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공은 당신에게 넘어갔다

한ㆍ일 소셜디자이너 사회혁신 워크숍 제1세션 중계를 이어가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앞선 일본 발표자들의 발제에 이어진 한국 사회에서의 사회혁신 흐름에 대한 한국 측의 발표와 토론내용을 소개해드리려합니다.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하신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상기해드리자면 ?제 1세션의 주제는 ?’사회혁신의 새로운 방법론과 패러다임’ 입니다.

당신도 전달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 없이 사회변화 운동은 없다’는 주제로 발표한 이중대 에델만 코리아 이사는 최근 1~2년 사이에 불고있는 소셜미디어 바람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기업이나 조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셜미디어는 간단히 말해 다음 아고라처럼 사람들의 의견이 모이고, 그 내용(콘텐츠)이 유통되고 배포되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중대 이사는 조중동 같은 기존의 신문들이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컨텐츠 유통 경로를 보유했기 때문인데, 블로그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는 그 컨텐츠가 무료로 유통되고 있고, 바로 이 점이 소셜미디어의 가장 큰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자본력이 약해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조직이나 기업이 손쉽게 자신들만의 컨텐츠를 유포함으로써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말하는 영향력이란 모든 영역, 모든 사람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특정 주제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정된다는 단서가 붙긴 합니다. 틈새시장을 파고들기에 아주 적합한 매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지하철을 타면 신문을 들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주로 무가지를 들고 있지요. 이중대 이사는 신문매체의 정기구독률이 이미 현저히 떨어지고 있으며, 그만큼 영향력이 줄었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인터넷 매체에 대한 신뢰도는 신장되었구요.

웹 2.0의 키워드는? ‘공유, 개방, 참여’이며, 또한 사람 중심이라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타임지에서 2006년 올해의 인물로 ‘YOU(당신)’를 선정했는데, 그 이유가 이제는 조직이 아닌 개인들이 웹을 구축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_1C|1151479256.jpg|width=”400″ height=”31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에델만코리아 이중대 이사 (사진:이상미)_##]

이중대 이사는 소셜미디어 중 ‘소셜’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비추어 봤을 때,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이익을 일정 부분 점유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꼭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트위터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 어젠다 등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정보를 독점해왔던 정부나 기업의 권력이 이제 일반 시민에게 넘어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인데요. 물론 시민 개개인에게는 새로이 투명성과 진정성, 윤리성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중대 이사는 소셜미디어 활용사례로 미국의 ‘나이트 뉴스 챌린지’를 소개했습니다. 나이트 뉴스 챌린지는 각 지역끼리 뉴스 및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겨루는 대회입니다.

대회 자체도 소셜 미디어 활용에 대한 것이었지만 , 이 대회를 홍보하는 방식 역시 철저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한 파워블로그 그룹과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대회를 홍보한 결과, 트래픽ㆍ 방문자ㆍ 관련 포스트가 급격히 증가해 앞으로 계속될 대회를 위한 큰 자산을 마련했다고 하네요.

소셜미디어는 돈이 많이 들진 않지만, 관계구축ㆍ 대화 지속ㆍ 네트워킹 등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중대 이사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소셜미디어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나 성과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으므로 사회혁신을 꿈꾸는 사람들은 반드시 소셜 미디어에 투자해야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이중대 선생님의 발표자료는 다음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역시 소셜미디어의 기본 정신에 발맞춰 ppt 자료도 신속하게 공유해주셨네요^^? ☞ 클릭

왜 지금 사회혁신인가?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의 김이혜연 연구원은 ‘왜 지금 사회혁신인가’ 라는 주제로? 다양한 해외사례를 소개하고, 한국현실에 맞는 사회혁신 모델로서 사회창안센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개혁ㆍ 진보ㆍ 혁명과 같은 단어들과 사회혁신은 어떻게 다른가’ 라는 질문으로 발표를 시작한 김이혜연 연구원은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여러 섹터간의 협력을 통해서 보다 의미 있는 시도와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사회혁신의 개념을 정리했습니다.

