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본 박원순 그리고 희망제작소③] 농촌과 소기업이 일자리 창출 블루오션


2009년 1월 6일, <연합초대석>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초대되었습니다. 연합뉴스의 홍성완 편집위원은 박원순 상임이사에게 현 경제위기와 최근 시민사회운동 흐름에 대한 견해를 물어왔습니다. [밖에서 본 박원순 그리고 희망제작소], 그 세 번째 이야기는 이번 경제위기를 창발적 아이디어와 ‘나눔의 경제’로 극복할 수 있다고 밝힌 박원순 상임이사의 <연합초대석>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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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아이디어 모으면 경제위기 극복 가능”
“이번 위기과정 통해 10년 후 승자 결정될 것”
“농촌과 소기업 분야가 일자리 창출 블루오션”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편집위원 = “이번 위기야말로 전 세계가 다 부딪히고 있는 건데 여기에서 앞으로 10년, 다음 세대에 누가 승자가 될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운동을 이끄는 박원순 변호사(55.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해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으면 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국민은 매우 창의적인 민족이어서 정부가 이를 정책으로 잘 받아들이면 이번 위기는 (극복할)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어려울 때 조금은 사정이 괜찮은 분들이 그렇지 못한 분들에게 조금만 지갑을 열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서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 것과 관련, “관용과 이해 그리고 충분히 합의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농촌이야말로 소기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수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지적하면서 농업과 농촌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변호사는 평생을 시민사회운동에 헌신하면서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가 출범하는 산파역할을 했고 현재는 순수 민간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를 이끌고 있다. 그가 스스로 칭하는 직함은 ‘소셜 디자이너’ (Social Designer). 세상을 아름답고 멋지게 디자인하겠다는 뜻이며 또한 사회를 변혁해나가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인터뷰를 통해 현 경제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최근 시민사회운동의 흐름은 어떤지 등을 알아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제위기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도 위축되지 않겠습니까.

▲ 경제가 힘들어지니까 사회 전반이 힘들어지고 시민사회운동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입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기부금이라든지 회원들의 회비로 활동자금을 마련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고 또 이명박 정부가 NGO와는 덜 친화적인 그런 분위기여서 아마 굉장히 힘들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도 조금은 창조적인 생각을 하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낼 수도 있고 기존의 경제체제를 바꾸는 절호의 기회라고 봅니다. 시민사회도 마찬가지로 외형적으로는 위기가 오는데 그걸 좀 더 창조적으로 그동안 잘못된 시민사회의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을 창출해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블루오션을 얘기하셨는데 어떤 내용인지요.

▲ 요즘 사회적 기업이라는 게 유행이잖아요. 정부나 기업 또는 민간단체가 서로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현상도 있고 상호 파트너십이 강화되는 것이 세계 여러 선진국의 공통적 현상이기도 한데요. 우리도 사회적 기업을 통해서 공공기능의 목적을 가지면서도 기업적 방식을 도입해서 공공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많은데 이런 것들을 시작하는데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또 농업은 아무도 신경을 안 쓰고 있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어서 농촌에는 노인들만 계시거든요. 청년실업이라고 하는데 젊은이들 또는 은퇴했지만 경험을 갖추신 분들이 농촌지역으로 가면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매우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또 하나의 새로운 사회운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사회가 조금만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면 일종의 틈새라고 할까 비어 있는 부분이 대단히 많고요. 그런 것들을 채우고 활성화하는 것이 또 우리 시대 시민운동의 큰 흐름도 될 수 있다고 봅니다.

IMF 경험에 비춰 경제위기 때 시민사회단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요.

▲ IMF 당시에는 제가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있을 때인데 그때는 재벌기업들의 방만한 투자라든지 기업의 지배구조가 그런 위기를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고 소액주주운동을 통해서 재벌개혁운동을 펼쳤지요. 그래서 투명성이나 책임성, 지배구조의 변화를 다양한 방식의 운동으로 펼쳐냈는데 사실 이번 전 세계 경제위기가 왔음에도 한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견딜 수 있는 것은 그때의 개혁 성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미진한 것도 많았지만요.

