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용자

이 글은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의 문진수 원장이 영국의 사회적금융기관(SIFIs, Social Investment Financial Intermediaries)을 돌아보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탐방 보고서입니다. 금융의 새로운 얼굴 ‘사회적투자’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연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영국 사회적금융기관 탐방기 ① Social Finance Ltd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런던 히드로 공항에 발을 디딜 때까지 뇌리에 남아있던 고민은 그랬다. 미리 면담요청 서신을 보내고 어렵게 약속이 성사된 후, 방문기관들마다 별도로 질문지를 작성해 보냈지만 1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 동안 짧게는 5년, 길게는 십 수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회적금융을 실천해 온 이들의 경험을 온전히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하는 수 없었다. 최대한 집중하고 많이 듣는 수밖에.
 
영국 체류기간 중 방문해야 할 기관은 총 9개. 최근 제 3섹터 금융의 총아로 떠오른 ‘큰 사회기금(Big Society Capital)’을 비롯하여 혁신적인 금융적 방법론으로 평가받고 있는 사회혁신채권(Social Impact Bond)의 총괄 운영기관인 ‘소셜파이낸스(Social Finance)’, 영국 대안금융의 상징적 존재인 ‘채리티 은행(Charity Bank)’, 그리고 오직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역개발금융협회(CDFA, Community Development Financial Association)’ 등 그동안 지면으로만 접하던 유수의 사회적금융기관들을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사회적금융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영국은 3섹터 발전을 위해 사회적금융 시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민사회의 요청을 정부가 받아들여 이미 10년 전에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을 만큼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초당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집권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총리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큰 사회기금’ 역시 출발은 노동당 집권기에 시작된 것으로, 권력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의 추진사업을 원점으로 돌려버리는 우리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사회혁신채권의 본령 ‘Social Finance Ltd’

한적한 주택가 부근에서 낯익은 간판을 발견했다. 오늘 방문지는 최근 사회목적투자의 유망한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혁신채권(Social Impact Bond)’을 개발, 운용하고 있는 사회투자 전문 컨설팅기관인 영국의 ‘소셜파이낸스(Social Finance Ltd)’다. 현관에서 한 젊은 여성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준다. (이번 방문에는 희망제작소 객원연구원인 김정원 박사가 멀리 노르웨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함께 동행해주었다.) 사회의 첫 발을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AIDS 예방을 위해 일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시작했다는 명문 옥스퍼드대 출신의 이 아름다운 여성이 ‘소셜파이낸스’의 사회혁신채권 프로젝트 담당 임원인 루이즈 사벨(Louise Savel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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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루이즈 사벨 소셜파이낸스 사회혁신채권 담당 (우)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원장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 원장 이하 ‘문’) : 소셜 파이낸스는 어떤 배경 속에서 설립되었나요?

루이즈 사벨 (소셜파이낸스 사회혁신채권 담당 임원 이하 ‘루이즈’) : 지금 Big Society Capital의 대표로 계시는 로날드 코헨(Ronald Cohen)씨를 비롯한 몇몇 분들이 모여 휴면예금을 재원으로 한 사회투자은행 설립을 준비하던 중에, 은행 설립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니 우선 이 작업을 준비하는 기관을 먼저 만들자는 제안을 했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2007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실제 이 계획은 현실화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큰 사회기금’이다.) ‘소셜 파이낸스’는 비영리단체이지만, 정부로부터 정식 인증을 받은 특별한 성격의 금융기관입니다.

문 : 영국 사회적금융 생태계는 어떤가요?

루이즈 : 영국 사회적경제의 역사성이나 크기와 비교할 때 사회적금융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입니다. 영리 기반의 금융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기부나 자선시장에 비해서도 사회투자시장의 규모는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향후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며 얼마 전 출범한 ‘큰 사회기금’이 신선한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1조 원이 넘는 돈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곳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라는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 : 소셜 파이낸스가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루이즈 : ‘소셜 파이낸스’는 사회투자시장 조성을 핵심적인 목표로 삼고 활동하는 사회투자 전문기관입니다. 저희 업무는 대략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는 제 3섹터를 위한 새로운 투자상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기존 금융상품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했었으나, 제 3섹터에 투자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점들이 많아 새로운 상품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투자자 성향에 조응하면서도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신상품을 기획 및 개발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정부를 포함하여 사회적경제 조직들이나 사회적 투자에 관심을 가진 이해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혁신채권’ 출시 후 호주,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이스라엘은 물론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큰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서 향후 국제 업무가 많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투자시장에 참여할 새로운 투자그룹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문 : 그동안 이룩하신 성과를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루이즈 : 잘 아시는 것처럼 ‘사회혁신채권’ 상품을 개발하여 시험 가동 중입니다. 지금 파일럿 테스트가 진행 중인 피터버러시(Peterborough)의 경우, 총 6년 기간 중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는 이르지만, 얼마 전 간이 보고서가 제출되었는데 매우 긍정적인 신호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이나 자선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 및 금융 컨설팅은 일상적으로 지속하고 있고, 사회적투자에 관심을 가질만한 재단 및 투자자들이 어떤 사회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지 관찰하여 적절한 투자처를 권유하고, 궁극적으로 사회투자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 : 사회혁신채권의 장점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루이즈 : 사회혁신채권은 성과에 기반한 보상(Payment by Outcomes)프로그램입니다. 이 상품을 도입함으로써 정부는 효과적으로 예산을 활용하거나 절감할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할 수 있고, 가치와 수익을 함께 추구하는 착한 자본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제 3섹터 조직들의 재정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 이렇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사회혁신채권이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모든 사회 문제에 다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대상을 특정할 수 있고 효과 측정이 가능하다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클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 : 이 상품을 개발하게 된 이유 및 배경은 무엇인가요?

