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희망제작소의 ‘아는 척 매뉴얼’
올 여름 북캉스족을 위한 문제적 도서목록 : 기후환경 분야

올 여름 무더위를 겪으며 ‘지구가 점점 뜨거워진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기후위기는 막연한 지구적 과제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위험요소가 되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 문제에 대응할 ‘기후시민’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희망제작소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기후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디자이너’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한 세 명의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엄선한, 지금 함께 읽어야 할 기후환경 분야 책 3권을 소개합니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들 하는데, 뭐가 그렇게 문제인 걸까요? 지구가 뜨거워지면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할지 막연하기만 한데요. 이 책을 보면 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진행된다면, 2030년 지구는 2℃ 올라 기후시스템이 붕괴되고 대홍수와 가뭄이 일어나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수십만 명으로 늘어납니다. 2050년 3℃가 오르면 곡물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며 아마존이 사라지고 해안도시가 물에 잠깁니다. 2075년 4℃가 오르면 지구가 생물학적으로 사람이 살기 적합하지 않은 행성이 되며 대량 멸종이 닥칩니다. 5℃가 오르면 정글이 불타고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은 얼마 남지 않고, 6℃가 오르면 모든 생물의 95%가 멸종합니다.

이 무시무시한 일은 과장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인류가 변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종말이 머지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SF영화와 같은 6℃ 시나리오를 책으로 만나보세요.

💁이규리 연구원의 아는 척 가이드

저자인 마크 라이너스는 2007년 <6도의 멸종>이라는 책을 통해 6℃가 오른 지구의 우울한 미래을 예측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지구온난화는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진행되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구는 1℃ 이상 뜨거워졌습니다. 2007년 저자는 1℃ 상승을 ‘우려’했지만, 2022년 현재 지구의 온도는 이미 1℃ 이상 올랐고 그가 예측했던 대규모 산불과 허리케인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최초 출간 후 15년이 지난 최근, 다시 <최종경고: 6도의 멸종>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것입니다.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도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아래 링크로 확인하세요.
* KBS 환경스페셜 <지구의 경고>(50분)
* EBS 다큐프라임 <여섯번째 대멸종 5부 멸종위기종 인류>(20분)

▲ 전달래 님이 주신 의견으로 출판사를 수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제목이 책의 핵심 내용을 다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덧붙이는 말은 잔소리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맛있게 먹고, 소가죽으로 된 신발을 잘 신고 다닙니다. 동물에 대한 이런 갈라진 생각은 ‘원래 그런 것’이라는, 우리의 지속된 생활양식에 따른 ‘인식’에서 온다고 책은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고기를 맛있게 먹는 그 식사의 시간만이 아니라 그 시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조목조목 보여줍니다. 불편하지만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필자가 사회심리학자이기 때문인지 우리가 동물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인과를 설명하고 현상을 분석하는 과정에 심리학적 단어와 해석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인간 심리’ 차원에서 다룬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백질 섭취나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과 같은 사회경제적, 구조적 차원의 담론도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 인간이 육식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육식 프로세스가 인간과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여기서 비롯되는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면서, 이 문제의 해법이 ‘동물에 대한 인간의 공감능력 회복’에 있음을 논리적으로 차분히 안내합니다.

🐾한상규 연구원의 아는 척 가이드

개로 대변되지만 요즘은 고양이도 우리와 힘께 교감하며 살고 있는 반려동물입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 우리는 개도 먹고 고양이도 먹었습니다. 특히 복날로 지칭되는 요즘 같은 더운 여름에 사람의 몸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동네 댕댕이들은 수난을 당했지요.

책에 인용된 마하트마 간디의 말 “한 국가가 얼마나 위대하며 도덕적으로 진보했는지는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마음을 찌릅니다. 하지만 당장 육식을 완전히 멈추고 채식만 하겠다고 결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자는 이런 생각을 가진 독자들에게 ‘육식은 왜 하면 안 되나?’라는 질문이 아니라 ‘육식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책은 통계와 조사, 고증을 중심으로 주장을 이어갑니다. 그래서 찔리고 아프긴 하지만 생각의 다름으로 반박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끝까지 읽어나가고 싶은 욕망이 드는 책입니다.

