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싱크탱크들(1)]네오콘(Neocon)의 아성, 미국기업연구소(AEI)

※그동안 <글로벌 브레인 투데이>를 통해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들을 소개해 온 홍일표 선임연구원이, 이번에는 미국은 물론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 최고의 싱크탱크들(미국기업연구소, 케이토연구소, 국제평화를 위한 카네기 기금, 도시연구소, 아스팬연구소, 미래자원연구소,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 헤리티지재단 등)에 대한 방문 인터뷰 기사를 연재합니다.<편집자 주>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for Public Policy Research, http://www.aei.org/)는 1943년에 의해 설립되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전신인 미국기업협회(American Enterprise Association)는, 1938년 존스 맨빌사(Johns Manville Corporation)의 회장이었던 루이스 브라운(Lewis H. Brown)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대공황과 2차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미국 사회를 장악한 케인즈주의에 대항하여 자유주의를 촉진시키고 <브루킹스연구소>에 맞설 조직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1954년 대표로 영입된 윌리엄 버루디 시니어(William Baroody, Sr.)는, 이후 26년간 미국기업연구소(1960년 명칭변경)를 이끌면서 미국 싱크탱크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이 큰 조직의 하나로 키워 나갔다. 이후 1986년 새로운 대표로 임명된 크리스토퍼 드무스는 2007년 10월까지 대표로 재직하면서 미국기업연구소의 새로운 부흥을 이끌었다.

1990년대 초에는 그동안 미국기업연구소를 압박해 왔던 부채를 모두 변제하였고, 경제학, 사회과학, 외교정책, 무역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전문가들을 영입하는데 성공하였다. 2001년 부시행정부 취임과 더불어 또다시 많은 연구원과 펠로우들이 행정부로 들어갔지만 과거 레이건 행정부 당시 ‘온건화’ 양상과는 정반대로 가장 강경한 ‘네오콘’의 아성으로 활동을 벌여 나가고 있다.

1988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미국기업연구소는, 나 역시 그 일부분이기도 한, 아이디어 혁명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어떤 싱크탱크도 미국기업연구소만큼 큰 영향을 발휘해 본 적은 없었으며 현재 미국의 가장 중요한 학자들은 모두 바로 이곳으로부터 나왔습니다.”라고 극찬을 했을 만큼 미국기업연구소의 영향력은 크다. 앤드류 리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기업연구소는 미국 전체 싱크탱크들 가운데 3위(1993년)와 4위(1997년)을 기록하였고, 2005년을 기준으로 한 언론인용 빈도 또한 헤리티지재단, 브루킹스연구소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2006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한해 동안 미국기업연구소의 수입은 3,790만달러, 지출은 2,150만달러였다. 전체 수입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개인 후원자이며(54%), 기업이 17%, 컨퍼런스, 판매 등 기타 수입이 16%, 그리고 재단으로부터의 조성금이 14%로 나타나 재단 조성금의 비율이 비교적 낮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연말 현재 총자산은 72,465,483달러, 이 가운데 부채가 3,207,276달러, 순자산은 69,258,207달러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같은 수치는 전년도에 비해 자산의 규모가 약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최근 미국기업연구소의 재정 상항이 호전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연구주제는 크게 세 영역으로 구성된다. 경제정책연구(일반경제학, 국제무역과 금융, 금융시장, 환경정책, 규제, 건강정책), 외교 및 안보정책연구(미국의 외교 및 안보정책, 라틴아메리카 연구, 아시아 연구, 중동 연구, 개발도상국 연구), 사회 및 정치 연구(정치연구, 사회 및 문화 이슈, 교육정책, 법과 헌법 연구) 등이 그것이다. 현재 미국기업연구소의 연구원과 스탭은 175명 정도가 일하고 있고 여기에는 상근 연구자(resident scholar)와 더불어 방문 연구원(visiting scholar), 펠로우, 연구 및 행정 조교, 편집인, 출판, 컨퍼런스, 식당 스탭들까지도 포함된다. 여기에 더하여 약 100명 가량의 겸임 학자와 펠로우들이 결합되어 있고 인턴쉽 제도, 대학원생 또는 대학원졸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펠로우쉽 제도도 운영 중이다.
[##_1C|1096704967.jpg|width=”670″ height=”558″ alt=”?”|미국기업연구소가 입주해 있는 건물_##]▶ 우선 미국기업연구소에 대해 전반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연구소는 1943년에 창설되었습니다. 어떤 기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만들어지던 시점의 역사적 조건들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우 1920년대에 주로 경제학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으로, 특히 1930년대 대공황을 거치면서 “정부가 어떻게 경제를 안정시키고, 빈곤과 실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답하고자 하는 것이 연구소의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전통적으로 ‘정부의 개입’ 또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중시합니다. 반면 우리 연구소의 경우, 1943년 전쟁이 한창이던 시점에 만들어 졌습니다.

