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재난 앞에 작지만 소중한 역할

10.29 참사 이후 여러분의 생활은 어떻게 변화되었나요? 희망제작소는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대학원생들과 함께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심리학 전공자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는 <사회적 재난 치유 소셜디자이너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8주 동안 23명의 학생들은 10.29 참사에 주목하여 문제를 정의하고 실행계획을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2월16일 그 결과를 공유하는 최종 공유회를 진행했습니다.

사회적 재난에서 우리의 역할

정부는 사회적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 발생 시 이를 수습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을 때 시민들은 분노, 무기력, 절망, 심리적 불안 등을 겪게 됩니다. 시민들이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벌이는 것은 다시 심리적 안정과 일상성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일 겁니다. 시민사회가 공론장을 열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활동을 벌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전할 열린 공간이 필요한 시민도 있고, 외부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시민도 있을 것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이 각자의 위치에서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아내고, 다양한 실천 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함께 어우러지고 소통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된 <사회적 재난 치유 소셜디자이너 프로젝트>는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대학원생들이 심리학을 전공한 시민으로서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공유하고, 시민들이 느꼈을 심리적 불안을 예측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아 실천했습니다. 각 팀은 10.29 참사가 시민들의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시민들은 어떻게 ‘자기돌봄’을 수행했는지 등을 돌아보았습니다. 또 2차 가해를 없애고, 일상생활 속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아봤습니다.

👉 마음이 모이는 마을을 만드는 마인드빌리지팀
마인드빌리지팀은 참사에 대해 각자 다르게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고 건강하게 공유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마음 공유 릴레이 챌린지를 진행했고, 익명의 제보를 수집해 게시글로 업로드 했습니다. 공유된 마음이 집으로 형상화 되어 마을을 만든 마인드빌리지에는 총 30명의 마음이 공유되었습니다.

👉 간접외상, 공감하고 위로하며 넘어서는 비 온 뒤 무지개팀
비 온 뒤 무지개팀은 10.29 참사로 인한 시민들의 경험을 탐색하고 간접외상 인식을 확대하기 위한 활동을 했습니다. 설문을 통해 10.29 참가로 인한 정서와 자기돌봄 경험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내용을 데이터화해서 간접외상 정보와 함께 카드뉴스로 발행해 연대의식 확대를 도모했습니다.

👉 생각을 나누며 ‘2차 가해’ 인식을 바꾸는 세다리팀
세다리팀은 10.29 참사 관련 2차 가해에 주목했습니다. 2차 가해란 무엇이고, 과연 나는 2차 가해로부터 자유로운지 물었습니다. 카드뉴스 콘텐츠로 2차 가해에 대한 정보를 전하고, 댓글 참여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두 번의 카드뉴스를 통해 각 30여 명의 댓글 참여를 받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위해 익명성이 보장되는 설문으로 3차 카드뉴스를 진행해 짧은 기간에도 총 112명이 설문에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정리해 2차 가해 예방 워크북(☞ 내려받기)을 제작했습니다.

👉 시민이 만드는 안전사회 매뉴얼, PSYLIGHT팀
PSYLIGHT팀은 일상생활 속 안전 인식을 확인하며 ‘아차사고’ 사례 수집 활동을 했습니다. ‘일상에서 살아남기’란 안전점검 테스트(☞ 참여하기)로 참여를 유도해 총 5단계의 레벨로 안전인식 단계를 표현했습니다. 테스트는 총 700회 이상 참여가 이루어졌고, 총 51건의 아차사고 사례(☞ 사례집 보러가기)를 수집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시민공론장이나 시민참여 워크숍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심리학이라는 특정 분야에서 일정한 전문성을 구축해가고 있는 대학원생들을 ‘시민’으로 호출했습니다. 이들이 전공지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상상력과 공감능력을 통해 우리사회가 10.29 참사의 슬픔을 제대로 기억하고, 다짐하고, 보듬어줄 방법을 찾아보도록 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다수 학생들은 처음에는 사회적 재난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 혹은 피하고 싶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사회적 재난을 치유하는 과정에 특별히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10.29 참사 이야기를 공유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작지만 중요한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혁신가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각 팀의 발표가 끝난 뒤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은 “우리가 함께 만든 작은 변화들이 우리 사회를 1cm 더 나아가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정리: 안영삼 미디어팀 팀장 | sam@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