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용자

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진정한 마을살이 방법을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 ‘마을이 학교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기에 이어 현재 2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지역 공동체에 관심이 있거나 장래 마을 활동가를 꿈꾸는 분들과 강연, 탐방, 워크숍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7월 4일 진행된 ‘삼각산 재미난 마을’ 이상훈 사무국장의 강연 내용을 소개합니다.



삼각산 재미난 마을은 강북구 우이동, 인수동을 중심으로 남북 3.5km, 동서 2km 정도의 범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강북구는 절반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마을은 국립공원과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마을의 대부분은 절대경관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있어, 마을 건물들은 주로 2층~3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때문에 창문을 열면 앞 동이 보이는 아파트 단지와 달리 동네 주민들은 눈을 뜨면 항상 푸르른 산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안에 다양한 장소가 있고, 다양한 주민들의 활동이 있습니다.

”사용자
재미난 마을의 탄생

삼각산 재미난 마을은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 모여 만든 공동육아협동조합인 ‘꿈꾸는 어린이집’에서 시작됐습니다. 1998년 어린이집을 설립한 이후,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교육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에 2003년 초등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삼각산 재미난 학교’를 설립하였습니다.

‘삼각산 재미난 학교’는 마을학교를 지향하면서 통학거리 30분 이내에 거주해야 입학 또는 편입이 가능합니다. 마을학교를 지향했으나 초기에는 학교의 기틀을 잡는데 주력하다보니 그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학년별 수업을 주제별, 프로젝트별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앎과 삶이 괴리되지 않는 교육을 할 수 있었습니다. 변화를 통해 마을의 모든 것들이 수업과 소통하기 시작하였고 마을학교로서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삼 년 정도의 토론을 통해 2011년 1월 사단법인 ‘삼각산 재미난 마을’ 창립총회를 개최하게 됩니다. 이는 ‘재미난 학교’의 설립 이후 8~9년의 시간 동안 마을공동체 속에서 학교의 역할, 관계, 주민들의 실천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이를 통해 교사가 전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 학생, 졸업생 등이 모두 마을회원으로 자격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직의 변화는 학부모 중심으로부터 확장되어 마을 주민들의 더 많은 참여를 불러왔습니다.

재미난 마을의 재미난 활동들

재미난 마을은 다양한 마을 단위와 마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18개 커뮤니티 속에서 700여 명의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어른을 변하게 하는 데에는 아이들을 통하는 것이 제일 빠르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학교를 통해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다양한 단체를 유치하면서 문화예술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여러 겹으로 형성되어 있고, 재미난 학교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여러 활동 집단들과 교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추구합니다. 특별히 극단 진동, WC(뮤지컬 작업실), 스튜디오 느림보는 재미난 마을에 필요하다 생각하여 섭외했습니다. 이 중 몇 개의 집단을 소개하겠습니다.

● 스튜디오 느림보 – 독립영화 발전과 대중화를 위한 독립영화 제작과 디지털배급
                            – ‘워낭소리’, ‘우리학교’ 등의 영화 제작, 배급
                            – 마을에서의 독립영화 나눔과 활성화를 위한 활동 지원

● 함께 놀자 – 2010년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어린이 도서관
                  – 강북구에서도 도서관이 멀고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의 작은 도서관

● 극단 진동 – 2000년 창단한 국내 유일의 청소년 전문극단
                  – 동네극단 우이동, 강심장(20대~30대 사회단체), 장애인, 노인극단 지도
                  – 전문적인 연극 집단으로 마을에 큰 영향을 미침
● 품 – 청소년 문화공동체로 십대 마을만들기, 주말학교(무늬만학교) 활동
        – 15년 동안 진행해온 축제를 ‘강북마을장터 탈탈탈’로 확대 발전시킴
        – 실제 기획과 진행을 청소년 집단이 주도하여 건강한 방식의 새로운 연대문화를 만들어 나감

이외에도 다양한 단체 및 집단들이 모여 삼각산 재미난 마을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지역에 자원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활용하는 것이 마을에 도움이 됩니다. 마을 주민들 중에서 문화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들 또한 마을에서 진행하는 여러 활동을 이끌고 돕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재미난 마을에는 여러 재미난 모임과 공간이 있습니다. 재미난 카페와 521st처럼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를 팔며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장소도 있고, 동네극단 우이동, 재미난 밴드, 백세밴드 등과 같이 마을 사람들이 어울려 활동하는 모임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마을 목공소, 마을 엄마들의 미디어창작동아리 요술항아리, 마을에서 술술 책 읽는 모임 마술책 등 다양한 모임들을 통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과 공간들을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은 80% 가량이 마을 주민입니다. 몇 개는 마을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의도적으로 만들었지만, 대부분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즐기는 모임과 공간입니다. 다양한 모임과 공간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생활문화라는 것을 매개로 엮어나가며 선순환, 협동조합, 평생교육 등 다양한 과제를 함께 풀어갈 예정입니다.

