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커뮤니티비즈니스 귀농.귀촌 아카데미>의 총12회 교육과정은 두 번의 1박2일 현장탐방을 포함하고 있다. 첫 번째 현장탐방지로 우리가 찾은 곳은 전라북도 완주이다.
버스를 타고 완주로 내려가는 동안 고속도로 옆으로 그동안 무심코 봐왔던 농촌 풍경 하나하나가 눈에 콕콕 들어온다. 논이며, 밭이며, 창고며, 집이며…
‘이 큰 논밭을 어떻게 경작하지? 나는 어떤 집을 짓고 살까? 저 집도 괜찮고, 아까 본 그 ?집이 좀 더 나은 것도 같고… 저 정도면 살 수 있을 것도 같아. 이 마을은 대충 20가구는 되겠는데.. 이 정도 규모면 큰 마을인가 작은 마을인가… 내가 살게 될 마을은 어디일까? 왜 이 마을에는 사람이 없지? 이 마을은 아까 그 마을보다는 경관이 좋은 것 같은데…’ 오만 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정명철
[##_1C|1345423145.jpg|width=”450″ height=”29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비비정 농가 레스토랑과 양수장_##]
신문화공간조성사업을 통해 조성한 ‘비비정마을’의 카페와 레스토랑 건물은 신축의 서양식 건물임에도 근대문화유산인 양수장의 붉은 벽돌이나 소박한 농가들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새로운 공간으로 색다른 공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수십 년 동안 해오던 반찬 중 농가레스토랑에 알맞은 아이템으로 고르고 골라 차린 비비정표 점심 식사에 마음이 넉넉해진 때에, 사단법인 비비정의 소영식 사무국장은 많은 시행착오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지금도 여전히 회의 때마다 논란거리가 있다고 하지만 먹거리 사업(농가레스토랑), 마을 한식 다과(카페 사업), 작은 양조장, 마을 환경 및 경관 사업, 마을공동과수원 및 경작 사업의 다섯 개 사업의 윤곽이 명확해졌고, 소득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귀촌 청년들이 들어오는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비비정마을에 불고 있는 활기가 느껴진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삼기초등학교였던 자리에서 이제는 마을의 학교 역할을 하고 있는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로 가니, 임경수 상임이사가 퍼머컬쳐와 완주의 커뮤니티비즈니스 이야기를 한 보따리 싸들고 우리를 기다린다. 시장경제에 맡겨두어서는 농업과 농촌을 지킬 수 없다. 정책으로든 운동으로든 다른 종류의 힘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 완주에서는 ‘공동체’의 ‘협동경제’에서 그 힘을 찾고자 한다. 꾸러미 사업이나 로컬푸드 직매장, 농가레스토랑, 두레농장, 제빵, 북카페, 도시농업 등 크고작은 사업들이 그물망을 만들어 서로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가 이러한 것들을 연결하거나 새로운 농가사업이 발생할 때 돕고 있다.
[##_1C|1100700204.jpg|width=”450″ height=”29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임경수 상임이사_##]
진안 원연장마을 신애숙 이장은 사라져가던 ‘탑제’를 되살리고, 마을 이름의 기원이었던 연꽃을 심어 연잎밥을 상품화한 이야기뿐 아니라 귀농한 여성 이장으로서 겪었던 어려움과 이후에 서로 신뢰를 쌓아간 과정을 이야기한다.
[##_1C|1121879721.jpg|width=”450″ height=”29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원연장 마을 신애숙 이장_##]
무슨 작물을 어떻게 짓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추운 겨울을 몇 번 나면서, 도시에서 몸에 배인 도시물을 쫙쫙 빼내고 농촌의 언어를, 농촌의 문화를 스스로 체득하고 자연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것이다.
– 정명철
진안군 ‘마을만들기지원센터’ 구자인 소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농촌에 가야 할지 지침을 준다. 첫째가 교육이다. 특히 부부동반으로 교육을 받기를 권한다. 기본 자세를 갖추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귀농 동료를 찾는 장이 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귀농교육이다. 둘째, 생협 조합원으로 활동해 보라. 좋은 농산물을 구별할 줄도 알게 되고, 마트의 고객이 아니라 진짜 농산물의 소비자가 되도록 해 줄 것이다. 또한 도농교류행사에도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셋째, 텃밭을 가꾸어 보라. 일상적으로 영농을 경험해 보는 것은 생각만 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넷째, 자신만의 장기를 전문화하라. 자신의 능력을 자격증으로 보여줄 수 있으면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더 넓어진다.
[##_1C|1216187162.jpg|width=”450″ height=”29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진안군 마을만들기지원센터_##]
내 것을 모두 내어놓고, 내려놓아야 하는 일이 귀농.귀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노력해도 오랫동안 외지 사람으로만 여겨지고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모두가 그 안에 나를 던져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농업 이외에 다양한 형태로 시골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오히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 것이다.
– 이경선
이어서 찾아간 학선리 마을박물관은 폐교의 또 다른 재탄생이다. 귀농한 부부가 중심이 되어 노인학교를 통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어 마을의 이야기로 만든 과정이 담겨 있어 그 어느 그럴듯한 박물관보다 알차고 감동적이다.
[##_1C|1397916717.jpg|width=”450″ height=”29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학선리 마을박물관_##]
“내 이름이 도장에 새겨져 있어!” 83세의 한 할머니가 본인의 이름 석자를 깨우치고 기쁨에 가득 차서 하신 말씀이다. 비어 있는 시골 분교에 행복한 노인학교를 개설하여 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을 모셔다가 한글을 가르치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하는데 83세이신 할머니는 아무리 해도 ㄱ,ㄴ,ㄷ…..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방법을 바꿔 이름 석자라도 쓰시게 하려고 3개월을 노력한 끝에 본인의 이름을 써 놓으시곤 집에 있는 도장을 보았을 터, 본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겠는가…. 그동안 본인의 분신과도 같은 도장에 새겨진 자기 이름 석자를 마주한 순간 그 기쁨은 우리네로서는 상상이 가질 않는다.
글을 가르치는 일은 단순히 실용적인 지식을 주는 일이 아니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숨겨진 보물로 가득 차 있는 할머니들의 삶을 하나하나 엮어 내는 일이었고, 감춰진 그분들의 삶을 비로소 발견하는 일이었다.– 정문식
탐방을 마치며 나에게 다시 묻는다.
나는 농촌의 어떤 점에 관심을 갖는 것인가?
마을 속에 살려면 사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귀농인가 귀촌인가? 농업이 아닌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완주, 진안의 마을 돌아보기와 강연은 지금과 다른 삶을 꿈꾸는 내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고
툴툴거리게 하고 정리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하룻밤 동안의 끊임없는 수다를 통해 얻은 정보도 좋았다.– 김미양
글_ ?김미양, 이경선, 정명철, 정문식 (제3기 커뮤니티비즈니스 귀농.귀촌 아카데미 ‘반딧불이’팀)
김보영 (뿌리센터 선임연구원 boykim@makehope.org)
사진_ 우성희 (뿌리센터 위촉연구원 sunny02@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