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공무원 3개월의 피땀눈물, 당신의 원픽은?

‘2023 안성시 정책디자인 아카데미’ 성과공유의 날

지난 20일 안성아트센터 오후 3시, 검은 정장 차림의 한 공무원이 프리젠테이션 연습을 합니다. 긴장한 거 같습니다. 머리에 젤을 발라 빗어 세웠습니다. 발표 한 시간 전입니다. 이날은 ‘2023 안성시 정책디자인 아카데미’ 성과 공유의 날입니다. 4월 전문가 특강 뒤 워크샵만 5차례, 3개월간 긴 여정이었습니다. 축제‧관광, 귀농‧귀촌, 도시브랜드 세 주제로 9개 팀이 경쟁합니다.

안성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경기도와 충청북도가 만나는 지점, 안성에 사람들이 오게 하려면 뭘 해야 할까요? 이 공무원들의 석 달 간 피, 땀, 눈물이 밴 정책 제안을 김향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석좌연구위원, 이창한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 대표,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이 구성, 설득, 구체성, 실현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합니다. 여러분의 원픽은?

1. 탄소 중립 실현하는 ‘세종실록’ 한우-도시브랜드 A팀
젤 바른 공무원이 첫 순서입니다. 안성은 조선시대부터 축산업 성지였습니다. 세종실록을 보면, 세종대왕이 이곳에 목장을 만들고 소를 키우라고 지시했다고 나옵니다. 조선 3대 우시장이기도 했고요. 문제는 이 안성 한우 브랜드를 현지인만 안다는 거죠. 게다가 기후위기 주범으로 축산업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 팀의 해결책은 전국 최초로 탄소 중립 사육 방식을 도입한 친환경브랜드입니다. 안성 한우 브랜드 사료에 메탄 저감 사료를 의무적으로 첨가하는 것이죠. 세종실록, 친환경 광고 모델 등을 엮어 홍보하겠다고 합니다. “매년 160만명이 방문하는 임실군 치즈테마파크처럼 한우테마파크, 한우 거리 조성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소를 많이 키우면서 탄소중립을 한다고? 😎답변: 소를 먹는 환경에서 그나마 메탄 양을 감소시키려는 하는 것. 정부도 올해 저탄소 인증제도 개발!

2. 안(성)다(정)(할)미로(드)-도시브랜딩 B팀
이 팀은 안성의 약점을 무기로 바꿉니다. 촌스럽다고? 바로 그 맛이지! ‘할매니언’이란 말 들어보셨어요? 할매+밀레니엄의 합성어랍니다. 할머니 감성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답니다. 안다미로는 원래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다는 순우리말인데 이 팀은 안(성)다(정)(할)미로(드)의 약자로 제시합니다. 할머니의 포근한 느낌을 담아 도시브랜딩 키워드로 뽑은 것이죠. 이야기가 있는 마을을 선정해 마을회관이나 빈집을 숙박 시설로 리모델링한답니다. 벌써 8마을 7공주 할머니를 찾았습니다. 테마별, 코스별, 먹거리 볼거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아이디어입니다.
🧐질문: 멋진 할머니들 발굴, 네트워킹은? 😎답변: 로컬크리에이터 양성할 것!

3. 원도심을 5070놀이터로-도시브랜딩 C팀
한때 조선의 3대 시장으로 번성했던 안성의 구도심, 이제 쇠락했습니다. 기반시설이 낡다 보니 인구가 외곽 신도시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원도심에 자금력을 가진 5070을 불러들이자는 게 이 팀의 아이디어입니다. 원도심엔 역사가 있죠. 안성 구도심엔 1900년대 초부터 운영 중인 정미소, 솜틀집 등 근대 유산들이 있습니다. 또 낙원역사공원도 있지요. 이 팀은 세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역사문화시설 거점을 연결하고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첫 번째입니다. 둘째는 로컬크리에이터를 장인으로 명명하고 이들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겁니다. ‘안성맞춤’이란 말에 걸맞게 지역 대학과 함께 장인을 지역으로 끌어들이고 지원합니다. 마지막은 걷기 좋은 도시만들기입니다.
🧐질문: 70대를 위한 특화된 기획은 어디에? 😎답변: 원도심 활성화 먼저, 구체화 단계에서 신중년 특화 기획!

