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배움터, 소셜디자이너스쿨(이하SDS) 12기가 지난 12월8일 토요일 시작되었습니다. 총 7강에 걸쳐 진행될 SDS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현장을 중계합니다.

소셜디자이너스쿨 12기 현장 중계

④ 소셜디자이너들, 전주에 풍덩 빠지다

소셜디자이너스쿨 12기 교육생들이 모인 강의실의 공기가 회를 거듭할수록 따뜻해집니다.

반가운 마음을 담아 나누는 가벼운 손인사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친분이 쌓였고,
함께한 시간만큼 소셜디자이너로서의 모습도 제법 갖춰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SDS 6번째 시간, 전주로 1박2일 워크숍을 떠나는 날입니다.
저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두 번 방문해봤다는 전주는
처음 방문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전주를 이색적으로 즐기려고 합니다.
‘공정여행’ 오늘 우리가 전주를 소셜디자이너스럽게 여행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전주로 출발합니다.

장場, 사람이 모이다

전주에 도착하니 워크숍 일정을 안내해 줄 공정여행사 풍덩 선생님들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오늘의 안내자는 막내곰이라는 귀여운 별칭의 김상민 선생님입니다.
인사를 나누고 발길이 향한 곳은 전주 남부시장입니다.
시장 입구부터 즐비해 있는 도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식재료들이 수강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런 우리들의 시선이 멈춘 곳은 3.1운동 발상지 기념비입니다.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모이는 시장, ‘장場‘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모이는 곳입니다.
그만큼 변화를 만들어내기 좋은 장소이기도 하고요.
그 옛날 아우내장터에서 3.1운동이 시작된 것처럼 전주 남부시장도 전주에서 가장 처음으로 변화가 시작된 곳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에 밀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남부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몇몇 사람들끼리 노력을 기울인 것입니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지금은 세대를 넘어 가족 모두가 즐겨 찾는 시장이 된 것입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소통과 공존의 장소임은 분명합니다.

그런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남부시장 청년몰입니다.
시장 2층에 자리 잡은 청년몰은 단순히 겉모습만 화려하게 꾸며진 상점이 아니라,
지역민들과의 공존하는 방법이 담긴 장소입니다.

SDS수강생들은 청년몰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상점 세 곳에서 바리스타, 보드게임, 인형 만들기를
체험하며 이곳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직접 느껴보았습니다.

‘공유, 소통, 순환’ 하며 여행하기

청년몰에서의 체험을 마치고 남부시장에서 얼마 멀지 않은 한옥마을로 향했습니다.
왜구를 물리친 이성계 장군의 승전잔치가 열렸던 오목대에 올라 전주 한옥마을의 전경을 내려다봅니다.
새로 정비해 반듯하게 나있는 큰 길이 아닌, 과거부터 지역 사람들이 걸어왔던 샛길로 전주를 걸어보기로 합니다.

누군가의 사연이 담긴 흙담을 까치발 들고 바라보며, 이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잠시 생각에 빠져봅니다.

공정여행은 이렇게 안내자가 들려주는 여행지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담긴 상처와 영광의 시간을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행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장소에 대한 해설이 아닌,
여행자 개인의 이야기를 장소에 반영해 재해석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공정여행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일까요?
공정여행의 사전적 의미는 여행자와 여행 대상국의 국민들이 ‘평등한 관계’를 맺는 여행입니다.

상대적인 의미 ‘평등한 관계’를 지역에 맞추어 발전시킨 풍덩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여행 대신,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며
현지인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여행의 태도와 방식을 말한다. 여행 중에 쓰이는 비용과 에너지가
지역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동행을 추구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바로 가치의 공유, 지역과의 순환이 핵심을 이루는 여행방법이 바로 풍덩의 공정여행인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는 풍덩 박종석 대표님이 공정여행사를 만들면서 고민한 점들을 고스란히 반영시킨 결과물입니다.

