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청년인생학교> 수강생들과의 첫 만남이 송석문화재단 1층 아름다운 정원에서 이뤄졌습니다. 며칠 간 추웠던 날씨가 무색할 만큼,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했습니다. 이번 교육의 전체 진행을 맡은 희망제작소 최영인 교육센터 선임연구원은 환영인사와 날씨 걱정으로 간이 쪼그라들 뻔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어색했던 수강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전체 일정 소개와 수강생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 ‘Rule루랄라’ 소개에 이어서 송석문화재단의 박민정 이사님과 희망제작소 남경아 교육센터장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Rule루랄라’ 중 기억에 남는 규칙이 있었는데요. 바로 상대방의 출신 학교나 나이 등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인생학교>에 딱! 어울리는 규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간단한 네트워킹 시간을 가진 후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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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인생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청년인생학교>의 첫 번째 강의는 대우그룹 부사장으로 근무하셨고, 현재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이사장이자, 사회 진출을 앞둔 청년들을 위한 아름다운 서당을 운영하고 계신 서재경 선생님께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오늘 강의는 12개의 질문과 답을, 서재경 선생님께서 직접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요. 20대가 처한 현실을 인류의 시대적 상황과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조명하고, 나아가야 할 길을 큰 관점에서부터 개인의 실천이 필요한 관점까지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세계화와 제3의 물결이라는 인류의 시대적 상황이 한국이 맞은 단군 이래 최대의 호기라고 정의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저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사회가 결코 물질이나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선생님께서도 안타깝게도 이 기회를 한국의 구성원들이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역사학자 토인비의 ‘창조적 소수가 도전에 응전하고, 대중의 미메시스가 뒤따를 때 문명이 발전한다.’는 말에 비추어 우리에게 창조적 소수가 얼마나 있는지, 혹시 우둔한 소수가 권력을 잡은 건 아닌지, 또 국민 각성의 결여로 우둔한 소수를 따라가는 건 아닌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서 한국의 사회상을 ‘평-등-타-령’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좋은 의미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내 그 예상은 깨져버렸습니다. 여기서 ‘평은, 아파트 평수’, ‘등은 등수’, ‘타는 골프’, ‘령은 호령’을 의미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큰 아파트에 살고 있고, 공부는 몇 등이며, 얼마나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으며, 시대의 흐름에는 관심이 없고 골프 얘기만 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호령하며 살 수 있기를 욕망하고 있다는 걸 꼬집어 말씀하셨습니다. 이 이야기에 모두 강하게 공감하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 답으로 청년들의 자각을 말씀하셨습니다. 이미 오염된 기성세대의 패러다임을 치유하는 것보다 청년들이 각자의 문제의식과 해결책을 가지고, 기회가 오면 그것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직업 설계를 다시 새롭게 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직업 선택에 있어서 직업 가치와 자신의 가치가 공명하는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사르트르가 내린 지식인의 정의인 ‘남의 고민을 자신의 것으로 간주하는 사람’을 설명하며, 한국의 대학생이 과연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라고 질문하셨습니다. 대학의 어원은 사서 [四書]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서 유래했다는데요. 그 대학이 가르치는 근본 가르침인 대학 8조목(‘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을 청년들이 마음에 간직하기를 바란다는 말씀으로 강의를 마무리하셨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이룬 분께서 그 성공을 자신의 역량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사회의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그 도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단지 말뿐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고 계셨기 때문에 강의에서 더욱 깊은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서당 이야기를 잠깐 해주셨는데요. 그 자리에서 바로 청년 2명이 참여 신청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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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을 들려줘
이어서 서로의 고민과 속마음을 들어 보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조별로 테이블에 둥글게 앉아 10분마다 주제를 바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같은 조원들과 10분씩 다른 주제에 대해서 5회에 걸쳐 토론을 했더니 한 주제를 다른 주제와 연결 지어 좀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고, 다양한 질문과 의견들을 도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도출된 다섯 가지 주제에 관한 질문과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돈
–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없을까요?
– 은행 이용 방법, 현명한 보험 가입, 적금 드는 방법 등 돈과 관련한 실용적인 지식이 알고 싶어요!
–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행복을 누리는 노하우 없나요?
–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찾고 일을 하면서 가치관이 안 맞아 갈등하고
돈을 번다고 한들 제대로 쓸 줄도 몰라서 헤매고 이 악순환…
그런데 솔직히 요즘 돈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안 되잖아요?
– 나는 돈이 없는데 돈을 벌기 위한 준비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 직업
– 꿈이 크면, 직업은 따로 갖고, 취미로만 간직해야 하나?
– 일을 위해 어디까지 자존심을 내려야 할까요?
– 직장이 인생에 차지하는 비율(시간, 열정)을 조화롭게 하고 싶어요,
– 내가 원하는 직업, 내가 잘하는 직업?
– 직업의 3가지 의미 : 1)생계유지 수단 2)삶의 보람을 찾는 수단 3)자아실현의 수단
* 주거
– 청년 주거문제, 대안을 알고 싶다.
– 집 있어야 할까? 내 집 마련은 언제쯤?
– 집=재산 : 의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 독립의 진정한 의미는, 주거 독립인가?
– 나라 정책은 사회취약계층 위주, 보편적인 우리는?
* 사랑
– 사랑하면 꼭 결혼해야 하나?
– 관심과 집착의 경계는 어디인가
– 사랑을 더 ‘잘’하는 방법이란 게 있는 걸까요?
– 연애를 많이 하면 더 잘하게 되는 걸까?
– 사랑을 가르쳐 주는 곳이 없다. 사랑의 조건과 형태, 의미는 뭘까?
* 관계
– 가족과 나는 얼마나 친밀해야 하나요?
– 사회가 ‘성격이 원만하고 소통이 원활한 사람’이 되기를 강요하는 것 같아서 싫어요.
– 점점 뚜렷해지는 내 색깔, 관심, 가치관으로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고 관계의 가지치기가 심해진다.
이게 올바른 것일까? 자연스러운 것일까? 고쳐야 하는 것일까?
– 나는 혼자가 편한 데, 주변에서 왜 친구가 없냐고 충고한다.
– 여러 관계에서 최선의 역할은? (직장, 가족, 친구, 이성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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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이라서 저 역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걱정이 됐는데요. 막상 워크숍을 시작하니까 나의 고민에 대하여, 그리고 <청년인생학교>에 바라는 점에 대하여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또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닌, 같은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위안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속했던 1조의 발표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청년인생학교에서 다루는 다섯 가지 주제에 사실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돈을 많이 벌거나 조금 벌거나 사랑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내 삶에 자신만의 답을 찾고, 그 답을 믿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글_ 박정호 (제1기 청년인생학교 수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