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태양도시’를 꿈꾸다

<박원순의 희망탐사 25>

환경에 대한 지식이 많지는 않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절실히 느낀다.

퇴근길 허리를 펴고 올려다본 하늘에서 별을 찾기 힘들 때, 언젠가부터 시원하게만 느껴지던 비를 인체에 위험하다는 생각으로 피하게 되면서부터, 철모르고 더워지는 날씨를 보고 있자면, 또 한 겨울에도 한강이 어는 것을 구경하기 힘들 때마다 환경오염과 지구별의 위기를 새삼스럽게 느낀다.

최근에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접하고 단순한 ‘느낌’을 넘어 ‘행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난 2월 제 79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지난 세기 동안 진행돼 온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해 충격적인 사실을 밝히고 지구의 운명을 바꾸도록 우리가 당장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켜고 있는 전등 하나, 몇 시간 에어컨을 끄는 정도로는 당연히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에너지 절약을 통해서 총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게 최우선일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 대단히 유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친환경 신에너지라는 측면에서 태양에너지는 무한한 에너지로 평가받고 있다. 태양에너지는 반드시 발전소를 건립해야하는 기존 전력체계를 탈피할 수 있으며 개인이 직접 설치, 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태양에너지의 장점은 에너지가 무한할 뿐만 아니라 깨끗하고 공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물론 아직 넘어야할 산도 높다. 흐린 날이나 비오는 날에는 사용할 수 없고 아직까지는 석유에 비해 생산단가가 높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통해 태양에너지의 범용화를 꿈꾸는 도시가 바로 대구다. 대구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야기되는 각종 환경문제를 안정시키고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태양에너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의 도입과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도시차원에서 개발하고 실천하는 솔라시티(태양에너지도시ㆍSolar city)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OECD산하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해 국내에서 최초로 솔라시티로 선정된 대구를 진짜 태양의 도시로 만들고 있는 경북대 김종달 교수와 영남일보 정혜진 기자를 만났다.

대구시, 솔라시티로 거듭나다
[##_1L|1105301107.jpg|width=”266″ height=”354″ alt=”?”|▲ 대구를 솔라시티로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는 김종달 교수. ⓒ희망제작소 _##] 대구가 솔라시티를 위해 본격 준비에 들어간 것은 1998년부터의 일이다. 1998년 경북대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는 솔라시티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협력방안을 준비했다. 2000년에는 경북대 김종달 교수와 대구시 환경정책국장, 델라웨어 대학의 존 번(John Byrne)교수가 함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그해 3월에 국제에너지기구의 제1회 솔라시티 시드니 워크숍과 2000년 7월 제2회 솔라시티 베를린 워크숍에서 대구와 한국의 성공적인 환경에너지정책이 소개되면서 대구시가 옵저버 도시(Observer City)로 자격을 인정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같은 해 제6차 기후변화협약 행사의 하나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워크숍에서는 김 교수가 사례발표를 맡았고 그 결과로 솔라시티 중 하나로 대구시가 확정됐다. 대구는 그 후 곧바로 실무작업반을 구성해 본격준비에 돌입했다.

대구가 솔라시티로 선정되는 몇 년의 과정을 앞에서 선도한 이가 김종달 교수다. 김종달 교수는 대구 솔라시티 사업의 중심에 서 있다. 세계솔라시티위원회의 이사이고, 대구솔라시티센터의 소장이다. 그가 대구시를 솔라시티로 만들어 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후에 환경을 배우면서 ‘에너지 경제’로 박사학위로 받았다. 환경문제가 대두되기 이전인 70년대 중반부터 김 교수는 ‘환경’과 ‘경제’라는 두 개의 주제를 엮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70년대 중반부터 환경과 경제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논문을 썼는데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정의롭고 공평한 기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 후 세계의 리더들과 만남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덕에 세계솔라시티위원회에 초기부터 참여할 수 있었어요. 세계솔라시티위원회는 기후변화협약이 국가차원에서 이뤄진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도시들이 구체적인 액션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토대로 IEA의 산하기구로 만들어졌어요. 이를 위해 90년대 말부터 도시들의 협의체를 구성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는데 우리는 그때부터 참가했죠. 2000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6차 정부간 기후변화협약 회의가 있었는데 저는 그 때부터 솔라시티위원회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대구시의 관심과 지원, 적극적인 행동이 뒷받침이 됐다.