오늘날의 노동환경과 시장에서 마을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사업을 하더라도 활동가만 있고 주체인 주민이 빠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때문에 집단적인 학습과 경험이 필요하며, 그 가운데 개개인은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활동을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활동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마을 공동체를 원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만남이 이어지면서 연대가 되고 돌봄공동체→교육공동체→사회문화공동체→사회경제공동체로 점점 확장해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목공, 바느질과 같은 삶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발현되지 않는 이상 주민들에게 그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시간의 강연을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재미난 마을에서 활동하기까지의 계기, 활동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의 갈등해결방법, 저층주거지가 아닌 아파트에서의 마을 만들기, 청소년들과의 교류 방법 등에 대해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상훈 사무국장은 요즘 마티즈를 팔아 얻은 리어카를 끌고 다니면서 버려진 나무들을 줍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르신들과 인연을 만들어나가고, 녹음을 하며 마을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것이지요. 끝으로 ‘있는 것을 잇기’ 위해 고민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한다면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가꾸는 일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었습니다.

* 질의응답 (more 버튼 클릭)

[#M_ more.. | less.. | 

Q. 어떤 계기로 이 일을 하게 되었나요?

A. 15년 정도 노조에서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청송에서 레지던스 사업을 하게 되고, 남미에서 온 배우들과 ‘당산나무 프로젝트’라 하여 경북 오지를 돌아다니며 거리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해운대에서 남미에서 온 배우들과 술을 마시면서 한국에는 문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문화를 보여줘도 문화가 아닌 술로 되돌려주고 소통이 안 된다 하면서 한국이 남미보다 경제적으로 발전했을 수는 있어도 불행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을에서 일상과 가까운 생활문화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간디학교에서 재래시장을 살리는 활동 등을 해보았고, 현재는 도시에 있는 삼각산 재미난 마을에서 그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Q. 삼각산 재미난 마을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관계 맺기를 하고 있는데, 마을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마을을 삶의 터전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갈등은 없나요?

A. 학교를 처음 설립할 때부터 마을에 사는 주민들만 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절반 이상이 강북구 수유리 토박이들이고, 대부분 10년 이상 마을에서 산 사람들이다 보니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Q. 아파트에서 여러 마을 활동을 시도했으나 돈 또는 경쟁이 발생하면서 아파트 문화에 대한 회의를 갖고 있습니다. 삼각산 재미난 마을 그리고 성미산마을의 사례를 살펴보면 아파트가 중심이 아닌 곳에서 마을 문화가 발달하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의 삶의 조건인 아파트에서 공동체 문화를 만든 예가 있나요? 있다면 중심과제는 어떤 것일까요?

A. 강북구에 해모로 아파트가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비슷한 소득수준, 적당한 규모로 이루어진 아파트 단지를 찾아 입주자 대표자 회의에 커뮤니티 플래너 파견 제안을 했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지방에서는 충주 두꺼비 마을, 판암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한 대전 판암동의 커뮤니티, 마을신문을 매개로 한 부산 기장군 반송마을이 있습니다.

마을 만들기가 아파트라 하여 불가능하다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 다른 접근 방법을 고민해야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무언가 하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마을사람들과 통하게 될 것입니다.

Q. 대안학교, 청소년 문화공동체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의 관심사를 알아내고 어떤 방향을 갖고 기다려야 할까요?

A. 청소년들은 마냥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방이 소음으로 인해 우이동에서도 후미진 곳에 위치하다 보니, 간혹 10대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러 옵니다.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같이 컵라면도 먹고 목공일을 시켜준다고 하면 몇몇 아이들이 하겠다고 나섭니다. 먼저 같이 만들자고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환경을 조성한 후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할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먼저 말을 걸고 함께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 구체적인 환경은 다시 말하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먼저 말을 걸면 꼰대라 생각하고, 아예 안 걸면 무시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다려준다면 아이들의 상상력과 능력이 언젠가는 발산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자 했던 그 삶을 살아가면 됩니다.

_M#]


글_뿌리센터 최선호 위촉연구원 (prefer68@makehope.org)
사진_뿌리센터 장우연 연구원(
wy_chang@makehope.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