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우리 마을 만들기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희망제작소가 드디어 우리 동네 종로구에서 일을 벌였습니다. 그동안 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성북구, 울산, 익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차례 교육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을 만나왔지만, 정작 우리 동네 종로구 주민을 만날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우리 마을, 내 마을을 만드는 마음으로 지난 5월 24일 종로구청으로 향했습니다. 종로구에 이렇게 많은 동네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18개의 행정동과 87개의 법정동. 익히 알고 있는 동네부터 처음 듣는 동네까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더 많은 관심을 써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종로 마을 아카데미>의 문을 열었습니다.

<종로 마을 아카데미> 첫날은 희망제작소 교육센터 남경아 센터장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평등한 존재로 서로 우정을 나누며 유대감을 갖는 인간을 말하는 ‘호모 키비쿠스’라는 개념을 통해서 시민으로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마을 만들기에 있어 어떤 시민이 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더 행복하고 값진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공동체는 필수적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나’가 있습니다. 확고한 자신의 가치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혼자 사는 게 아닌 한 상대방의 가치관을 바라볼 줄 알고, 그리하여 나와 타인의 다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가치관을 가진 ‘나’입니다. 너무나도 다양한 가치관들이 모여 사는 것이 사회이고 이들 구성원을 우리는 시민이라고 부릅니다. 시민이란 본래 그리스 아고라에서 정치를 논할 권리와 책임이 있는 공인을 뜻했지만 이제는 그 권리와 책임을 누리는 사람들이 모든 이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모두의 가치관이 시민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가치를 피력하는 올바른 자세와 배려의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사회가 그런 시민의식을 갖춘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한국사회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는 선진 36개국 중 27위에 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2012년 기준). 이제 경제적인 발전과 금전적인 부유함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나타내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회가 되어야 우리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흔히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말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함께 즐겁게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자본과 돈이 행복을 대변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돈은 우리를 온전히 행복하게 하지 못합니다. 내가 사는 동네, 마을, 아파트에서 옆집, 이웃, 친구와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내 옆에 사는 사람의 중요성을 깨닫고 우리 삶의 공간을 그들과 함께 가꾸어 나갈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종로 마을 아카데미>의 첫 강의를 맡아준 남경아 센터장은 600년 간 조선의 중심부였고 지금도 서울의 중심인 종로구가 옛 정취와 문화유산, 현대적인 도시 풍경과 풍부한 인적자원을 동시에 지닌 곳임을 강조하며 수강생들이 이런 자원을 통해 종로구를 내가 계속 살고 싶은 마을, 이사 오고 싶은 마을로 만드는 것은 어떻겠느냐며 강의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_1C|1055648577.jpg|width=”400″ height=”26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강연 중인 희망제작소 교육센터 남경아 센터장_##]

첫 강의로 고조된 분위기를 이어받아 바로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김보영 선임연구원과 마을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각기 다른 동네에서 온 30명이 넘는 수강생들은 각자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종로 마을 아카데미>에 참가하게 된 이유, 이번 교육을 통해 얻고 싶은 것, 내가 사는 동네, 그리고 동네에서 하고 싶고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말하며 다른 수강생의 이야기와 내 이야기의 공통점을 찾고 서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번째 워크숍부터는 종로구 여섯 지역을 기준으로 조를 정했습니다. 예닐곱 명 정도로 구성된 각 조는 이제부터 하나의 동네로 묶음이 되어 구성원들이 사는 우리 동네의 장단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역사가 깃들어 있는 문화재와 전통가옥, 우리 동네에만 있는 소중한 공간, 자랑스러운 우리 동네의 인재 등, 내가 알지 못했던 장점들이 참 많았습니다. 필요한 자리에 없는 인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우리 동네 쓰레기 문제, 주차장 문제, 커뮤니티 공간의 부재 등 나는 느끼지 못한, 그러나 다른 이에게는 불편함이었던 여러 단점도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 조원이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와, 우리 동네에 이런 것도 있었어? 그래, 이것도 우리 동네의 문제지” 하며, 우리 마을 또는 옆 마을의 주민과 함께 말을 주고 받으니 나 혼자일 때는 알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자각하고 인지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를 아는 것, 내가 사는 동네의 다양하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아는 것이 마을공동체를 꾸리는 초석을 다지는 길입니다.

