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분권의 현주소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이 추진 중인 가운데, 지방일괄이양법 제정과 함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32년 만에 통과되었습니다. 중앙정부의 기능 및 권한을 이양하고, 자치권 확대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 분권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희망제작소가 기획·운영하고 있는 목민관클럽 민선7기 정기포럼에서는 지방자치권 강화의 일환으로 재정 분권 현황을 진단했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1~2단계 재정 분권 과제를 도출하고, 실질적으로 지방 분권을 실현하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관한 발제 및 토론 내용을 재가공해 전합니다.

지방재정자립도 30% 미만 지자체 170곳에 달해

지방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운영함에 있어 얼마나 자율성이 높은가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예산기준으로 우리나라 243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재정자립도 30% 미만이 170곳일 정도로 열악한 재정여건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재정자립도 30% 미만의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2017년 153곳→ 2018년 155곳→ 2019년 158곳→ 2020년 170곳)는 것입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를 대상으로 국세와 지방세의 세수 추이를 살펴보면 국세와 지방세의 평균 신장률은 5.86%와 6.88%로 국세보다 지방세가 높습니다. 지방세 신장률이 높아서 지방의 소요재원을 뒷받침할 수 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2020년 당초예산 기준 지방자치단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50.4%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정부에 의한 지방재정 지원은 필수적인데 국세의 위축에 따라 중앙재정으로 지방의 부족재원을 보전해주는 이전재원 중심의 현행 지방세입 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또 고령화, 저출생, 지구온난화 등 외부 환경의 변화를 안고 각 지방정부는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더불어 지방정부가 더 이상 중앙의 보조적 존재가 아닌 독립된 위상으로 문제를 대처하는 핵심 주체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자립을 위한 재정분권 실현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따라서 국세 대비 지방세 비중이 8:2 구조이나 중앙정부 지출 대비 지방정부 지출이 4:6 구조로 세입과 세출의 심각한 부조화를 바로잡기 위하여 지방재정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정분권은 지방분권의 주춧돌

정부는 지난 2017년 재정분권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뒤 ‘자치분권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2018년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재정분권 추진방안’ 구체화 및 지방일괄이양법 시행으로 지방분권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 지방일괄이양법란?
지난 2018년 본격화된 지방이양일괄법은 권한 이양을 위해 개정이 필요한 법률들을 하나의 법률에 모아 동시에 개정하는 것입니다. 법률 개정을 통해 19개 부처 소관 66개 법률의 400개 사무가 지방에 이양됩니다. 지방분권에 관한 의지이자, 지방자치단체 권한 확대를 위한 실질적 조치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재정분권 1단계 (2019-2020)
지방으로 지방소비세율 확대(11%→21%), 중앙정부 사무 이양(3.5조원), 소방안전교부세율 확대(20% →45%) 등입니다.

📌 재정분권 2단계 (2021-2022)
국세-지방세 구조 등 지방재정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 국가-지방의 기능을 재조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세 대 지방세 간 7:3의 비율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지방세 추가 확충, 중앙정부 기능 이양, 지방교육재정 개혁 등이 포함됩니다.

1단계는 사무이양과 함께 지방소비세율 확대를 통해 국세-지방세 구조를 개선했다면, 2단계는 국고보조사업의 개편을 통해(연금 등은 중앙정부로, 아동수당 및 보육은 지방정부로) 재정분권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당초, 지방소득세 확충을 통해 진행하려고 했다가 현재는 지방소비세율을 10% 추가 인상하는 것으로 자치분권위원회 안이 국무조정실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현재,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은 8:2인데, 지출은 중앙정부 대비 지방정부 비율이 4:6 구조입니다. 즉, 중앙정부가 8할의 세금을 거둬 4할은 직접 지출하고 4할은 지방정부로 하여금 지출하게 합니다. 4할의 지원은 지방교부세 등으로 지방재정을 보충해주거나 국고보조금 형태로 지원합니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정부의 부족한 재원을 보충해 사용이 자유롭지만 국고보조금은 사용처가 정해져 있고, 지방정부가 매칭해 부담하는 사업이라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제한합니다. 정부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는 시민 입장에서는 재원이 중앙정부이든 지방정부이든 동일한 결과가 아니냐고 하겠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발생합니다.

현재, 세입과 세출이 일치하지 않는 지방정부 재정구조는 중앙정부 국고보조사업을 따내는 데 집중하는 구조입니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내가 돈을 벌어서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게 아닌 중앙정부 공모사업, 보조사업에 선정되어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용률을 높여서 자체 세원을 확보하는 것보다 중앙정부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됩니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국가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지원을 해야 하다 보니 재원 사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를 바로 잡는 게 재정 분권의 취지입니다.

즉, 지방정부가 스스로 재원을 확보하고 지역 현실에 맞게 꼭 필요한 곳에 재원을 사용하도록 구조조정을 하자는 것입니다. 시민 입장에서도 정부가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여지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이니 더 이득이 되는 조정인 셈입니다.

미래지향적 지방재정 체계 마련 필요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치분권’을 위해 단계적으로 수순을 밟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세수 개편 관련해 중앙-지방 정부간의 이해, 광역-기초 지방정부간의 이해가 상충하는 지점이 곳곳에 산재해있기 때문에 이를 협의하고, 실현가능한 방식으로 점진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1단계 재정분권만으로 지방세의 정상화가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지방세출의 합리화를 위해 세수가 많이 느는 쪽이 있고, 줄어드는 쪽이 있는 만큼 광역과 기초를 구분해 두 방향을 모두 검토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지방정부의 재정 책임성을 강화하는 대안도 마련돼야 합니다.

2단계에서는 미래 지향적 지방재정체계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방세법 개정을 통한 지방세 세원 확충을 고려할 때 환경세, 사회복지세 등 미래 지방세 세목을 개편하는 방향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법령과 제도의 정비를 함께 이뤄나가야 합니다.

이달 초 정부는 2021 업무보고에서 자치분권 2.0 시대를 맞아 주민이 지방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안하고 주민소환과 주민투표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주민조례발안법 제정과 주민소환법·주민투표법을 개정하는 한편 국가와 지방 간 기능을 재조정하는 2단계 재정분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하더라도 재정 분권의 협의 과정을 꾸준히 주목하는 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재정분권이 제대로 되려면 정부와 지방정부 간 관계가 대등한 파트너로 설정되어야 합니다. 중앙 정부가 기획, 지방정부가 집행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 재정분권을 수행하면서 목표는 있지만, 합의된 원칙으로 추진했는가에 관한 물음이 있습니다. 재정분권이 세입을 확충하는 데만 있는 게 아니므로 2단계에서는 세출 분권에 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 라휘문 성결대학교 교수

참고자료
– 유태현 남서울대학교 교수, <지방일괄이양법 제정 이후 재정분권 현황과 과제> 발표자료
– 한재명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2단계 재정분권 추진에 따른 기초자치단체 세입변동 분석과 정책제언> 발표자료

-정리: 연구사업본부, 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