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은 사랑을 싣고-임지영

셋 중 한 가구는 혼자 삽니다. ‘홀로’가 외로움의 동의어는 아닙니다. 곰돌이 푸우는 혼자 살지만 외롭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혼자이면서 연결될 수 있을까요? 희망제작소는 지난 4월~6월 1인가구 에세이를 공모해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습니다. 이 글을 쓴 30대 중반 임지영 씨는 경기도 여주에 사는 자취 5년차입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설날이면 10개씩 들어있는 계란 6팩을, 즉 계란 총 60개를 선물용 박스에 담아서 주었다. 1등급이며 유정란으로 유통기한도 짧고… 혼자서 먹기에는 너무 많았다. 주거 형태가 3번 바뀌면서 ‘계란’ 은 1인 가구가 이웃과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1. 풀옵션 원룸에서

내 생애 첫 자취! 회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풀옵션 원룸을 계약했다. 이 회사에서 처음 설날을 맞이하는데 계란을 60개 줬다. 맛있는 계란이라고 하니 그리고 회사에서 선물로 준 건데 나도 맛을 좀 보고 싶어서 선물 꾸러미를 열어 계란 10개가 들어있는 1팩만 내가 가지고 갔다. 그럼 이제 5팩이 남았는데, 원룸 집 주인인 노부부가 같은 집 꼭대기 층에 살고 있어서 1팩 챙겨드리고 4팩은 내가 살고 있는 집 기준으로 가까운 집 앞에 살며시 놓았다. (편지도 없이 계란만 놓았는데 혹시 폭발물이나 마약 등 안 좋은 쪽으로 오해하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2. 주택집에서

1년 원룸계약을 마치고 내 수중에 있는 돈으로 올 수 있는 집은 지어진 지 30년 된 주택이었다. 1층에는 집주인 할머니 혼자 사시고 2층은 나 혼자 살았다. 어김없이 해가 바뀌어 설날이 왔고 이번에도 계란 10개가 들어있는 1팩만 내가 갖고 나머지 50개는 집주인 할머니께 드렸다. 할머니는 여기서 오래 살아서 오며 가며 친구들이 많아 보여 나눠 드시라고 했다. “고마워요~ 근데, 아가씨 어디 회사 다니길래 계란을 이렇게 많이 줘?” 대답을 흐린 채 2층 집으로 얼른 올라갔다.

#3. 아파트에서

주택집 2년 전세 기간을 끝으로 작년에 싱글라이프의 정점을 찍은 아파트로 이사왔고 지금 까지 잘 살고 있다.(물론 전세이지만) 어김없이 해가 바뀌어 여주에서 네 번째 맞는 설날이 왔다. 이번에는 계란 10개가 들어있는 2팩을 내가 갖고 일면식이 있는 앞집에 나머지 40개를 드리고자 퇴근 후 초인종을 눌렀다. 고맙다며 잘 먹겠다는 인사를 주고 받은 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우리집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누구세요?” “앞집이에요.”
“계란 감사해서 혼자 먹기 부담 되지 않을 정도로 고구마 가져왔어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혼자 먹기에는 많은 양의 고구마였지만 찌지 않은 날고구마를 주셔서 오래오래 잘 먹었다.)

회사에서 설날 선물로 준 계란을 이웃과 나눠 먹으면서 사실 난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 원룸에 한 번이라도 살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방음에 정말 취약한데 옆집이 말소리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집을 장기간 오래 비우고 돌아오면 “아가씨, 어디 갔다 왔었나 보네” 하고 내가 없는 동안 집을 잘 지켜 주셨던 두 번째 집 주인 할머니, 무더운 어느 여름 날, 우리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려 했던 술 취한 아저씨 사건을 알게 된 후 다음에도 또 그런 일 있으면 전화하라며 본인 휴대폰 번호를 적어 준 지금 살고 있는 앞집 까지. 고마운 분들이 있기에 1인 여성가구인 저는 지금도 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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