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 하니?” 들쥐들이 물었습니다.
“나도 일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날들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돌담 아래 사는 들쥐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밤낮 없이 일을 합니다. 먹을 것을 모으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 와중에 프레드릭은 햇볕 아래서 시간을 보냅니다. 종일 풀밭을 바라보고, 꾸벅꾸벅 조는 듯 눈을 감고 있기도 합니다.

긴 겨울, 추위가 깊어지고 먹을 것이 떨어져 갑니다. 지쳐가는 친구들 앞에 선 프레드릭은 그동안 모아왔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멀찍이서 삶을 바라보면, 삶은 곧 먹고사는 일입니다. 우리는 매일 일어나 먹을 것을 마련하고, 바삐 움직여 몸 누일 곳을 살핍니다. 하지만 한 발자국 다가가 바라보면, 삶은 곧 순간과 순간의 만남임을 알게 됩니다. 동료와 커피 한 잔에 수다를 떨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기다리던 드라마를 보다 잠이 듭니다.

먹고사는 일 사이에는 정말 많은 순간들이 끼어 있습니다. 이 순간들이 있음을 알아채지 못하면 우리 삶은 곧 색이 바래고 지치게 됩니다.

다행히, 이를 깨쳐 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세상 곳곳을 찬찬히 살핍니다. 바로 예술가와 활동가들입니다.

봄, 여름, 가을 동안 프레드릭이 애쓰고 있었음을 알아주는 친구들처럼, 우리사회가 예술가와 활동가의 다양한 시도와 실천을 알아주길 바랍니다. 이 애씀으로 그들이 먹고사는 일에 걱정 없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 김인호 소셜디자이너의 아는 척 가이드

작가인 레오 리오니는 1910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경제학 박사면서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1959년부터 자신의 손자들을 위해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야기는 어른이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세상의 아름다움과 삶에 필요한 지혜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첫 그림책 <파랑이와 노랑이>는 ‘뉴욕타임즈 선정 최고의 그림책’ 상을 받았고 <프레드릭>은 그림책 분야 최고의 영예인 ‘칼데콧아너’ 상을 받았습니다.

📌김인호 소셜디자이너 | “사람과 사람이 모여 서로를 구한다, 삶과 삶이 모여 지구를 구한다.” 강원도 홍천군 산골마을에서 환경을 이야기하는 작은 모임, 삼삼은구의 대표 입니다. 현재는 마을의 쓰레기문제를 해결하고자 마을자원순환텃밭 모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농촌 마을 쓰레기 ‘모아’ 재활용하다 돌봄까지

먼저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엔 남는, 터키의 서정 시인이자 극작가 나짐 히크메트의 시를 한 편 소개하고 싶습니다.

어느 날 나는 신과 인터뷰하는 꿈을 꾸었다.
내가 물었다.
“인간에게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가요?”
신이 대답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 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 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신이 나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전하고 싶은 교훈이 있나요?”
신이 답했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것.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너 스스로를 사랑 받게 만드는 것.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기를.
용서함으로써 용서를 배우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몇 초 밖에 걸리지 않지만,
그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
부자는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장 적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
지극히 사랑하면서도,
표현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
두 사람이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을 용서할 뿐만 아니라
나 자신 또한 용서해야 한다는 것.”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겸손히 말했다.
“당신의 자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더 있나요?”
신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
“늘 기억하라.
내가 이곳에 있음을.
언제나
모든 곳에.”

– 나짐 히크메트 (Nazim Hikmet)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류시화 시인이 감명 깊게 읽은 여러 나라의 시와 작자미상의 글귀들, 그리고 본인이 직접 지은 시를 엮어 만든 시집입니다. 주제는 ‘인생’과 ‘사랑’ 크게 두 가지인데요. 저는 이 책에서 ‘신과의 인터뷰’라는 제목의 시를 보고 무릎을 탁 치면서 큰 감명과 위로를 받았답니다.

