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디 이노베이터 시리즈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혁신을 이끌고 있는 활동가들과 함께, 사회혁신의 방법론과 사례 등을 알아가는 사회혁신 프로그램입니다. 아래 내용은 디 이노베이터 시리즈의 네 번째 시간이었던 ‘사회혁신을 디자인하라 ? 시민이 만드는 공공서비스’ 워크숍을 정리한 글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여름의 한 가운데 40여 명의 시민들이 대학로에 모였습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 소개해 드린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디자인’ 강연에 이어 워크숍을 통해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실습해 보는 시간입니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의 백준상 교수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정주영님께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공공서비스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워크숍은 시민들이 직접 대학로와 주변 지역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2시간여의 야외활동을 통해 여러 방법으로 정보를 모은 시민들은 워크숍 공간에 다시 모여 개선해야할 문제를 파악하고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공공서비스에 대해 고민해 보았습니다.  


대학로는 공연과 문화의 거리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공연의 60% 이상이 대학로에서 열리며 100여 개가 넘는 공연장이 몰려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로 지역에 공연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로에는 그 이름에 걸맞게 많은 대학의 본교와 분교가 모여 있습니다. 또 동쪽으로는 대학로를 내려다보고 있는 낙산과 그 아래 이화동, 장수마을 등 재개발 지역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대학로 주변을 구석구석 살펴보면 그리 넓지 않은 지역에 다양한 모습의 공간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마로니에 공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연거리에는 많은 사람이 오가고 어느 때부턴가 각종 음식점과 술집 등의 유흥공간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20분 정도만 걸어 대학로 동쪽의 낙산공원 쪽으로 가면 가파른 계단길 주위에 늘어선 재개발 지역의 오래된 가옥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몇 년 전 조성된 벽화거리도 있고 낙산의 정상에 있는 낙산공원은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를 선사합니다. 워크숍은 조별로 대학로 공연거리, 낙산공원, 이화동 재개발 지역을 주제로 삼아 이루어졌습니다. 각 조는 현장조사를 통해 각 주제별로 현장에서 이미 제공되고 있는 공공서비스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그 서비스를 체험하기도 하였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도 관찰하고 인터뷰했습니다. 또 그 공공서비스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도 들어보았습니다.

그럼 각 주제별로 관찰해 얻어진 여러 정보들을 살펴볼까요?



이렇게 모인 정보들을 통해서 현재의 상황을 진단한 후에 각 조는 자신들만의 퍼소나를 작성했습니다. 퍼소나는 서비스디자인을 진행할 때 활용하는 가상의 인물입니다. 각 조는 퍼소나를 통해 공공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를 이름 모를 어느 누구로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한 인물로 설정합니다. 퍼소나는 창조된 인격이지만 그 구체성 덕분에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실제적으로 표현됩니다. 사용자의 서비스에 대한 필요와 만족 그에 따른 감정상태를 살피는 것이 중요한 서비스디자인에서는 이러한 퍼소나 기법이 자주 사용됩니다. 다음은 각 조에서 만든 퍼소나의 모습입니다.  


퍼소나까지 만든 후에 사용자여정지도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여정지도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기 전부터 사용 중, 사용 후까지의 여정을 시간 순으로 나열해 그 감정의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냅니다. 막연했던 서비스의 체험이 시각화되면서 참여자들은 사용자의 입장에 더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며 불편을 느끼는 순간이 어떤 지점인지를 파악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더 명확히 판단하고 그 지점의 경험을 즐거운 경험으로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오늘 워크숍의 마지막 활동은 이해관계자 지도 만들기였습니다. 퍼소나와 사용자여정지도를 통해 파악한 문제와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구축할까를 고민하기 위해 만들고자 하는 공공서비스를 생각하여 그 서비스에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 간의 관계망을 그려보았습니다.

