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비류백제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던 곳, 남동구와 연수구를 분구시킬 정도로 번성했던 남구는 인천대학교가 떠나가고 주요 산업시설도 이전해 나가면서 구도심 재생문제에 봉착하였다. 더구나 세계 경제위기와 맞물려 부동산 경기도 위축되면서 재개발 바람도 멈춰버린 이때, 오랫동안 인천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였던 남구는 과도한 사회복지비 부담과 구도심 재생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사람’에 대한 희망과 투자로 활로를 찾아 가는 인천 남구 박우섭 청장을 찾았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이하 ‘윤’) : 먼저 목민관클럽 회원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우섭 (인천시 남구청장 이하 ‘박’): 목민관클럽은 우리 자치단체장들이 공부하는 모임입니다. 사실 자치단체장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곳도, 고민을 함께 나누고 의논할 곳도 마땅찮지요. 함께 모여서 경험을 나누면서 우수사례는 확산하고 실패사례는 반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체장 일이 항상 바쁘지만 현장방문이나 워크숍에 참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지자체 운영에 큰 도움이 됩니다. 더욱 많은 회원들이 모임에 참석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좋은 정책 사례들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는 스승이자 동료가 되어 주길 바랍니다.
[##_1C|1384806662.jpg|width=”500″ height=”33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박우섭 인천 남구청장_##]
윤: 인천 남구는 어떤 곳인지 역사와 함께 자랑을 해주시지요.
박: 우리 남구는 오랫동안 인천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서 선조들의 삶의 흔적과 다양한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품고 있어 가히 인천 역사의 태동지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도호부의 객사와 동헌, 인천향교가 남아 있고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비류가 백제를 시작한 곳이 문학산성이라는 역사적 자료도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남구의 가장 큰 정체성이면서 잘 살려 나가야 할 자산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지금은 원도심 지역으로 낙후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남동구와 연수구도 남구에서 분화해 나갔지요. 이들에게 우리 남구는 할머니와 같은 역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도심은 도시재생이라는 과제가 있지만 오랜 도시문화 속에서 이웃간 정을 나누는 공동체 정서가 강하게 남아 있기도 합니다. 최근 지방자치가 주목하는 공동체적 공화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에 이러한 장점을 잘 살려나가는 것이 과제입니다.
윤: 미추홀이 비류 백제의 도읍이 되었던 것은 소금과 해상교통의 장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남아 있는 유적은 없는지요?
박: 주안5동 지역이 옛 염전지역인데 지금은 매립되고 공단이 되어서 현재 실제 남아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전에 남구였던 현 남동구에는 소래포구에 염전을 했던 흔적이 남아 있고 지금도 염전 시연을 하고 있습니다, 해상교통은 현 연수구 지역이 중심지였는데 지금은 구가 분리되어 남구는 현재 바다가 없지요. 과거 흔적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 육성, 성과보다 사람을 키워야
윤: 올해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일자리 분야’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작년에도 일자리 창출목표를 초과달성하였다고요. 경제위기 속에서 일자리 창출이 모든 지자체의 1순위 과제가 아닐까 싶은데 남구의 일자리 창출 비결과 핵심 전략을 소개해 주신다면?
박: 중앙정부의 역할도 있지만 지방정부가 담당해야 할 일 가운데선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구청장이 되기 전부터 사회적기업과 커뮤니티비즈니스 관련하여 제 나름대로 구상을 하고 준비를 해왔는데, 당선 이후 이 분야를 최우선 전략 과제로 삼고 집중해 왔습니다. 초기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도 있었지만 전국 지자체 최초로 ‘사회적기업육성센터’를 만들고, 구청장 직속으로 사회적기업 추진단도 만들었습니다.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공무원부터 시작해서 통장이나 주민자치위원 등 유관단체 관계자들까지 사회적기업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일관되게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봅니다. 다만 지난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반성하는 것은 성과 중심으로 기업 개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행정의 역할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을 키우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결국 세상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윤: 약간의 시행착오도 있었겠습니다만,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수사례, 모범사례를 잘 발굴하여 확산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주시지요.
