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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 있는 스콜사회적기업센터는 혁신을 ‘충족되지 못한 필요를 충족하는 새로운 아이디어’ (new ideas that meet the unmet needs)라고 정의한다. 혁신이 필요한 이유는 기존 사회체제와 경제구조가 해결하려 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기존의 체제와 구조 안에서는 발견되기 어렵다. 아인슈타인은 이에 대해 “문제를 발생시켰을 때와 똑같은 수준의 인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그늘’을 만들어내면서 소외계층이 확산되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될 때 그것을 해결할 혁신은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성격의 것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최초의 사회혁신 전문 투자컨설팅 회사를 표방하며 지난 2월 21일 출범한 Merry Year Social Company(이하 MYSC)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날 발표된 경영진들의 면모만으로도 MYSC는 큰 기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진호 전 푸르덴셜투자증권 사장이 MYSC 대표를 맡았고, 윤영각 KPMG그룹 회장, 김동호 열매나나눔재단 이사장,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 곽수근 한국경영학회 회장, 김성오 메가스터디 엠베스트 중등부 대표이사, 박은영 김앤장 파트너 변호사, 김수남 서울석유 대표이사, 김영수 이스트우드 콤퍼니스 대표이사 등이 이사진에 합류했다. 다양한 전문가집단의 합류는 그만큼 MYSC가 앞으로 전개할 사업이 복잡하고 쉽지 않은 대상임을 짐작하게 한다.
지속가능성 위기, 정체된 경제성장률, 높아지는 실업률, 심화되는 계층 간 소외와 양극화 등 복합적인 문제에 대해 MYSC는 ‘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이란 혁신을 제시한다. 전통적으로 협력과 공생발전이 약했던 기업과 사회, 그리고 공공부문 간에 중간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MYSC의 이야기를 안은정 수석컨설턴트를 통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기업과 사회의 교량 ‘MYSC’
김정태(이하 김) : MYSC의 존재 목적이나 사명을 단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안은정(이하 안) : MYSC는 한국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기업과 사회부문 중간에서 창의적이고 균형적인 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그러한 모델이 지속 가능하도록 전문적인 경영자문과 투자를 지원한다.
김 : 기업과 사회 부문의 중간지대에서 ‘교량’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 교량 역할이 한국에 국한된 것인가? 또는 ‘피라미드의 저변’(Bottom of the Pyramid)과 같이 개발도상국에 적용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안 : 일단 한국의 교량 역할에 집중할 것이다. 사회혁신 분야에서 대표적인 미국의 아쇼카재단이나 프랑스의 HYSTRA 같은 기업들이 소위 ‘피라미드의 저변’이라 불리는 개발도상국에서 수행하는 역량과 노하우를 MYSC가 갖추게 된다면 해외에서의 ‘교량’ 역할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때는 사회혁신기업에 대한 한국에서의 고유한 성공 노하우와 경험이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김 : 그럼 이렇게 질문해보겠다. MYSC가 전략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것은 어떤 방향, 어떤 사업들인가?
안 : 기존의 사회적기업 그리고 영리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지원이나 컨설팅은 이미 다양한 기관과 재단, 사회공헌 전문 컨설팅 회사 등에서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러한 사업은 MYSC가 전략적으로 집중할 분야가 아니다. MYSC가 달성하고자 하는 사명은 지금까지 있어 왔던 국내외 유관기관의 노력과 성과에 중복되지 않으면서, MYSC만의 고유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 끝에 도출되었다.
김 : 기존의 영리기업이 진행하는 사회공헌 그리고 기존의 사회적기업이 진행하는 사회혁신 활동의 지원과 컨설팅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안 :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기존 영리기업이 사회공헌과 관련하여 컨설팅 회사에 원하는 방향은 MYSC가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혁신의 규모, 영향력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다. 또한 기존의 사회적기업에서 진행하는 사회혁신의 방향과 방법도 MYSC가 추구하는 그것과 다른 부분이 있다. 따라서 기존에 진행되던 컨설팅을 넘어서겠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사회소외 계층의 자립과 빈곤 문제를 비즈니스 접근으로 해결하면서 그러한 모델이 세계적인 사회혁신 흐름과도 연결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정교하고 지속가능하도록 투자하고 컨설팅하는 것을 포함한다.
김 : 최근 출범 기사를 보면 아쇼카 등 관련 분야의 해외 유명 기관과의 국내 첫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해당 파트너십을 통해 어떠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고 또 어떤 방향으로 파트너십이 활용될 예정인가?
