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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코앞에 위기가 닥쳐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소멸위험지역이라니, 과장된 말도 아닌 거죠. 단박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방소멸’ 앞에 기회를 발견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소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삶의 터전을 일굽니다. 희망제작소는 청년의 지역살이를 살펴보는 ‘로컬다이버’ 인터뷰 시리즈를 전합니다.

이야기는 숨어있다. 사람, 자연, 사물, 공간. 그게 무엇이든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걸면 ‘가능성’을 품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해변의 카카카’는 남해에 발을 딛고 있는 창작자 커뮤니티이다. 지역 주민을, 어르신을,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발굴하고 작업한다. 이야기는 영화제, 공연, 잡지 등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지방소멸’이라는 밀물에 몸을 적신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우리가 소멸하는 방법>의 하성민 편집장을 만났다.

▲ 해변의 카카카의 하성민 편집장 ⓒ하성민

– 안녕하세요. 남해에서 지내시는데, 일상 속 풍경을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하성민: 자연, 어르신, 관광객이요. 제가 집 밖을 잘 나가지 않는 편이지만, 항상 마주하는 풍경은 산과 바다예요. 어르신도 늘 보이고요. 그리고 남해가 관광지라서 사람들이 많이 와요. 가끔 도로를 달리는 차량에 따라 관광객을 가늠하기도 해요.

어제 뭐 하셨어요.
하성민: 날마다 다르지만, 한가했어요. 마을 주민이 연결해주셔서 막걸리 라벨 디자인을 바꾸고 싶다는 사장님을 만나는 날이었는데. 막상 사장님은 못 만나고, 이장님을 만나 집 얘기,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다가 왔어요(웃음). 집에 돌아와서 원고를 정리하고, 영화 한 편도 봤고요. 평범한 하루를 보냈죠.

“남해 가볼래?” 서울에서 남해로 간 여정

– 예전에는 선구마을, 지금은 무지개마을에서 지내시죠. 어떤 곳인가요.
하성민 : 선구마을은 바닷가에, 무지개마을은 산지에 있어요. 완전히 다른 풍경이죠. 선구마을에서는 창문 바깥에 바다가 보였고, 여름에는 아침마다 해수욕을 했을 정도로 가까웠어요. 태풍이 오면 무섭긴 했지만요. 풍경은 예뻤지만, 집은 노후했고 자주 수리하는 고충이 뒤따랐죠. 상대적으로 무지개마을의 집은 상태도 좋고, 마을 가구 수도 적어 조용해요. 더 구석진 곳에 들어온 셈이죠.

– 서울에서 남해로 간 과정이 궁금해요.
하성민: 남해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을 만난 게 시작이었어요. 서울에서 남해로 이주하는 과정을 찍는 다큐멘터리가 제작 공모에 선정됐거든요. 감독의 친구가 제 직장 동료였는데, 저보고 ‘남해 가볼래?’라고 해서 왔어요. 이렇게 모인 친구들이 열댓 명 정도고요. 2017년 11월 겨울이었는데 남해의 따뜻한 날씨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서울과 남해를 오가다가 2018년 3월에 집을 구해서 정착했죠.

– 남해로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 친구, 가족의 반응이 어땠어요.
하성민: 가족들은 걱정했죠. 거기 가서 뭐 할 거냐고. 어머니는 한 달 만에 서울에 올 거라고 하시기도 했고요. 저는 남해에 모인 친구가 많다 보니까, 사건을 겪는 과정 자체가 좋았어요. 서울에서 놀러 온 친구들도 별장 생긴 것처럼 재밌어했죠.

느슨한 연결, 나만의 재미를 찾아가는 ‘해변의 카카카’

– 남해에서 적응한다기보다 ‘연결’, ‘관계망’에 방점을 둔 ‘해변의 카카카’인 것 같아요.
하성민: 돌아보면 ‘남해’라는 지역 자체가 중요하기보다 오히려 저희가 하고 싶은 일, 누구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편이었어요. 남해가 마음에 들었지만, 지역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던 거죠. 재밌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까 지역에 온 거고, 지역에서 재미있는 걸 각자 해나가는 걸 좋아했어요.

– 지역살이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얘길 많이 하잖아요. ‘해변의 카카카’의 청년 간 유대는 있었지만, 지역 주민과 어색하지 않았나요.
하성민: 이건 개인 성향 차이인 것 같아요. 저는 당위적으로 지역민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을 어르신을 만난다고 해서 불편하거나 부담감을 느끼지 않거든요. 텃세를 겪은 적도 거의 없고요. 아마 어업이나 농업 등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활동을 하니까 그랬던 게 아닐까 싶은데. 오히려 어르신들이 ‘뭐 먹고 사냐’고 궁금해하죠.

– 남해에서 활동할 때 제약사항은 없었나요.
하성민: 크게 희망을 품거나 기대를 걸지 않아서요. 할 수 있는 건 해보고, 같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는 등 여지를 열어두는 편이라 제약사항이 많지 않았던 거 같아요.

