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미래에 대한 희망제작소 연구원 7인의 공상
앞으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세상을 더욱 이롭게 할 직업은 무엇일까요? 희망제작소 연구원 7인이 한데 모여 직업의 미래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 사회혁신 연구계의 큰손인 연구원A, 🤓 숫자로 세상을 읽는 연구원B, 🥳 소셜디자이너클럽에 중독된 연구원C, 👦 자치분권계의 귀요미 연구원D, 😎 본캐가 개그맨인 연구원E, 🤠 미모의 청년 연구원F, 👩🦰 콘텐츠 정리계의 이단아 연구원G
👦 연구원D : 프로젝트가 어느새 12년이 되었다니 실감이 안 나네요. 당시 프로젝트는 기존의 단순히 미래의 유망직업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바꿀 직업’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이후 비슷한 콘셉트의 책들이 출간됐던 기억이 나요.
12년 전 크게 주목받지 않은 분야는?
👩🦰 연구원G : 지금은 주목받지만 당시에 크게 언급되지 않은 분야나 직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목록을 보면서 반려동물이나 동물권 관련 직업이 언급되지 않아서 좀 놀랐어요.
👩 연구원A : 메타버스라든지 첨단기술을 접목한 분야는 아무래도 예측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이 부분이 고민스러운 것이,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잖아요. 예를 들면 ‘천 개의 직업’에선 특정 전문가가 나타날 걸로 예측했는데, 실제론 앱 서비스 형태로 구현된 경우도 있고요. 기술에 기반한 상품과 서비스는 금세 대체되거나 사장될 수 있기 때문에, 얼마 만큼의 기술적 진보를 감안해서 미래의 직업을 예측해야 할지, 과연 그게 의미 있을지 의문이에요.
12년 전 ‘천 개의 직업’에 게임 관련 직업이 별로 없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요? 또 세상이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면서 그간 상담이나 물류 분야가 급성장했는데, ‘천 개의 직업’에선 언급이 많지 않더라고요.
🤠 연구원F : ‘천 개의 직업’에는 포함이 안 됐는데, 저는 앞으로 청소년 정치참여와 관련된 직업들이 많이 생겨날 것 같아요. 또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는 전문가라든지, 수많은 미디어의 무분별한 보도를 걸러내는 팩트체크 전문가 같은 직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연구원A : 투표연령이 낮아지고 있으니 청소년 정치활동도 더욱 확대되겠죠. 특히 우리사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생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고, 그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청소년‧청년 세대의 의견이 다른 세대에 비해 과소대표될 수 있잖아요.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필요하고, 관련 직업도 풍부해질 필요가 있다고 봐요.
🤠 연구원F : 지금의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할 뿐 아니라 커리어적 측면까지 고려해 아르바이트를 선택하거나 접목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학교밖 청소년의 경우 이런 흐름이 더 강하고요. 또 청소년들이 성장해서 본격적인 취업을 하게 되면 그때는 일에 대한 개념이라든지 직업에 대한 사고방식이 지금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잖아요. 이런 현실을 종합해서 청소년들의 일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풀어줄 전문가들이 필요할 테니, 이것도 새로운 직업 영역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AI가 불러올 디스토피아와 직업의 양극화
🤓 연구원B : 미래의 직업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에이아이(AI)가 떠올라요. 지난 주말에 청소기를 닦다가 문득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나는 청소기를 청소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일동 웃음) 중요한 일들 가운데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은 AI가 하고 인간은 소위 ‘3D업종’에 종사하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두려워지곤 해요.
🤠 연구원F : 결국 마지막에는 AI가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인 예술 분야만 남게 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AI가 복제한 예술품과 인간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을 감별하는 신종 직업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웃음)
👩 연구원A : AI 시대가 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 하는 것의 핵심은 결국 자본의 논리에 있잖아요. 중요한 부분은 자동화하고 최소한의 수정보완 역할을 비정규직 인력이 담당하게 된다면, AI를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간극이 엄청나겠죠. 일의 양극화 문제는 지금도 심각한데,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이 부분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계속 이루어져야 할 듯해요.