풍덩,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무작정 지역에 내려와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을 한 대표님은 가장 먼저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을의 이야기를 잘 아는 몇 분들과 함께 연구하고 공부하며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셨다고 합니다.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가 생긴 지역민들은 외부 손님이 올 때, 가이드를 할 수 있는 정도까지 발전했고,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단순히 안내자와 여행자로서의 관계가 아닌 여행이라는 과정을 함께 공유하며 성장하는 힘을 발견한 것이지요.
바로 이 가치가 오늘날 풍덩을 만들었고, 지역을 공정하게 여행하는 방법의 초석이 된 것입니다.

오늘의 경험과 이야기를 토대로 더 많은 토론을 나누기 위해 SDS 수강생들은 든든하게 밥을 먹기로 합니다.
“전주 음식은 다 맛있다.”라는 말을 몸소 느끼며, 저녁식사를 즐겼습니다.
저녁을 먹는 장소 또한 대형식당이 아닌 지역민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푸짐한 음식과 인심에 감동한 SDS 수강생들은 오늘 보고, 듣고, 맛보았던 이야기들을 밤이 깊도록 나누었습니다.
열띤 토론을 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며 밤이 깊도록 이야기는 계속 되었습니다.
추운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전주 한옥마을을 가득 채운 날이었습니다.

“돈보다 화합”

한옥 기왓장에 새벽 서리가 채 사라지기 전, SDS수강생들은 나갈 채비를 합니다.
오늘은 공정여행사 풍덩이 있는 진안으로 향해, 프로젝트가 마을을 변화시킨 사례를 들으려 합니다.
버스를 타고 얼마나 지났을까, 진안 원연장리에 내려 부녀회장님을 만났습니다.

“10년 후면 진안군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라는 다소 무거운 내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부녀회장님은
뜻밖에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합니다.

서울보다 큰 면적인 진안에는 인구 2만 7천 명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점차 고령화인구가 증가하고
청년들이 줄어들고 있어 진안도 타 지역이 안고 있는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변화해야 했습니다. 원연장리 또한 그 변화를 받아들였고 각종 마을만들기 사업에 전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계속된 문제와 경험 미숙으로 매번 실패를 맛보게 되었지요.

부녀회장님은 그 과정을 통해 화합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우리 마을이 필요한 것은, 마을만들기 사업에 필요한 돈이 아니라 주민들의 화합이었습니다.
돈은 불화를 일으킬 뿐이지만, 주민들의 화합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진정한 자산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원연장리는 꽃잔디 축제, 진안군 마을축제를 성공리에 끝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지역민들이 만족하고, 방문객도 만족하는 축제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축제의 지속가능성을 열어줄 수익도 생겼습니다.

“10가구 남짓한 마을 주민들이 처음부터 지역의 큰 문제를 해결할 순 없습니다.
지역민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변화를 필요로 하는지 알고 난 후에 작은 문제부터 해결한다면
우리 지역은 분명 좋은 곳으로 변해 있을 것입니다.”

진안군은 분명 커뮤니티비지니스 사례의 성공 지역은 아닙니다.
또한 가장 규모가 큰 마을 만들기 지역도 아닙니다.
하지만 건강한 지역민들의 생각이 가득한 가장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지역임엔 틀림 없습니다.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소셜디자이너도 이와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 하며, 변화를 이끌어 내는 소셜디자이너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1박 2일의 여행을 통해 수강생들은 어떤 기억을 가슴에 품고 돌아갔을까요?
저는 무엇보다 공정여행의 과정을 즐기며, 열기 가득한 토론을 나눴던 수강생들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SDS 수강생들이 참된 소셜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SDS수강생들의 미래에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공정여행사 풍덩 박종석 대표님의 마지막 말씀을 전하며, 현장 스케치를 마치겠습니다.

“SDS 12기 수강생분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직선이 절대적인 직선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수일이 지난 후 뒤돌아보면 어느 한 점이 휘어져 원을 그리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세상사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요?
변화하지 않을 것 같던 직선 같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한 개의 작은 점이 되십시오.
언젠가 둥글둥글한 사회 속에서 행복한 여러분을 다시 만나길 기대하겠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글_윤나라 (회원재정센터 연구원 satinska@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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