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 청년들, 어떤 창업 아이디어 갖고 있을까

지난 10월, 희망제작소는 비영리 법인 TIDE Institute(대표 고산)와 공동으로 미주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부 실리콘밸리(10월 21일~23일)와 동부 보스톤(10월 29일~30일)에서 제1회 미주 한인 앙트러프러너십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벤처 창업 및 사회혁신을 꿈꾸는 멋진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행사에 참가한 연구원들의 참관기를 몇 차례에 걸쳐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글은 동ㆍ서부 행사 전체를 간략하게 스케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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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의 산 증인이자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사망한 지 보름 남짓. 아이폰 4S가 날개돋인 듯 팔린다는 소식을 접하며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HP, 애플, 구글, 시스코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모여 있는 정보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는 어떤 세상일까? 벤처기업과 VC(Venture Capitalist)가 공존하는 생태계에는 어떤 법칙이 작동하고 있을까? 행사 참가신청을 한 스탠포드 대학생은 이 대회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첨단기술이 흘러넘치는 이 곳에도 STSR(Science technologue Social Responsibility,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과학도들이 존재할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색스폰 교육에서 스토리지 재판매까지

버클리,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등 캘리포니아 지역에 거주하는 30명 가까운 신청자들이 모였다. 대회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먼저 참가한 이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사업 아이템이 적힌 큼지막한 종이 한 장을 받는다. 모든 참가자들에게는 3장의 포스트잇(투표권)이 배부된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은 유권자들을 붙잡고 자신의 아이템을 열심히 설명한다. 잠시 후 투표가 이루어지고 가장 많은 포스트잇을 받는 이들을 중심으로 팀이 꾸려진다. 다음 순서는 리쿠르팅. 최초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리더가 되어 함께 참여할 팀원들을 선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팀들은 경연대회 최종 발표시점까지 약 24시간 안에 사업계획을 완성해야 한다. 선발된 팀은 언제든 동석한 멘토 그룹에게 자문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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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진짜 창업을 준비하는 벤처기업처럼 열심이다. 현장에서 꾸려진 팀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늦은 시간까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심사위원들이 도착하고 드디어 최종 발표가 시작되었다.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적 특성에 어울리게 앱(App) 등 기술 기반 아이템들이 주류다. 일반 가정에 전기 사용량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측장비를 설치함으로써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솔루션, 색스폰을 배우고 싶으나 비싼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전문가는 아니지만 신뢰할만한 멘토를 SNS를 통해 매칭시켜 주는 툴, 배틀(Battle) 방식의 게임을 통해 학습과 재미를 융화시킨 교육 프로그램 등 실용적이고 즉시 사업화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 초밥이 캘리포니아롤로 변신한 것처럼, 비빔밥을 외국인에 입맛에 맞게 개량하여 프랜차이징하는 모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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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이었던 아이디어는 PC나 모바일 기기 등에서 사용되지 않는 스토리지(Storage, 데이터를 전자기 형태로 저장하는 장소)를 사용자 기부 형식으로 제공받아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방식을 통해 모은 다음, 저장 공간을 최적화하여 기업들에게 재판매하는 기술이었는데, 발생한 수익 중 절반을 제3세계에 기부하는 모델이었다. UC Berkeley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 젊은 공학도는 ‘실제로 구현 가능한 기술인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서부 지역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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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로 떠나기 전 날, 샌프란시스코 지역 취약계층들의 자립ㆍ자활을 위한 사회적 투자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지원기관 REDF(Roberts Enterprise Development Fund)를 방문하기 위해 도심으로 향했다. 대형 건물이 즐비한 다운타운 근처 공원에서 노숙을 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일군의 ‘We are the 99%’ 군중들을 목격했다. 뉴욕을 넘어 미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점령(Occupy) 시위 현장. 은행, 증권회사 등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금융회사들의 마천루와 공원 한복판에 걸린 체 게바라 사진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서로 다른 세계의 상징물이 한 자리에 놓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상황따라 해법도 달라져야”

