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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 속에 기술이 성큼 들어왔습니다. 햄버거를 먹고 싶을 때 사람이 아닌 키오스크에서 주문해야 할 정도로 무인 계산기가 늘어났습니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이 겪는 불편함이 하나 더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무조건 기술을 찬양하기보다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시니어리빙랩 <노년의 기술>은 시니어가 기존에 만들어진 제도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에서 주체적으로 나의 노년을 설계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만드는 ‘제작자’가 되어보면 어떨가 궁금증을 품고 출발한 사업인데요. 희망제작소는 사업에 참여한 박경숙, 서영선 , 홍민선 매니저, 청년으로서 참여한 이근희 매니저를 만나 시니어 리빙랩을 이야기했습니다.

–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이근희: 서울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고요. 매니저로 참여했습니다.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없어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협업뿐 아니라 공감하는 능력을 배운 것 같아요.

박경숙: 시니어리빙랩 ‘덕원팀’에 참여했고요. 처음에는 왜 ‘리빙랩’을 영어로 했을까 싶었는데, 막상 참여하니 많은 뜻이 함축된 단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서영선: 저는 ‘삼다수팀’의 서영선입니다. 발랄한 팀원들과 함께했는데요. 저는 ‘리빙랩’ 자체를 전혀 모르고 참여했는데, 팀원들과 함께하면서 많은 걸 배우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은 요즘입니다.

홍민선: ‘한마음팀’의 매니저로 활동했는데요. 시니어리빙랩이라고 해서 나이 드신 분들만 모이는 자리인가 싶었는데, 청년과도 함께 하니까 좋았어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 참여했어요. 여전히 ‘리빙랩’이 어렵지만, 조금씩 알아가고 있죠.

▲ 온라인 줌(zoom)으로 진행된 시니어 리빙랩 집담회. 이근희 매니저(사진 상단 좌측), 서영선 매니저(사진 하단 좌측), 박경숙 매니저(사진 하단 중앙)

– 리빙랩을 들어보신 적 있었나요. 리빙랩을 하시면서 어땠나요.

서영선: ‘리빙랩’은 참여하기 전에는 백지 상태였어요. 강의를 들으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시니어 리빙랩은 시니어에 특화된 사업 같아요.

홍민선: 나이 드신 분들은 생활 속 불편한 점이 있는데 그걸 해결하는 게 리빙랩 같아요. 제품을 조사하고, 인터뷰하면서 내 삶에 전문적으로 접근해 해결 방식을 찾는 거요. 여전히 모호하고, 어려운 지점이 있지만, 점차 알아가고 있어요.

박경숙: 매회 참여하다 보면 기분이 참 좋아요. ‘내가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그룹에 포함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렴풋이 생각만 했던 것, 나하고 거리가 멀리 있는 일을 실제로 접하고, 내가 직접 알아가고, 의견을 내는 과정이 참 좋았어요.

이근희: 시니어가 아닌 청년으로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공감을 키워갈 수 있었던 게 가장 커요. 저는 처음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겠다는 생각만 했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는 시니어 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공감하는 게 필요하더라고요. 이런 지점에서 리빙랩의 가치를 발견한 것 같아요.

▲홍민선 매니저

– 평소 기술에 불편함을 느낀 적 있나요.

박경숙: 손녀와 함께 아이스크림집에 갔는데요. 키오스크가 있더라고요. 아이스크림 이름도, 맛도 알아야 선택할 수 있는데, 순간적으로 당황했어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데, ‘내가 이 시대에 편승하지 못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점원 도움으로 해결했어요.

이근희: 저희도 집 앞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생겼는데, 키오스크에서 바코드를 찍어야 결제가 되거든요. 저는 아이스크림 사러 들어갔는데, 어르신이 엄청 애를 쓰고 있더라고요. 무인 가게이니까 사람도 없었어요. 제가 대신 도움을 드린 경험이 있어요.

– 시니어리빙랩에서 팀별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요. 한 분씩 소개해주세요.

서영선: 제가 속한 ‘삼다수팀’은 ‘워싱베드’(washing bed)를 아이디어로 냈어요. 연로해서 요양원에 계신 분들을 씻기는 게 어렵잖아요. 특히 침상 환자의 경우 더욱 씻는 게 어려워서 이에 관한 아이디어를 냈어요. TV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에 소개된 ‘맥가이버 남편’ 편이 촉매제가 됐어요. 어떤 남성 분이 루게릭병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서 침대를 개조한 이야기에요. 우리 팀은 이 부분을 벤치마킹했어요. 실제 가구점에도 방문해보니까 리클라이닝 침대가 많이 나와 있지만, 거의 상부를 올릴 수 있는 정도의 침대이지, 씻기기 편리한 의료용 침대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박경숙: ‘덕원팀’은 AI로봇에 관한 얘기했는데요. 노인들이 한두 마디가 아니라 열 마디 정도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해 혼자 있는 시간의 외로움을 덜어내고, 폭넓은 세상살이 이야기를 하자는 게 취지였어요. 실제 스마트 놀이터가 있는 종로구와 광진구도 방문하기도 했는데요. 실제 AI 로봇이 이미 출시되어 있는데,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홍민선: 지팡이를 보완하는 아이디어였어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도 기존에 이미 구현된 경우가 많잖아요. 지팡이를 가장 많이 출시하는 회사를 찾아가 인터뷰를 했는데, 지팡이의 핵심은 간편하면서도 가벼운 재료를 쓰는 방향이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지팡이의 소재를 무엇으로 하는 게 좋을지 방향을 잡았어요.