기후·생태 분야의 고전과도 같은 이 책을 희망제작소의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디자이너’ 기획을 하는 단계가 되어서야 읽었습니다. (필자처럼) 육식을 당장 멈추기는 힘들지만 채식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사람, 우리 인간이 왜 고기를 먹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올 여름 덥고 치쳐 보양식이 필요하다면, 고가의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보다 저렴한 이 책으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함으로 서늘함을, 인식을 전환함으로 동물에 대한 사랑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N잡러’, ‘부캐’, ‘사이드 프로젝트’…, 요즘 많이 들어보셨죠? 본업 외 ‘딴짓’이 인기인 시대입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요즘, 임금노동이 아닌 일로 수익을 창출하는 건 필수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정기적인 임금노동이 없다면, 그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숲속의 자본주의자』의 저자와 그 가족은 정규 직장이 없이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7년째 살고 있습니다. 40세에 번아웃으로 돌연 은퇴한 남편과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대학 교수는 하고 싶지 않았던 저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 위해 서울을 떠나 미국 시골마을의 오래된 집으로 이사를 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더 적은 생활비로 살 수 있기 때문이지요.

‘돈과 즐거움이 하나된 삶의 방식은 과연 가능할까’란 질문에 저자는 답합니다. “이제 우리의 일상은 인내하며 생산하는 것과 소비하는 즐거움으로 나뉘지 않는다. 생산을 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한다.”

🤔 유다인 연구원의 아는 척 가이드

다양한 N잡러로 살아가는 요즘 청년에게도 이 책이 유의미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의 실험이 성공이냐, 실패냐의 기준이 아니라 ‘나다운 삶’을 끊임없이 묻는 과정 가운데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이들 부부는 기자 시절부터 (저자와 남편은 기자였어요) 매일 저녁 와인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술을 마시는 행동에 질문을 던지며 자연스레 멈추게 되었습니다. 부부가 술을 소비하는 이유는 알코올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함께 와인을 마시는 시간이 하루를 구성하는 규칙이나 의식에 가깝다는 걸 깨달은 때문이지요.
하루를 최선을 다해 완벽하게 살아낸 후 잠시 여유를 갖는다는 의미의 상징적인 의식. 시골마을에 살면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데도 행동과 마음의 습관대로 술을 마셔왔던 겁니다. 백수(?)로서 하루종일 최선을 다하지도, 열심을 다하지 않는 삶이어도 이들의 일상은 풍요로웠습니다. 글을 쓰고, 블루베리 새순을 따고 때론 누워서 천장을 보고. 그럼에도 깨어있는 시간은 더 멀쩡한 정신이고 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저자는 고백합니다.

술이 있어 좋다, 나쁘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술이 있어 더 정취를 느끼는 풍성한 삶이 될 수도 있지요. 저자는 다만, 이런 변화를 겪고 나면 그 다음의 변화도 받아들일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도 그에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세상으로부터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부터. (중략) 하지만 인간에게 변화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변화에는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중략) 변화는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뭔가에 의존하는 느낌이 사라지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일이다. 그래서 뭔가를 끊고 버리고 포기한 이후엔 항상 이걸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였다. 그 후회는 방만함이나 낭비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진작 더 가벼워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저자의 사유는 관계, 돈, 꿈, 자녀교육까지 확장됩니다.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다양한 고전을 엮으며 ‘나다움’을 고민하는 과정은 더없이 즐겁고 유쾌합니다. 그의 솔직한 ‘나다움’ 덕분에 나의 ‘나다움’을 죄책감 없이 떠올려 볼 수 있으니까요. 한 번 보기 아쉬운 책이니, 올 여름휴가 때도 보시고, 연말에 또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정리: 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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