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디자이너의 아는 척 매뉴얼③

‘말을 백 마리 가진 사람이라도 채찍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신세 져야 할 때가 있다.’

서부 히말라야 고원에 위치한 라다크에 전해오는 속담이다. 현대의 모순을 꼬집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문구다. 부(富)가 삶의 척도가 된 현대문명과 도시에서는 백 마리 말을 가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하지만 라다크에서는 백 마리 말도 채찍 때문에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삶’임을 보여준다.

결국 사람은 혼자 잘났다고 살 수 없으며,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연명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임을 알기에 서로 밟고 올라서기보다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다. 마치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처럼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돈’이나 ‘명예’ 같은 게 아닌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곳인 것 같다.

의료와 의학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은 가히 충격적이다. 모든 질병의 근본은 ‘스트레스’ 즉, 마음으로부터 발생하니 단순히 몸으로 드러나는 병에 집중하지 않고, 그들의 마음에 집중한 치료는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는 현대 문명의 발전된 의학보다 더 효과적이다. 비록 수명이 짧을지라도 죽는 순간까지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수명 연장이 의학의 근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개발’과 ‘성장’의 모멘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발전’이라고 주장하는 세계화에 맞서 ‘어떤 발전인가?’라는 방향성에 질문을 던지며, 과연 우리는 잘살고 있는지 되묻는다. 그들의 삶의 방식 안에서 진정한 행복의 본질은 무엇이며, 삶의 가치는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과연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 최정원 소셜디자이너의 아는 척 가이드

환경과 기후 문제, 여성의 권리 문제, 자원 문제 등 수많은 현대 문명의 문제들을 라다크는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가? 과학 문명의 발전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현대의 삶이 증명한다.

라다크는 옷을 기워 입는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곳이다. 여성의 권리가 어떻게 보장되는지, 의료 및 치료를 바라보는 관점, 노동에 대한 관점은 혁신적이다. 현대인의 노동이 수단이라면 라다크의 노동은 땅과 함께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삶의 순간이다. 고된 순간을 축제처럼 즐기며, 노동과 생산, 축적과 거래에 대한 개념이 자본주의, 공산주의 따위의 개념화된 이데올로기를 넘어 삶의 가치로 실현된 이상적인 모습, 그 자체다. 현대 문명이 발전하며 지닌 모든 파괴적인 문화와 문제들이 라다크에서는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 모습에 작은 ‘저항’조차도 필요 없는 것 같다.

결국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닌 삶으로 살아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현대 문명의 오만한 발전이,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는커녕 파괴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인류는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나는 감히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며, 내면의 치열한 다툼과 저항을 경험한 책이다.

📌최정원 소셜디자이너 | 비영리 청년문화기획단체 ‘청춘연구소 컬처플러스’ 대표입니다. 청년들의 작은 아이디어가 지역에 정착되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천국>은 전통적인 장편소설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일반적으로 장편소설은 많은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그러나 <당신들의 천국>은 연역적 방법을 사용하고 소수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 소설은 전통적인 장편소설의 조건과 다른 체계를 가지며, 보편적 원리를 추적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작품은 (통)치자와 피치자 사이의 관계와 대립을 드러내며, 이러한 대립을 해소하는 길로 ‘사랑’을 강조합니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하지요. 지역에서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법을 찾고 이를 검증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들의 천국>은 1976년에 발표됐지만, 2024년 오늘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을 만들려 분투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교과서 같은 작품입니다.

🤔 장종욱 소셜디자이너의 아는 척 가이드

이 소설은 한센병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차별받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인간 존엄성과 사랑, 희망, 그리고 절망을 탐구합니다. 주인공들은 신체적, 사회적 고립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내면 세계를 풍부하게 가꾸어 나가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인간 정신의 강인함을 보여줍니다.

이청준 작가는 소록도와 그곳의 주민들을 통해 사회적 문제들, 특히 차별과 인권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조명합니다. 이 소설은 ’천국’이라는 개념을 재고하게 하며, 누가 그러한 삶을 살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전통적인 ’천국‘에 대한 생각을 넘어서, 내면의 평화와 자유를 찾는 여정을 제시합니다.

작품은 등장인물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인간조건에 대한 심오한 탐구로 주목받습니다. 특히, 한센병 환자들이라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잊혀진 집단에 주목함으로써, 병에 걸린 사람들과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시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당신들의 천국>은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상황에 관계없이, 존엄과 인간성을 지닌 존재임을 강력하게 상기시켜줍니다.

📌장종욱 소셜디자이너 | 협동조합 소이랩의 이사장입니다. 대구에서 시민들과 함께 사회문제 해결방법을 실증연구하는 사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창업이 스펙인 시대, 청년 사회적기업가의 ‘소셜’한 조언

랜스케이프(landscape)는 경관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한 지점에서 서면 건축물, 지형, 인공조형물의 관계가 보이죠? 이 모든 게 어우러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경관학입니다. 경관학은 생활과 동떨어진 예술이 아니라 공동체 거주 공간의 미학입니다.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는 공동체 공간의 거리 경관 미학을 연구한 대표적인 건축가입니다. 그는 공간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영원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딱 꼬집어 말할 수 없기에 이를 ‘무명(無名)의 무엇’이라 불러요. 우리 마음 속에 오래 전에 자리 잡은 자유, 열정의 발현이죠. 우리가 자유롭게 내면의 힘을 풀어내기만 하면 이 무명은 스스로 발현합니다. 의도적인 현란함은 오히려 그 무명의 힘을 약화시키죠. 무명의 힘이 발현되려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함께 공통의 ‘패턴 랭귀지’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와 건축물이 태어나야 하죠.

‘패턴 랭귀지’는 일종의 시민이 공유한 문법입니다. 이 문법을 바탕으로 각자가 아름다운 시를 써 내려가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이죠. 책 <패턴 랭귀지>는 ‘영원의 건축’에 필요한 패턴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는 건 천재 건축가가 아니라 바로 시민이죠.

🤔 이종건 소셜디자이너의 아는 척 가이드

‘불완전함의 완전함.’ 크리스토퍼 알렉산더가 제시하는 미학의 핵심입니다. 전문가가 인위적으로 계획한 게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식물처럼 자라는, 살아있는 건축이죠. 무슨 말이지? 마치 노자의 ‘무위’ 사상처럼 알듯 말듯하지요?

그런데 책 <패턴 랭귀지>는 제 생각엔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서입니다. 패턴은 단번에 ‘디자인’되거나 ‘만들어’질 수는 없습니다. 각각의 활동이 포괄적인 패턴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이 패턴을 품은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야죠.

일본 마나즈루가 좋은 예입니다. 마나즈루는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인구 9000여명의 작은 마을입니다. 랜드마크같은 눈길을 끄는 건축물은 없는데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죠. 비법은 ‘미의 조례’입니다. 주민들은 자기 마당, 돌담, 대문을 바꿀 때도 이 조례를 참고하죠. 강제 규정이 아닌데도 그렇습니다.

핵심은 이 조례가 상명하달식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1980년대 이곳에도 난개발 문제가 불거져요. 온갖 간판이 난립하고 상업시설이 생기면서 경관이 훼손되죠. 1991년 주민 10명으로 구성된 특별 전담반이 꾸려집니다. 2년 동안 수백번의 공청회를 거쳐 주민이 합의한 ‘미의 조례’가 탄생합니다. 한국에도 이런 마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종건 소셜디자이너 |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 ㈜오롯컴퍼니 대표입니다. 건축학도였던 2000년대 초반부터 소셜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도시, 건축, 시공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오롯컴퍼니를 설립해 시민이 주체가 돼 도시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