당시 연구소를 설립한 이들의 가장 큰 우려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시기에 이루어지고 있는 정치적-경제적 총동원 시스템이 전쟁 이후에도 계속 되는 것이었습니다. 전쟁동원 시스템이 개인의 자유, 시장의 자유를 줄일 것을 걱정하였던 것입니다. 이들은 정부의 개입에 대해 훨씬 비관적이었고 보다 작고 제한적인 정부를 지향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강한 외교 및 국방 정책을 중시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저희 연구소와 브루킹스연구소 사이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규제에 대한 두 기관의 입장이 더욱 비슷해지고 있고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브루킹스연구소와 미국기업연구소 공동의 ‘규제센터(Center on Regulation)’입니다. 선거개혁(election reform)에 관한 입장도 유사하여 마찬가지로 공동연구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금이나 안보, 무역, 사회정책 분야에서 적지 않은 이견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른 싱크탱크와 우리 연구소 사이의 차이만큼이나 큰 것이 우리 연구소 내부 연구원들 사이의 입장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연구원들 사이의 찬반이 크게 엇갈리고 있으며 낙태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자유 무역(free trade)’라는 이슈를 제외하고는 ‘두 사람이 있다면 두 가지 의견이 있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견해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우리 연구소라 할 것입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보수적(conservative)’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정확히 확인된 수치는 아니지만 제가 추측컨대 지난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연구소 소속 연구원의 70% 정도는 부시를 지지했겠지만 약 30%는 분명히 케리에게 투표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연구소는 “아이디어들 사이의 경쟁(competitions of the ideas)”을 중요시하며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논쟁하는 것을 제약하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의회에서 진행되는 개별 법안들에 대한 투표에 깊이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다소 늦게 대응한다는 것인데요. 우리는 구체적인 정치과정에 직접 개입하여 영향을 미치려 하기보다 ‘일반적인 수준의 아이디어’를 논하는 것을 중시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 저희들이 “낮은 세율(lower tax)이 경제발전을 이끈다”라고 주장했을 때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말부터 주요 경제학자들이 우리들의 주장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이 세율 인하를 단행하였던 것입니다. 헤리티지재단이 잘하는 것처럼, 법안 형성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의회로 달려가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_1C|1326691809.jpg|width=”670″ height=”501″ alt=”?”|’에버스타트 박사’는 미국의 싱크탱크 연구자들 가운데 가장 많이 언론에 인용된 학자 순위에서 2002년 2위를 차지했고, 1997년부터 2005년 평균으로는 20위에 선정된 유명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_##]▶ 흔히 미국기업연구소는 네오콘(Neocon)의 아성이라고 평가되는데요.

물론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딕 체니 부통령이나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 모두 우리 연구소와 깊이 관련을 맺고 있지요. 존 볼튼은 다시 우리 연구소로 돌아 왔는데 제가 보기에 그가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체니는 우리 연구소 이사회의 부회장을 맡았고 첫 번째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1993년부터 얼마 동안은 우리 연구소의 시니어 펠로우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끝난 후 딕 체니가 다시 미국기업연구소로 돌아올 가능성 또한 낮아 보입니다.

아마 어떤 기업의 대표경영자로 가겠지요. 하지만 그의 부인인 린 체니는 여전히 우리 연구원이고 앞으로도 한동안 더 그럴 것입니다. 저 역시 “오래 된 네오콘(Old Neocon)” 가운데 한명입니다. 1980년대 초부터 이미 “자유세계위원회(The Committee for the Free World)”의 구성원으로 활동하였고, 일찍부터 대표적인 네오콘 계열 잡지들인 <논평>(Commentary)이나 <공익>(Public Interest) 등에 꾸준히 기고를 해 왔으니까요. 제 아내 또한 <공익>의 편집자였으니까 확실한 네오콘 가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연구소는 절반가량의 경제학자들과 1/4 가량의 외교안보 분야 연구자, 1/4 가량의 미국 국내 정치, 여론조사, 종교 관련 분야 연구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의견과 정치적 입장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소의 대표적 연구원 가운데 한명인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는 ‘네오콘’이 아니라 대표적인 ‘보수주의자(coservative)’이며 전통적인 ‘현실주의자(realist)’입니다. 그는 네오콘들에 대해 “미친 이상주의자들”이라고 혹평을 하곤 합니다. 딕 체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역시 ‘보수주의자’라고 보는 것이 어쩌면 더 적절할 것입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와 미국기업연구소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었고 그 핵심에 네오콘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연구원 구성을 두고 보자면 경제학자들 가운데는 네오콘이라 부르기 곤란한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네오콘이라 부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외교안보 분야 연구자들은 대부분 네오콘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고, 국내 정치, 사회 분야 연구자들 가운데는 마이클 노박과 같은 분명한 네오콘도 있는 반면, 데이빗 오스타인과 같이 ‘온건한 민주당원’ 또는 ‘보수주의자’ 정도로 불릴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미국기업연구소에는 “자유세계위원회”에 관여하거나 <논평>지를 이끌었던 조슈아 무라브치크(Joshua Muravchik)나 어빙 크리스톨과 같은 ‘매파’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고 부시 대통령이 그들을 ‘네오콘’이라 부르면서 우리 연구소는 네오콘의 아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_1C|1216425693.jpg|width=”480″ height=”277″ alt=”?”|미국기업연구소 소속의 대표적 ‘네오콘’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존 볼튼, 데이빗 프룸, 프레드릭 케이건, 마이클 루빈, 조슈아 무라브치크, 뉴트 깅그리치, 마이클 노박, 어빙 크리스톨_##]▶ 네오콘의 아성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연구소라는 평가 또한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를 들어 경제정책연구소(EPI)가 노동조합의 권익을 중시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고나 할까요?

