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4 종로마을아카데미 – 꽃보다 마을 아이들’에 모인 종로구 학부모들은 마을에서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강연, 워크숍, 현장탐방 그리고 마을 안에서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공동체 만들기 실습까지 진행되었던 아카데미 현장을 전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말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어떤 노동보다 힘들다.”고, 육체적으로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한 학부모들의 고민은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를 마을에서 함께 키워보자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을에서 함께 키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우리는 이웃과 점점 거리를 두게 되었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키우는 일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4 종로 마을아카데미 – 꽃보다 마을 아이들’에서는 ‘오로지 내 아이’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마을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봤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마음에 품고 말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진짜 공부는 무엇인가

첫 번째 강연을 맡은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은 안정된 직장과 사회적 지위 등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공부를 하는 세태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부는 삶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인데 우리는 소위 ‘국영수’를 잘하는 것이라고 오해합니다. 또한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이라면 ‘사회정의’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되는데,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경험한 치열한 경쟁구도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라며 부모는 아이를 관찰하여 적성을 찾아주고 부모 없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며 무엇이 문제인지 마을에서 이야기하고 정책과 현실을 바꿔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교육 참가자들은 아이를 위한 ‘교육 비전’을 다시 세우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커다란 전지에 팀원들로 구성된 뗏목을 그린 후, 뗏목의 목적지인 교육 비전과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방해가 되는 문제점들을 정리했습니다. 그 결과, 아이도 즐겁고 엄마도 행복한 육아, 아이들이 함께 놀기 좋은 동네, 창의력과 적성을 키우는 교육 등을 바란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장애물로는 의욕은 있어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는 막막함, 육아와 사업 병행의 어려움, 아이와 엄마가 함께 모일 공간의 부족, 육아 공동체 인프라의 부족, 부모의 욕심 등을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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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변하면 아이들의 삶이 변한다

두 번째 시간,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박봉희 소장은 원래 일 중심의 삶을 살던 자신이 어떻게 협동을 배우게 되었는지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음반을 내는 것이 꿈인 조합원들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우울한 노인들을 위로하고자 신나는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면서 조금씩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아이들 숙제를 도와줄 생각으로 친한 엄마들끼리 ‘희망엄마’ 모임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색종이 접기부터 시작했지만 아이들의 학년이 올라가면서 글쓰기, 벼룩시장, 자원봉사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와 연계된 다양한 활동을 펼쳤고, 학교로부터 유익한 봉사단체로 인정받았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여러 군데 학원을 다니고 높은 시험 점수를 받기 위한 공부에 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아이를 학원에 내몰지 말고 사랑해주자’고 서로 격려하면서 엄마들 스스로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아이들과 함께했다고 합니다.

내 아이의 교육에만 관심 있던 평범한 엄마들이 희망엄마 모임을 통해 ‘지역이 건강해야 우리 아이도 건강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고민도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세 아들을 키우고 편찮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상황에서 그 문제들을 혼자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다른 엄마들과 같이, 협동으로 극복했고, 그 과정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박봉희 소장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1998년, 일본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요양홈을 방문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치매환자시설이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무기력하게 지내는 것과 달리 일본의 치매환자들이 이불도 널고, 요리를 하는 등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이런 기관들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40대에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안산에 요양기관을 설립했습니다.

박봉희 소장은 교육 참가자들에게 꿈을 구체적으로 정해서 부모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 격려하며 일상의 변화를 시도해보기를 바란다며, 10년 정도 지나면 꿈도 어느 정도 성취되고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서로가 돌보는 은평구 마을N

