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16세기, 해적이 등장하기 시작할 무렵의 바다는 ‘문제투성이’였습니다. 지중해부터 부흥한 해상무역은 대항해 시대를 예고했지만, 생활이 더욱 궁핍해진 서민들을 해적으로 내모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비슷한 시기 내륙지방에서 산적의 숫자가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해적하면 기본적으로 약탈, 노략, 무자비함 등의 부정적인 단어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역사 속 ‘진짜’ 해적들은 생존조차 보장받기 힘든 빈부 차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고, 끊임없이 정부와 싸우며 그들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들의 기나긴 싸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의 움직임이 아니었을까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사회를 발전시킨 동력은 그 시대가 당면한 갈등을 풀 수 있는 혁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항해하는 세상의 문제는 무엇이고, ‘혁신’이라는 보물을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지난 12월 26일, 사회혁신기업가아카데미 6주차 강연이 열렸습니다. 이 시간에는 ‘사회혁신 기업가는 어떻게 다른가?’ 라는 주제로 <보노보 혁명>의 저자 경향신문 유병선 논설위원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통한 혁신의 방향으로 키를 돌려봤습니다.

”사용자

“대체 왜 일을 합니까”

강연은 “여러분은 왜 일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됐습니다.

대부분 일이라는 것은 나 자신과만 관계가 있거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어떤 식으로든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유병선 논설위원은 일이 자신과 어떤 접점을 갖고 있는지 고민해보라고 말합니다.

일은 생계를 해결하는 수단일 수도 있지만, 사회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행위라는 점이 중요하다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일이 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유병선 논설위원은 이 문제를 ‘공굴리기’에 비유합니다.

“공을 굴리는 힘과 멈추는 힘이 균형을 일으킬 때 공이 멈춥니다. 그러나 공의 멈춤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움직이려 하지요. 그 위치를 고수하는 사람은 움직임을 막으려 하고요. 이와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발생하는 걸림돌을 발견하고, 고쳐나가는 움직임이 사회적으로 추진될 때 긍정적인 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혁신을 일으키는 촛불이 될 때, 일은 ‘사회적인’ 성격을 갖게 됩니다. 유 논설위원은 먹고사는 것과 사회적인 변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괴짜 사회학>이라는 책의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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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인 책의 저자는 시카고 갱단을 10여 년 이상 관찰한 것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여느 학자들처럼 조사나 관찰에 그치지 않고 실제 갱단 활동을 하면서 조직의 생리, 빈민촌의 현실, 복지정책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등을 살펴봤다는 점입니다.

유 논설위원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찾고자 한다면 직접 사회 속에 들어가 관찰하고 소통한 다음부터 시작하라고 강조합니다. 사회적 기업을 통한 혁신이 구체적인 사회 관찰과 문제의 발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어서 사회적기업의 개념과 혁신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원생과 젊은이들이 고민했다는 질문을 소개했습니다.

※ ?사회적기업을 연구하는 대학원생의 7가지 질문

1. 사회적 기업의 정의가 올바른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가
2. 사회적 기업의 임금이 낮은데, 빈곤구제를 할 수 있는가
3. 한국은 외국과 달리 정부주도 성격이 강한 것 아닌가
4. 지자체와 중앙정부 사이의 정책연계가 제대로 되고 있나
5. 사회적기업 시장보호조치가 타당한지, 작동은 하는지
6. 사회서비스나 노동통합형 이외의 혁신기업은 없나
7. 사회적 기업이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나

※ 혁신을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던진 5가지 질문

1. 일을 잘 하려면 전문성이 필요한가
2. 사회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하나
3. 신념과 해야 하는 일이 상충된다면 어떻게 하나
4. 혁신적인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5. 함께 할 파트너는 어떻게 구하나

왜 ‘사회적’인가??

유병선 논설위원은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사회적인 것의 과잉’과 ‘개인적인 것의 과잉’으로 구분했습니다. 과거에는 국가주의나 독재정치 등 사회가 개인을 억압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개인보다는 국가와 이념, 사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에 따른 통치와 규범이 자리 잡던 때였죠.