물론 우리는 기업의 자유, 시장의 자유를 중시합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소는 예상과 달리, 대기업들 사이에선 그리 인기가 많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포츈(Fortune)>지가 선정하는 500대 기업에 속하는 대기업들 가운데서 우리를 후원하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대기업과 정부 사이의 ‘유착관계(sweetheart arrangement)’를 비판하는 입장이니까요. 정부를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완전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희들 재정의 60-70%는 실질적으로 기업들로부터의 지원입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에는 대기업들보다 ‘자수성가’한 사업가나 가족기업들이 더 많습니다. 흔히 말하는 ‘기업가(entrepreneur)’들이 더 많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죠. 연례보고서에서 ’개인‘으로부터의 후원으로 분류된 수입 중 상당수가 그런 ‘기업가 개인’으로부터 후원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케이토연구소와 지지기반이 겹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우리 연구소는, 우리의 명성과 권위를 헤칠 수 있는 기업으로부터의 돈은 절대 받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산이라는 것이 결국 ‘평판(reputation)’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것이 훼손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예를 들어 국회에서 증언을 위해 저희를 부르겠습니까?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원들은 기업의 주구(走狗)에 불과하다. 기업임원을 직접 불러 듣지 저들을 왜 증언대로 부르느냐?”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상황입니다. ‘독립적 연구기관’이라는 평판을 잃게 된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는 것입니다. 자기 회사에 유리한 연구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며 기부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만 그런 경우엔 저희들이 기부금을 받지 않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와 저희는 철학적으로 매우 다른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과 우리는 소득의 분배, 사회의 계층화, 빈곤의 증가 등에 대한 사실관계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를 낳은 원인과 해법에 대해선 이견이 존재하는 것이죠. 그들은 우리들의 연구가 사회적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노동자의 권익을 실추시키며 사회적 부정의를 더 키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경제정책연구소가 주장하는 식의 해법은, 경제발전의 속도를 둔화시키고, 노동자들의 사회적 이동의 기회를 줄이며, 비효율을 증가시켜 결국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을 어렵게 만든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원칙(discipline)의 차이인데요. 그들은 노동자의 보호를 위해선 노조화(unionization)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러한 노조화가 결국 성장을 저해하고 노동력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의 계층화를 확대시키며 투자를 감소시키고 임금만 올릴 뿐이라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_1C|1289874647.jpg|width=”670″ height=”329″ alt=”?”|2006년 11월 중간선거 결과토론회; 정치, 경제 분야_##]▶ 경제정책연구소와의 관계는 다소 대립적입니다만 브루킹스연구소와는 연구센터를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하는 등 오히려 협조적인 모습도 보이는 것이 흥미롭게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현재 브루킹스연구소와 ‘규제에 관한 협동연구센터(Joint Center of Regulation)’를 설치,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연구소들과의 사이에서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년간 “미국에서의 빈곤 및 빈곤율”이라는 주제로 주요 싱크탱크 소속 10명의 연구자와 정부 관계 부처 소속 10명의 공무원이 함께 모여 정기적인 세미나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헤리티지재단, 도시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 미국기업연구소 등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에 속한 핵심 연구자들이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토론에 임하고 있는데 나름대로는 꽤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들은 현재 미국의 빈곤율의 계측이 매우 부정확하다는 사실에 다들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빈곤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선 쉽게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앞서 경제정책연구소와의 이견과 마찬가지로 문제의 원인과 해법에 있어서는 다들 쉽게 합의를 이뤄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북한 문제나 이라크 전쟁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쨌든 현재 브루킹스연구소와 함께 하고 있는 ‘규제에 관한 협동연구센터’는 일시적이기 보다 항시적인 기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연구센터에 속해 있고 독자적인 웹사이트도 구축되었죠. 브루킹스연구소와는 ‘선거개혁을 위한 협동연구센터(Joint Center for Election Reform)’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의 운영에는 조금 더 많은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재정개혁을 통한 보다 경쟁적인 선거제도로의 변화”라는 목표가 ‘탈규제(deregulation)’라는 것보다는 쉽게 동의되지 않는 구체적 쟁점들을 안고 있는 듯합니다.