박: ‘은빛나르샤’라는 것이 있어요. 문학동이 빌라가 아주 많은 지역인데, 빌라는 관리사무소가 있는 아파트와는 달리 청소나 건물 관리 문제가 어렵잖아요. 이런 문제에 착안해서 만든 남구 마을기업 1호가 ‘은빛나르샤’입니다, 2011년 12월 인천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고 지역에서 평가도 좋은 편입니다. 조금 연세가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이라고 해서 ‘은빛나르샤’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_1C|1363805796.jpg|width=”500″ height=”37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남구 마을기업 1호 은빛나르샤_##]
사회적기업의 모법 사례로는 ‘행복도시락’이 있는데요. 우리가 초기부터 SK그룹의 지원을 받아서 관내 결식아동이나 지역아동센터에 도시락을 제공하는 사업을 했는데, 중간에 기업 지원이 끊어지면서 수익구조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2월부터 행복도시락에서 구청 구내식당을 위탁운영하면서 경영이 개선되었어요. 앞으로는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큰글은 올해 4월에 남구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는데, 전국 유일의 큰 글씨 도서 출판업체입니다. 시력이 약한 분들이나 노인들을 위해서 큰 글씨의 책을 출판하는 사업인데,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보고, 지역 내 노인정 등에도 양질의 도서를 보급함으로써 노인들의 치매예방과 다양한 정보 제공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_1C|1319374975.jpg|width=”500″ height=”30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큰 글씨’ 책을 만드는 도서출판 큰글 홈페이지_##]
윤: 대부분 사회적기업들이 지방정부나 중앙정부의 보조금 지원으로 도움을 받고 있는데요, 중간에 끊어졌다고는 했지만 관내 대기업의 지원으로 사회적기업이 운영되었던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거버넌스라는 것이 정부와 시민사회 뿐 아니라 관내 기업들과 시민사회를 연결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다른 사례는 없는지요?
박: 사회적기업이 개별적으로 후원을 받는 것들은 있습니다만, SK처럼 직접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사례는 없습니다. 앞서 제가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일반 기업에서도 사회적 관점을 가진 기업가가 나와야 하고, 행정에서 지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는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윤: 사실 1억 원을 직접 지원하는 것 이상으로 1억 원을 잘 쓰도록 가르쳐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사회적기업이나 소기업을 보면 자금을 지원해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회적기업이 외부 지원 없이도 생존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완하시는지요?
박: 관내 ‘이건창호’와 같은 기업은 관련 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사회적기업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육성센터’를 통해 경영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회적기업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판로 개척인데, 올해 10월 홈플러스 인하점 안에 사회적기업 생산품 복합 판매장 ‘두레온’을 개관하여 사회적기업 제품의 경쟁력 강화와 윤리적 소비를 위한 생태계 조성의 기반을 구축하였습니다.
[##_Gallery|1323540655.jpg|사회적기업 생산품 복합 판매장 ‘두레온’|1083542113.jpg|사회적기업 생산품 복합 판매장 ‘두레온’|width=”400″ height=”300″_##]
윤: ‘두레온’은 좋은 사례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기업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들 사이의 네트워크 구축도 중요하지만, 기존 유통업체나 기업 등과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일도 중요하고 널리 보급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으로 어르신 문제에 관심이 많으시죠? 예산도 40억 원으로 많이 투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인복지 또는 노인일자리 관련한 사업들을 소개해 주시지요.
