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에 적합한 ‘사람’은 누구일까

“마쓰시타 전기는 무엇을 만드는 곳입니까?”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마쓰시타 고노스케에게 누군가 이렇게 묻자, “마쓰시타 전기는 사람을 만드는 곳입니다. 그리고 상품도 만들고 전기 제품도 만듭니다”라고 답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그의 경영 철학을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가 그토록 사람을 중요시 한 것은 결국 기업의 모든 활동은 사람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은 사회적경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은, 적합한 인재가 없다는 아쉬움과 문제의식을 통해 ‘사람의 중요성’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사회적경제 인재육성과 관련한 연구에서 수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사회적경제 조직, 지원기관, 공공기관 구분 없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부족하고, 육성하기에도 여건상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노동자 협동조합의 성공요인을 살펴보고, 성공 모델을 복제하기 위한 방안을 조사한 ‘WORKER COOPERATIVES: PATHWAYS TO SCALE’에서는 조직 성격과 문화에 적합한 훈련을 성공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노동자 협동조합은 일반 기업과 다른 문화와 운영 원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훈련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비단 노동자 협동조합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사실 사회적경제 분야에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적경제의 원리에 맞게 운영할 주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연구 보고서에서는 “제도를 개선하고 급성장할 수 있는 외부여건을 만든다 해도, 이를 뒷받침할 내부 역량이 부족하다면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이와 관련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보고자 지난 6월 27일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를 열었습니다. 개소식에서는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가 설립된 취지를 좀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2부 순서로 기념 포럼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포럼에서는, 정상훈 사회혁신공간 THERE 상임이사, 최혁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 김인선 우리가만드는미래 대표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회적경제 인재육성의 어려움과 해법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어서 참가자들이 각 주제별로 나누어 앉아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발제자와 의견을 나눴습니다.

인재육성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상훈 사회혁신공간 THERE 상임이사는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의 설립에 영향을 미친 사회적경제 인재육성 관련 연구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이 연구는 2012년~2013년 2년간 86개 기관의 264개 프로그램을 조사하고, 기업가, 중간지원조직 근무자, 분야 전문가, 실무자 등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는 41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여 서울시 사회적경제 인재육성 교육현황을 분석하고, 어떤 수요가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정상훈 상임이사는 조사 결과 점차 다양해지는 교육 수요와 공급 능력의 한계가 발견되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재육성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 수요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사회적경제가 성장한 결과입니다. 새로운 분야의 조직이 생겨나거나 기존 조직이 성장하면서 신규 인력이 유입되고, 그 결과 현장에서 요구하는 교육 내용이 다양해집니다. 다양해지는 요구를 교육 프로그램이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것이 수요자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교육 프로그램의 공급자들이 그런 요구를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교육기관의 83.7%가 정부로부터 재원을 지원받고 있어 자유롭지 못한 위탁교육의 한계가 반복되고, 교육개발을 위해 연구를 수행할 주체도 없는 실정입니다. 수요와 공급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선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구체적으로 ▲프로세스와 사람 중심의 참여형 교육 ▲수요자 맞춤형 교육 ▲핵심인재 육성 ▲사회적경제 미션 공유 강화 ▲사회 문제 해결형 인재 육성을 말합니다.

“과거 노동조합에서 강의를 진행한 뒤 교육 효과가 얼마나 지속됐는지를 확인한 결과, 최대 일주일이었습니다. 교육 효과를 높이고, 다양한 수요에 맞춘 교육개발을 위해 교육 프로세스를 참여형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의 교육을 참여형 70%, 강의형 30%로 구성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울러, 그동안의 교육이 수혜자를 확대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이젠 핵심인재를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고, 비즈니스 역량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미션을 공유하는 것도 함께 강조해야 합니다. 또한, 지금까지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했다면 이제는 사회 문제를 중심으로 관련한 인재들이 육성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에 적합한 인재는 무엇일까요?

정상훈 상임이사는 새로운 대안에 맞게 새로운 인재상이 필요하며, 다음의 네 가지 요소를 가진 인물이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지닌 사명감 ▲창의적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 ▲공감하고 배려 ▲협동심이 그것입니다.

교육인프라를 확충하고 단계별 맞춤형 교육지원체계를 구축할 것

최혁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은 중앙 정부의 사회적경제 인재육성과 관련한 정책의 성과와 향후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서 생태계 내의 다양한 인적자원으로 양성하는 것이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는 다양한 교육을 진행했는데, 교육과정을 간단하게 나눠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회적기업에 대해 소개하고 그 가치를 확산하는 교육 ▲사회적기업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 교육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층위별, 분야별로 나눠 진행하는 교육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뒤이어 설명한 ‘맞춤형 아카데미’나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게도 정상훈 상임이사가 교육 공급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지적한 문제의식과 맥락이 닿아있었습니다.