이번 경제위기에서는 그 때와는 다른 운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경제가 그동안 지나치게 신자유주의적인 흐름을 도입했고 또한 지나치게 국외의존이 높은 체질이잖아요. 미국이라든지 다른 선진국에서 기침하면 우리는 독감이 드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국가 내에 자립적이고 독립적인 경제규모가 어느 정도까지는 있어야 외부의 충격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파제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성장신화, GNP중심의 경제정책도 한번 반성해볼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이른바 향토적 자산을 기초로 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라든지 아니면 시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기초한 중소기업들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동안 대기업 주도의 성장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했고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애써 그것을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그 폐해도 만만치 않았다고 봅니다. 그것을 보완하는 대안적 의미에서 소규모의 자생적 자립적 향토적 비즈니스들이 많이 창출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것들이 이번 경제위기 속에서는 강조되고 또 새로 나타나야 할 그런 사회운동이고 그 결과로서 그런 경제규모가 만들어져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부존자원이 없고 땅도 좁은데 내수 위주 경제가 가능할까요.

▲ 자기 자원을 갖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개발도상국이고 어느 정도 선진화된 나라는 자기 나라에서 생산된 자원을 갖고 하는 데는 없지요.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대체로 저개발국가지요. 그런데 자연자원을 가져와서 가공해서 판매하는 이른바 굴뚝산업이라든지 이런 것은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특징이었습니다. 앞으로는 훨씬 더 고부가, 고창발 이런 산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이라든지 독일 일본 이런 나라들이 자원이 그렇게 많은 나라가 아니거든요. 자원 대신 지적 자원을 활용하는 예컨대 문화예술을 강조하는 디자인산업이라든지 시스템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 서비스 산업, 관광산업 이런 것들로 과거 제조업 중심의 굴뚝산업보다 훨씬 더 큰 부가가치를 누리고 있잖아요. 영국은 이미 자동차회사라든지 철강회사라든지 이런 게 거의 없어져버렸거든요. 그렇지만 국민소득은 20-30년 전 그런 기업이 많을 때보다 훨씬 더 높아졌습니다.

우리도 옛날의 토건적 사고방식이나 제조업중심국가에서 훨씬 더 지식산업적이고 정보산업 중심의 또는 창발적 아이디어산업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경제발전 역사가 짧은 우리가 단기간에 선진국을 따라잡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 그래서 선진국이 쉽게 되지 않는 것이지요. 2만 불의 문턱에서 매번 이렇게 머물고 있습니다. 많은 청년실업자가 생겨나고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세대들이 은퇴자로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 분들을 지금까지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그런 쪽의 자원을 재발굴 재발견하고 재창출하는 데 투입해야 합니다.

농업만 하더라도 지금 우리나라 농업인구가 8% 정도밖에 안되고 거의 포기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제 생각에는 농업은 식량 주권과도 관계되어 있고 미래적인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요새 녹색성장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이번 정부 들어와서 대대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만 사실 영국이나 독일 북유럽 일본은 벌써 10년 전, 20년 전부터 주창했던 것이거든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금부터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국은 따라가는 것밖에 안됩니다. 그런 방향으로 가지 말자는 뜻이 아니라 남 따라만 가지 말고 그보다 더 앞서가자는 것이지요.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앞장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좀 더 창의적으로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해야지요. 물론 그게 쉽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고 우리의 리더들이 그런 쪽의 컨센서스만 이룩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농업이고 우리만 가지고 있는 여러 전통, 향토적 요소들을 발굴하고 그런 것들을 사업화하자는 것이지요.

희망제작소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 한 조직이 출범해서 성공을 하려면 세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는 팀워크이고 두 번째는 사업의 패턴을 확립해야 하고 세 번째는 그것이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재정적으로나 사업구조적으로. 그런데 뭐든지 시작하면 참 어려운데요. 희망제작소가 금년 4월이면 3주년이 됩니다. 아직은 초창기여서 말씀드린 세 가지가 충분히 확립이 되지 않았고 아직은 고민과 걱정이 많은 상황입니다.

그래도 조금은 정착되어가고 있는 것만 말씀드리면 은퇴한 시니어들에게 봉사의 삶으로 전환시켜 드리는 해피시니어 사업이라든지 시민들의 평범한 생활상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켜내는 사회창안사업들을 예로 들 수 있을듯 합니다.