– 프로젝트마다 특색 있네요. 이미 만들어진 기술에 보완사항, 혹은 새롭게 발견한 리빙랩 과정이 흥미로운데요. 아이디어와 기술과의 접점을 찾는 게 어렵지 않으셨나요.

홍민선: 리빙랩은 하나의 문제를 두고 여러 사람이 같이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생각과 아이디어가 합쳐졌을 때 창의적인 생각들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룹으로 하나의 문제를 같이 의논하니까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나오더라고요.

서영선: 시니어리빙랩 참여한 계기가 당사자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현재 아흔이 넘은 부모님을 돌보는 처지에 있기 때문에 시니어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기술을 개발한다기보다 좀 더 편리하게 생활하고, 편하게 돌봄 할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죠. ‘기술’이라고 하니까 뭔가 거리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팀원과 꾸준히 토론하면서 ‘워싱베드’ 아이디어도 낼 수 있었어요. 리빙랩이 사고의 혁신을 가져온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 서영선 매니저

– 리빙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등 불가피하게 기술을 많이 활용해야 했는데, 좋았던 점이나 불편한 점이 있었나요.

박경숙: 온라인 줌(zoom)으로 진행했는데, 저는 좋았어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으니까요. 비대면 속에서도 친교를 쌓을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알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할까요.

서영선: 처음 줌으로 모였을 때 아주 어색했어요. 대면으로는 중간에 끼어들어서 이런저런 말을 할 수 있는데, 비대면 모임에서는 그게 어렵잖아요. 하다 보니 줌이 익숙해져서 옷도 편하게 입고, 편안한 공간에서 할 수 있으니까 좋더라고요. 단점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니까 너무 아쉬워요. 모임 활동하면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하면 좋은데 못하잖아요.

홍민선: 저도 실제로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도 위기를 기회로 이용해야 하는 상황은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 좀 더 상황이 나아지면 서로 만나서 아이디어를 의논할 수 있었으면 해요.

이근희: 이번 리빙랩 과정을 해보니까 대면과 비대면을 절반씩 섞어서 진행하면 좋겠더라고요. 이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시너지 효과가 분명한 프로젝트, 워크숍, 아이디어 회의는 대면으로 하는 게 어떨까 싶었어요.

▲ 박경숙 매니저

✅ 박경숙 님, “어르신의 언어와 기술의 언어를 통역할 수 있다면”

“지난 7월부터 스마트봉사단 활동을 시작한 지라 얼마 되지 않았어요. 제가 한 활동은 백신 접종하신 어르신들께 관련 앱을 깔아주는 활동이었는데요. 휴대전화는 있지만, 전화할 줄 모르는 분도 계시고, 유튜브나 동영상을 만드실 정도로 휴대전화 이용에 능숙한 분도 계셨죠. 제가 느꼈던 건 빠르게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코로나 19 상황까지 겹치면서 기술의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스마트봉사단을 시도하는 것과 같이 리빙랩도 우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은 양극화된 세대를 통역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실력을 쌓아서 어르신의 언어와 디지털 세계의 언어를 이해시켜주는매개체 역할을 해보면 어떨까 했어요.

✅ 서영선 님, “아흔이 넘은 부모를 돌봄 하면서 겪은 절실함”

“시니어리빙랩에 참여한 이유가 제가 부모님을 돌보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돌봄 하면서 많이 든 생각이 노인들이 처한 문제가 잘 보이더라고요. 가장 큰 문제는 식사와 외로움이에요. 저도 부모님께 직접 음식을 만들어서 드리고 싶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간편식 위주로 드리는데, 아이들 입맛 위주의 음식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어르신 입맛에 맞춰드리기 어려운 간편식이죠. 처음 시작은 리빙랩을 전혀 모르고 참여했지만, 제가 처한 현실에 절실함을 느끼면서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됐어요.”

✅ 홍민선 님, “시니어가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현재 교육 관련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시니어가 교육의 수혜자가 아닌 제공자가 될 수도 있다고 봐요. 능력과 지식을 갖춘 분들이 은퇴하신 예도 많잖아요. 전 국민이 IT와 기술을 알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시니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육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배우는 것은 죽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거니까 시니어리빙랩처럼 아이디어를 내든,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든 무언가를 배우고, 서로 나눌 기회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 이근희 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리빙랩”

“청년으로서 이번 시니어리빙랩을 참여한 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색달랐거든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이어갈 때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섞어서 하면서 유대감이 깊어지는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yj@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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