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의 속사정
청년 Doer를 만나기 100m 전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청년 DOER‘(시니어가 제안한 사회공헌 아이디어를 함께 실행하는 청년)와 함께 나의 사회공헌 아이디어를 실현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 ‘시니어 나.공.모.창’은 청년들의 진로탐색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니어들의 사회생활 경험과 지혜를 스토리 영상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나의 사회공헌 아이디어가 최종 6개 아이디어에 선정되었다. 그런데 막상 아이디어를 실행하려고 하니 영상 촬영과 편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 분야에 경험이 있는 조력자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러나 막막함도 잠시일 뿐, 내게는 믿는 구석 ‘청년 DOER’가 있었기 때문에 걱정은 곧 설레임으로 바뀌었다. 나와 함께 할 청년들은 어떤 청년들일까? 설렌다! 궁금하다? 그들에게 나이스하게 보이고 싶다!
화성에서 온 시니어, 금성에서 온 청년
본격적으로 실행기간이 시작되면서 귀한 청년 3인이 다른 별에서 내게로 왔다. 기자가 꿈인 우규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줄 알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왔다고 한다. 인터뷰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고 하는데 어떡하지! 노인사회복지사가 꿈인 미리는 노인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인이란 말에 두 배쯤 더 늙어버린 것 같은 무력감이 밀려온다. 마케팅 분야에 관심 많은 수연이는 일반 비즈니스 개념을 어떻게 대입할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나의 아이디어는 사회공헌 아이디어인데 어쩌지! 이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서로가 얼마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첫 만남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래도 우린 최강팀이라고 영혼 없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내가 어쩌다 이걸 하겠다고 시작했을까!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할까! 내가 낳은 내 아들과도 소통하기 힘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참을 인’자를 가슴에 새기는데 이렇게 다른 생각으로 모인 청년들에게 내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며 그것도 10주 내에 프로젝트를 어떻게 완료한단 말인가! 잠이 오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10주간의 세부 진행 스케쥴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나는 ‘느리게 함께 걷기’라는 개인적 미션을 정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과 창업을 통해 한 기업의 대표의 길을 걸으면서 일과 기타 여러 부분에서 성취감을 맛보았지만 뒤돌아보면 내가 가장 옳고 잘한다는 독선으로 함께 일해 온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 외로웠다.
정말 오랜만에 얻게 된 기회이다. 이전의 방식과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느껴보고 싶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요즘 청년들은 해야 할 것도 많고 참 바빴다. 난 한 가지 일에 몰두하기도 힘든데 청년들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에 관여되어 있다. 청년들의 일정에 맞추니 오히려 난 여유로워졌다. 생각할 시간과 검수할 시간이 자연스럽게 많이 주어졌다. 편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청년들에게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때로는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소심한 생각으로 혼자 토라지기도 했다. 그런데 청년들은 촬영 현장에 오면 누구보다 즐겁게 적극적으로 열심히 참여했다. 재미있고 많이 배우고 있으며 또 다시 이와 같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 상황, 이 다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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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푸스의 돌 VS 사회공헌
‘시지푸스의 돌을 굴려본 사람과 굴려보지 않은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다.’라는 것을 난 간과하고 있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길들여져 속도와 성과로만 평가받으며 살아온 버릇을 난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시니어들이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러하기에 세대공감은커녕 불신과 오해만 쌓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의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웃음이 나온다. 정말 허접했지만 얼마나 기고만장 했던가! 거기에 비하면 우리 청년 3인은 참으로 똑똑하고 당차다. 시간을 더 주고 기다려주었더라면 더 잘했을 것을……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서로 다른 시니어와 청년이 만나 좌충우돌했지만 우린 프로젝트 최종결과발표대회에서 2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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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앞으로도 계속 또 다른 청년들과 함께 아이디어 ‘시니어 나.공.모.창’이 사회공헌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소통하며 일을 만들어 갈 것이다. 즐겁다. 한 번 경험했으니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함께 해 준 청년 우규, 미리, 수연에게 고마웠다는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을 통해 본 사회공헌, 나눔, 공유라는 새로운 문화적 충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에선가 꿈꾸고 있는 시니어가 있다면 나는 감히 희망제작소의 문을 두드리라고 권하고 싶다. 그곳에 가면 도울 준비가 되어 있는 착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글_ 홍명자 (시니어드림페스티벌 참가자)
▲ 청년의 속사정
만났더니 통하였노라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시니어들을 만났다. 우선 같은 팀원인 홍자(홍명자 시니어의 닉네임)님은 20대인 나보다도 더 젊은 감각과 사고방식을 가진 나이만 시니어인 ‘청년’이었다. 홍자님에게 청년들이 배울 점이 참 많았는데, 한 팀으로 활동하면서 홍자님의 인생 경험이나 지혜가 나에게 자연스럽게 전수되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첫인사를 할 때는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하는지, 명함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기본적이지만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시니어분들을 인터뷰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혹은 일하셨던 시니어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깨달은 것은 시니어분들이 생각보다 고리타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고, 일을 할 때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진지하셨다. ‘이것이 현장, 진짜 사회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주변의 시니어분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시니어분들을 보며 ‘저 분은 무슨 일을 하실까?’ ‘지금은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실까?’ 그분들의 배경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시니어분들의 경험을 청년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뉴스를 보면 2030대와 40대 이후 세대 간의 분열이 심각하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시니어와 청년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시니어드림페스티벌>과 같은 프로그램이 보편화된다면 그 분열의 틈을 메울 수 있을 것 같다.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청년들이 시니어와 어울리는 것을 생각보다 꺼려하지 않고 시니어도 청년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재미없을 것이라 고 생각했던 시니어와 청년들의 만남은 생각보다 훨씬 유익하고 유쾌하였다.
뿐만 아니라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PD를 만나서 인터뷰를 하라는 과제가 있었다. 어려운 과제였다. 그런데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인 중에 방송국 PD로 일하고 계신 분이 있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쉽게 과제를 할 수가 있었다. 이처럼 20대에게는 어려운 일들이 시니어들과 소통하다 보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청년들에게 기회가 되면 시니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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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도 우리 팀에는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 홍자님이 계셨고, 청년DOER 팀원들이 나의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 주었다. 20대 또래들끼리 활동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시니어와 청년이 만나서 정보를 공유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나는 또 참여할 것이다. 책상에 앉아서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살아 있는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_ 강우규 (시니어드림페스티벌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