첫째는 은퇴하시는 전문직 이런 분들이 우리 사회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실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이분들의 경험과 지혜를 요구하는 다양한 봉사조직들, 비영리단체 이런 쪽에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 개인에게 인생후반전을 잘 살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국민소득 창출 효과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분들이 대단한 인력이잖아요. 기업의 임원이라거나 정부의 고위관리를 지낸 분들이지요. 이 분들의 좋은 경험을 우리 사회 공헌에 활용하자는 것이지요. 이 사업을 ‘행복설계아카데미’라고 해서 3년차가 됐는데 나름대로 정착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사회창안이라는 것인데요. 저는 우리 사회를 개혁하는 것이 개혁가 몇 사람 또는 정치 지도자 몇 분으로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평범한 시민이 자기 삶과 생활 속에서 뭔가 개선해야 할 조그마한 아이디어들을 제출하고 또 다른 사람들이 코멘트하고 전문가들이 평가해서 현실화시켜가는 이런 사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3천여 개가 제출되었고 그 중에 50여 개 정도의 열매가 열렸는데 사회적 실천이 된 거지요.

세 번째는 ‘소기업 발전소’라는 게 있습니다. 청년실업이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기업가적 정신, 도전하는 삶을 갖고 뭔가 작은 기업,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데 혼자 힘으로는 힘들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지원해서 사회적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아직 충분하게 열매가 익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올 한해 열심히 하면 이 분야도 정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 늘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한 조직과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거든요. 특히 재정적으로요. 저희는 정부기관도 아니니까 안정성이 없지요. 그렇다고 지속적인 기부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우리 사업을 통해서 수익모델 자체를 창출해야 되고 또 후원자들을 계속 발굴해야 하고,그래서 머릿속에는 항상 어떻게 하면 조직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버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민간 싱크탱크 역할은 무엇이고 활성화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 미국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국가 체제가 많이 바뀌게 되는데 그럼에도 국가적 연속성이나 지속성을 갖는 이유는 정부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싱크탱크들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KDI를 포함해서 수십 개 싱크탱크들이 있지요. 보통 국책연구소라고 불리는데 개발주의 시대에는 큰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 와서는 역효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기관들이 대체로 정부부처 산하에 있기 때문에 그 예산을 그 부처에 의존하고 인사조차도 간접적으로 다 연결이 되어 있어 용역을 발주하는 중앙부처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중앙부처의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해가는 과정에서 중립적 객관적인 평가나 정책수립이 되지 못하고 종속적이 돼버리는 겁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이 객관적으로 수립되고 결정되는데 상당한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과거 국책연구기관은 정부로부터 독립해서 자유경쟁체제가 되고 정말 좋은 아이디어, 좋은 정책을 만드는 곳이 정부에 의해서 채택되고 실현되는 과정을 거쳐야 된다고 봅니다. 국책연구소 외에도 기업이 설립한 연구소들이 있지만, 대체로는 경제중심이고 또 그 기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역시 객관성이나 중립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저희 같은 민간기관이 성장하기에는 너무나 재정적 기반의 취약성이 있지요. 그런 면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국책연구소들이 일종의 민영화라고 할까요, 정부기관으로부터의 자립도를 확립하면 정부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 수요, 용역 같은 것을 저희도 따올 수가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경쟁하는 풍토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영국의 어떤 철학자가 얘기했듯이 사상의 자유시장이란 말이 있잖아요.

아이디어 시장도 개방되어서 서로 경쟁하는 체제로 되면 희망제작소로서도 훨씬 더 좋은 기회가 생기고 다양한 민간 싱크탱크들이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가 일자리 창출입니다. ‘소기업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얼마나 일자리 만들기가 가능할지요.