지혜롭고 존경받는 선배 시민
박: 우리 남구는 원도심 지역으로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어르신들을 어떻게 예우하고 지원할 것이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우리 남구는 ‘지혜롭고 존경받는 선배 시민’으로서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르신들이 사회적으로 일정부분 기여를 하면서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 일환이 노인 일자리 사업이라고 봅니다. 가능하면 노인 일자리 사업 분야에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국비나 시비를 많이 가져올 수 있도록 집중하는 것이지요. 그 결과 인천시에서는 우리 구가 노인 일자리 사업과 예산이 가장 많습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크게 공익형과 시장형으로 나뉘는데, 공익형은 어르신들의 지혜와 능력을 활용하는 사업과 사회 문제를 완화하는 분야로 나뉩니다. 먼저 그동안 단순노동으로 한정되어 있던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 벗어나 어르신들을 지혜로운 선배시민으로서 인정하며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여 제공하는 것입니다. 올해 강사파견 사업으로 ‘방과 후 아동교육’,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예체능 지도’ 등 신규 사업을 개발하여 초등학교,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하고 지역 어린이들에게 한자, 서예, 하모니카, 기타, 뜨개질, 전통예절, 한국무용, 민요, 택견 등을 교육하였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세대간 교감을 이끌어내면서 어르신들과 아이들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두 번째는 아동 및 시설과 관련된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완화하는 것입니다. 아동을 위한 사업으로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스쿨존 교통지원, 실버 야간지킴이 사업 등을 통해 등하교 시간의 여러 가지 위험으로부터 아동들의 안전을 지켜주었으며,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사업으로 학교 급식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시설을 위한 사업으로는 경로당 실버시터, 해피콜 시설도우미, 지역아동센터연계사업, 생활근린시설 관리지원, 마을쉼터 소공원관리 등을 추진함으로써 시설의 인력 부족을 해결하면서 시설을 이용하는 구민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의 개발입니다. 사실 노인 어르신들의 기술이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많이 발굴하면 좋지만, 공익형은 많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좀 적은 예산으로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시장형 사업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올해에는 자연향기 비누 제작, 홍보물 제작 분야에서 22명의 어르신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였습니다.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하면 공익형과 시장형의 중간 성격인데, 관내 이면도로에 주차선을 그어 놓았지만 무료인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을 유료화하면서 하루 4시간 일하고 월 50만 원 정도 받는 주차관리사업을 새로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직접 관리하니까 주차장도 질서가 유지되고 차량도 적절히 순환됩니다. 주변 환경문제도 해결되고 어르신들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돈을 버는 것이지요. 주차요금도 30분당 400원이기 때문에 부담되지는 않습니다.
공공의 가치를 우선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 역량 강화해야
윤: 남구의 5대 핵심과제 중 하나가 평생학습인데요. 올해를 ‘평생학습 진흥의 해’로 정하고 5가지 주요 전략과제도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생학습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실질적으로 성과있게 진행되는 곳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남구의 특징이나 제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박: 앞서 잠시 이야기했듯이 우리가 지방자치를 통해서 해야 할 것이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이고, 저는 지방자치에서 공동체적 선을 추구하는 공화주의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공화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무엇이 공공선인지 판단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천하는 시민적 덕성이 필요한데요. 이것이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속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학습을 통해서 시민들의 지혜와 덕성을 키워내야 할 때입니다. 다양한 인문학적 프로그램들이 그런 역할을 할 것이고, 주민참여예산 제도도 단순히 주민들의 요구를 받는 수준을 넘어서 공공선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고 본인들의 결정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요즘 마을만들기도 많이 이야기하는데, 마을만들기도 평생학습 기반을 통해서 나아가야만 제대로 된 공동체마을이 형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즉 다양한 공동체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공공의 가치를 우선하는 시민적 지혜와 덕성이 필요하며, 평생학습은 그런 기반을 다져나가는 기초과정입니다.
윤: 평생학습과 연계한 마을만들기, 나아가 주민자치와도 연계하고 계시죠? 지난해 ‘주안7동, 날개를 달다’라는 주민 아이디어 축제를 개최했는데 성황리에 끝났다고요. 축제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어떻게 사업화할 계획인지요?
