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백조 깨우는 법


검은백조 [ black swan ]

모든 백조가 흰색이라는 인식이 굳어 있어, 검은 색깔을 가진 흑조(黑鳥)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 또는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어떤 상상’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서양 고전에서 사용된 용어이다.

그러나 한 생태학자가 실제로 호주에 살고 있는 흑조를 발견함으로써 17세기부터 그 의미가 크게 변화했다. 즉,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이란 의미로 인용되고 있다.

네이버 용어사전에 나와 있는 ‘검은 백조’에 대한 정의다.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것의 출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시, 구질서의 파괴를 동반한 신세계의 건설, 인간의 달나라 정복, 핵의 발견, 디지털 문명의 출현 등 생각해보면 인류사에는 이미 수없이 많은 검은 백조들이 출현했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혁신 DNA가 없어서라고? 

그렇다면 검은 백조는 언제, 누구에 의해 현실화되는 것일까? 내 안에 잠자고 있는 검은 백조를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혁신적인 생각과 행동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혁신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너나 할 것 없이 혁신을 이야기하고, 새롭고 신선한 ‘그 무엇’을 추구하려 애쓰지만, 여전히 혁신은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우리의 사고 패턴과 구조가 구태의연하기 때문인가? 내 유전자 속에 혁신의 DNA가 없어서?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청년 벤처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혁신에 대한 갈증과 고민인 것 같다. 늘 혁신을 고민하지만 막상 계획을 세워보면 별로 혁신적이지 않은 그림이 나오거나, 반대로 아이디어는 대단히 혁신적이지만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허무맹랑한 것이어서 결국 쓸모가 없어지는, 양극단의 편향을 어떻게 풀어야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_1C|1217565280.jpg|width=”400″ height=”25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책 <블랙 스완(THE BLACK SWAN)>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검은 백조의 속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① 일반적 기대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관측값. 즉, 극단값이다. 이는 검은 백조의 존재 가능성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② 극심한 충격을 동반한다. ③ 존재가 사실로 드러나면, 그에 대한 설명과 예견이 가능해 진다.

기대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어떤’것을 구체적인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무한한 상상력과 현실 적용을 위한 노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상상력도 빈곤하고, 용기도 출중하지 않으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훈련도 받지 못한 우리처럼 평범한 얼굴을 가진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하면 된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많은 요소들 가운데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부터 하나씩 변화를 시도해보면 된다. 원래 아이디어란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우연한 계기를 통해 불현듯 떠오르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뒤틀어보고, 손바닥을 뒤집어보는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1. 왜 신문은 반드시 종이로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편집, 교열, 포장, 배송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신문을 볼 수 있다면, 비용절감 등 다양한 면에서 효율적이지  않을까?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은 꼭 기자여야 할까? 일반인들이 기사를 쓰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오마이뉴스의 창업 아이템으로, 이후 다양한 인터넷 미디어들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제공했다)
   
2. 세상에는 돈이 있는 사람과 돈이 필요한 사람, 두 부류가 존재한다. 지금 절실하게 돈이 필요하지만 신용이 나쁜 사람은 사금융과 고금리에 노출되기 쉽다.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면서도 고리대금업이 아닌 ‘착한 돈놀이’를 간편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KIVA 등 인터넷을 통한 마이크로크래딧 사업은 최근 급속하게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3. 수중에 돈이 없으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화폐가 아닌 ‘관계’를 중심으로 용역과 서비스를 상호 교환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가능한 일이 아닐까? 투입되는 노동시간을 일정한 가치로 환산하는 표준을 정하고, 종이화폐가 아닌 전산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말이다. (대안화폐의 핵심 운영 원리로, 전 세계에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되고 있다)    

이런 시도와 접근은 너무 크고, 담대한 목표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작고 소박하게 접근하면 된다. 세상에는 큰 백조도 있지만 작은 백조도 있는 법이니까.  

4.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진다. 배차 시간 간격을 줄이는 것은 버스회사의 결정사항이지만, 사람들에게 버스 도착시간을 미리 알려주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정류장에 부착된 QR코드를 이용하는 방법,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서비스 등 이미 현실화되어 활용되고 있다)

5. 생존을 위한 필수품 외 그 어떤 것도 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구매를 포기한다면 더 이상 돈이 필요 없겠지만, 반대로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삶을 살아야만 한다. 이 도전에 성공한다면 세상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겠지만, 동시에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시도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미국의 칼럼리스트 주디스 러바인이 생필품 외 그 어떤 것도 구매하지 않고 1년간 살았던 경험을 기록으로 남김, 굿바이 쇼핑)      
 
6. 자취생들에게 먹을거리는 늘 골칫거리다. 매일 밥을 해 먹기도 힘들고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사먹는 음식은 늘 거기서 거기이고, 비쌀 뿐 아니라 안전성과 영양도 믿을 수 없다. 만일 밥을 가지고 가서 반찬만 사서 먹을 수 있는 부페식 반찬가게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 혹은 간단히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공동 부엌을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커뮤니티비즈니스 대학생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접수된 내용)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우리들 주변에는 수백, 수천 가지의 혁신 아이템들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오랜 관행과 습관, 사람들의 무지와 무관심 때문에 방치된 채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마치 호수 위에는 늘 흰 백조가 노닐어야 정상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혁신적 요소와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문제의식과 관찰력이 있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문제의 끝단을 추적하고 매달리는 집요함이 요구된다. 구태의연한 해법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서 세상에 선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비틀고, 뒤집고, 새로운 방식을 들이대 보는 당돌함과 엉뚱함이 필요하다. 왜? 검은 백조의 신화는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시도와 도전을 통해서만 탄생되기 때문이다. 

눈은 처음 뭉치기는 힘들지만, 일단 눈덩이가 만들어지면 구르는 속도에 비례하여 기하급수적으로 부피가 늘어나는 법. 그래서 늘 처음이 어렵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는가. 당신이 지금 무슨 일에 종사하건, 만일 변화와 혁신을 꿈꾸고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 사물과 일을 바라보기 바란다. 하루에 한 가지씩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보기 바란다.

 어느 날, 검은 백조 한 마리가 당신을 향해 날아와 힘찬 날개 짓으로 아침을 깨우게 될 것이다.  

글_소기업발전소 문진수 소장(mountain@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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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검은 백조 깨우는 법” 에 하나의 답글

  1. 검은 백조의 저자 탈렙의 또 다른 저서 fooled by randomness 는 검은 백조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검은 백조에서의 롱테일 법칙이 후발주자로서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합니다.

    예를 들어 희망제작소가 선발주자라면 후발주자로서의 성공가능성이 바로 검은 백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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