안 : 미국의 아쇼카재단과 프랑스 SOS그룹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국제적 성공사례를 국내에도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된 모델들이기 때문에 국내의 상황과 잘 맞추어간다면 최소한의 시행착오로 성공적인 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 모델뿐만이 아니다. 독점적 전략 파트너가 된 SOS그룹을 통해 사회혁신기업 운영의 노하우, 사회적 임팩트(social impact)에 대한 평가 시스템, 민간기업의 사회혁신기업 전환 경험 등을 받아들일 예정이다. 여기에 상호 간 상주 인력 파견, 이사급 인사의 주기적 자문 등을 통해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공동투자를 통해 사회적 임팩트가 큰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MYSC는 SOS그룹이 속한 국제적인 네트워크에 활발히 참여해 한국의 사례를 공유함과 동시에 국내 사회혁신의 생태계를 국제무대에 연결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_1C|1155363937.jpg|width=”600″ height=”33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MYSC 홈페이지 화면_##]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가치’ 달성을 위하여
김 : 앞으로의 사업 전개가 기대된다. 본격적으로 사업 이야기를 해보자. 우선 MYSC를 출범하게 만든 시대적 정황이나 세계적 흐름이 있다면?
안 : 한국사회가 지난 50년 동안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남긴 그늘인 사회 양극화 현상으로 소외계층의 기회 불균형과 빈곤의 악순환이 있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기업부문의 경영 효율성’과 ‘사회부문의 가치와 현장성’을 균형 있게 활용한 시도는 부족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최빈국의 절대 빈곤과 더불어 선진국 내부의 상대 빈곤 문제가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되면서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는 소위 ‘사회혁신기업’ 모델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 MYSC는 이러한 사회혁신기업 모델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소외계층이 정부의 보조금이나 자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시장경제체제 안에서 훈련을 받고 경제활동을 수행하면서 빈곤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 기업이 가진 자원과 전략을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활용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정상회의라 불리는 ‘다보스포럼’이나 사회적경제의 정상회의라 불리는 ‘스콜포럼’이 모두 교차적으로 주목하는 사회적기업가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사회혁신기업 모델을 한국에 도입한다고 했을 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례가 있는가?
안 : MYSC가 한국에 도입하려고 하는 혁신 모델은 MYSC의 전략 파트너이기도 한 프랑스의 사회적기업 SOS그룹이다. 설립된 지 28년이 된 SOS그룹은 사회 소외계층이 당면한 주거, 보건, 교육, 고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등 공공영역과 협력해 사업을 해오고 있다. 7천여 명의 직원이 매년 약 백만 명 정도의 소외계층을 고객으로 응대하면서 지난 6년간 25% 이상 성장해왔다. 작년에는 매출액이 6천억 원에 달했다. 유럽 최고의 사회혁신 기업으로 알려진 SOS그룹의 270개 비즈니스 모델 중에서 MYSC는 가장 성공적인 모델인 ‘T? Traiteur ?thique’ (윤리적인 케이터링)에 공동 투자해 한국 시장에도 도입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윤리적인 케이터링’이란 공정무역에 기반한 최고급 유기농 원료를 사용할 뿐 아니라 자립의지가 강한 소외계층이 엄격한 훈련을 통해 고용된 후 조리와 서빙 분야에서 최고급 인력으로 배출된다는 점에서 그렇게 불린다.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윤리적인 케이터링’은 프랑스 내 고급 케이터링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시장 점유율 2~3위를 놓치지 않는 성공적인 사회혁신 브랜드로 성장했다.
김 : 혁신의 확산이란 점에서 외부에서 도입하는 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꼭 국외에서 도입해야만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사회혁신이나 사회적기업가정신 등의 개념 정립과 발전에 외국의 사례들이 큰 기여를 했지만, 그 개념이 의미하는 사례들은 그렇게 불리지 않았을 뿐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자생적인 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 개발, 활용, 확산에 대한 계획도 있는가?
안 : 물론이다. MYSC는 한국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사회혁신모델로 발전시키는 과제도 함께 수행할 계획이다. 다만 그 순서에 있어서는 해외에서 입증된 사회혁신 모델의 국내 도입과 적용이 먼저 진행될 필요가 있다. 국내외 다양한 전문가와 정부 담당자, 사회적기업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국의 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은 SOS그룹 등과 비교해봤을 때 아직 세계적인 수준에는 미달한다고 판단되었다. 그 이유는 한국 사회에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기업과 사회 부문의 상호 이해 부족과 이념적 대립이 아직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김 : 세계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균형적인 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기업이나 사회부문 모두 ‘이익’이나 ‘가치’ 중 하나만 배타적으로 실현 가능하다는 패러다임에 갇힌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에서 수십 년간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한 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의 국내 도입은 한국의 자생적인 모델이 세계 흐름에 가깝게 발전하도록 돕는 한 가지 전략이라 생각한다. SOS그룹이 가진 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의 국내 도입을 통해 사회혁신 비즈니스를 위한 효과적인 조직운영과 지배구조, 수익모델과 이익배분 등에 대한 지식전파와 학습효과가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된다.
※ 본 인터뷰 기사는 1, 2부로 나누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2부에서는 MYSC의 구체적인 활동 계획과 전략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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