박: 제가 민선 3기 때 처음 마을만들기 사업을 할 때는 마을에서 공모를 받아 선정한 뒤 지원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화단 가꾸기, 벽화 그리기, 타일 붙이기 등 1회성 사업이면서 예산이 소요되는 것들 위주로 진행했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먼저 마을만들기에 참여하고 싶은 주민들을 모아서 성미산마을을 찾아간다든지 전문가를 초청해 교육을 먼저 했습니다. 이렇게 교육받은 주민들이 모여서 마을만들기를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해가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오래 걸리고 구체적인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만, 훨씬 재밌고 더 탄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어디선가 ‘마을만들기는 사람 만들기’라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말에 적극 공감하고요. 사람을 만든다는 것은 학습을 통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평생학습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이런 측면에서 성공적인 사례로는, 매스컴이 많이 다뤄서 우려스럽긴 하지만, 예술인들과 주민들이 함께 모여서 만들어가는 ‘우각로 문화마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곳은 알렌 선교사 거주지였던 전도관을 중심으로 한 숭의동 109번지 재개발지역입니다. 재개발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보니 전체 661세대 중 500세대가 아직 거주하고 있는데 이주한 160여 세대가 문제에요. 빈집들이 방치되면서 쓰레기가 쌓이고 범죄 우려도 높은 곳이 되었는데, 예술인들이 이 빈집들을 이용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동장과 공무원들이 지역주민들을 설득해서 재개발사업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무상으로 예술인들이 이용하도록 했죠. 빈집을 동네카페, 아이들 놀이터, 예술인들 작업공간으로 바꾸고 전도관은 소규모 공연장으로 만들었어요. 외부에서 예술인들이 들어온다고 하니 처음에는 지역주민들이 경계를 하기도 했는데, 공연도 하고 볼거리도 생기니 사람들이 모이고 막걸리 축제도 하면서 동네에 활력이 넘쳐요. 이제는 통장을 비롯한 주민들도 적극 행사에 참여하면서 지역공동체가 새롭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_Gallery|1172768725.jpg|흥겨운 우각로 마을 행복한 도서관 개관식|1237639068.jpg|우각로마을을 살리는 사람들|width=”400″ height=”300″_##]
윤: 주안5동 ‘염전골 사람들’도 있던데 함께 설명해주세요.
박: 현재 염전은 없어졌지만 주안5동이 원래 염전터였어요. 마을만들기 교육을 하는데 주안5동 특성이 인근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들이나 서울로 출퇴근하는 세대 등 젊은이들이 많아서 오프라인 커뮤니티는 쉽지 않아요. 대신 젊은 세대들이 잘 활용하는 SNS를 이용하여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자고 해서 SNS형 지역공동체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직 가시적인 모습은 없지만 도시에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재미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윤: SNS형 지역공동체 만들기, 잘 진행되면 주목받는 사례가 될 듯하네요. 좋은 결과 기대해봅니다. 마을만들기 흐름과 연동해서 요즘 대세가 동(洞) 주민자치센터의 기능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동 주민자치를 추구하는 흐름들이 있는데요. 한편에서는 광역자치단체의 자치구의회를 폐지하는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행정체제 개편 어떻게 바라보시고, 남구에서도 동 주민자치 역량 강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데 어떤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계신지요?
박: 현재 논의하고 있는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거꾸로 가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 지방자치는 첫 시작부터 잘못되었습니다. 지방자치가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하는데, 효율성의 논리로 접근하다보니 주민자치 한다고 하면서 행정 기능을 동에서 구로 통합해 버렸습니다. 동은 행정기능 없이 주민자치센터로 가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광역시 자치구 인구가 몇 십만에 달하는 구조에서 그렇게 해서는 주민들이 지역 정체성이나 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역에 대한 애정이 생길 수 없어요. 근본적인 틀을 다시 짜야 하는데 이것은 장기적인 과제이고요. 지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주민자치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세우는 것과 주민참여예산제를 강화하는 것이지요. 주민자치위원회는 우리 동네 어디에 주차금지선을 그어 달라든지 지역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체로 발전해 나가야 하고, 행정은 그것을 집행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합니다. 주민참여예산제가 우리 동네 예산을 스스로 세우고 집행하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인 자치를 이루는 것이지요. 이 두 가지가 더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개발, 이제는 ‘주민’ 중심으로 한다
윤: 인천 남구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무엇보다 ‘구도심 재개발사업’이라고 하는데, 전체 면적의 40% 정도가 재개발지역이지요?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맞물려서 국내 부동산경기도 좋지 않은데요. 남구의 재개발사업 현황은 어떤지, 어떤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계신지요?
