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원재입니다.

오랜만에 밤이 깊어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0대 중반의 법학도들과 함께였습니다.
실력이 있으면서도 맑고 곧은 청년들이었습니다.
정의롭고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분노도 깊었지만,
자신이 앞으로 경제적으로 잘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도 깊었습니다.
역시 먹고 살 걱정은 다른 고민을 모두 압도했습니다.

자정을 넘어서자 이들의 분노는 베이비붐 세대를 향했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를 이끌고 있는 50~60대가 밉다고 했습니다.
사회를 이렇게 불공정하게 만들어 놓고는, 누릴 것은 다 누린 세대라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가운데 자신을 키워주신 부모님을 보면 감사하고 안쓰럽다고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학진학률은 30%도 되지 않고,
50~60대 소득불평등도가 20대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려주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진 사람이 더 갖게 되고 못 가진 이들은 기회조차 얻기 어려워지는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 사회를 만들고 이끌고 있는 세대가 원망스럽기도 할 겁니다.

그들의 분노에 공감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이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어쨌든 시간은 젊은 그들의 편이고, 청년들은 미래의 주인입니다.
그들이 희망하는 한국 사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들은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 것일까요?

희망제작소가 이번에 내놓은 새로운 연구 결과물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 같습니다.
<청년이 제안하는 광복 100년 한국 사회>라는, 꿈같은 제목입니다.
30년 뒤인 광복 100주년에는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지, 청년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 대답을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분석해 보고서로 작성했습니다.

청년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교육복지가 구현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돈 대신 행복을 버는 직장, 회사를 그만두어도 생계 걱정이 없는 세상을 원했습니다.
집과 일터를 오가는 대신, 마을마다 조성된 ‘스마트워크 센터’에서 필요한 일을 자유롭게 하고
홀로그램으로 회의를 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사회를 꿈꾸었습니다.
15세 국회의원이 나오고 생애주기별로 각 세대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있는 민주주의를 상상했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청년들의 꿈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결단하고 노력하면 바로 청년들이 원하는 사회가 됩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결론입니다.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386세대, 베이비붐 세대를 자주 만납니다.
제가 만난 어른들은 지금 한국 사회가 청년들이 살기 너무 힘든 곳이 되었다며 진심으로 미안해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마치고 나니 그분들, 이른바 기성세대라 불리는 분들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졌습니다.

청년들에게 미안해하지 마세요.
대신 그들이 직접 새로운 사회를 만들도록 힘을 주고 길을 열어 주세요.
그들이 사회의 주인이 되어 원하는 사회를 구현할 수 있도록 힘껏 도와주세요.

한국 사회 미래의 주인공인 청년들이 힘을 내 전진하기를 바랍니다.
그 길에 희망제작소도 함께 하겠습니다.
더 많은 정책대안을 고민하고 실험하겠습니다.
희망은 있습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이원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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