루이즈 : 지난 20년간 정부의 공공서비스 위탁방식은 성과(Outcome)보다는 결과(Output) 중심이었습니다. 실제로 어떤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는가를 중요하게 본 것이 아니라, 예정된 사업이 제대로 실천되었는가를 보았던 것이죠. 당연히 사회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최근 정부는 업무달성 기준을 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비영리단체 등 시민사회 영역에서는 재무적인 취약성 때문에 이른바 ‘돈줄’을 찾기 위한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는 통에 정작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대안으로 기획된 것이 사회혁신채권입니다.

”사용자

▲ 영국 Social Impact Bond 1호 : Peterbourough 흐름도


문 : 사회혁신채권이 작동되려면 투자자가 반드시 필요한데, 실제로 많이 존재할까요?

루이즈 : 모든 투자자들이 이 상품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사회혁신채권-1(SIB-1)호의 경우, 투자자 그룹 대부분이 비영리재단이나 자선단체 그리고 개인후원자들입니다. 시장 투자자들은 아직 관망하고 있는 상태이고요. 영국에는 수많은 자선단체와 재단들이 있습니다. 어떤 단체는 청소년 문제에, 어떤 재단은 노숙인 문제에 또 어떤 곳은 환경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마다 그 사업에 관심을 가질만한 투자자그룹을 찾아서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현재 투자자그룹의 성향 및 관심분야를 기초로 한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문 : 한국은 영국과 달리 투자자도 빈약하고 제 3섹터도 훨씬 덜 발달되어 있습니다. 사회혁신채권을 도입했을 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루이즈 : 한국 상황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답변하기가 조심스럽지만, 현재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어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고, 투자위험을 감내할 투자자,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수행기관의 전문성 등 삼박자가 모두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갖는 것보다 이 프로젝트가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일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필요하면 영국처럼 특정한 주제를 잡고 실험을 해보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문 : 현재 직원 수는 몇 명이며, 어떤 일들을 담당하고, 인원 선발기준은 무엇입니까?

루이즈 : ‘소셜 파이낸스’에는 금융 분야의 전문 인력과 비영리 부문에서 활동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섞여 있습니다. 사회적금융은 양쪽 부문 모두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하는 분야입니다. 처음에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어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의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소통하는데 할애해서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희망자들이 많은 편이고, 저희 일이 높은 전문성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상당히 엄격하게 직원을 선발하는 편입니다.

문 : 소셜 파이낸스가 현재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루이즈 : ‘큰 사회기금’ 출범 이후 영국 사회투자시장은 매우 흥미로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소셜 파이낸스’는 향후 2년 안에 4-6개의 다른 사회혁신채권 상품과 3-4개의 새로운 사회투자 상품을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것도 있지만, 건강이나 환경, 청소년이나 보육 등 다양한 사회적 의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특별한 상품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국 사회가 당면한 수많은 과제들을 다 포괄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투자시장이 활성화되면 금융의 순기능을 통해 더 많은 사회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습니다. 소셜 파이낸스가 그 과정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참고 – 영국의 사회투자 시장 (more 버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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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사회투자 시장은 약 3,300억 원 수준으로, 최근 캐머런 정부가 설립한 큰 사회기금(Big society capital)이 1조 원이 넘는 돈을 운영하고 있고  매년 비영리 자선단체들에게 유입되는 돈이 70조 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성격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등 사회투자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영국 사회투자시장에 풀리는 자금의 50~60%는 중앙정부에 의해 제공되는 돈이다. 그 외 사회적은행이 25~30%의 자금을 제공하고 있고, 자금신탁(Trusts)이나 비영리재단들이 나머지 5~10% 남짓의 자금을 지원한다. 사회적기업 투자펀드(Investment fund) 등을 통해 매년 백만 파운드 이상의 돈을 지원하는 정부가 가장 큰 투자자인 셈이다. 자금신탁이나 비영리재단들의 투자 규모가 생각보다 작은 것은 이들이 배분하는 자금의 대부분이 투자나 융자 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기부(Grants)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영국에는 큰 규모의 사회적은행부터 작은 투자펀드까지 다양한 사회투자 지원기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체러티은행(Charitybank)’과 같이 비교적 큰 규모의 윤리은행도 있고 특별히 지역사회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지역개발금융기관(CDFIs, Community Development Financial Institutes)’도 존재한다. 이들은 주로 지역기반의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같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대상으로 자금지원을 하지만 제도권 금융기관들로부터 퇴짜를 맞은 저신용층에게도 자금지원을 해준다. 2011년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총 62개의 CDFI가 존재하는데, 상용고객 숫자가 25,000명이 넘고 지금까지 총 1조 3천억 원의 여신을 제공했다고 한다. 2004년에 2,700억 수준이었던 여신실적이 7년 만에 5배로 증가한 것으로 볼 때, 향후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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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장 mountainm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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