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권⑥] 오토바이·자전거·사람 뒤엉켜 ‘위험천만’

오토바이·자전거·사람 뒤엉켜 ‘위험천만’
걷고싶은 거리 만들기 보행권을 되찾자
인도 질주하는 이륜차
» 25일 오전 서울 종로5가 한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오자 길가는 사람들과 오토바이들이 서로 엉켜서 건너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짧은 점심 시간, 서울 안국동 거리는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과 음식배달 이륜차가 뒤섞여 정신이 없다. 25일 이곳에서 만난 중국음식 배달원 김아무개(23)씨는 “점심 때 2시간 장사하는데, 차도와 인도를 가릴 시간이 어디 있냐”며 “음식 시킨 사람들이 빨리 배달해 달라고 재촉해 인도로 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출족’(자전거 출근족)이 늘면서 인도와 차도를 넘나드는 자전거도 출근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경찰청이 지난 9월14일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31개 도시 50개 교차로 주변을 조사한 결과, 이륜차가 인도에서 운행하는 비율이 11.9%에 이르렀다. 현행 도로교통법에서 이륜차는 차로 규정되기 때문에 이륜차를 타고 인도를 달리는 것은 불법이다. 또 이륜차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도 금지돼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 이륜차의 94.2%가 횡단보도를 불법으로 건넜다. 이륜차가 보행자와 뒤섞이면서 보행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륜차 사고도 크게 늘고 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통계자료를 보면, 이륜차 교통사고는 2005년 5596건, 2006년 7588건에 이어 2007년 9월 현재 1만2017건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은 다음달부터 이륜차의 인도 통행을 무인카메라로 단속하기로 했다. 강남구청 교통지도과 김종윤 과장은 “이륜차의 보행자 사고 사례가 늘어 단속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인도 주차로 보행을 방해하는 차량 가운데도 이륜차가 많다. 이륜차 등록 대수는 2006년 말 기준 174만7925대로 전체 등록 차량의 10.9%에 그치지만, 녹색교통운동이 지난해 말 서울 시내 38개 지역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인도 주차 8166건 가운데 이륜차가 1466건으로 17.9%를 차지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황정현 통계분석연구원은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황정현 통계분석연구원은 “주차장법에 이륜차 전용 주차장 설치가 강제돼 있지 않아 인도 주차 문제가 일반 차량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정석 교수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인도에 만드는 등 이륜차의 인도 주행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결국 사람이 다니는 길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잠실자전거봉사단 한만정 단장은 “자전거를 타고 차도를 달리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인도에 올라가 보행자를 위협하는 것도 옳지 않다”며 “외국처럼 이륜차 도로를 따로 두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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