▲ 최근 정부에서 올해 예산을 수립하면서 워낙 경기가 어려우니까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지역 인력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효과적인 사업으로서 ‘4대 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14조 원을 투입키로 했습니다. 국가재정을 투여해서 이분들이 당장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이렇게 일한 경험이 지속가능하고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이런 쪽이라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청년실업을 당한 젊은이들이 토목공사가 아니라 농촌이나 여타 지역으로 내려가서 그 지역의 향토적 자산을 조사하는 사업에 투입된다면 월급은 정부가 주는 거니까 당장 먹고 사는데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거기서 향토적 자산을 조사해서 그것으로 사업할 수 있는 많은 모티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국외에 봉사단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케네디정부 시절에 피스코(Peace Corps)라고 평화봉사단을 전 세계에 파견해 그들이 전세계를 커버하는 지역전문가가 됐잖아요. 지금 주한 미 대사도 그 당시에 평화봉사단원으로 활동했던 여성이잖아요.

이런 것들이 당장 고용창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미래에 또 이 사람들이 과거에 쌓은 경험과 지식으로 지속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는 예산을 투입해서 지금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또 일자리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1년, 2년이 지나서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 미래에 어떤 임팩트를 가져올지를 고민하면서 이런 것들이 좀 더 창의적으로 이뤄져야 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소기업 발전소를 통해서 해보고자 하는 것은 온 국민이 기업가적 정신을 가지게 하자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드라마를 보면 대기업 재벌기업의 회장님, 아드님, 며느리, 이런 분들만 주인공으로 나오니까 큰 규모의 기업만 기업인 줄 아는데 이런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안방에 컴퓨터 하나 놓고도 얼마든지 장사를 할 수 있잖아요. 일본을 가보면 기업가 정신이 확산되어 있다는 것을 참 많이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일본에 가서 엑스포라든지 기프트 쇼 같은 곳을 가보면 작은 아이템 하나 가지고 혼자서 또 가족들이 또는 몇 명의 청년들이 벌이는 사업들이 아주 많습니다.

도요타나 소니도 중요하지만 이런 개미군단들이 앞으로 더 두려운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도 국민 누구나 작은 기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그런것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하겠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기금들을 만들고 컨설팅해주는 볼런티어 그룹들을 조직하겠다는 것이 저희가 꿈꾸는 것입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년퇴직자들이 노후생활을 자신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지요.

▲ 우리와 달리 선진 외국에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서 조금 노쇠해지더라도 여전히 그분의 지혜가 필요하니까 월급을 조금 낮춰서라도 근무하게 합니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같은 데는 공무원들이 정년이 없더라고요. 자기 건강이 허락되면 평생 일할 수 있는데 그만큼 경험을 중시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그것 때문에 경쟁력이 좀 약화한 측면도 있습니다만. 은퇴를 했다 하더라도 그 분들이 경험과 지혜를 사회적으로 재활용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비록 시장에서는 퇴출당했다고 하더라도 그 분들이 사회에서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게 봉사활동이어도 좋고 때로는 사회적 기업 같은 것을 만들어내서 자신이 월급을 스스로 벌 수도 있지요.

미국은 성인 인구의 약 절반 정도가 자원봉사를 합니다.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노동력으로 평가하면 약 800만 명이 상시 근로를 하는 효과를 낸다고 그러거든요. 미국의 웬만한 도서관이나 공원 은행 공항 박물관 이런 데를 가면 전부 노인인력들이 자원봉사하고 있잖아요. 우리 사회도 젊은이들은 좀 더 힘이 필요한 쪽에 가서 일하고 노쇠한 사람들은 단순 업무이거나 아니면 본인의 경험을 살려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농촌이라든지 또는 사람들이 별로 가지 않는 소외된 중소기업 같은 곳이 바로 그 분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지요. 대기업에서 근무하시던 분이 봉사하는 생각으로 작은 급여를 받고 일한다고 하면 중소기업으로서는 그런 고급 인력을 적은 월급으로 쓸 수 있고 은퇴하신 분들은 최소한의 용돈은 벌고 그러면서도 사회를 위해서 일함으로써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농촌문제에 관심을 두고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농업과 농촌문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합니까.

▲ 제가 늘 인용하는 얘기인데 경남 거창에 거창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그곳 강당에 가면 뒤편에 직업선택 십계명이라는 게 써 붙여져 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월급이 낮은 곳으로 가라’, ‘승진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곳으로 가라’ 이런 식의 구호들이 적혀 있는데요. 역설적이지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모든 사람이 다 가는 곳은 이미 핏빛 경쟁이잖아요. 레드오션이지요.

