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불확실한 현실 속, 과장된 불안을 긍정의 힘으로 바꾸고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힘’을 키우는 <청년인생학교>가 10월19일 문을 열었습니다. 청년들은 돈, 직업, 사랑, 주거(독립), 관계에 대하여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요? <청년인생학교> 그 현장을 공개합니다!

‘집’ 구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부모님과 살고 있어서 집에 대해서 큰 걱정을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저에게 집은 잠만 자고 나오는 수면공간이나 다름 없거든요. 다만 자취집을 구하는 친구들이나, 신혼집을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는 지인들을 보면서 집을 구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깨너머로 간접체험 중입니다.

이런 저에게 <청년인생학교> ‘주거, 나만의 첫 독립공간’ 강연은 뜻밖의 수확이 있는 강연이었습니다. 주거 문제는 단순히 집이 있고 없고 앞으로 있을 것이고 없을 것이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강연이 끝난 뒤 박해천 강사님의 강연을 바탕으로 집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우리가 생각해 봐야 될 점을 정리해봤습니다.


아파트의 경제학

아파트 가격 형성에 대한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분석으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세 가지 정책에 따라서 대략 10년 주기로 아파트 가격이 최대 10배 상승하는 흐름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그 정책은 1.근로자 재산형성저축? 2.주택청약제도 3.분양가 상한제도입니다. 이 알고리즘은 근로자 재산형성저축 이른바 재형저축을 통해 촉발됩니다.

여기서 다양한 문제들이 생깁니다. 우선 복지문제입니다. 가격이 급등하는 아파트를 중산층 또는 예비 중산층이 부를 축적하는 용도로 사용하면서 그 소득의 차액분을 이용해 스스로 복지를 해결하도록 하는 복지시스템이 암묵적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국가의 성장에 걸맞는 복지제도 시스템 자체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말이죠. 특히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세대들은 자녀들에 대한 투자로 집값 상승에 따른 소득을 대부분 소비하게 됩니다. 노후=집의 구조가 완성된 것이지요. 유동성이 사라진 겁니다. 현 세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한 복지 또한 사라진 것을 의미합니다. 집은 주인 외의 사람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습니다.

빈부의 격차도 심해졌습니다. 집이 있는 사람이 집을 또 사는 건 제도적으로 쉬운 일입니다. 지어놓은 집값은 오릅니다. 그런데 분양하는 집값은 해가 바뀌어도 똑같지요. 이를 이용해서 경제성장시기에 집을 구매한 사람은 집값 상승의 혜택을 누리고 몇 년 후 더 큰집을 구매하면서 공간과 유동성 자산을 추가적으로 확보합니다. 하지만 IMF 이후 기업대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급격히 증가하게 된 주택담보대출은 집값 상승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기존의 주택 가격 상승 알고리즘과 다른 형태로 나타난 이번 현상은 심각한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집을 사는 시점에 따라 빈부가 극명히 나누어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전세의 경제학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독주택에 살던 시절에 방을 하나 빌려 주고 새집을 지을 때 안게 될 부담을 충당하는 형태가 집 전체를 빌려주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 것이 바로 전세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집값 상승 알고리즘에 따라 전세를 통해 새로운 집을 살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전세는 자산 증식의 도구로 사용되었고, 현재 시장 규모가 500조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개인과 개인이 아파트를 담보물로 하는 일종의 사금융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우리의 현실, 큐브

이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원룸, 하숙, 자취방과 같은 주거형태를 강사님은 큐브라고 불렀습니다. 큐브는 내 집 마련으로 가는 교두보와 같은 역할을 하고, 도시 생태계 순환의 진입지점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 또는 특정 목적(학원가, 직장가 등)을 가진 지역들을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는 큐브들은 점점 자폐적인 모습을 띄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큐브에 갇힌 청춘

현실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얼마나 미흡한지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불편한 이야기입니다만, 현실을 직시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지요? 강사님은 부모와 자녀 간의 빨대 꼽기 전쟁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419세대에게 강남을 열어 준 이유는 419세대였기 때문이고 386세대에게 신도시를 열어 준 이유는 386세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두 20대 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정치적으로 조직화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기득권의 입장에서 이들이 독한 마음을 먹으면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준 것이죠. 그리고 이들을 보수화하기 가장 좋은 정책은 싼값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는 판단에서 부동산정책이 수립된 것입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열심히 일을 해서 적당한 경제 흐름 속에서 집을 샀습니다. 그리고 자식들의 대학 공부까지 시켰더니 이제 집밖에 남은 게 없습니다. 나눌 수 있는 유동성이 없어져 버린 것이지요. 그것이 다시 우리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입니다.

20대는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40~50대의 소비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경제의 흐름이 이동하고 있으며, 인구감소에 힘입어 우리 사회가 여러 형태로 전반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임을 염두하여 미래 계획을 세우라는 조언으로 강의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주거에 대한 강의라고 해서 ‘어디에 가면 싼 집을 구할 수 있나요?’ ‘경매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나요?’ ‘월세가 좋나요? 전세가 좋나요?’ 이런 이야기가 오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어떻게 해서든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의 경제를 우리 손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고민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글_ 이도훈 (제1기 청년인생학교 수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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