원 상당의 항공권을 기탁했고, 부평구에 있는 (주)엘에스폼웍이 그의 친정어머니 병원비로 100만 원 상당의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습니다. 적은 인원이지만 다양한 기탁자를 찾아 부평에 사는 다문화가정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따뜻한 부평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윤: 민선5기 첫 시책으로 ‘청탁 근절 특별대책’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덕분에 취임 초 인천시 자치구 중 청렴도 꼴찌에서 1등으로 올라섰는데요. 비결이 뭔가요?

홍: 그게 상대적인 것이죠. 전과 비교해서 내부 청렴도가 굉장히 높아졌는데, 그 요소 중에는 인사문제가 있었어요. 전에는 인사가 상당히 잘못 되었다는 거죠. 열심히 해도 인정받기 어렵고, 마지막까지 명부에 올라가서도 그 순위가 전혀 예측되지 않은 다른 것에 의해서 바뀌어 지니까. 그리고 행정방침을 이런 거다 하고 쭉 진행했는데, 나중에는 정치적인 다른 입김에 의해서 해주지 않을 부분을 해주라고 한다던가, 원칙에 의해 해주지 않았는데 거기에 대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반복되니까 직원들이 굉장히 힘들어했는데, 이런 부분에서 원칙이 잘 지켜지고, 특히 인사부분에서 5급 올라갈 때 필기시험도 보게 하고 면접도 보게 하고 하니까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윤: 꼴찌에서 1등으로 간다는 것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홍: 그런 것들을 하면서 직원들이 ‘원칙이 지켜지는구나’ 하는 내부 청렴도의 표준을 가져온 거에요. 국가권익위원회에서 직원들한테 청렴도에 대한 세부 문항 같은 것을 전화하잖아요. 전에 너무 엉망이었던 것이 잘하고 있으니까 확 반등이 된거죠. 외부 청렴도보다 내부 청렴도가 굉장히 많이 올라갔죠. 2011년도 부평구의 청렴도 1위는 구 청렴도 향상을 위해 전직원이 일치단결하여 노력하여 맺은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청렴도 꼴찌만 하던 부평 공직자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얻어야 추진력이 생긴다

윤: 지자체장에게 공무원조직은 공약을 실현하고 행정을 운영해 나가는 손발인데요. 그만큼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가 공약 실현과 지역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조직운영 노하우가 있다면?

홍: 제가 자랑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직원과의 소통이에요. 주민들도 자발적인 자치를 하기 위한 교육을 끊임없이 해야 하지만, 공직자들이 지방자치의 한축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단체장과의 충분한 공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철학이나 이런 것들을 공유해야하고, 같은 방향을 봐야 합니다. 그런 것을 제가 작년에 교육도 많이 했지만, 전체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편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편지로 진솔하게 구청장의 생각과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데 제가 편지를 보내면서 왜 이런 방침을 정했는지, 지금 이런 사안에 대해서 왜 이런 판단을 하는지 이런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공감하는 답신들이 오기도 하고, 자기들이 책에서 좋은 글을 찾아서 보내주기도 해요.

윤: 이메일을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것 아닌가요?

홍: 아직도 조금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죠. 10번째 쯤 편지를 받고 나서야 이제서야 답을 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게 공용주차장을 장애인단체에 위탁하던 것을 바꾸는 것이 계기가 돼서 시작했으니까 1년 정도 됐는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보내요. 그동안에 주차장을 특정 단체한테 저렴하게 위탁했는데, 특정 단체에 특혜를 주는 측면이 있어서 그것을 하지 않고 직영으로 하겠다고 하니까 난리가 난거에요. 장애인단체 복지차원인데 그것을 탄압한다고 하면서 쳐들어오면 피해를 보는 것은 직원들이잖아요. 그래서 그 내용을 알려주기 위해서 길게 쓴 것이에요. 저들이 주장하는 것이 틀린 것이라는 것을 설명을 하면서 시작을 한 것입니다. 인사할 때는 인사원칙을 쓰기도 하고, 해외 출장 시에는 어떤 일로 나가는데 그동안 잘 챙겨 달라 그런 것도 쓰고, 의회에서 공무원 증원하는 조례를 통과시키지 않아서 얼마나 놀랐겠느냐 그런 것도 쓰기도 합니다.

윤: 그런 것을 지시하는데 쓰는 것은 아니죠? 누구는 연초에 엄청나게 일을 줘서 비상 걸렸다고 하던데.

