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문턱에서 반가운 후원회원을 만났습니다. 바로 오랫동안 희망제작소를 후원하고 계신 이상철 1004클럽 후원회원(화인데코 대표)인데요. 이상철 후원회원이 현재 살고 계신 광주로 향하는 길, 이 후원회원의 희망제작소와의 오랜 인연이 궁금해졌습니다.
낳으면서 소유하지 않다. 생이불유(生而不有)
이상철 후원회원은 희망제작소뿐 아니라 여러 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로 의미 있는 나눔과 실천은 바로 이 후원회원의 소유에 관한 좌우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돈은 내가 벌었지만, 사회에서 잠시 내게 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돌려보내야 마음이 편하죠. 그래서 도덕경에 있는 생이불유(生而不有)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내 것이 내 것이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기부하고 있어요. 요즘 자리에 욕심내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권력이나 자리욕심도 똑같죠. 어떤 자리에 머무르면 잠시 역할을 맡은 것인데 거기에 욕심을 내고 내려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후원회원은 요즘 사회에서 모든 영역이 돈으로만 가치를 평가하는 흐름도 지적했습니다. 돈이 많으면 부자이지만, 많은 벗과 함께 하는 사람이 더 행복한 부자이고, 나를 위한 시간이 많은 사람이 더 부자라는 말씀도 덧붙였는데요. 매일 치열한 경쟁과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무엇이 가치를 품은 일인지 돌아보게 했습니다.
평범한 5060의 삶, 조금 다른 기부가족
이 후원회원의 삶의 궤적이 궁금하다고 여쭙자,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후원회원이 보탠 한 마디, 한 마디는 나눔과 실천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생활건강사업부에서 일했어요. 그러다 건축 분야 사업부로 옮겼고요. 현재 일하는 건축 관련 일을 꼭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었죠. 하지만 돈을 벌려고 하다보니까 그 때 했던 일이 사업 아이템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네요.”
이 후원회원은 10년 간 회사를 다니고, 10년 간 사업을 한 이후 전원생활을 하는 게 꿈이었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아내와 함께 어떻게 전원생활을 꾸릴지 관심이 있다고 합니다.
이 후원회원의 특별한 이야기는 가족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 후원회원뿐 아니라 아내, 자녀 2명(이상철, 김은숙, 이솔, 이형섭) 모두 희망제작소의 1004클럽 회원이라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후원회원으로 동참했고, 이어 딸과 아들 모두 희망제작소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후원회원 가입은 그냥 거의 제 뜻이었죠.(웃음) 자식들한테 삶을 통해 가르치는 게 제일 좋잖아요. 사람이 건강하려면 잘 먹고 잘 싸야 하거든요. 피가 돌려면 계속 순환을 해야 하고요. 계속 먹기만 하면 비만이 되고 여기저기 문제가 생기겠죠. 나눔도 그런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1004클럽 후원회원 가입을 권했어요.”
이 후원회원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눔을 바로 시작했습니다. 습관처럼 시작된 나눔의 삶이 자식에게도 잘 전달되기를 바람이 컸습니다. 이솔, 이형섭 후원회원의 1004클럽 가입은 더 많은 나눔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눔의 실천으로 만난 희망제작소
이 후원회원이 희망제작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친구의 권유로 아름다운가게의 운영위원을 맡으면서입니다. 당시 지역의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헌책방을 직접 운영하던 때였는데요. 사람과의 인연, 책과의 인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 후원회원은 지역에 헌책방을 열어 운영했고, 이러한 인연이 이어지면서 희망제작소를 알게 되었습니다.
“후원회원들이 함께 터키로 해외 탐방을 떠난 적이 있는데요. 그때 탐방을 함께 갔던 분들이 대단했어요. 저는 그냥 아내와 같이 따라 다니기만 했죠. 낯선 사람이었던 거죠. 당시 박원순 前 상임이사가 저희 부부를 많이 챙겨주셨고, 그 이후로 희망제작소의 활동에 관심이 커졌어요. 이후에 여행을 같이 간 후원회원들이 향기로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후원회원은 온 가족을 희망제작소 후원회원으로 함께 독려한 것은 물론 주변 지인에게도 발벗고 나서 후원회원 가입을 추천했습니다. 실제 고교동창인 김종환(前 사울시약사회 회장) 후원회원도 1004클럽과의 인연이 시작되기도 했죠.
그래도 바닷물이 썩지 않는 이유
이 후원회원은 희망제작소 연구원을 향한 따뜻한 관심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해 연구하고, 활동하면서 일하고 있지만, 막상 외부에서는 정치나 출세 지향적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요. 이러한 시선에 얶매이지 않고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연구와 활동을 꾸준히 지속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많이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바닷물이 썩지 않는 것은 그 속에 있는 작은 양의 소금 때문이잖아요. 연구원은 부패하고 타락하는 세상을 정화할 수 있는 소금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희망제작소뿐 아니라 시민활동가들 각자 그러한 보람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힘들게 일하지만, 보람된 일을 하시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이 후원회원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광주송정역으로 가는 길 내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희망제작소보다 더 나은 희망제작소를 위해 후원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후원회원님들이 있기에 희망제작소의 발걸음은 느려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글: 한상규, 이규리 이음팀 연구원 thomashan@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