그런데 농촌지역은 아무도 안 가거든요. 오히려 농촌에 있는 사람들마저 도시로 빠져나오는데 저는 거꾸로 그런 곳을 가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2006년 4월부터 시작해서 3년째 계속 지역을 다니면서 수많은 농민과 행정가, 기업가를 만나고 있는데 농촌이 블루오션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가지도 않을뿐더러 농업에 대해 그동안 벼농사와 같이 너무 일차적 생산물만을 생각해왔는데 그것을 가공하고 유통하는 쪽으로까지 신경을 쓰고 거기에다가 IT산업이나 문화예술을 접목한다든지 하면 부가가치가 갑자기 높아지게 되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첼리스트와 된장’ 이야기 아시잖아요. 그 집에서 만드는 된장은 훨씬 비싸게 팔리고 심지어 그 동네에 하도 관광객이 많이 오니까 음식점이 스무 곳이나 생겼다고 합니다. 광양에 있는 홍쌍리 여사님이 하는 청매실농장이라든지, 안성의 서분례 여사님이 하는 서일농원, 이런 우리의 전통적인 농산물을 가지고 2차로 가공하고 그것을 판매하는 일까지 하고 있는 쪽은 사실 도시의 웬만한 기업이나 부자 못지않게 돈도 벌고 농촌의 삶도 즐깁니다. 이런 곳이 상당히 생겨나고 있거든요.

이런 식으로 농민과 함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농촌으로 가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일으키고 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습니다. 그런 사례들을 일일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엄청난 숫자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러면서 우리가 선진국 못지않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쪽으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선진국의 시민사회운동의 흐름은 어떤가요. 국내에서는 시민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 미국은 기부문화 이런 게 굉장히 발전되어 있지요. 반면 유럽은 워낙 세금을 많이 내고 정부가 그 돈으로 많은 것을 해주기 때문에 자선단체가 따로 할 일이 별로 없지요. 미국은 상대적으로 그게 덜하니까 결국은 모금을 해서 정부가 하지 못하는 것을 보완할 필요가 생긴 거죠.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되고요. 어느 시대나 그 시대가 또 그 국가나 사회가 가진 과제들은 다 다르고 또 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시민운동이 과거보다는 조금 활력이 떨어지고 시민의 관심도 줄어들고 지원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시대에 필요한 과제들을 제대로 선점하고 또 국민에게 제시하고 실천하는 그런 일에 조금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하는 시민운동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저는 시대가 요구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창출하고 지지를 호소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이런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조금 부족하지요. 사실 시민운동이라는 게 가진 것은 본래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제일 큰 힘은 그 시대를 통찰하고 그 결과 우리 시대가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화두를 제시하고 그것이 사회 속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기능이 약해지면 그 시민사회는 쇠퇴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 면에서 저는 조금 더 우리 사회를 현장에서부터 실천적으로 바라보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들을 추출해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것들 중의 하나가 소기업 진흥이라든지 또는 농촌의 부흥, 지역사회의 활성화, 이런 과제들입니다.

변호사 직업을 마다하고 힘든 시민사회운동에 몸담은 이유가 궁금한데요.

▲ 저는 반대로 생각하는데요(웃음). 변호사 일이 가시밭길입니다. 물론 돈은 좀 벌지만, 변호사라는 것은 결국 고민 대행업이거든요. 사람들이 살다가 법률적인 문제가 생기면 변호사한테 돈을 주고 맡기는데 그걸 해결하는 게 정말 고민 덩어리입니다. 돈은 좀 못 벌지만 이런 비영리단체 일은 너무나 보람이 큽니다. 노력하기 따라서는 사회도 막 바뀌고요. 또 저희를 지원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이런 좋은 분들과 함께 살아가는 재미가 너무나 쏠쏠하거든요. 여기 안 와보시면 몰라요.

경제상황이 매우 어렵지만, 우리 국민은 어려운 고비와 위기 때마다 이를 극복해온 저력이 있습니다. 위기 뒤에는 기회가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희망의 메시지를 듣고 싶은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요.