▲2021년 <공실극장> ⓒ해변의 카카카

소멸하는 도시에서 창작하고 생산하는 일

–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청년들이 모여서 작업하잖아요. 대체로 어떻게 흘러가나요.
하성민: 크게 기획과 각자 창작활동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문화기획은 생존의 영역이었어요.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 <남해 무인도영화제>, <공실극장> 등은 지원사업으로 이뤄졌는데, 남해에서 활동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이었죠. 창작활동은 개인의 욕구에서 시작해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거나, 음악을 만들거나 하죠. 서로 모이면 자연스레 창작물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소개하고, 팔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눠요. 작업 흐름은 매번 매듭짓기보다 과정 그 상태에 있는 편이에요.

– 어떤 면에서 관계의 ‘확장’보다 ‘파고듦’을 택한 것 같아요.
하성민: 자연스러웠어요. 타 지역 분들과 관계가 트이면 심리적으로 연결은 되지만, 물리적 거리를 딛고 뭔가를 함께 하기 어렵더라고요. 원격으로 활동을 잘 꾸리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그런 편이 아니라서. 내 옆에 자주 보는 사람과 뭔가를 하는 편이 더 좋아요. 제가 머무는 위치에서 감각할 수 있는 규모가 중요한 것 같아요. 공항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너무 넓어서 부담스러워요. 오히려 버스터미널 정도의 규모가 편안해요. 비슷한 맥락이겠죠. 그렇다고 다른 곳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만나기 싫은 것은 아닙니다. 지역에서 다른 삶을 꾸리시는 분들도 많이 만나고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 지방소멸을 다룬 잡지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을 펴냈죠.
하성민: 원래 2018년에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사업으로 나온 결과집이었어요. 기존 인터뷰 내용과 함께 시, 소설, 에세이 문학작품과 칼럼, 비평, 사진 등 다양한 형식의 글과 이미지를 엮어서 출판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올해 3월에 1호 개정판과 2호를 냈죠. 1호는 ‘빈집’, 2호는 ‘전동 휠체어’라는 주제였는데요. ‘전동 휠체어’라는 주제는 우리가 기록하려는 맥락과 방법을 좀 더 담아내는 시도였어요. 의식적으로 전동 휠체어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지만, 시골에서 생활하면 자주 볼 수 있거든요. 이러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찾아내는 게 지역을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예상가능한 주제보다 기존의 것을 다르게 바라보고 뭔가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요.

▲ 잡지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 1, 2 ⓒ해변의 카카카

지방소멸의 화두, ‘지역살이’는 유효기간이 있을까

– 지방소멸은 어려운 단어지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본다면요.
하성민: 지역의 위치를 생각하면 지방소멸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생각하기도 해요.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도 사라지는 도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고, 중요한 건 무엇일까’ 정도로 지방소멸 이슈를 받아 들였거든요. 저희가 지방소멸을 막는 대안을 찾으려 하기보다 소멸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누군가는 또 다른 어떤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게 지방소멸의 대안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저희는 좀 더 실제적인 이야기, ‘사라진다.’라는 감각 안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고요.

– 요즘 ‘모 아니면 도’라는 흐름이 짙은데, 지방소멸을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낯선 시선이네요.
하성민: 지역에 사는 분들을 인터뷰하다 보니까 각자 다른 상황과 이유로 지역에 정착하셨어요. 이들을 ‘지역살이’로 묶기엔 서로가 품은 이야기가 각각 다르죠. 삶의 고민과 경로가 다양하니까요. 그런 분들 만날 때마다 반갑고, 공감대가 생겨요. 비슷하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다는 걸 깨닫기도 하고요.

–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하성민: 준민 님(<우리가 소멸하는 방법> 2호)이 지역에서 정착하고, 정주하는 개념을 언급하는데요. 지역에 살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면 ‘정주에 실패했다’라고들 하는데 이게 이상한 말 같다는 거예요. 서울에서도 관악구 살다가, 노원구로 옮겨 사는 사람에게 그렇지 대하진 않잖아요. 유독 ‘지역살이’하는 사람을 대하는 기준이 엄격한 거죠. 인터뷰하고 나서 스스로 ‘남해살이’에 부담을 갖지 않고, 가볍게 살아야겠다 싶었어요.

▲ 2020년 남해살이 프로젝트 <무럭무럭> ⓒ해변의 카카카

– 1년 뒤, 3년 뒤 ‘해변의 카카카’의 모습을 그려본 적 있나요.
하성민: 글쎄요. 한 치 앞도 몰라서(웃음). 저희가 집을 옮기는 2년을 주기로 변화를 겪었어요. 2년이라는 주기는 어떤 패턴을 만들고, 유연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지속성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죠. 내년 연초까지는 우리의 기반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고 논의하려고요. 2년 주기 그대로 갈지, 꾸준히 콘텐츠를 쌓을 수 있는 기반인 집과 땅을 구할 지를요.

– 앞으로 예정된 활동이 있나요.
하성민: 개인적으로는 11월에 희곡집을 내고요. 내년 상반기에 펴낼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 3호는 현재 기획 중이에요. 지역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형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콘텐츠의 연속성과 맥락을 만들어가려고요. 창작활동을 하다 보니까.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을 찾고 싶어요. 3호 역시 지방소멸의 대안을 찾기보다 지방소멸을 바라보는 시선을 세세하게, 다양하게 풀어내지 않을까 해요.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yj@makehope.org | 정보라 미디어팀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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