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8년째를 맞은 희망제작소에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이은경 신임 소장이 취임한 건데요. 은경 씨는 희망씨들과 함께 앞으로 어떤 희망을 만들어나갈까요? 지난 1월 후원회원 설문조사를 통해 모은 희망씨들의 질문에, 은경 씨가 답합니다.
🌱 희망씨 : 희망제작소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인들에게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은경씨는 주변에 희망제작소를 어떻게 설명하나요? 매력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팁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은경씨 : 가장 매력적인 소개법은, 한눈에 펼쳐 보여주는 것일텐데요. 하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 삶의 현장에서 필요한 활동과 정책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희망제작소를 한 장면으로 보여주거나, 한 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저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때때로 약간 덜 매력적인 방법을 택하곤 하는데요. 그건 바로 그분들이 나름의 희망제작소의 상을 만들 수 있도록 설명하고 또 설명하는 것이죠. 그러다보면, ‘이런 것도 해?’ 라고 되묻기도 하시고, ‘이런 걸 해야겠네’라며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디자인할지 대화도 하게 된답니다. 그러다보면, ‘희망을 제작하는 곳이네, 이름 잘 지었네.’ 라는 화답을 듣게 된답니다.
🌱 희망씨 : 사회문제에 대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는 희망제작소가 되면 좋겠어요. 지금 희망제작소가 주목하는 문제는 무엇이며, 대안은 무엇인가요?
🧏♀️ 은경씨 : 시민들과 함께 사회변화를 꿈꾸고 실험하고 연구하고자 하는 희망제작소는 그러한 활동을 한마디로 ‘사회혁신’이라고 불러왔는데요. 사회혁신은 거창한 이념이나 추상적인 이론에서부터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문제를 마주한 시민들의 필요(needs)에서 출발하여 현장의 통찰이 담긴 혁신적 해법을 만들고 실험하는 접근을 말합니다. 그동안 희망제작소는 시민창안에서부터 출발하는 다양한 사회혁신 아이디어와 정책을 발굴을 통해, 도시와 지역의 지역가능성을 위협하는 사회문제들에 응답하고자 했습니다.
현재 우리사회는 전지구적 생태적 위기는 물론, 저성장과 불평등의 경제위기, 양극화와 극한 경쟁의 정치사회적 위기, 도시와 지역의 지속가능성의 위기 등에 직면해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관계가 무너지고 단절되는 지점입니다. 특히 코로나팬데믹 이후 우리 삶은 협력과 연결보다 외로움과 단절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관계맺기는 이익과 편의적 기능을 수반하지 않으면 좀처럼 활발해지지 않고요. 희망제작소는 이러한 고립의 시대, 연결을 촉진하는 이들을 찾고 만나며 또 우리 스스로 그러한 연결자가 되려고 합니다.
🌱 희망씨 : 그동안 ‘로컬(지역)’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잖아요. 앞으로도 지방소멸 같은 지역 문제에 대한 연구와 사업을 계속하실 건가요? 지역에서 희망제작소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 은경씨 : 그럼요! 앞서 말씀드린 외로움과 고립 너머의 연결성으로 보면 로컬은 가장 핵심적이고도 중요한 장소이자 개념으로 등장하니까요. 로컬이 지역소멸의 현장이 아닌 사람과 도시, 공동체와 공동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거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희망제작소는 로컬의 다양한 혁신활동 주체인 소셜디자이너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확산하려고 합니다. 그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사회적가치투자 활동도 함께 촉진하고요.
한편으로,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어온 분들이 중앙 중심의 생활방식으로부터 소외받지 않는 지역공동체 중심의 발전전략도 중요합니다. 외부의 지원과 자원투입에만 의존하지 않는 공동체자산구축 운동은 이미 영국, 미국 등의 위기 지역에서 다양하게 실험되고 있기도 합니다. 희망제작소는 한국의 지역사회의 현실과 니즈에서 출발하는 한국의 지역공동체 발전전략을 연구하고 실험하고자 합니다.
지역에서 희망제작소 행사는 소셜디자이너와 공동체자산구축 연구와 활동의 현장으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나, 지역에도 곳곳의 사회혁신의 현장이 있고 많은 혁신활동가들이 계시죠. 행사와 사업의 달인들도 엄청나게 많고요.(웃음) 희망제작소는 그러한 분들과 어떻게 연대하고 협력할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희망씨 : 연구원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연구보고서와 톡톡 튀는 칼럼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기대해도 좋을까요?
🧏♀️ 은경씨 : 네, 2022년말과 지난해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책추천 미니칼럼인 <아는척매뉴얼>을 많은 후원회원과 뉴스레터 구독자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그리고 연구원들이 자신들의 연구와 활동을 기반으로 작성하는 보고서인 <희망이슈>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고요. 앞으로는 이와 같은 연구원 참여 콘텐츠를 다양하게 시도해보려고 해요. 그 첫 시도로 시민강연인 시민xOO 강연을 연구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연구원 노출 프로젝트(^^)도 있었고요. 이와 함께, 우리 사회 주요한 이슈에 대한 연구활동의 결과물을 뉴스레터 기사, 칼럼, 보고서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내어 연구원들의 관심사가 시민들의 의제로, 후원자들의 공감으로, 생명력을 갖고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희망씨 : 요즘 시민단체들이 많이 어려운 상황인 줄 알아요. (오랜 후원자로서)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월급은 잘 받고 있는지 걱정 됩니다. 활동가들이 행복해야 그 에너지로 희망을 만들고 널리 확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신임 소장으로서, 은경씨는 이런 현실의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인가요?
🧏♀️ 은경씨 : 지난 주에 만났던 오랜 후원자님 한 분께 희망제작소의 임팩트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집중적인 혁신을 하겠노라고 말씀드렸더니, 온화하게 미소지으시며 답을 주셨어요. “진짜 혁신을 잘 하면 행복해져야 합니다.” 벼락같은 그 한 마디에 저는 심장이 찌릿했답니다. 혁신의 무한루프 속에서 피로와 소진만이 남는 것은 혁신의 어쩔 수 없는 부산물이 아니라, 아예 혁신을 잘하지 못한 것이구나 하고요. 희망제작소가 혁신의 결과로 스스로 행복해지고, 그 에너지로 희망을 만들 수 있다는 소중한 말씀을 잘 새기며, 힘든 시기를 잘 건너보겠습니다. 위기의 시기를 미래사회 속의 희망제작소를 그려보는 변화의 동력으로 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