10대 시절부터 남들과의 비교뿐 아니라 가까운 가족인 친형과의 비교에 늘 시달리며 가족 내에서도 무한경쟁을 의식하며 살아야 했던 90년대생인 저는 우리사회 양육강식과 각자도생의 질서를 온몸으로 체득하며 자란 세대라 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교과서의 수학공식보다는 뒷마당의 곤충과 식물들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고 학교 시험보다는 과학경진대회나 발명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저는 사람들이 서로 같은 기준을 향해 경쟁해야 하는 시스템이 매우 불편하고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경쟁하고 이겨내서 도착해 봐야 결국 남 밑에서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 다인데, 그 삶은 참 허무해 보였죠.

그러나 이 사회에서 먼지 같은 존재인 저 한 사람이 가진 생각으로 대단한 변화를 이끌기는 어려운 일이다 보니, 저 또한 세상의 질서에 순응하며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려고 마음먹고 앞만 보며 달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로 몸에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천만다행인 것은 제가 난치병 환자라는 점입니다. 앞서 인용한 히크메트의 시와 같이, 돈을 열심히 벌기 위해 몸을 바쳐 일하다 건강을 해친 거라면 너무 억울했을 것 같아요. 원인 모를 난치병을 안고 태어나 20대에 그 병의 존재를 알게 되는 바람에 남보다 빨리 건강을 인생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닙니다. 억울했죠. 나는 죄를 짓지도 않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살았는데 왜 이런 병을 갖고 태어나 스무 살이 되도록 모르고 살아왔을까? 당시에 다니던 체육대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다는 사실에 더욱 절망했습니다. 그때 류시화 시인의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어요. 제목이 ‘사랑하라’ 인데 뒤 문구가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니? 사람이 상처를 받으면 흉터가 남게 마련인데 도대체 그걸 왜 아닌 것처럼 꾸며서라도 사랑하라는 건지 궁금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죠. 동네의 한 작은 도서관에서 그렇게 제 인생의 한 획을 그은 책과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 배준호 소셜디자이너의 아는 척 가이드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 체리 카터 스코트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이것이 그 놀이의 규칙이다
당신에게는 육체가 주어질 것이다
좋든 싫든 당신은 그 육체를
이번 생 동안 갖고 다닐 것이다
당신은 삶이라는 학교에 등록할 것이다
수업시간이 하루 스물네 시간인 학교에
당신은 그 수업을 좋아할 수도 있고
쓸모없거나 어리석은 것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배우지 못하면 같은 수업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 후에 다음 과정으로 나아갈 것이다
당신이 살아 있는 한 수업은 계속되리라
당신은 경험을 통해 배우리라
실패는 없다, 오직 배움만이 있을 뿐
실패한 경험은 성공한 경험만큼
똑같이 중요한 과정이므로
‘이곳’보다 더 나은 ‘그곳’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어떤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필요한 해답은 모두 자신 안에 있다
그리고 태어나는 순간
당신은 이 모든 규칙을 잊을 것이다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한 시편입니다. 제가 가진 육체에 대해 아무리 불만을 가져 봐야 이 육체를 이번 생 동안 갖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면서도 어떻게든 더 나은 삶은 자신 안에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용기를 품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다양한 시들도 하나같이 오묘한 감정으로 큰 공감을 하게 되는 시들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이후로는 정말 만나는 사람마다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다녔던 것 같아요.

이런 시들은 보통 아주 오래 전에 쓰여져 지금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경우가 많은데, 시대가 빠르게 변한다고 해도 인간의 삶과 그 속의 뿌리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되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나간 역사와 고전을 알면 미래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들 하는 거겠죠?

저는 참 불안함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안했기에 세상의 질서에 순응해 남들이 하는 대로 경쟁해야 했고 앞서나가야 했었나 봐요. 그래서 미래에 대한 예측이 조금이라도 가능해진다면 불안감이 크게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이후로는 16세기 성인이라 불리던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세상을 보는 지혜>라는 책도 읽고,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에 대해서도 관심 갖게 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한한 인문학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불안감을 조금씩 해소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인생이 복잡하고 자기계발은 하고 싶은데 당장 책을 접하는 게 어렵다면, 짧고 간결한 숏폼 동영상처럼 매력 있는 시집으로 먼저 책과 친밀해지는 기회를 갖는 건 어떨까요?