그러나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세계화 시대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개인적인 것의 과잉상태가 다가왔습니다. 유 논설위원은 신자유주의가 유입되면서 개인적인 과잉이 더욱 확장되고 이를 용인하는 시대로 변했다고 말합니다. 경쟁과 독점, 이기주의가 만연해 사람과 물질의 가치가 전도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죠.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인 요소를 첨가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유 논설위원은 사회적 기업을 강조했습니다.

사회적 혁신과 사회적 기업, 혁신과 기업은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유 논설위원은 혁신이라는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경제학자 슘페터가 언급한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경제는 상승과 침체를 반복하면서 멈춰 있는 공을 움직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창조적 파괴를 거듭합니다. 창조적 파괴를 실천하는 원천은 바로 기업가 정신에서 나옵니다.

”사용자

기업가 정신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관철하는 자세입니다. 창조적 파괴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회적 혁신’의 가치를 담고 있다면, 사회적 기업을 생각하는 수강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유병선 논설위원은 기업가 정신을 통해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갈 지향으로 사회적 경제를 제시했습니다. 사회적 경제의 형태는 1900년 경에 만들어진 조합(길드)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조합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 필요한 일을 해주며 상부상조하는 공동체를 꾸려갔다고 합니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의 개념을 승자독식구조가 아닌, 더불어 살 수 있는 상호교환의 장으로 재정의합니다. 또 유 논설위원은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의 말을 예로 들면서 경제활동의 목표는 이익추구가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 속해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가가 되어 사회혁신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까요?

사이에서 생각하기

사진 한 장에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진에는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각각 창조적 자본주의와 세계화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유 논설위원은 이러한 견해 사이에서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는 것보다 한 발자국 떨어져 ‘사이’를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정해진 삶의 틀 ‘사이’에서 생각할 때 대안이 나오고 보물을 찾을 수 있다는 거죠. 유 논설위원은 사이에서 생각하기를 실천한 외국 사회적 기업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무하마드 유누스의 그라민 은행, 남미의 확산되는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브라질 빈민가의 컴퓨터 학원, 아픈 만큼 치료받고 능력껏 내는 인도의 아라빈드 병원 등 여러 기업들의 성공 사례에 수강생들은 집중합니다. 물론 사례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라는 상황에서 어떻게 모델을 변용할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사용자

사회적 기업, 어떤 옷을 입나?

유병선 논설위원은 사회적 기업을 꾸려가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한 형태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할까요?

유 논설위원은 세 가지 형태를 제시하면서 사회적 기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설명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크게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형ㆍ기부금과 영리수익이 결합된 혼합형(하이브리드 NPO)ㆍ영리수익을 통해 운영되는 기업형으로 나뉘면서 여러 모델이 병행되는 시스템을 이룹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거나 혼합형으로 전환한 사회적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고, 일반 기업에서 출발한 사회적 기업은 모기업에 연계되어 있습니다. 시민단체에서 시작한 사회적 기업은 주로 정부위탁 사업에 주력할 수밖에 없고요. 게다가 한국의 경우 정부의 인증을 받아야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더욱 정부의존적인 성격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사회적 기업을 시도하는 자세입니다. 서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이나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융통성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유 논설위원의 결론입니다.

?액트, 액트, 액트!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유 논설위원은 사회적 기업가가 추구해야 할 점? 1순위로 행동(Act)을 주문했습니다.

혁신 아이디어는 동기가 아니라 결과의 문제라는 것이죠.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는 그 생각이 현실로 구체화 되었을 때 이뤄집니다.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할 때 아이디어가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사회는 시장의 일부가 되고,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의 이타적 생각, 이타적 행동을 통해 시장이 사회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빈 틈을 메우고, 따뜻한 시장을 추구하는 시작은 ‘행동’에 있다는 사실! 수강생 모두가 기억해야 할 이번 강연의 ‘엑기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든 현실에 맞서 세상을 변화시키려 했던 해적처럼, 혁신이라는 보물을 찾기위해 노력하는 행동가(Actor)의 자세를 배운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보통의 기업가와는 구별되는 사회혁신 기업가의 모습이겠지요.

‘행동’의 용기를 갖추고 세상이라는 바다로 항해를 시작하길!

글_소기업발전소 김용건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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