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도시텃밭’에서는 무엇이 자랐나

시니어의 사회공헌 아이디어를 시니어와 청년Doer가 만나 직접 실행해보는 프로젝트 <제2회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이 지난 9월 13일 최종 결선대회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10주간 장애인들에게 치유의 공간으로 제공될 도시텃밭을 만든 City Farmer팀의 소감문을 소개합니다.


‘장애인 도시텃밭’에서는 무엇이 자랐나

연둣빛 콩나물에서 시작된 물방울 하나가 이제 개울을 이루어 끊이지 않고 흐를 기세이다. 원예치료, 식물치료, 텃밭치료, 애완식물 돌봄 활동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장애인을 위한 치유형 도시농업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6차산업으로서 농업 분야를 활용한 장애인 직업 창출, 도시농업에 기반을 둔 장애인 복지 공동체의 실현이라는 바다가 아득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만 해도 그저 꿈으로 남을 것 같은 일이었다. 서울에만 집중된 도시농업을 지역에서 시도해 볼 수는 없을까? 이왕이면 장애인들이 도시농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 유형과 특성을 고려하여 농사를 지을 수는 없을까? 제대로 된 정책도 없고 예산 지원도 없어서 꿈으로만 남을 것 같은 일이었는데 희망이 생긴 것이다.

바로 희망제작소의 ‘제2회 시니어드림페스티벌’ 덕분이다. ‘장애인 도시텃밭’이라는 나의 아이디어가 최종 선정된 후 3개월이란 시간 동안 다양한 활동이 이어졌다. 아이디어 숙성 워크숍, 본선 오리엔테이션, 본선 워크숍, 중간 점검, 최종 점검 등 처음에는 지나치다고 생각될 정도의 꼼꼼한 과정을 거치면서 나의 아이디어는 점점 구체화되었고, 청년Doer와 함께하면서 세련된 실행계획이 완성되었다.

장애인 문제뿐만 아니라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 치유형?사회복지형 도시농업이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을 통해 현실화되면서, 아이디어를 제안한 나와 함께했던 청년Doer들의 마음속에 잔잔함 울림을 남겼다. 우리는 소외와 차별로 채워진 사회라는 고립된 연못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진 것이 아닐까?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은 끝났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돌멩이를 던지고 있다. 시니어드림페스티벌 결선대회 이후 ‘장애인의 도시텃밭 만들기 운동, 1평의 사랑 더하기 1만원의 행복 텃밭’ 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하여 장애인 도시텃밭 1,000평 확보 운동을 시작했고, 이를 위해 클라우드 펀딩과 착한 메주 프로젝트 사업을 후속으로 추진하고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수도권 참가자나 지방 참가자 모두에게 똑같은 금액이 아이디어 실행 지원금을 주어진다는 점이었다. 우리 팀은 나를 비롯한 팀원 모두가 부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오리엔테이션 등 서울에서 진행되는 일정에 참여하기 위해 지원금의 많은 부분을 교통비로 사용하게 되었다. 앞으로 지방 참가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해주었으면 한다.

세상의 모든 희망이 모이는 곳, 희망제작소의 다양한 교육과 프로젝트 중 특히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은 더 의미 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무시하기 쉬운 시니어의 숙련된 경험과 아이디어를 사회공헌으로 연결시키고, 결과만큼이나 과정을 중시하면서, 세대의 공감까지 이루는 활동보다 의미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앞으로도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

글_ 장유성(제2회 시니어드림페스티벌 참가자)
사진_ 나종민(바라봄 사진관 대표)

문턱 없는 도시텃밭, 10주간의 기록

장애인은 누군가에게 항상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일까? 우리 팀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수동적인 존재로만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30년이라는 나이 차이가 나는 우리가 장애인 도시텃밭으로 통할 수 있는 이유였다.

물론 살아온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이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큰 갈등 없이 도시텃밭을 가꿀 수 있었다. 그래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왕복 6시간이 꼬박 걸리는 거리를 그것도 무려 5번이나 오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보면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다. 그럴 때면 푸른 나무들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것은 분명 식물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다. 특히 식물은 정애인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제공하고 직접 가꾸는 활동을 통해 신체 기능을 발달시키는 치료의 매개체가 되어 줄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생활 속에서 식물과 가깝게 지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마땅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장애인들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걸림돌 없는 도시텃밭을 제공하는 일이 우리의 첫 번째 과제였다.

첫 번째 장애인 도시텃밭은 장애인 요양시설인 선아원에 만들기로 했다. 나는 개인적인 일들은 모두 다 제쳐 두고 도시텃밭을 채울 화분 제작에 나섰다. 화분 재료를 구하기 위해 무작정 커피숍에 들어가 일회용 용기를 후원해 달라고 요청했고, 분리수거함을 뒤지러 다녔다. 2개월 내내 그 일에만 몰두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조금 부끄럽지만, 그때는 아이들이 기뻐할 모습만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우리 팀 시니어께서 내가 만든 화분은 우주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것이라며 특급 칭찬을 해주신 덕분에 나의 활동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희망제작소는 정말 희망이 모이는 곳이었다. 우리의 프로젝트가 소문이 나면서 여기저기에서 후원이 들어왔다. 최종 발표회가 있기 전날 오후 5시 드디어 선아원 옥상에서 도시텃밭 개장식을 가졌다. 2개월간의 열정이 꽃을 피우는 순간이었다. 우리 팀원 모두 텃밭을 선물 받은 아이들보다 더 기쁘고 행복해 했다.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것을 나눠 줄 수 있다는 것이 큰 축복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자란 농작물을 수확하여 양로원의 ‘김장나눔행사’에도 참여하고, KBS 부산방송총국에서 진행하는 ‘미라클하우스 프로그램’에 옥상텃밭도 기증할 예정이다. 장애인들도 나눔에 참여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인 것이다. 비록 우리의 공식적인 모임은 1호 사업에서 끝이 났지만 2호, 3호 아니 부산의 모든 복지기관에 문턱 없는 도시텃밭이 만들어질 때까지 우리의 만남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차별 가득한 세상에 희망의 돌멩이 하나를 던졌다. 그 시작을 도와준 희망제작소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글_ 김하나(제2회 시니어드림페스티벌 참가자)
사진_ 나종민(바라봄 사진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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