박: 우리 남구는 인천의 대표적인 원도심 지역으로 타구에 비해 정비사업구역이 많은데, 현재 주안2·4동 재정비촉진지구를 포함하여 총 76개 구역이 있습니다. 11월 현재 추진위 구성 16곳, 정비구역지정 17곳, 조합설립 14곳, 사업시행 인가 12곳, 관리처분 및 착공 각 1곳, 준공 8곳 등입니다. 공공사업으로 추진중인 ‘용마루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도가 주택경기 침체, LH(토지주택)공사의 자금 부족, 일부 주민의 반대 등을 극복하고 금년 8월27일 보상을 시작하여 현재 약 45% 진도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구역 지정을 추진하거나 조합 설립을 추진중인 곳은 대부분 중단된 상태입니다. 조합이 설립된 25개 구역도 16개 구역만 시공사를 선정하였고 나머지 9개 구역은 참여를 원하는 시공사가 없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재개발 추진이 부진하면서 매몰비용 부담에 대한 주민 불안감 증가, 조합 및 추진위의 투명성 결여로 주민들의 신뢰 저하, 과다 기반시설 기부채납 요구로 인한 사업성 저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시 정비사업 추정분담금 정보시스템 구축으로 개략적인 추정분담금을 토지 등 소유자에게 제공하며, 주민들에게 정보공개 및 홍보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조합 및 추진위원회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2012년 상반기 ‘제1차 정비사업 구조개선’ 결과에 따라 13개 구역을 예정구역에서 해제한 것처럼 2013년도에도 9개 구역에 대하여 ‘제2차 정비사업 구조개선’ 주민설문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하고, 정비구역 지정 및 조합이 설립된 구역 중 사업성이 떨어져 추진하기 어려운 곳도 주민이 원하면 추가 정비사업 구조개선(해제)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윤: 재개발이 대부분 답보상태인데요. 재개발구역을 해제하는 경우 서울 은평구 두꺼비하우징처럼 아파트를 신축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 등 후속 대안마련이 필요해 보이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요?
박: 이제는 그 부분이 중요한데요. 우리 구에도 제물포 역세권 구역이 뉴타운을 추진하다 주민투표로 중단되었는데, 현재 그 지역이 아무 대책이 없어요. 아울러 추진위 단계에서 중단된 곳은 20곳이나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재개발이 중단된 곳에는 도시형생활주택이라 하여 1~2인 거주 다세대주택들이 우후죽순 늘어나서 주차장이나 기반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선 재개발구역 해제지역은 지구단위계획을 다시 세우고, 은평구의 두꺼비하우징이나 대전의 무지개프로젝트처럼 해제지역에 대한 계획을 새롭게 세우되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계획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윤: 재개발구역 해제지역이 많은 곳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두꺼비하우징과 같은 대안사례를 많이 소개하여 새로운 길을 찾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렇게 재개발 추진이 답보상태인데, 숭의동 124번지 일대에는 목공예마을을 조성하는 ‘숭의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요. 그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박: 사실 ‘숭의동 프로젝트’는 대도시지역에서 어떻게 지역특화사업을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것인데요. 숭의1,3동 124번지 일대는 애초 목공예 관련 업소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그동안 많이 사라졌습니다. 현재는 제물포 지역 일부만 남아 있는데, 이 지역을 특화하여 목공예 체험공간도 만들고 주변환경도 정비할 계획입니다. 올해 행정안전부 희망마을만들기 공모사업 4억 5천 만원, 국토해양부의 도시활력증진 지역개발사업 20억 원, 인천시 구도심활성화사업의 일환인 ‘제물포 북부역 주변 활성화방안’ 연구용역비 1억 5천만 원이 각각 지원됩니다.