세 번째 시간에는 이웃 마을 은평구로 현장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춥고 비가 내리는 날씨였지만 교육 참가자들의 열의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미경 마을N 대표의 안내로 현장탐방을 시작했습니다. 마을N의 도서관과 가게들은 언뜻 보면 특별한 점이 없는 것 같지만 아이들을 서로 돌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좋을까?’라는 고민에서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도서관을 선물하고 싶은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 꿈나무도서관을 만들었고 거기서 아이들을 함께 키웠습니다. 엄마들의 자원봉사로 도서관을 운영했는데 그 과정에서 엄마들도 돌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여성일공동체이자 경제공동체인 마을N 카페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간판을 만들어주신 분이 목공소를 열고, 이어서 양초공방, 뜨개질공방, 아빠들이 만든 아빠맘두부 등이 들어서면서 골목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미경 대표는 “사람들은 가정이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가정에서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제가 꿈나무도서관에서 만난 중학생 아이들의 상당수가 그랬습니다. 꿈나무도서관은 유아나 초등학교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니까 중학생 아이들의 입장을 금지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사실 중학생 아이들이 모여 있으면 나에게 시비를 걸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때도 있지요. 가정불화, 맞벌이 부부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아이들이 비뚤어지고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무섭고 멀리해야 할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라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대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가정에서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마을에서 돌봄이 이루어진다면 언젠가 가정도 튼튼해지고 다시 돌봄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가정과 마을이 별개가 아니라 연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느 날 이미경 대표가 도서관에서 놀고 있는 중학생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보니 추위를 피해서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도서관 교육을 핑계로 그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조금씩 가까워졌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가진 상처와 꿈을 알게 되면서 청소년들이 쉬고 공부할 수 있는 북카페 ‘작공’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어느 순간,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마을’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미경 대표는 마을활동을 할 때 ‘나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거기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마을N의 활동들은 결국 나에게 가장 절실했던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다보니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으며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마을만들기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부터 시작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결해나가는 새로운 관계이자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쉽고 재미있게 시작하는 마을만들기

사회복지학과 교수이자 똑똑도서관을 운영하는 김승수 관장은 학생들에게 내줬던 과제를 직접 해보고 싶어서 마을만들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낮에 집에서 아기를 돌보는 김승수 관장을 이웃 아주머니들이 백수로 오해하고 용돈이라도 벌라며 아파트 동대표 출마를 권유했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출마했다가 동대표에 당선되고, 입주자 대표회장까지 되면서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동대표가 된 후, 아파트 홈페이지를 활성화시키고 주민들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아서 주민들에게 케이크를 배달해주는 이벤트를 했습니다. 그러자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많은 글이 올라왔고, 주민들이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소개하며 김승수 관장은 안전한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CCTV가 아니라 주민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파트에서 열리는 알뜰장터나 광고를 통해 생긴 잡수입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주민컴퍼런스를 열어 의견을 듣는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회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푸짐한 선물과 음식도 준비했습니다. 함께 모여서 마을에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렇게 나온 의견들을 직접 실천했습니다. 주민이 직접 의견을 내고 실천을 하기 때문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주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고 합니다.

김승수 관장이 동대표를 하면서 도서관 만들기를 제일 하고 싶었는데, 공간도 없고 책을 기증해달라고 하면 분명 안 보는 책만 쌓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각자 집에 있는 책 목록과 대여 가능한 시간을 홈페이지에 올려서 책이 있는 집을 찾아가 함께 보는 ‘똑똑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책을 빌리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알아가도록 한 것입니다. 똑똑도서관이 운영되면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동아리나 강좌 프로그램도 만들었습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김승수 관장은 “처음부터 마을만들기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을를 변화시키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사는 마을에 관심을 갖고 자신이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제 멋대로, 묵묵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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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서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어느덧 마지막 시간, 참가자들은 가까운 동네끼리 3개 모둠을 짜서 함께 앉았습니다. 마을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 전,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비전을 세워보았습니다. 그 다음에는 각자가 원하는 마을의 모습을 적은 카드를 공유하면서 비슷한 내용끼리 묶었습니다. 논의를 거쳐 그 중 우리 마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정한 다음 이를 실행하기 위한 동네 자원을 찾아보고 육하원칙에 따라 사업계획서를 마무리했습니다.

‘나, 너, 우리’조는 서로 소통하며 믿을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안전한 마을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도서관에서 부모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아이와 함께하는 우리 마을 탐방, 지역공공기관 프로그램, 지역축제 참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백사실아이들’조의 비전은 자연 속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사랑과 소통을 통해 즐겁게 성장하는 것입니다. 백사실 계곡에서 아이들이 같이 놀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하는데 생태환경교육, 숲속놀이, 작은 도서관 및 목공교실 운영, 사생대회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마을놀이터’조는 마을을 놀이터로 만들자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놀이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마을에 있는 공원을 중심으로 한 달에 한번 정도 모여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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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의 주체는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입니다. 하지만 집에서 잠만 자고 외지로 출퇴근을 하는 분들이 마을활동을 하기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릅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낮에 여유가 있는 전업주부들과 은퇴자들이 마을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교육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자신의 꿈과 적성 등 개인적 차원에서부터 마을에서 아이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더러운 흙탕물 주변에서 내 아이만 하얀 운동화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안전한 환경과 건강한 관계, 즉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져야 지금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육아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글_ 임은영(교육센터 연구원 ley@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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