“1999년 문희갑 대구시장에게 솔라시티위원회 상황 등을 이야기하면서 대구시도 참여하자고 제안했더니 이를 적극 수용해 국장, 담당자 그리고 지역교수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여러 차례 워크숍을 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들이 대구를 거듭 방문하자 대구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결국 솔라시티 5개년 계획을 만들게 됐지요.”

대구 솔라시티 5개년 계획은 18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18개 프로젝트를 뒷받침하는 제도이다. 솔라시티 센터와 관련 조례 제정 등이 기반을 갖추어야 사업의 지속성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그 후에 태양광, 태양열사업, 매립가스 사업 등의 개별 프로젝트가 존재한다.
[##_1C|1180283246.jpg|width=”547″ height=”387″ alt=”?”|▲ 대구 솔라시티 프로젝트의 하나인 태양광 보급사업 현황판. ⓒ희망제작소 _##] 솔라캠퍼스 사업도 있는데 이는 주민들에게 신재생에너지를 설명하고 이를 설득하기 위해 마련한 사업이다. 이 밖에 태양광 분수대 등도 있다. 풍력발전사업, 그린 빌리지 사업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계획대로 추진되었다. 첫 5개년 계획이 2006년에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향후 50년 동안 대구를 솔라시티로 만들어줄 ‘솔라시티 대구 2050’계획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에너지혁신도시, 신산업도시, 생태문화도시 3대 핵심목표가 솔라시티 대구의 50년 계획으로 세워졌어요. 신산업도시로서 태양경제, 수소경제, 신재생에너지 산업클러스터의 개념이 잡혔고, 생태문화도시로서는 건강과 웰빙, 새로운 생활양식, U-솔라시티 조성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시민들의 삶과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생태문화를 이야기 하고 있죠.”

제1회 솔라시티 세계총회를 대구에서 열다

“1996년부터 시작한 솔라시티위원회가 공식화되면서 개최된 첫 총회가 2004년 12월 대구에서 열렸습니다. 그 이전에 이 세계적인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솔라시티 대구포럼을 매년 열어 준비했고, 그 준비단계를 거쳐 제1회 대회를 한 셈이죠. 대단히 성공적이었습니다. 대구시에서 솔라시티사업을 제도화한 거죠. 솔라시티 로고를 만들고 포맷을 만들었습니다. 시장회의, 학술가회의, 비즈니스 포럼, NGO포럼, 전시회의 포맷을 만든 것이죠. 그 후 2006년도에 영국 옥스퍼드에서 총회가 열렸는데 대구에서의 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더군요. 그 제도화를 우리가 이룬 것이라는 자부심이 큽니다.”
[##_1R|1141738117.jpg|width=”556″ height=”367″ alt=”?”|▲ 제 1회 솔라시티 세계총회가 열리기까지 대구시 자체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세미나와 워크숍이 진행하면서 지식과 노하우를 쌓아갔다.ⓒ희망제작소 _##] 김종달 교수의 말대로 솔라시티의 첫 총회를 대구에서 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대구가 세계를 리드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5일간 열린 이 행사에 세계 12개국 19개 도시가 참여했으며 세계 각국 정부와 환경단체에서 900여 명이 대구를 찾았다.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솔라시티’라는 주제 하에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들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목표와 정책방안을 제시한 자리였다.

이 총회를 통해 얻은 또 하나의 소득은 대구나 경북지방에서 환경과 솔라시티에 관심 있는 이들을 결집해낼 수 있었다는데 있다. 그 중 하나가 영남일보 정혜진 기자다. 정혜진 기자는 ‘신재생에너지에 바람난 기자’라고 불릴 만큼 신재생에너지, 특히 가운데 태양에너지 문제에 푹 빠져있다.