▲ 하나는 헌신과 희생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려울 때 우리가 조금만 자기 주머니를 열면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안 그래도 양극화의 시대가 됐는데 이런 어려운 위기 속에서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분이 계시는가 하면 도저히 어쩔 수 없이 파산하거나 어렵게 살 수밖에 없는 분들이 많이 계신 데 사정이 괜찮은 분들이 못한 분들에게 조금만 지갑을 열면 너끈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 되고요. 여야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좌우갈등, 이런 갈등들이 부추겨지고 확산하고 있잖아요. 이런 어려운 때일수록 그런 갈등들이 치유되고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것을 합의하고 관용이라고 할까 이런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국회의 여야싸움도 가만히 보면 여야가 다 나름대로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이해관계자나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토론한 다음에 표결하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과정은 하나도 없이 갑자기 어느 날까지는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야당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하고, 도대체 안 되는 이유는 뭐며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저는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에게 그 이유를 알고 있는지 묻고 싶어요. 일반 국민은 더 모르지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충분히 합의해가는 과정을 거치면 좋지 않습니까. 청문회도 열고,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도 들어야지요. 절차적 적법성과 토론의 과정을 중시하는 이런 관행이 필요한 것 같고요. 두 번째는 어떤 위기도 우리가 조금은 창의적인 생각을 하면 다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위기야말로 전 세계가 다 닥치고 있는 건데 여기에서 다음 세대, 앞으로 10년 뒤에 누가 승자가 될지 결정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왜 이런 경제위기가 왔고 우리는 왜 취약한 구조를 가졌는지, 그러면 어느 쪽으로 투자를 해야 앞으로 10년 20년 후가 보장이 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아내고 전문가들이 조금 더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사회의 분위기가 되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극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10년 20년을 결정할 수 있는 씨앗이 이 위기 속에서 잉태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굉장히 창의적인 민족이거든요. 그래서 정부가 잘 정책으로 받아들이면 승산이 있는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쪽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 저는 우리 정부가 미래적인 가치나 사회운영원리를 잘 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세제(稅制) 하나만으로도 사회를 엄청나게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 재벌기업가 말고도 수백억 가진 부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사회의 좋은 일에 돈을 쓰게끔 만들어야 되잖아요. 그렇게 하려면 세제에 인센티브가 있어야 되거든요. 이게 좀 더 강화되면 훨씬 달라질 겁니다. 예컨대 ‘아름다운 가게’가 작년에 110억 매출을 했는데 이 중에 10%를 부가가치세로 냈습니다. 법인세 이런 것 말구도요. 그러면 11억을 세금으로 낸 것인데 이런 나라는 우리 나라밖에 없거든요. 일반장사나 자선 가게나 차별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이런것은 정부가 맹목해서 그런 거지요. 그리고 저는 주민참여라는 게 핵심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들은 관료적이어서 생각의 창의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은 그런 장애물이 없어서 온갖 아이디어가 있어요. 이런 쪽하고 파트너십이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 민간의 구별이 점점 없어지기 때문에 기업이나 민간의 활력을 정부가 잘 활용해서 사회를 바꿔나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정부는 이런 것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유엔 사이트에 가면 바탕화면에 시민사회(civil society)가 열거되어 있습니다.

유엔은 국가연합이잖아요. 그런데도 시민사회가 유엔이 하는 일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세계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빈곤퇴치라든지 이런 것들은 시민사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아름다운 재단’도 세계은행 관계자들은 잘 압니다. 이 사람들이 전 세계의 성공사례 이런 것을 다 체크하면서 지원하고 그런 사례들을 세계 곳곳에 확산시키는 일을 하거든요.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 같은 것이 있는데 우리 정부가 이런 것들에 조금 눈이 어두운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듭니다.

[밖에서 본 박원순 그리고 희망제작소] 연재순서

1. 에코모션 대표 테드 플래니건이 본 희망제작소와 한국 (2008.12.16)
2. 지역과 농촌에서 땀방울로 희망을 빚어내자…월간 <참여사회> 2009년 1월호
3. <연합초대석>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연합뉴스 (2009.1.6)
4. 시민연구소 파견 1호 공무원 이야기…박병윤 완주군 공무원
5. <시사IN> 신년강좌 ‘위기에서 길을 묻다’…시사IN (2009.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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