4. 귀농귀촌은 안성에서 완성 ‘통합 플랫폼’-귀농귀촌 A팀
이 팀이 귀농귀촌 예정자들을 심층 인터뷰했더니 기초 정보 부족을 어려움으로 꼽았습니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귀농귀촌 통합 플랫폼’ 구축입니다. 교육, 부동산, 일자리, 농업 등 자료를 제공합니다. 상담사 연결도 하고요. 안성에서 살면서 농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귀농타운을 만듭니다. 체험주거지엔 작은 텃밭과 전원주택이 들어가고 체험 농장은 공공텃밭 개념을 활용해 잘게 나눠 분양하는 거죠.
🧐질문: 30대 청년층 특화 서비스는? 😎답변: 청년 이용할 수 있도록 어플 개발! 오프라인 커뮤니티 활성화!

5. 청년을 위한 안성맞춤 초년생 백과사전-귀농귀촌 B팀
귀농귀촌을 꿈꾸는 2030이 정책 대상입니다. 이사 온 청년에겐 ‘두근두근 랜덤 박스’를 줍니다. 불법촬영 점검할 수 있는 구급상자, 입주청소, 안성맞춤 농특산물 등인데 고를 수 있습니다. ‘무럭무럭 농린이 육성 프로젝트’로 모종키트를 지원하고요 요리교실이나 자랑대회도 엽니다. ‘안성형올팜’은 어떤가요? 농작물을 키워 수학하는 게임을 하면 진짜 농작물을 보내주는 거죠. ‘알록달록콘텐츠 제작소’에서는 유튜브 제작 장비와 공간을 지원합니다. 청년 일자리도 만들고 홍보도 하는 일석이조! 이밖에 월 10만원 주거비 지원도 제안합니다.
🧐질문: 주거비 지원, 안성시청년주택임차보증금 지원과 뭐가 다른가? 😎답변: 지역화폐로 지급해 안성에서 소비!

6. 안성 귀농 맛보기-귀농귀촌 C팀
농사가 어디 쉽나요. 파종, 비료, 농기계 관리… 배울 게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 팀은 귀농할 때 제일 걱정되는 점 두 가지를 해소하는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모텔 등을 리모델링해 귀농희망자의 거주지 문제를 해결하고요. 귀농희망자가 농사 체험을 하고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농장주를 연결합니다. 귀농희망자는 일정한 임금을 받고 농장주는 일손을 얻을 수 있죠. 일손이 필요하지 않는 기간의 인건비는 시에서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계획입니다.
🧐심사자 제안: 경쟁력 있는 현장 확보하는 게 중요할 듯. 커뮤니티를 만드는 건 어떨까?

7. 부모와 아이가 행복한 원+원 놀이공간-축제관광 A
안성맞춤랜드 들어보셨나요? 이 팀이 직접 가보니 놀거리, 먹거리가 부족하답니다. 이곳을 어린이 놀이터이자 부모가 편하게 쉴 수 있는 ‘바우덕이 놀이터’로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아이들 놀이시설뿐 아니라 부모가 쉴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라떼 놀이터’에선 아이와 부모가 윷놀이, 사방치기 같은 옛 놀이를 함께 합니다.
🧐질문: ‘바우덕이 놀이터’가 다른 놀이터와 다른 특징은? 😎답변: 안성엔 바우덕이 축제, 특별한 놀이터 만들 것!