공정무역, 오픈소스, 위키피디아? 등을 그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국가적 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민간 영역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사례들인데요, 그 자체만으로는 새로운 것이 아닐 수 있지만 다양한 영역, 다양한 섹터간의 결합으로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냈죠.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경우 사람들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의 영역과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자선의 영역이 결합된 예입니다. 김이혜연 연구원은 이와 유사한 사례로 공정무역, 빅 이슈(노숙인을 위한 잡지), 클레멘트 코스(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교육과정)등을 꼽았습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영역들의 결합으로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사례들이죠.

[##_1C|1119305901.jpg|width=”400″ height=”30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김이혜연 연구원 (사진:이상미)_##]

사회혁신의 세계적 흐름의 하나로 영국에서 진행중인 소셜이노베이션 캠프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사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시민으로부터 받고 웹 기획자ㆍ 프로그램 개발자ㆍ사회적 기업가ㆍ사회적 투자자들이 모여서 이 아이디어의 실행을 돕기 위한 사이트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이지요. ?한국처럼 IT 기술이 발달한 곳에서 실험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인 것 같았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액션 네트워크(ACTION NETWORK)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캠페인 사이트에 접속해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우편번호 지역의 주민들과 지역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어서 소개된 ?독일의 지브라로그(Zebralog), 브라질의 사회적 주식 시장(Social Stock Market), 영국의 소셜이노베이션 익스체인지 (Social Innovation Exchange) 등의 사례를 통해 전 세계에서 사회혁신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 미디어가 생겨나면서 영역간, 섹터간 융합이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는 그는 ?’이처럼 가속화된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란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이혜연 연구원은 희망제작소를 시민주도의 사회혁신 센터라고 스스로 정의 내리고 있으며, 기존 운동과의 차별점을 끊임없이 고민 중이라고 했는데요, 다양한 아이디어를 꿀벌처럼 옮겨가는 허브의 역할로서 희망제작소의 정체성을 규정했습니다.

또 시민의 아이디어를 받아 현실화하는 데 주력했던 사회창안센터의 사업을 진정한 시민 주도의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온갖문제총서, 2009 사회창안대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민들이 더 재미있고, 더 역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하네요. 다양한 사회변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희망제작소가 더 많은 영역들을 연결하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아시아의 협업이 중요하다

이어서 릿쿄대학 나카무라 요이치 교수(21세기사회디자인과)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하승창 운영위원장의 논평이 이어졌습니다.

나카무라 교수는 1990년대까지 일본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권력에 대한 대항을 넘어 다양한 사업을 융합하는 식으로 변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NPO는 운동성과 사업성 두 가지를 다 지녀야 [한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차의 두 바퀴’ 식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운동성 안에 사업성을 지닌다, 사업성 안에 운동성을 지닌다’ 식으로 잘 융합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또 그는 소셜디자인에 있어서 주류 시장과 어울리지 않는 비시장 공략, 생산자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과정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수치 경쟁이 아닌 새로운 이념과 목적을 발견하는 경쟁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_1C|1003136750.jpg|width=”400″ height=”33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릿쿄대학 나카무라 요이치 교수_##]

나카무라 교수는 덧붙여 ?다음의 세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첫 번째로 아시아의? 내발적 발전입니다. 지금껏 서양식 발전을 모델로 삼아온 것과는 달리 한ㆍ일 양국이 모두 사회 전통 속에 있는 것을 기반으로 삼고, 자연 생태계와 함께 발전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시아 국가에 맞는 형식과 방법의 선택을 위한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기술 발전 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 세 번째는 소셜 벤처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소셜 캐피탈의 존재입니다.

그는 이 밖에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신뢰를 어떻게 지역 차원에서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 지역 ㆍ국가 차원을 뛰어넘는 협동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습니다.

나카무라 교수는 “이러한 사회혁신을 위해서 현장과 연구의 장을 넘나들 수 있는 인재가 더 많이 육성되어야 한다”는 말로 논평을 마무리 했습니다.

구텐베르크 VS 인터넷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소셜디자이너라는 말이 이렇게 커다란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게 될 줄 몰랐다고 합니다. 그저 박원순 상임이사가 재미있는 명함을 만들어서 다니고 있구나 생각했다는군요.