홍: 마음을 얻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일을 해보니까 마음을 얻지 못하면 지시하는 일이 형식적으로 밖에 안 되고, 어디처럼 그 사업이 안 되는 이유 100가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 또 일일민원상담관제를 운영하여 우리 직원들이 비서실을 하루씩 체험하게 해서 구청장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오찬도 함께하면서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일화를 하나 이야기하면 세무과는 아시다시피 행정직이랑 다르게 자기 분야만 일하는 곳이고 20년 동안 승진도 안돼서, 거기는 뭘 자꾸 시키면 귀찮아해요. 잘 보여야 할 이유도 별로 없고. 그런 세무과 실무관 한 명이 밥 먹으면서 이전엔 지속가능한 얘기 하면 머리 아프고 그랬는데, 이제보니 청장님의 관점과 키워드가 옳은 것 같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발전, 더불어 사는 따뜻한 부평, 두 가지 관점과 키워드가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이정도면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구애를 열심히 한 덕분에 반응이 있구나.(웃음) 이후에 또 다른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 직원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지향해야 할 행정의 철학 이런 것을 제가 있는 동안에 갖췄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답을 쓴 친구는 매일 일에 치여서 집에 들어가면 쓰러져서 잠자기 바쁜 일상의 반복이었는데, 구청장님 하고 같이 일한 이후로는 그런 것만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정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민원이 많고 그런 일을 20년 가까이 반복하면 머릿 속이 어떻게 될까 아주 궁금했던 사항입니다. 머릿속이 유연하고 이런 것이 아니라 벽돌처럼 되는, 어떻게 하면 저런 과정에 저런 결과가 나올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7~8급 이하는 얘기하면 말랑말랑한 느낌이 드는데, 5~6급 이상을 보면 벽보고 얘기하는 느낌이 들고 직급이 올라 갈수록 더 그런 느낌이에요. 그런 것을 지난 3년 동안 같이 말랑말랑하게 하는 작업을 했고 앞으로도 할 것이에요.

그리고 2011년부터 공직자 토론학습회를 조직해서 분기별로 구의 현안사항 등 주제를 정하고 조를 나눠 연구하고, 그 사례를 공유하고 있는데요. 이런 작은 변화가 거듭하여 거대한 유기체인 공직사회의 혁신이라는 큰 변화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윤: 전국 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속가능발전 이행계획 수립 및 비전선포’를 하셨는데요. 5대 전략 17개 이행과제 57개 단위과제를 채택하셨고, 민관 거버넌스로 부평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요. 어떤 고민에서 출발하였고,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 주시지요.

홍: 지속가능발전도시 부평은 약 56만 명의 인구와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도시로서 인적자원과 문화 인프라가 많은 도시입니다. 그러나 사회복지비 급증으로 재정이 매우 악화되었으며, 토목공사 위주의 행정추진,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 피해, 급격히 늘어난 도시재개발 사업은 주민과 주민, 주민과 행정 간의 갈등을 증폭시켰죠. 그래서 단기간 치적이나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최적의 생존전략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죠. 그래서 찾은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입니다. 지난 2011년 2월 업무 부서를 지속가능발전의 가치를 담은 행정조직으로 개편하고, 부서별 행정을 가치별 행정으로 전환하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행정의 혁신 방안을 공무원과 시민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과 논의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2011년 11월에는 한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부평 지속가능발전 비전 및 전략’을 수립한 것이지요.

지난해 2월에는 민관 거버넌스인 ‘부평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지속위는 기존에 행정 단위 위주로 정책이 진행되었던 방식을 지양하고, 대신 구의원과 시민사회단체, 학계, 산업계 등 60명이 참여해, 5개 분과를 구성하여 행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직접 검토했습니다. 지속위는 공무원과 함께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12년 3월에는 ‘더불어 사는 따뜻한 부평, 지속가능한 부평’이라는 비전을 담아 ‘부평 지속가능발전 비전 선포식’을 발표한 것이지요.

윤: 현재 진행 중인 대표적인 사업은 어떤 것인지요?