📌 배준호 소셜디자이너 | 부산의 비영리 연예기획사 BCY엔터테인먼트 대표입니다. 나이와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 하고 싶은 동네 뮤지션들과 음악이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하며 음악으로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사회를 꿈꿉니다.

“동네 연예기획사 전성시대, 곧 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각자 추구하는 맛과 취향, 재미는 다를 수 있지만, 저마다 기준이 되는 순간 혹은 매개체가 있습니다. 이것들은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기준이 되기도 하고, 무언가를 평가할 때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이 쓴 <책은 도끼다>는 제게 책과 독서의 기준이 되어준 책입니다.

2011년 초판 이후 100쇄를 넘은 스테디셀러 <책은 도끼다>는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의 머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왜 우리가 책을 읽는가?”란 카프카의 도끼로 찍는 듯한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합니다. 인문학 강독회를 엮은 책으로 저자가 선정한 책들에서 발견한 문장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과정과 이유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인기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이나 팟캐스트 ‘지대넓얕’과 같이 인문학에 저자의 해석과 설명을 덧붙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정대웅 소셜디자이너의 아는 척 가이드

이 책이 저에게 도끼가 되어 인생의 책이 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책을 대하는 독법(讀法)을 배웠습니다. 당시 저는 사회학과 계열의 출신으로 다독을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손에서 책을 놓진 않았지만 책의 메시지와 내용은 매번 휘발되곤 했습니다. 그러다 저자가 업계 선배라는 것에 호기심으로 읽게 된 이후 ‘책’을 대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래 문장으로 저자가 책과 문장을 대하는 마음을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다독하는 편은 아니지만 문장을 꼭꼭 눌러 읽습니다”

저자는 김철수, 김소월, 최인훈, 이오덕, 헬런 켈러, 김훈 등 문학가와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는 방식과 문장을 음미하는 방식 그리고 감동을 받아들이는 방법 등 자신만의 독법을 소개합니다. 그동안 빠르게 중요한 메시지와 정보, 흐름만 파악하고 정보만 챙기던 저의 독법과는 정반대 방식입니다. 그렇게 저자의 독법을 따라 본 판화가 이철수 님의 한 문장을 ‘꼭꼭 눌러’ 읽고 나서는 같은 길을 걸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과거와 달리 반짝이는 빗방울, 날아가는 새와 열매, 하늘과 바람 등이 보이기 시작하는 마법이 펼쳐졌습니다. 이 책을 통해 책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면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울릉도의 자연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둘째는 읽기 좋은 글의 기준을 배웠습니다. 당시 저는 해외봉사와 관련된 글을 작성하고, 강연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저만의 어떤 콘셉트와 스타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 채 각 주제 혹은 기분에 따라 무작정 썼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다 <책은 도끼다>를 본 이후 저자 특유의 구어체가 보는 이로 하여금 쉽고 편안하게 읽게 만들어 주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저자가 앞에서 강독회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전에 작성했던 20여 편의 글을 새로이 다듬고, 강연의 구성을 다듬게 되었습니다. <책은 도끼다>는 여러 가지로 저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언젠가 저자가 말한 것과 같이 “책이 밥을 먹여주기는 힘들 수 있지만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끔 해준다”고 한 것과 같이 책을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 정대웅 소셜디자이너 | 울릉도의 첫 환경단체 ‘플로깅울릉’ 대표입니다. 쓰레기가 지닌 이야기를 그림일기로 풀어낸 정크단편을 만들고, 울릉에 플로깅하러 오는 시민들을 위해 플로깅지도를 만드는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쓰레기 문제에서 ‘재미’를 발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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