참가자들은 이해관계자지도를 만들며 우리가 공공서비스를 사용할 때 직접 만나는 사람이나 대상들뿐 만아니라 그것을 지원하고 있는 전체 공공서비스의 시스템의 이해관계자들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공공서비스의 디자인은 이러한 이해관계자들의 욕구와 필요를 파악하고 이들이 함께 모여 공동 창작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오늘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이지는 못했지만 생각으로나마 그들을 고려하며 지도를 그려봄으로써 각 조가 가진 아이디어를 실현가능한 형태로 구체화하였습니다.

대학로 문화거리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고민한 조는 4개 조였습니다. 그 중에 ‘대학로공연 소개 스토리텔러’의 아이디어를 낸 4조의 이해관계자지도를 볼까요?

”사용자
4조가 주목한 첫 번째 문제점은 대학로에 성행하는 호객꾼이었습니다. 서비스여정맵을 그리며 길을 가다가도 두 번 세 번씩 말을 거는 호객꾼들을 만날 때 기분 나쁜 감정이 드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대학로에서 공연정보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보고 싶은 공연을 정하지 않고 대학로에 왔을 때 막상 어떤 공연이 볼만한 공연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두 문제의 원인은 영세한 소극장들이 자신을 홍보할 수단을 가지지 못했다는 점으로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과 그 주변을 중심으로 공연을 홍보할 수 있는 스토리텔러들의 무대를 만들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연극에 대한 정보가 모이는 서울 연극센터를 중심으로 각 극단의 공연의 정보를 스토리텔러가 재구성하여 돌아가며 자신들을 홍보할 기회를 가지는 것입니다. 마치 영화의 예고편을 보여주듯이 스토리텔러들이 연극의 장면을 예고편처럼 구성해서 보여주는 공간인 것입니다. 아마 그 예고편 자체가 거리공연과 같은 효과를 내서 대학로 거리가 문화의 거리로 더 풍성해 질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시스템을 구축하며 예상되는 어려움도 있지만 공공기관은 대학로 거리의 문화 활성화와 호객꾼 근절 효과를 누리고, 극단들은 홍보의 효과를 볼 수 있으며 관객은 자신이 원하는 공연을 찾고 문화의 거리로 대학로를 누릴 수 있게 되는 모두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지점을 찾은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1조는 낙산공원의 공공서비스를 고민했습니다. 1조는 낙산공원이 즐거울 뿐 아니라 주변 지역 주민과 문화가 소통되는 공간을 꿈꾸었습니다. 그래서 전망은 좋지만 단순한 조경의 낙산공원 곳곳에 테마를 부여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경험의 만족도를 높이고 중앙광장에 있는 커다란 공연장을 이용해 문화 공연을 유치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통해 관광객은 물론 주변 재개발지역의 영세주민들도 문화공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한 너무 적막하고 으슥한 곳이 많아서 무서울 때도 있는 공원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지역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 낙산공원에서 방송하는 것도 제안하였습니다.

”사용자
하루의 워크숍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 어려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날 모인 40여 명의 시민들은 공공서비스란 어떤 것인가를 체험적으로 알게 되고 서비스디자인방법론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서비스의 향상에 사용될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이날 참가한 참가자들은 공공서비스의 개선과 개발에 실제로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이 더 많이 사용되고 그것을 통해서 시민들이 실제로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며 느끼는 점들이 더 많이 반영된 공공서비스가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랐습니다.

이날 워크숍을 진행한 백준상 교수는 “워크숍을 시작할 때는 날씨도 더운데 소중한 주말 시간을 내어 모인 시민들의 열정에 놀랐고, 워크숍을 끝내면서는 이곳에서 나온 시민들의 아이디어에 놀랐다.”고 말하면서 “공공서비스의 변화에 시민의 참여라는 것이 필수적인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라는 말로 이날의 워크숍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사회혁신센터에서는 서비스디자인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시도를 시민 여러분과 함께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_송하진 (사회혁신센터 위촉연구원
ajsong@makehope.org)

* 연재 목록
 1.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디자인’
 2.  대학로를 혁신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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