“1994년에 신문사에 입사했어요. 그런데 지방언론은 많이 어렵고 변하니까 신문사를 떠나기도 하고 서울에 있기도 했었어요. 그 틈에 언론재단에 신청해 1년간 영국유학을 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눈을 떴고, 다시 기자로 복귀해서 환경분야를 맡으면서 솔라시티 사업의 추진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죠. 그러면서 내가 다뤄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정혜진 기자의 설명이다. 그렇게 시작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 기자의 관심은 책을 저술하는데 까지 이어진다.
[##_1L|1285323917.jpg|width=”338″ height=”450″ alt=”?”|▲ ‘신재생에너지에 바람난 기자’로 소문난 영남일보 정혜진 기자. ⓒ희망제작소 _##] “이 주제를 만나면서 기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했습니다. 기자는 특종경쟁을 하는데 그런 것보다는 소수의 사람이 읽더라도 변화를 유도하고, 더구나 역사에 남겨진다면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없잖아요. 솔라시티 추진과 맞춰서 유럽과 일본을 취재해 ‘미래도시 솔라시티를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12회 연재기사를 썼는데 당시로서는 큰 시리즈였고 저로서도 처음해본 연재였습니다. 그러면서 솔라시티 문제에 대한 관심이 확장됐고 김종달 교수님과 함께 세미나를 하면서 솔라시티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죠.”

이를 배경으로 정혜진 기자는 <태양도시>라는 책을 냈다. 지방신문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재생에너지와 태양에너지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 2004년 6월의 일이다.

“그 당시는 몰랐는데 지금 보면 틀린 것도 보이고 ‘무식하니 용감했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보기 어려운 에너지를 주제로 한 책인데 기자가 쓰니 읽기 쉽다고들 하더군요.”

진정한 솔라시티,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조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생산비용의 문제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차액보전제도가 전기사업법으로 만들어져 이제 민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기생산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생산비용의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생산비용을 보전받는 상황에서 큰 수익성이 없어 상업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고 정부의 비용보전만으로 한계가 있기도 하다.

이에 단순한 생산비용 보전이 아닌 정부차원에서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지원이 필요하다. 설치를 지원하는 것이 아닌 지원정책이 대폭 바뀌어 상업화를 지원하는 게 당장 시급하다는 게 김종달 교수의 주장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이나 소수력, 지열이나 바이오메스 기술은 이미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상업화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분야의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많이 생산해서 많이 팔아야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한계가 있어 지금은 지자체에 그냥 맡겨만 두고 있는 형편입니다. 일본의 경우 샤프나 산요는 이미 큰 발전단계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의 세계시장을 선점하는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큰 전자회사나 지역의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 ‘미리내 솔라’같은 것이 큰 의미가 있죠. 대구가 유치한 ‘미리내 솔라’는 태양광전지판(셀)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태양광전지판회사로서 대구에서 최초이고, 1000억 정도 투자된 대규모 생산회사여서 기대가 큽니다.”

경제성을 인정받은 위소수력이나 지열, 바이오메스는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그러나 태양광과 수소에너지는 아직 생산비용이 높기 때문에 기술과 상업화를 같이 지원해야한다는 김 교수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 세제지원, 공단지원, 클러스터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정혜진 기자는 가장 기본에서 먼저 문제를 바라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생산도 생산이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환경을 바라보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몸소 느끼게 될 개개인의 생각들이다.

“기본에서 생각해봐야죠. 솔라시티 사업은 국비를 받아서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자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오염도 해결해보자는 건데 태양에너지 생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이죠. 시민 스스로 할 수 있는 승용차 안타기 등은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사업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은 기본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솔라시티하면 김종달 교수님 혼자 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시민이나 단체의 참여와 관심이 부족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사실 에너지, 환경, 지구온난화의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나 경제적 문제가 아니다. 인간 생존의 문제다. 당장, 내 자손이, 그 자손의 자손이 생존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에서 밤하늘 은하수에 대한 전설을 이야기 하고 가을의 파란 하늘을 함께 만끽하며, 푸른 숲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국비를 따내거나 큰 사업을 유치한다는 협소한 생각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도시의 상징이었던 대구가 솔라시티로 변모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대안에너지를 꿈꾸는 김종달 교수와 정혜진 기자 같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는 것이다. 솔라시티 대구의 미래가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기를 기대한다.

면담일시 – 2006년 10월 25일 오후 1시

면담장소 – 대구 북구 산격동 1370 경북대

면담인사 – 김종달(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대구솔라시티센터장)
정혜진(영남일보 정경부 기자)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