▶ 미국기업연구소의 연구원을 뽑을 때는 어떤 기준이 중요합니까? 이미 알려진 유명한 연구자를 뽑습니까, 아니면 젊은 신진 연구자를 더 선호합니까?

물론 그 두 요소가 섞여 있습니다. 한마디만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다 주목하는, 예를 들어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나 존 볼튼 전 유엔대사와 같은 유명 인사를 영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반대로 30세 이하의 젊은 연구자를 뽑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29세 때 이곳 미국기업연구소로 왔습니다. 이제 막 박사학위를 딴 경우도 있고 박사논문을 쓰고 있는 단계에 연구원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에 박사학위를 갖지 않은 연구원도 많습니다만 최근에 새로 뽑히는 연구원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박사학위 소지자인 듯합니다.
[##_1C|1137785792.jpg|width=”567″ height=”161″ alt=”?”|미국기업연구소와 브루킹크연구소의 공동사업 : 규제연구(상) 및 선거개혁(하)_##]▶ 이곳에서 일한다는 것이 젊은 연구자들에겐 자랑할 만한 일인가요? 다시 말해 미국기업연구소가 젊은 세대 연구자들에게 인기가 좋은가요? 그리고 뽑을 때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지향을 고려하는가요?

연구자들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을 것입니다. 학교에 남아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에 주력하고자 하는 경우, 그리고 싱크탱크에서 일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경우. 전자에겐 우리 연구소가 인기가 없습니다만, 후자의 경우에 우리 연구소는 꽤 인기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항상 저희들이 필요로 하는 연구원 숫자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지원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아주 경쟁력 있는 젊은 인재들을 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국기업연구소가 ‘보수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특정 정당의 당원을 요구하거나 강한 당파성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는가의 여부일 뿐입니다. ‘경쟁’이나 ‘자유 시장’과 같은 가치를 중시하지만 그것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 그렇다면 새로 일을 시작하는 젊은 연구자들을 훈련하기 위한 공식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습니까?

공식적인 교육프로그램은 없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연구원들 상호간에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만, 연구조교들이나 보조 스탭들에 대해선 실무 차원의 교육이 간단하게 이뤄지긴 합니다.

▶ 연구원들의 계약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요?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기간 여기서 일을 하는지요? 연구원들의 연구 활동을 관리하는 기준이나 기구가 있습니까?

우선 저희들의 계약기간은 기본적으로 1년 이하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기서 22년이나 일을 했습니다. 제가 일한 기간 동안 계약이 거부되어 더 이상 일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지난 22년간 2명 정도가 계약이 거부되었으니 매우 적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 가운데는 아직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1년차 연구원에서부터 10년, 16년을 함께 일한 동료들까지 다양합니다. 이곳에 방문연구원(visiting fellow)으로 와서 1-2년 정도 머물다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구원들의 경우 대부분 오랫동안 여기서 일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연구원으로 뽑힌 이들은 이미 자기가 해야 할 일, 다시 말해 연구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대표와 부대표, 연구 담당 디렉터 등이 참여하는 검토위원회(reviewing committee)가 있습니다만 그렇게 엄격한 관리기구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급여나 연구 환경이 다른 싱크탱크들에 비해 얼마나 더 좋은지에 대해선 명확히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연구자들에 대해 “자유방임”이라 할 정도로 무한한 자유를 줍니다. 누구도 개인의 연구에 대해서 간섭하거나 억지로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젊은 연구자여, 환영합니다.”라는 얘기 말고는 별로 들은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한다.”는 식의 얘기는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연구자들에 대한 ‘미시관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지적 자유로움’이야말로 우리 연구소가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충분한 연구지원, 자유로움, 그리고 좋은 동료가 함께 하고 있다고 하면 너무 큰 자랑일까요?

▶ 미국기업연구소의 재정에 대해 다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앞서 우리 재정의 60-70%는 기업으로부터 지원받는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나머지 20-30% 정도는 재단의 조성금이고, 회의장 대여나 출판 등을 통해 약간의 수입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단으로부터 받는 조성금이나 개인 후원금의 경우에는 특정한 프로그램에 사용토록 지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소액회원들에 대한 지원요청은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헤리티지재단과 우리 연구소를 비교하자면 헤리티지재단이 미국기업연구소에 비해 훨씬 능동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법안의 통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노력에 있어서도 그렇고, 개인들에 대한 후원금 모집에 있어서도 말입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