폐허처럼 변해버린 숭의동 인근 평화시장도 시장건물과 주변 일대를 리모델링하여 예술인들과 장인들 그리고 생활의 달인들의 입주를 통한 생활문화 아카데미(가칭) 개설과 운영, 문화, 예술적 창의력을 활용한 생활문화축제와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또한 2014년 아시안게임과 연관하여 주민들이 만드는 생활문화특화지역으로 변모시켜 이곳을 관광명소로 만들 예정입니다. 나아가서는 주안역에서 도화역, 제물포역, 도원역, 동인천역을 거쳐 인천역에 이르는 경인선을 중심으로 원(元)인천의 근대역사 인문학 관광 벨트를 조성하기 위하여 남구와 중구, 동구, 인천문화재단이 함께 협력 중입니다.
윤: 목공예 거리는 40~50대에는 향수를 불러오고 요즘 각광받는 DIY 방식을 체험과 곁들이면 지역의 명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명장들을 모셔서 코칭을 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은 사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목공예 사업은 장비 구입비가 많이 들지는 않지만 위험성은 있기 때문에 큰 사업장으로 모(母)공방을 하나 만들고 여러 공방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인천대학교가 이전한 도화지구는 대학이전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가 관건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박: 인천대학교 부지는 인천시립미술관 건립 및 청운대학교 이전 등으로 제물포 북부역 일대의 침체된 경기회복에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창작공간 확충 등 투자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있고요. 제물포역 상가는 문화예술인이 활동할 수 있는 특화공간으로 조성하여 시민들의 예술 향유 공간을 다양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도모하고자 계획하였으나, 시비 확보가 어려워 사업 진행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다만 지난 5월 제물포시장 폐공간을 활용한 문화예술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구도심의 폐허가 된 공간의 대안적 활용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지역문화의 미래 비전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와 SSM, 적합업종제도 도입해야
윤: 요즘 경제민주화가 화두입니다만, 대형유통업체 입점과 영업시간 제한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남구도 숭의운동장 홈플러스 입점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죠?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박: 대형마트와 SSM의 확산은 우리 남구뿐 아니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고민스러운 부분일 텐데요.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으로 자치단체의 조례로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하여 지역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지만, 우리 남구의 경우에는 복합적인 문제가 연결되어 결국 홈플러스가 입점하였습니다. 그간 수차례의 상생협의와 용현시장 상인들과 만남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무조건적인 반대라는 용현시장 상인들의 입장으로 인해 결국 홈플러스 쪽에서 2013년 3월 이후 개장, 1차 식품매장 면적 40% 이하 구성, 시장발전 기금 9억 원 제공 등의 상생안을 제시하였기에 등록을 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9월 홈플러스에서 11월 개점하겠다는 조기입점 요청이 있어 용현시장 상인회와 양 당사자간 자율협의로 용현시장 내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비 지원, 시장 고객에 대한 경품 지원 등을 추가하여 상생협력방안이 성사되었고, 이에 따라 용현시장에서는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11월 개점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윤: 대형유통업체와 지역 내 전통시장의 상생방안은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시간 제한도 유효하겠지만, 서울시 은평구 대조시장과 엔씨백화점 사례처럼 1차 농산물은 전통시장 중심으로 하고 대형유통업체는 공산품 또는 가공품 위주로 품목을 조절하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보이는데요. 숭의동 홈플러스에서도 농축산물 매장 면적을 축소하는 것으로 했다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요?
박: 사실 품목 조절은 홈플러스에서 수용을 거부해서 성사되지는 않았고요. 역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전통시장의 장점이 1차 농산물이나 가공식품을 다양하고 저렴하게 파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격 흥정의 재미도 있고 덤도 있고 단골이라는 개념도 있잖아요. 이런 장점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전통시장은 지원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윤: 대형유통업체의 무분별한 입점으로 인해 지역 내 영세상인이나 소상공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으로는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도 현실인데요. 법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한다면?