하 운영위원장은 “과거의 낡은 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는 사실 자체로 이미 소셜디자이너라는 용어가 사회적 의미를 획득한 것이 아니겠냐”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커다란 혁명적 변화 시기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이 가져온 변화와 인터넷이 가져다 준 변화 중 어떤 것이 영향력이 더 클지 궁금하다” 며 “아직은 진화하는 중이라 그 변화의 ?끝을 알 수 없다” 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런 시기에 살고 있는 우리가 지식과 정보의 생산ㆍ유통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꿈으로써 사회적 관계 역시 뒤바꿀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_1C|1279800941.jpg|width=”450″ height=”32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사회혁신 워크숍 1세션 토론 장면(사진:이상미)_##]

하 운영위원장은 지난 2002년 한국 사회에서 변화의 조짐을 느꼈다고 합니다. ?2002년에 이미 시민들은 기존의 시민사회단체를 매개하지 않고 직접 노사모와 같은 모임을 꾸렸던 것이지요. 이미 그 시점에 네트워크와 ?자발성, 인터넷, 개인 등의 키워드가 형성되었다는 것인데요, 그는 이러한 변화의 조짐이 눈앞에 현실화 되어 나온 것이 촛불시위였다고 평했습니다.

수 많은 개인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중앙조직이 부재하는 등의 특성을 지켜보며 예전처럼 조직이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운동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하 위원장은 시민들이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는 점에서 이 날 발표된 사례들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플랫폼의 변화가 결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이죠.

그는 “개방과 참여의 장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그리고 기존의 자산을 공유해서 협업할 수 있을 지가 변화와 발전에 중요한 조건이 될 것”이라며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현재의 단서들을 어떻게 확장해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사회혁신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는 “우리 안에 다른 공간을 구축하고 확장해 세상을 바꿔 나가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통해 단지 정부와 싸우는? 것만이 사회를 바꿔내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며 논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사회혁신, 소수만의 운동인가

이어서 열띤 토론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이러한 운동의 흐름이 소수자 혹은 엘리트 운동으로서만 끝나는, 사회전체의 주류로 확장되지 못하고 소수 만의 운동으로 끝날 위험성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이 첫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에 대해 나카무라 교수는 주류 운동이라고 불렸던 것 자체가 변질, 또는 붕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날 사례로 제시된 운동들의 경우, ?하나 하나를 보면 소수의 운동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운동과 조직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또, 하나의 비정구기구(NGO)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의 주체들과 연계되어 다국적 사업이 되는 식으로 흐름이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승창 운영위원장도 비슷한 의견를 밝혔는데, 간단히 말해 메인 무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죠.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정치를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근대의 관념에서 바라 본 정치적 개념과 생각은 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어서 희망제작소의 현재 사업들이 과연 진정으로 지역과 밀착하고 소통하는 방식의 운동인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습니다.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김이혜연 연구원은 ?서울에 기반해 활동하고 있는 희망제작소의 지역사업이?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희망제작소 내 지역연구 부서인 뿌리센터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소해 보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며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_1C|1197839037.jpg|width=”450″ height=”3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한ㆍ일 소셜디자이너 사회혁신 워크숍이 열린 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 (사진:강홍수)_##]

마지막으로? “생활클럽 생협도쿄의 경우 소셜디자인 혹은 사회창안, 사회혁신과는 다른 궤도의 운동으로 보인다” 며, 40년 역사 안에서 새로움을 창출하는 내부동력이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무라카미 쇼이치 생협도쿄 이사는 “생협은 조직이 커서(회원 7만명) 주체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며 “내부 개혁을 위해서는 ‘분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 생협을 통해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새로운 시도를 펼쳐나가고 있다고 하네요.

그는 “자기 시간과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이 많아야지 주체적일 수 있다” 며 가장 중요한 생협 내부 동력은 ‘주체’라고 답변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1세션 내내 계속된 사회혁신에 대한 정의, 패러다임의 변환에 대한 열띤 발표와 논의는 점심 시간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다음 글에서 그 현장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글_강유가람(희망모울팀 연구원 gradiva@makehope.org)

▶ 워크숍 첫번째 글? “왜 굳이 사회 디자인입니까”
▶ 워크숍 세번째 글? 광화문 광장 두 달 관리비는 얼마?
▶ 워크숍 마지막 글 가난뱅이의 반란은 명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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