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행정과 주민을 잇는 실질적 거버넌스 주체자로서 통?반장들의 역할을 고민하는 성북구 통?반장 리더십 교육이 지난 11월 한 달간 진행되었습니다. 안전한 마을에서 함께 살기 위한 통?반장들의 노력을 두 차례에 나누어 전합니다.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마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도 마을에서 살아가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내 생활의 터전인 마을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교육에 참가한 통?반장님들은 단순히 행정 소식을 전달하는 전달자를 넘어, 모두가 안전하게 오래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오지라퍼의 시선으로 내가 살고 있는 성북구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라토너가 긴 경주를 완주하기 위해 출발선에서 신발끈을 다시 묶듯이 오래 살고 싶은 성북구를 만들기 위해 성북구의 현재를 다시 보고 주민의 눈으로 마을 곳곳을 살펴보며 준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성북구는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2013년 마을 안전협의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청, 경찰서, 소방서, 교육지원청이 모여 MOU를 맺는 등 주민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놓았습니다. 특히, 생활안전지도 시범 지역으로 선정돼 교통, 재난, 치안 등에 관한 사고발생정보를 편리하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주민들이 아직 이러한 정보를 잘 알고 있지 못해 활용도가 매우 낮습니다.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마을의 안전을 생각하며 이 정보들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를 함께 풀기 위해 지난 시간 통?반장님들에게 간단한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우리 마을의 안전지대와 위험 지역을 찾아라

11월 17일, 수업을 듣기 위해 모인 통?반장님들 손에는 작은 지도가 들려있었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지도였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이 지도를 바탕으로 통?반장님들이 직접 우리 마을 안전지도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가 자주 다니는 길, 인적이 드문 길, 숨겨진 길 등을 지도에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숙제로 조사해온 위험한 곳, 사고가 났던 곳, 재개발지역, 빈집이 있는 곳 등 위험요소가 있는 곳에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관공서, 어린이집, 모임 공간 등 안전한 곳도 표시했습니다. 이렇게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고 나니 어떤 곳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어떤 곳을 잘 가꾸어야 하는지 한눈에 보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같은 동끼리 모여 앉은 통?반장님들은 우리 동네 안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안전 지키기 CCTV가 해답일까?

성추행위험지역, 불법주차, 좀도둑, 등하굣길 위험, 비둘기 오물, 유기견 문제 등 각 동마다 그 지역 특성에 따른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어두운 골목길과 쓰레기 방치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 브레인라이팅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지에 각 동의 이름을 크게 쓰고 문제점을 찾아 그에 해당하는 해결방안들을 각자 적어 돌리며 서로의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우선 어두운 골목길에서 발생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조를 편성해 자체적으로 마을을 순찰하고, 골목길을 깨끗하게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골목길 청소는 쓰레기 처리 문제와도 연결되는 해결방안이었습니다. 특히, 스스로 자기 집 앞을 정비하고 아름답게 가꿔 이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시민의식을 고취시키자는 의견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CCTV에 대한 기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보다 낯선 사람과 함께 있는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말을 거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서로 인사하며 소통하는 것이 우리 마을의 안전을 유지하는 첫 번째 길이라는 것을 서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을활동도 재밌어야 한다

11월 26일, 마지막 수업은 똑똑도서관 김승수 관장으로부터 동네에서 주민들과 함께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야기에 앞서 김 관장님은 기타를 꺼냈습니다. 낯선 모습에 잠시 어색함이 흘렀지만, 곧 기타 반주에 맞춰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후 이어진 “재밌어야 합니다” 강사의 한마디가 우리의 질문에 답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동네 백수로 오해를 받아서 동 대표에 나가고 입주자 대표가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던 분들이 통장님들이라고 합니다. 동네의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동네에 관한 궁금증 해결부터 재능을 가진 주민의 정보를 제공하고 엮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통?반장님들은 이렇게 정책의 결정권자이기보다 주민들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이 중심이 아닌 주민들과 즐겁게 어울려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관장님은 강조하셨습니다. 김 관장님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만들어 이웃에게 선물하고 답례로 찐 고구마를 다시 나누는 과정들이 이어졌고, 이는 더 많은 이웃을 알게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주민과 함께 놀던 2년간의 활동은 주민 콘퍼런스 활동을 소개하는 대회에 참여하여 받은 상금으로 마련한 주민 음악회로 마무리 됐습니다.

우리 손으로 만드는 우리 마을

우리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우리가 주체가 되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고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성북구 통?반장님들이 어떤 마을을 꿈꾸고 있을까요?

다른 지역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마을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는 마을
이웃과 소통하는 마을
범죄 없는 마을
서로를 믿음으로 배려하는 마을
만나며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마을
웃음이 있는 마을
쉼이 있는 마을
사랑을 나누는 마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행동하는 마을
활기찬 노후생활이 가능하며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가 있는 마을
깨끗한 마을
재능을 나누는 마을
외국인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마을
소외된 사람이 없는 마을

이런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반상회에서 할 수 있는 일로 간접흡연의 위험을 알리는 캠페인과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일을 막기 위한 통?반장회의를 기획했습니다. 그리고 청소하는 날을 정해서 캠페인 홍보판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홍보하기로 했습니다. 빈집이 많은 뉴타운 지역은 안전과 주민 소통을 위해 순찰을 강화하고 마을 소식 알림판을 만들어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이 나왔습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노인들의 실업률과 취업률을 조사해 그들의 소득만족도나 소비생활만족도를 알아보는 작업을 하겠다는 체계적인 접근 방법도 계획되었습니다. 그리고 삶의 여유가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주민들의 자발적 재능기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를 위해 게시판을 만들어 주민들의 참여 신청을 받아서 주민이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외된 이웃이 없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 주민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자는 의견이 나왔고 특히 더울 때 쉬어갈 수 있는 쉼터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지속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그리며

이렇게 주제별 실행계획들을 공유하며 교육은 마무리 됐습니다. 통?반장님들이 바라는 마을은 공동체를 기본으로 환경과 안전, 경제가 두루 어우러진 지속가능한 마을이었습니다. 이러한 마을은 결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지난 4주 동안 살고 싶은 마을을 꿈꾸며 마을을 다시 살펴보고 해야 할 일들을 찾았습니다. 이제 마을로 돌아가 주민들과 함께 계획을 실천하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행정과 주민을 이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어갈 통?반장님들의 활동이 기대됩니다!

글_ 오지은(교육센터 연구원 agnes@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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