심사자인 김향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석좌연구위원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8, ‘물‧빛 그리고 무대 in 고삼’-축제관광 B팀
안성 고삼 호수를 아시나요? 안성 8경 중 하나인데 이 팀이 가보니 산책로도 정비돼 있지 않다는군요. 이 팀은 스케일이 큽니다. ‘물‧빛 그리고 무대 in 고삼’ 축제의 핵심은 프로젝션 맵핑, AR, VR 등을 활용한 복합예술인 미디어아트! 특히 밤에 아름답겠죠? 이 팀이 개발한 먹거리 야심작이 있습니다. 안성탕면과 차돌박이 5점을 합친 ‘5점 탕면’입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개통 시점에 맞춰 2025년 제 1회 축제가 가능합니다. 예산은 100억 정도 바라봅니다. 왜 시예산만 생각하나? 국비 예산도 있습니다.”
🧐질문: 질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방안은? 😎답변: 그래서 미디어아트! 실시간 스트링 가능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어!
왼쪽부터 심사위원인 김창한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 대표, 김보라 안성시장,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 김향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석좌연구위원

9. 박두진 시인의 시가 흐르는 호수-축제관광 C팀
안성은 박두진 시인의 고향입니다. 국어 시험에 단골로 등장하는 근현대 청록파 시인이죠. 금강호수에 박두진문학길이란 둘레길이 있긴 합니다만 이 팀은 호수와 시인을 더 강력하게 연결할 장치를 마련하자고 제안합니다. SNS를 활용해 박두진 시 낭송 대회를 열고요. 호수 주변 박두진문학길 스피커에선 박두진의 시가 흘러나옵니다. 관광객이 직접 시를 낭송해 볼 수 있는 낭송대도 설치합니다. 시를 낭송한 ‘용자’에겐 박두진 시가 적힌 손수건을 주는 ‘깨알’ 아이디어도 담았습니다.
🧐질문: SNS 말고 어떤 홍보 전략? 😎답변: 시 낭송 대회 등 경험이 곧 홍보 수단! 주변학교 체험 학습으로 이용!

내 마음의 ‘원픽’은? 희망제작소가 주는 ‘피,땀,눈물’ 상은 ‘안(성)다(정)(할)미로(드)’와 ‘안성 귀농귀촌 통합플랫폼’ ‘고삼호수 축제’에게 돌아갔습니다. 장려상은 구도심에 5070을 불러들이자고 제안한 도시브랜딩 C팀, 우수상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노는 놀이터를 낸 축제관광 A팀이 받았습니다. 대망의 최우수상은 첫 번째 발표한 젤 바른 공무원 팀의 ‘탄소 중립 세종실록 한우’입니다. 오늘, 머리에 공들인 보람 있네요.

석달 ‘디자인 씽킹교육’, 사용자 관점에서 정책 개발
귀농귀촌, 도시브랜딩, 축제관광 전문가 강의 뒤 석달간 수많은 포스트잇과 발품이 있었습니다. 강의 듣고 땡하는 공무원 교육이 아니었거든요. 이름하여 ‘디자인 씽킹교육’ 사용자 관점에서 정책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의 핵심은 사용자 곧 시민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는 정책이 아니라 시민이 원하는 정책을 찾는 것이죠.

먼저 퍼소나(Persona), 가상의 인물을 설정합니다. 이름, 취향까지 상상해봅니다. 서비스를 받을 사용자죠. 이 사람이 처한 환경을 생각합니다. 맥락적 분석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저탄소 한우 아이디어의 퍼소나는 ‘친환경 선물 세트를 구매하고 싶은 40대 여성’입니다. 이 주인공이 선물 세트 선정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을까요?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따라가봅니다. ‘고객여정지도’라고 해요. 다음은 발품을 팔 시간입니다. 리서치, 설문조사, 답사.. 이렇게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정의합니다. 이어 개선 아이디어를 다 쏟아내 봅니다. 만다라트(Mandal Art)라고 해요. 포스트잇들의 지옥이지요. 그 아이디어들을 그룹핑해 해법을 모아갑니다. 이 전 과정에서 박상희 교수(도시브랜딩), 이창한 겸임교수(귀농귀촌), 김향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석좌 연구위원(축제관광)이 구체적인 피드백을 줬습니다. 최우수상 받은 팀의 젤 바른 공무원 기억하시죠? 오종석 주무관은 “퍼소나를 만들고 공감하는 과정이 생소해 힘들었지만 정책 개발에 도움이 됐다”며 “특히 리서치하는 과정이 도움이 됐고 참여형 수업이라 재밌었다”고 말했습니다.

5월 17일 발대식

정리: 김소민 시민이음본부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