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디자이너스쿨 12기 현장 중계
③ 홈리스들이 잡지를 판다고요?
SDS 12기, 5강 수업의 강사로 사회적기업 BIG ISSUE(이하 빅이슈)의 진무두 사무국장을 모셨습니다. 빅이슈는 1991년에 영국에서 창간한 대중문화잡지로, 홈리스에게만 그 판매권을 주어 자활의 계기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영국에서만 5,500명의 홈리스가 빅이슈 판매를 통해 자립에 성공했고, 현재 한국을 비롯한 세계 10여 국에서 빅이슈의 이름으로 잡지가 발행,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빅이슈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지만, 부끄럽게 이번 SDS 강연을 통해서 빅이슈를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가끔 종로를 오가며, 길에서 잡지를 팔고 있는 홈리스 판매자를 본 적은 있지만, 구매한 적도 없었고, 구매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습니다. 관심이 없었던 것이죠.
나름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있던 저도 이토록 무관심했는데, 시민들이 빅이슈를, 홈리스 판매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아니나다를까 진무두 사무국장도 잡지를 창간한 뒤 겪었던 어려움으로 홈리스에 대한 편견, 재능기부에 대한 무지 등을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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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홈리스에 대한 선입견이 너무 강해 ‘과연 사람들이 그들에게 잡지를 구매할까?’ 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고, 유명인사들에게 재능기부를 부탁했지만, 한국에는 생소했던 재능기부의 개념 때문에 번번이 “어쨌든 너희가 돈 버니까 돈 내놔”라는 이유로 번번히 거절을 당했다고 합니다.
이런 어려움들이 줄을 이었지만, 그 안에서 끊임없이 길을 찾았습니다. 초상권을 주지 않는 한국 유명인사들을 뒤로 하고, 해외에서 초상권을 기부한 유명인사들을 위주로 일 년간 표지모델을 삼았고, 그 기간 중에도 끊임없이 유명인사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최초로 영화배우 하정우 씨가 재능기부에 응해줬고, 첫 표지모델을 장식하는 성과를 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생각만큼 큰 호응을 얻지 못합니다.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조직을 돌아본 결과 홍보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찾게 됐고, 개선된 홍보 방식으로 빅이슈를 더욱 널리 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새로운 방식의 홍보에 이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 참가를 비롯해서 서울발레시어터와의 합동 공연, 최근에는 중고 스마트 폰 기부와 SNS를 통한 시민과 홈리스 판매자들과의 연대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효과로 기업의 이익이 커짐은 물론이고, 본질적으로 홈리스에게 재활의 기쁨과 존재의 이유를 찾아 준다는 이상적인 부분도 이뤄내게 됩니다.
아직 사회적기업이 불안정한 한국이기에 지금의 기쁨이 앞으로도 지속할지의 여부는 아무도 모르지만 여러 어려움에도 처음 가졌던 사명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상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사업의 실질적인 부분에서도 일반 기업만큼 치열하게 준비하고 돌아보고 나아갔다는 점을 볼 때, 언젠가 빅이슈 영국 본부가 한국의 빅이슈를 배우러 올 정도로, 단단한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의를 들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무두 사무국장은 그 누구보다 홈리스 재활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고, 그 원천적인 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한국 빅이슈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글_ 박정호 (교육센터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