“맞춤형 아카데미는 최근 정책이 교육수강자의 요구에 맞게, 교육을 제공하는 중간지원조직이 다양하고 자율적으로 교육을 설계할 수 있도록 변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맞춤형 아카데미에서 사회적기업진흥원은 교육 기관이 창의적인 아이템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재원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최근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예산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공공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협동조합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영국에는 훌륭한 협동조합 교육이 개발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한국화하면 상당히 도움이 될 테지만 그러려면 상당한 재정이 필요하게 됩니다. 민간 조직이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공공 재원을 투입해서 한국 실정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해석한 후, 교육을 담당하는 민간조직들에게 제공할 경우 현장 맞춤형 교육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정책 방향이 변화한 것은 ‘직접 교육을 수행하고 평가하기 보다는 전국 각지의 다양한 사회적경제 지원조직들, 평생교육 기관 등을 지원하는 것’을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가 맡아야 할 역할로 본 결과입니다.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는 ▲성장 단계별 맞춤형 과정 구축을 통한 기업가 교육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원하는 인력 교육 ▲사회적경제를 주류 아젠다로 만드는 정책 입안자, 연구자 양성을 위한 교육, 이 세 가지를 핵심경로로 삼고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회적기업 현장에서 바라본 인재육성 필요성과 어려움, 그리고 방안

김인선 우리가만드는미래 대표는 직원이 갑자기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한 기업의 사례로 시작하면서, 사회적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시스템 안에서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규모가 작은 사회적기업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채용에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기업 내에 계속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처럼 직원들이 갑자기 빠져버리면 기업의 존폐가 결정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합니다. 개소식에 와서 ‘사회적경제 현장도 잘 알고,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자 ‘요즘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는 인턴 구하기도 힘들다’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김인선 대표는 “우리가만드는미래와 같은 성장기 사회적기업은 사업 확대를 위해 핵심인력의 확보가 절실하지만, 더 힘든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이때 필요한 인력은 신입 직원이 아니라,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직무수행능력도 갖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력의 확보 없이는 기업이 성장을 꾀해야 하는 단계에서 성장을 멈추거나 사업모델을 축소하게 되기도 합니다.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회적경제 분야의 발전은 그 자체로는 반가운 일이나, 인력 부족의 상황을 더 가중시키는 결과도 가져왔습니다.

김인선 대표는 “결국 필요로 하는 인력을 개별 조직이 길러내야 하는 상황이므로, 외부 지원시스템과 개별 기업 시스템이 맞물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더해 개별 조직과 생태계 차원에서 시도해 봄직한 방안에 대해 제안했습니다.

“중간지원조직,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경제 인력을 여러 곳에서 필요로 하고 있어, 인력간의 배치 전환이 필요한 환경입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아직 배치 전환이 일어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개별 기업의 노력으로는 성장이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사회적기업끼리 벽을 허물어서 협력하고 공동 사업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합니다. 또한, 협력적인 시스템 하에서 중간지원조직이 만든 교육에 참여하면서, 사회적기업과 기타 여러 기관이 사회적경제의 한 몸이라고 느껴야 합니다.

우리가만드는미래가 직원을 키우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게 하는 것이 훈련의 기본이고, 성장에 가장 좋은 자양분이었습니다. 사회적기업이 만들어내는 사회적가치에 대한 이해를 키워주기 위해서는 자기 기업을 분석하게 하고, 기업 내에서 자신의 활동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성찰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 기업에 대한 분석과 유사한 사례를 연구하면서 소셜 미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사업 확대 전략 등을 배우고, 그를 자기기업에 적용하도록 돕는 교육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협력을 통한 혁신

발제를 마친 후에는 관심 주제별로 발제자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기도 하고, 제안 사항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포럼에서는 사회적경제 인재육성과 관련하여 새로운 패러다임, 역할,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각기 다른 입장에서 한 이야기가 결국에는 맞닿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사회적경제가 변곡점을 지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의 해결책이 각 주체들의 협력을 통해 나올 것임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희망제작소가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를 개소하면서 모인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는 개소식 이후 성장기 사회적기업가 교육과정을 진행했으며, 나머지 교육과정은 모집을 앞두고 있습니다.

글_ 김선재 (사회적경제센터 위촉연구원 hereksj@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