보스톤(Boston)은 미 청도교의 본산지로,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문화도시이며 하버드, MIT, 보스톤 칼리지 등 세계적 명성을 가진 대학들을 품고 있는 교육도시이기도 하다. 도심 한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찰스강(Charles River)은 청명한 가을 하늘처럼 푸른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동부 지역 행사장은 캠브리지에 위치한 MIT의 다용도 건물 STATA센터. 이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모교에 거액을 기부한 레이 스타타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작품답게 파격적인 디자인과 외양을 띄고 있었는데, 실용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한다.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 교수의 방도 이 건물 안에 있다.)    
[##_1C|1036903203.jpg|width=”400″ height=”27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MIT STATA센터 전경_##]실리콘밸리가 IT산업 중심이라면, 보스톤은 바이오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심사위원으로 초대한 엠마뉴엘(Emmanuel) 대학의 이유택 교수는 최근 앙트러프러너십(
Entrepreneurship)을 가르치는 대학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금융위기와 경기불황으로 인해 혁신기업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행사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보스톤은 말할 것도 없고 뉴욕, 시카고 심지어는 시애틀에서 온 대학생도 있다. 연령층도 다양하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참석한 20대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은퇴를 준비하는 시니어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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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로 등장한 친구들은 하버드대학 학부과정에 재학 중인 두 명의 젊은이. 현재 우간다에서 지역 NGO 단체들과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활용한 가정용 정수기를 현지에서 양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기술혁신을 통해 판매가를 20%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간단한 정수 장치로, 소비자 가격이 대당 6불이란다. 심사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참가자의 답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기 위해, 심사숙고한 흔적이 보였다.

“아프리카에는 이미 라이프 스트로우(Life Straw)라는 휴대용 정수기가 널리 보급되어 있습니다. 이 제품은 국제 구호단체를 통해 현지인들에게 무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아는데,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이 이 제품을 살만한 구매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영리형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기부나 자선을 통해 비영리형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휴대용 정수기는 강물이나 호수에서 직접 물을 마시는 데는 적합하지만 가정에 필요한 물을 보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구호단체로부터 지속적으로 후원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지만, 기부금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각 나라마다 사회경제적 환경이 다르므로 현지 상황에 따라 해법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1C|1229180243.jpg|width=”400″ height=”24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형 시계 디자인 샘플_##]

다음으로, 세상을 떠난 애플(Apple)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꼭 빼닮은 30대 청년이 무대에 섰다. 현재 MIT대 경영대학원(Sloan Business School)에 재학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형수씨는 손목에 차고 있는 뚜껑이 열리는 시계를 보여주면서,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시계를 개발 중이라며 디자인이 완성된 프로토타입(시험제작 원형)의 기능별 차이점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현대 경영학의 구루라 칭해지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지식사회(Knowledge Society)라 명명했다. 지식과 정보가 부가가치를 만드는 사회라는 뜻이다. 만일 그가 살아있다면, 현재를 혁신의 시대로 정의하지 않을까 싶다. 지식사회에서 혁신사회(Innovation Society)로의 패러다임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징후는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경계를 넘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제3의 영역을 융합(convergence)과 통섭(consilience)을 거쳐 새롭게 창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지배질서는 구멍이 숭숭 뚫린 그물처럼 도처에서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월가의 살찐 고양이들이 보여준 추악한 탐욕과 승자독식으로 인한 극심한 소득 양극화는 1%를 향한 99%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환경 오염과 핵 에너지는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고, 지구는 중병에 걸린 환자신세가 된 지 오래다. 지속가능한 세계로의 변화를 위해서는 뛰어난 혁신기업가(Entrepreneur)들이 많이 나와 주어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뛰어난 아이디어나 탁월한 사업계획이 아니라 그러한 사람들의 존재 그 자체였을지 모른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밤, CNN은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점령시위가 전 세계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경찰이 시위 군중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하기로 입장을 바꿨다는 뉴스를 다급하게 전하고 있었다.      

글_소기업발전소 문진수 소장(mountain@makehope.org)          
 
● 관련보도  
실리콘밸리서 한인 창업 경진대회..’후끈’ [연합뉴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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