박: 신도시를 제외하고 구도심지역에서는 대형마트의 추가 입점은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문제는 대형마트의 경우 건축신고 등 사전단계가 있어 입점을 막을 수 있으나, 전통상업보존구역 밖에 있는 SSM은 등록 의무가 없고 사전인지가 불가능하게 점포 리모델링 후 기습 입점하여 주변 골목상권에 영향을 주고 있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전통상업보전구역 밖에 있는 SSM도 사전등록제가 필요하며, 현재 영업제한을 받지 않는 백화점, 쇼핑센터 내에 있는 대형마트도 영업제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합니다. SSM 범위를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체인 슈퍼마켓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장기적으로는 대형마트, SSM과 중소상인 각자에 맞는 업종과 품목을 선정해서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적합업종제도 시행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윤: ‘교육예산 20억 원 확대’를 시정목표로 세우셨는데요.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 만들기, 특징적인 사업들이 있다면 설명해주시지요.
박: 좀 더 중점을 두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풀어주는 것인데, 마음이 편안해야 공부도 하고 삶의 의욕도 생기는 것이지요. 그래서 일선 학교 현장에 상담사, 사서, 사회복지사를 우선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아울러 청소년복지상담센터를 두어 아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상담해주는 사업들을 학교와 적극 협력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윤: 다음은 구청장님 전공이신 문화와 미디어 분야인데, 남구만의 특징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박: 사실 임기 초반에는 미디어 분야로 유네스코창조도시 가입을 구상하고 출발했는데, 유네스코창조도시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서 중도 포기하였습니다. 대신 미디어창조도시 컨셉으로 남구 주민들의 미디어 생산능력, 소셜 미디어 활용 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하여 미디어 활동가 양성교육을 8회에 걸쳐 진행하였습니다. 교육 수료 후에는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자신이 하는 사업을 홍보도 할 수 있도록 구청 인터넷방송을 ‘시민참여방송’으로 전환하고 시민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윤: 올해 5대 전략과제 중에 하나가 ‘공생하는 환경도시’인데요. 남구만의 특색있는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박: 남구가 구도심지역이어서 녹지가 굉장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대도시에서 녹지공간을 어떻게 늘려갈 것인가로 연구용역을 하나 했습니다. 그때 제안된 것이 그린 커뮤니티를 확대하는 것, 이면도로나 건물 등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녹지공간을 확대하는 것이고요, 그 방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것이 우리 구가 추진해야 할 사업입니다.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너무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당장에 추진하기는 어렵고, 가로변이나 건물 등을 녹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려고 합니다. 또 하나 청소 분야에서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것인데,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사업으로 아파트에 시범적으로 RFID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윤: 참고로 진안에서는 그린빌리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깨끗한 마을가꾸기 경연대회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을 가로변이나 공터 등을 가꾸고 청소하는 것인데, 상금을 100만 원씩 준다고 하니 마을들이 경쟁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큰 성과를 거두었지요.
박: 우리 구에도 비슷한 재미있는 사례가 있는데, 용현5동에서 주민들이 뜨개질을 하여 가로수에 옷을 입혔어요. 통장님이 아주 적극적인 분인데 재활용 털실을 이용하여 가로수 덮게 옷을 만들고 학교 가는 길을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 놨는데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우리 구에서는 재정 지원이 전혀 없었고요. 인근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소원을 적어 매달기도 했습니다.
[##_1C|1107843408.jpg|width=”460″ height=”25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알록달록 따뜻한 털실 옷을 입은 가로수_##]
지방자치재정, 사회복지사업 지방비 매칭 보조가 가장 큰 문제
윤: 이제 재정문제인데요, 요즘 지방자치단체가 가용하여 쓸 수 있는 예산이 100억이 안되지요?
박: 올해 남구 예산 가운데 ‘사회복지비’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6.7%이고, 인건비 등 경직성경비를 제외하면 가용재원이 110억 정도로 신규 사업은 거의 추진을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가 겪고 있는 재정문제의 핵심은 보조금사업의 지방비 매칭 부담인데요. 노인 보육 장애인 등 국민기본생활 보장과 관련된 사업을 전부 지방비 매칭 부담을 시키니 단체장 의지로 쓸 수 있는 재원이 없어요. 이것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자치단체, 특히 광역시 자치구의 재정문제는 해결방법이 없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2에서 6:4 정도로 조정해야 하고, 광역시 재원조정교부금 규모도 보통세의 20%에서 23%로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합니다. 아울러 광역시 내 자치구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윤: 지난 6월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에서 제출한 지방행정체제개편 기본계획이 많은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특히, 광역시 자치구의 의회 폐지 및 구청장 임명제는 지방자치를 후퇴시킨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입장과 주민자치, 풀뿌리 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해 주신다면?