🤓 연구원B : ‘천 개의 직업’은 희망찬 얘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우리는 기술과 IT쪽으로만 가면 이야기가 디스토피아로 흐르네요.(웃음)
🥳 연구원C : 그럼 12년 전 ‘천 개의 직업’ 프로젝트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미래의 직업은 무엇이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 연구원G : AI가 할 수 없는 일 가운데는 관계를 촉진하고, 공동체를 가꾸고, 자신과 이웃의 문제를 해결하는 공적(사회적) 영역이 있잖아요. 앞으로 소셜디자이너들의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지고 관련 직업이 많아질 거라고 보세요?
👩 연구원A :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니까, 살면서 직업을 오롯이 하나만 갖던 시대는 이제 끝난 셈이잖아요. 사회적으로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고 이것이 노동으로 이어지고, 삶을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직업에 대한 갈구가 높아지는 상황인 건 분명해요.
🥳 연구원C :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고, 아무튼 우리는 삶에서 무언가를 꾸준히 덜어낼 필요가 있잖아요. 미니멀리즘과는 좀 다른 차원에서, 삶의 국면국면마다 덜어낼 것을 안내해주는 ‘삶 축소 전문가’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 삶을 축소하려면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고 그 속에서 개인에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를 연구하고 조언하는 ‘소셜한’ 신종직업인 거죠.(웃음)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보상할까?
👩 연구원A : 삶 축소 전문가가 탄생한다면, 그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 축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측정하고 보상하는 문제가 남아요. 지금 희망제작소에서 진행 중인 마을공동체 연구를 예로 들면, 마을 활동가들은 소위 ‘오지라퍼’, ‘홍반장’ 역할을 상당기간 해왔잖아요. 이웃에게 필요한 여러 일들을 하는 공동체에 꼭 필요한 사람인데 그런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경력으로 인정하고 보상할 것인지가 중요한 연구문제 가운데 하나예요.
🤓 연구원B : ‘세상을 바꾸는 직업’의 상당수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인 반면 성과측정이나 보상 체계가 불분명하다는 공통점이 있잖아요. 애초 NPO 지원센터가 이런 성과보상 시스템 개발에도 힘쓰기로 되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여러 여건상 제대로 일을 해보기 전에 문을 닫게 된 것이 아쉬워요.
🥳 연구원C : ‘홍반장’이 하는 일은 경제적 재화로 환산이 쉽지 않으니까, 시간단위로 내가 사회적 활동을 하면 그 시간만큼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활동을 지원받는 식은 어떨까요. 시간거래소라고 해야 하나? 내가 지역사회와 이웃을 위한 일을 하면 지역화폐로든 뭐든 환산해서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그만큼의 지원을 받는 거죠.
👦 연구원D : 지역 청년들의 사회적 활동을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도 지방정부들이 사회적 활동의 성과보상 체계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 연구원B : 지역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기본소득과 연결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그런 일 모두가 ‘세상을 바꾸는 직업’이 되겠네요. 그런데 연구원E 님은 오늘따라 왜 이리 말씀이 없으시죠?(웃음)
😎 연구원E : 저는 미래의 직업을 공상하면 된다고 해서 좀 웃겨드리려고 왔는데, 너무 진지하게 거대담론들을 말씀하시니 무슨 이야길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웃음)
👩 연구원A : 미래 직업을 공상 차원에서 이야기한다면…, 우주 풀뿌리활동가 뭐 이런 거? 목성에 지부를 둔?(일동 웃음)
👩🦰 연구원G : 화성공정여행가? 화성의 공정한 접근성을 보장하라는 캠페인도 필요할까요? 여기도 양극화네요. 우리는 어째 맨날 하는 생각이….(웃음)
🥳 연구원C : 그럼, 앞으로 우주 소셜디자이너 시대가 활짝 열릴 거라는 공상을 끝으로 오늘 이야기는 마무리하시죠!
* 정리: 이미경 미디어팀 연구위원 | nanazaraza@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