[##_1C|1068388775.jpg|width=”400″ height=”26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종로 마을 아카데미>에 모인 종로구 주민들_##]

6월 7일 금요일,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날 수강생들은 교실을 벗어나 이웃이 함께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고 이웃과 함께하는 즐거운 삶을 누리고 있는 마포구 ‘성미산마을’을 찾아갔습니다.

우리가 모인 곳은 성미산마을 안에 있는 ‘성미산밥상’입니다. 겉모습은 여느 음식점과 달라 보이지 않지만, 우리 아이 우리 가족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밥을 먹이기 위해서 성미산마을에서 만든 마을 음식점입니다. 여기서 손님들이 제공받는 음식은 주방장 ‘김요리사’가 친환경 재료들로 만든 ‘집밥’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지 못한다는 고민에서 “우리가 식당을 만들어 보자!” 하여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성미산마을 공동체는 이처럼 주민이 스스로 조직해 이끌고 있는 곳들이 가득합니다. 음식점, 카페, 책방, 학교 그리고 여러 마을기업 등 매우 다양합니다. 마을극장 ‘나루’는 마을에 있는 연극 동아리나 공연 동아리가 연습하거나 마을에서 공연이 열리면 주민이 다 같이 모이는 공간입니다. 내 아이와 이웃의 아이가 도심에서도 흙을 묻히고 나무를 만질 수 있기를 바라며, 성미산이라는 자연을 곁에 두고 ‘성미산 어린이집’을 만들었습니다. 비록 각박한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아이들은 성미산 숲을 거닐며 자연과 벗하고 있습니다.

삶의 터전이 되었기에, 그 삶의 일부분이 파헤쳐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들은 성미산지킴이를 자청하였고, 함께 아이를 키우고 생활하는 이웃과 같이 성미산을 지키는 활동을 하면서 이웃과 함께하는 즐거움의 맛을 알고 “우리는 스스로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생겨난 공간이 성미산을 중심으로 마을 이곳저곳 퍼져 있습니다. 마을 주민끼리 동네 축제를 열고 영화나 풍물 등 다양한 주제로 동아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성미산을 중심으로 이런 여러 활동을 전개하는 밑바탕에는 내가 사는 동네, 바로 성미산에 대한 애착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성미산에서 뛰어놀았으면 좋겠어, 우리 아이가 건강한 음식을 먹었으면 좋겠어, 우리 아이가 올바르고 즐거운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 우리 동네를 중심으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일구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금의 성미산마을이 생겨난 것입니다. 성미산마을 주민의 눈에서 <종로 마을 아카데미> 수강생들도 자신이 사는 동네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애착을 갖길 바라는 마음, 성미산마을 같은 동네가 많은 곳에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_Gallery|1109940643.jpg|성미산마을 투어 중|1190842993.jpg|성미산밥상에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했습니다.|1356241075.jpg|두레생협 등 동네 이곳저곳을 둘러봤습니다.|width=”400″ height=”300″_##]

6월 14일과 21일, 다시 종로구청에서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처럼 우리도 지난 시간 정리한 마을의 장단점을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하고 사업을 구상하여 아이템을 개발하고 마지막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뒤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마다 조원이 모두 공감하는 문제를 선정하여 우리 동네가 가진 장점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소통 공간의 필요성을 쓰레기, 빈병 문제와 결합해 Bottle Bank(빈 병 은행제)로 공병 문제를 해결하고 마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색다른 공간을 만들자고 한 조도 있었고, 소통이 문제라 생각한 어떤 조는 문화 예술인이 많이 사는 동네의 장점으로 문화적, 교육적 소통을 하려는 조 등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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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마을 아카데미>에서 나온 사업 아이템이 실제 마을기업, 협동조합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섯 번이라는 길지 않은 교육기간 동안 자신의 동네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고, 이웃과 고민을 나누고, 아이디어 회의부터 사업계획서까지 작성했된 경험은 수강생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수강생들의 열정이 더해진다면 차근차근 절차와 과정을 거쳐 우리 동네 종로에서 나와 내 이웃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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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마을 아카데미> 수강생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번 교육을 바탕으로 이웃들과 즐거운 마을을 일구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글_ 김토일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사진_김지헌 (뿌리센터 연구원 kimjihun@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