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에서 본 미국 싱크탱크(5)]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립적 싱크탱크로써의 ‘평판’

[##_1R|1231925721.jpg|width=”400″ height=”300″ alt=”?”|크리스토퍼 콜포드 연구원_##]글/사진 홍일표(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시거센터 방문연구원)

2007년 지난 5월 23일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정도, 전국언론재단(National Press Center) 건물 내에 있는 커피숍에서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cKensey Global Institute, http://www.mckinsey.com/mgi/)>의 ‘크리스토퍼 콜포드’ 연구원과 인터뷰를 가졌다.

콜포드 연구원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연설문 작성 및 언론담당 전략가(speechwriter & communications strategist)로 일했으며, 미국 안보 및 무역 위원회(the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의 특별 보좌관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는 민주당 하원의원 토마스 소이어(Thomas C. Sawyer, 오하이오주)가 미 하원 상업 및 국제관계 위원회(the House committees on Commerce anddd Internatioal Relations)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그의 언론 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인터뷰 시점에는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의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콜포드 연구원은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민간 기업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싱크탱크 및 소속 연구원들과의 다양한 접촉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싱크탱크를 학술적 성격이 강한 ‘전통적’ 싱크탱크,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뚜렷한 ‘정당 연계’의 싱크탱크, 특정 정당과 연계를 넘어서는 ‘탈정파적’ 싱크탱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며 등장하는 ‘기업 연계’의 싱크탱크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설명하였다.

특히 그는 미국 싱크탱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스스로의 독립성과 비당파성을 분명히 하여 연구기관으로써의 ‘평판’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경우, 설령 이미 탄탄한 기반을 갖춘 기성 싱크탱크라 하더라도 연구 성과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며, 반대로 새로운 싱크탱크가 탁월한 연구 성과에 기반하여 명성과 평판을 쌓게 된다면 싱크탱크로써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_1C|1017499717.jpg|width=”567″ height=”263″ alt=”?”|_##]홍일표 (이하 : 홍) : 콜포드 선생님. 바쁘실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 주셔서 우선 감사드립니다. 콜포드 선생님께서는 그동안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현재는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라고 하는 민간 기업의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싱크탱크 소속 연구원들과 접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선 미국의 싱크탱크에 대해 일반적인 차원에서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 이후에 제가 좀더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으면 합니다.

크리스토퍼 콜포드(이하 콜포드) : 홍박사님. 저 역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러면 우선 간략하게 미국 싱크탱크에 대한 일반적 차원의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는 특히 지난 20~25년 동안 미국 정치에 있어서 매우 창조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대체로 정당에 대해 독립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떤 싱크탱크들은 특정 정당에 매우 기울어져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전통적으로 미국 싱크탱크는 독립적이며 이데올로기적인 편향을 가지려 하지 않습니다. 잘 아시는 <브루킹스연구소>, <국제경제연구소>, <카네기평화기금>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지요. 이들은 특정한 분야에서 마치 작은 대학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정책 연구를 수행하지만 그 스타일은 매우 학술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싱크탱크들에 속해 있는 연구원들 가운데는 정부에서 일하기 위해 대기 중인 이들이 많습니다. 2~4년 사이의 정치적 사이클에 맞춰서 말입니다.

예를 들어 브루킹스연구소에는 국무성이나 국방성, 상무성 출신의 연구자들이 매우 많습니다. 이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정책적 아이디어를 새롭게 축적하고 다듬으며 행정부로 다시 되돌아 갈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이 정부 부처에서 일하기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들이 다시 공직에 임명될 경우 이들은 이미 충분히 준비된 상태인 것이죠. 저 역시 클린턴 행정부 당시 의회와 행정부에서 정치적 임명(political appointment)의 형태로 일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행정부에서 몇 년간 일을 하고 나면 아이디어나 체력이나 거의 모두 소진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완전히 빨아 먹힌다고나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싱크탱크나 대학, 또는 비정치적인 연구소 등으로부터 인적 지원을 받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브루킹스연구소나 카네기평화재단, 국제경제연구소 등 전통적 싱크탱크들이 수행해 온 역할 또한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 사이, <헤리티지재단>이나 <케이토연구소>와 같이 새로운 흐름의 싱크탱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또한 학술적인 연구 성과들을 내놓고 있는데 대체로 유용한 작업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작업은 훨씬 더 이데올로기적인 편향이 강하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특정한 정당과의 연계가 뚜렷하고 전통적 싱크탱크들과 달리 학술적인 스타일의 연구가 아닙니다. 헤리티지재단이 가장 대표적이라 할 것입니다. 레이건 행정부부터 첫 번째 부시 대통령, 그리고 현재의 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헤리티지재단은 분명 공화당과 연결되어 있는 싱크탱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들의 연구가 가치 없다는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다만 그들의 연구 성과는 어디까지나 공화당과의 연결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죠.