홍: 2012년은 지속가능발전의 행정체계를 구축하고 민관협력 거버넌스의 포문을 연 한해라면, 2013년은 지속가능발전 실천의 해로 삼고자 합니다.  ‘지속가능발전 도시 부평’을 실현하고자 5대 ‘거버넌스 행동목표’를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민관이 함께 힘차게 추진할 5개 거버넌스 행동목표는 ▲책 읽고 토론하며 공감하는 부평 ▲녹색커튼으로 시원한 부평 ▲걸어서 소비하여 골목경제가 탄탄한 부평 ▲나눔이 즐거운 부평 ▲주민의 의견을 먼저 묻는 부평 등입니다. 주민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지혜를 쌓고, 주변의 자투리 공간을 녹지로 만드는 일을 주민과 함께 벌이고자 하고요. 골목 상권과 밑바닥 경제가 살 수 있도록 골목 슈퍼를 이용하는 부평구민이 되고, 이웃과 소통하고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부평구민과 함께 누리고자 합니다. 아울러 행정에 주민의 참여를 확대해 지속가능발전으로 가는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하고자 합니다.

”사용자

윤: 가족친화인증기관은 뭔가요?

홍: 여성친화도시가 가족친화도시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사회약자나 가족에 대한 배려하는 도시개념인데요. 지금 이야기하는 가족친화인증기관은 부평구청이라는 기관이 내부 직원들에 대해서 일과 가정이 얼마나 양립하도록 배려를 하고 조건을 마련해주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남성 문화적이고  일과 가정이 분리된 것이 오랫동안 문제가 되었잖아요. 기업이 가족 친화 분위기를 조성하면 생산성도 높아지고 가사와 육아 이런 부분에서 벗어나 여성들도 많은 참여가 가능한 것인데, 우리 부평구가 인천 지자체 중에서 유일하게 인증기관이 되었어요.

예를 들면, 수요일에는 야간근무보다는 퇴근할 수 있도록 방송에 노래 나오게 하고, 임신한 여성들한테 임산부의 날에 우리가 자리를 같이 하면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간담회를 하고, 여성들이 생리 등의 신체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부분들을 배려하는 활동을 했어요. 그랬더니 인증조사 기관에서 남자들도 좀 더 배려하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에선 최초로 성인지통계가 나온 자치구입니다. 이게 자치구에서부터 성별 통계가 좀 나와야 광역통계가 나오고 전국 통계가 나오는데, 여성가족부에서는 기초 통계가 없으니까 어느 정도 연령의 여성들이 얼마나 많이 어떤 사업에 참여하는지, 어떤 것들을 필요로 하는지가 통계가 안 잡히는 거에요. 경제활동인구 통계정도만 있는데, 이것을 아주 세분화해서 처음으로 기초 통계자료를 만들었는데, 여성계 쪽이나, 여성 정책 쪽에서는 굉장히 도움이 되는 자료라고 얘기를 하죠.

윤: 그럼 가족친화인증기관은 전국적으로는 몇 군데나 있는 것인가요?

홍: 인증 받은 곳은 2008년부터 시작해서 제법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들을 많이 해서 여건이 어려운 부분을 바꿔가자고 하는 것인데, 공공기관은 공사가 많고 지자체는 10여 곳 있어요. SK가 대통령상을 받으면서 인터뷰 하는 것을 보니까 생산성도 많이 올라가고 직장 분위기도 좋아져서 추천하고 싶은 기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족친화인증기관이 되는 것은 한편으로는 직원들도 사람답게 사는 것이고, 또 생산성이 올라가면 주민들한테도 서비스가 되니까 좋은 것이죠.

윤: 이제 마무리 부탁드립니다. 

홍: 우리 부평의 슬로건이 ‘사람이 희망입니다.’ 라고 하는 것은 시민운동, 노동운동의 기반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랑할 것 중 하나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있어요. 우리가 벨로호리존치에 가봤지만, 1년 지나서 보니까 우리도 그에 못지않더라고요. 작년 연말에 주민 스스로가 민원 올라온 것들 수렴해서 현장에 가서 실사를 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주민들이 얘기를 해서 40여 건을 반영을 했어요. 현장에 나가서 공무원들하고 얘기를 했으면 당신들 어디는 해주고 이랬을 텐데, 직접 판단하고 같이 협의해서 하니까 다른 별도 예산 없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윤: 얼마를 반영했지요?

홍: 참여예산으로 반영한 것은 8억 정도입니다. 우리는 별도 예산을 따로 마련한 것은 많지 않아요.

윤: 긴 시간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진행: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 송정복 (기획홍보실 선임연구원 wolstar@makehope.org)        

목민관클럽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