박: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상?하의 의견이 어느 정도 합의가 되어야 하는데, 이번 개편의 문제점은 지방자치 당사자의 의견은 무시된 채 지나치게 하향식으로만 이루어졌고 효율성만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방자치의 기본을 모르는 아주 비민주적인 발상입니다. 우선 지방자치 관점에서는 근린자치에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또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있을 때 위에서 수용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아울러 주민자치,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오히려 지방정부에 권한을 더 줘야 합니다. 특히 자치구의 공무원 선발 권한이 필요합니다. 단체장이 생각하는 비전을 실현하려면 그에 맞는 인적자원이 필요한데 기존 조직 그대로의 상황에서는 요소요소에 적합한 인력을 배치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남구청 공무원 중 남구에 거주하는 비율이 30%가 채 안되는데, 이런 구조로는 지역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이 지역에 대한 관심, 애정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공화주의 가치를 실천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윤: 민선5기도 절반을 훌쩍 넘겼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할 분야와 전략은 무엇인지요?
박: 민선5기 첫 해에는 사회적기업에 집중하였고, 둘째 해는 평생학습, 올해는 생활체육진흥에 집중하여 구민들의 건강증진뿐 아니라 세대간 소통, 공동체문화 활성화를 꾀하였습니다. 마지막에는 ‘전통문화 진흥의 해’로 삼아서 남구가 인천의 뿌리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전반적인 구정 방향은 시민들이 지혜를 높이도록 지원하여 지혜로운 시민들이 도시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평생학습과 주민참여를 통해 시민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주민들이 지방자치, 행정, 공권력에 대해서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합니다. 러스킨은 ‘사회가 정의롭다고 인식하면 주민들이 사소한 것들로 다투지 않는데, 사회가 정의롭지 않다고 인식하면 사소한 다툼이 원칙에 대한 다툼이 되고, 원칙에 대한 다툼이 사생결단의 다툼으로 커진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행정과 법 집행이 공정하고 정당성을 회복하여야 하며, 주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공동체적 공화주의’라고 보는데 지방자치를 통해서 얻어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 민주주의 가치만 중시했는데, 이제는 공화주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실천해나가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고 봅니다.
윤: 시민을 지혜롭게 한다는 것은 계몽적 측면이 있는데, 반발은 없을까요?
박: 정치의 기능이 대의제와 계몽이라고 보고, 계몽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대의제를 강조하고, 공화주의는 계몽에 중점을 두는데요. 여기서 계몽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선택을 독선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합의를 통해 이끌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윤: 행정이 나서서 지혜롭게 한다기보다는 공공기관은 플랫폼을 만들고,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이 스스로 지혜를 고양하고 공공선을 추구한다고 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끝으로 목민관클럽 회원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으로 마무리해 주시지요.
박: 단체장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잘하는 일 자랑하는 것도 중요한데, 실패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서로 시행착오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의 해답은 바로 그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공직자들이 현장을 찾아다니며 더 많은 주민들과 소통하고,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다소 갈등과 다툼은 있겠지만 지혜와 협력과 상생을 통해 지혜롭게 해결해 나간다면 지역문제는 반드시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목민관클럽이 바로 그 중간자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더 많은 정보를 교환하고 활발한 교류를 통해 좋은 정책들은 서로 공유하길 바랍니다. 또 주민의 권익을 침해하는 현안에 대해서는 필요한 정책 제안을 한 목소리로 모아 공동 대응함으로써 시민들의 절실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갔으면 합니다.
진행: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 송정복 (기획홍보실 선임연구원 wolstar@makehope.org)
정효선 (기획홍보실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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