이들은 공화당에 매우 유리한 주장을 펼쳤고 공화당의 메시지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기업가들이나 학자들, 언론인들은 헤리티지재단의 연구 성과 자체를 순수학문적인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경우 공화당의 권력 유지를 돕고 있으며, 공화당 출신들이 재충전을 필요로 할 때 헤리티지재단으로 가고, 헤리티지재단에서는 또 다른 사람을 정부로 보내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헤리티지재단의 성공을 보면서 민주당 쪽에서 최근에 새로운 싱크탱크를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민주당 성향 싱크탱크들보다 훨씬 더 젊고 새로운 싱크탱크, 다시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많은 인물들을 뽑아 쓸 수 있는 그런 싱크탱크를 만들었고, 그것이 바로 <미국진보센터>입니다. 실제로 현재 미국진보센터에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 출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이처럼 전통적 싱크탱크들, 그리고 헤리티지재단이나 미국진보센터와 같은 당파적, 이데올로기적 지향이 분명한 싱크탱크들과 다른 세 번째 유형의 싱크탱크들이 있습니다. 특정 정당과의 연계는 모호하지만 정치적인 성격은 분명한 싱크탱크들입니다. 때때로 특정 정당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지만 헤리티지재단이나 미국진보센터가 공화당, 민주당과 맺고 있는 관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기업연구소>를 들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미국기업연구소를 공화당 연계의 싱크탱크라고 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록 많은 연구원들이 공화당에 가까운 듯 하고, 친기업적이며 노조를 싫어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기업연구소의 경우 상대적으로 매우 열린 태도를 갖추고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싱크탱크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기업연구소가 주로 하고 있는 기업규제에 관한 연구, 특히 뮤츄얼 펀드에 대한 규제 등에 관한 연구는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들은 현재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민주당 계열 연구자나 학자들을 포함한 패널들을 구성하여 합리적인 정책 제안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국제관계에 있어 취하는 태도입니다. 미국기업연구소는 네오콘의 소굴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미국기업연구소의 평판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현재 미국기업연구소의 국제관계에 대한 정책적 입장과, 경제 및 사회문제에 관한 입장을 일치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홍 : 미국기업연구소의 니콜라스 에버슈타트 연구원과 인터뷰를 했을 당시, 에버슈타트 연구원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국제문제와 경제문제 또는 국내문제에 대한 미국기업연구소 내부 연구원들의 입장이 일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기업연구소에 대한 종합적인 차원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기업연구소를 포함하여 싱크탱크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써의 ‘평판(reputation)’을 강조한 점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콜포드 : 정확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문제나 국내문제에 관해서는 미국기업연구소의 연구 성과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특히 에버슈타트 연구원은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박사로, 인구문제나 한반도 문제 등에 있어서,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에 매우 중요한 정책적 영향을 미치는 학자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기업연구소가 다소 윗세대라면 보다 젊은 세대의 싱크탱크들 가운데서는 <새로운 미국재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미국재단에는 주로 젊은 학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요. 대학에서 교수로 남지 않고 보다 정책적 지향을 분명히 하는 이들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스스로에 대해 ‘비당파(non partisan)’적이 아니라 ‘탈당파(post-partisan)적’인 입장의 싱크탱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구분을 넘어, 헤리티지재단과 미국진보세터의 구도를 넘어,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겠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미국재단의 테드 핼스타드(Ted Halstead)와 마이클 린드(Michael Lind)가 쓴 『급진적 중간 the Radical Center』(2002)이라는 책은 이들의 주장을 잘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서 슐레진저의 명저 『활력 넘치는 중간 the Vital Center』(1962)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미국의 정치와 사회의 중심에는 ‘중간’ 그룹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비록 유럽과 같은 군주제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전통적 의미의 맑시스트나 트로츠키주의자들이 정치를 하지 못했던 곳, 이념적 우파에 대응할만한 조직화된 좌파가 없었던 곳이 바로 미국입니다.

유럽적 기준에서 보자면 미국에는 우파와 중도우파만 있는 것이죠. 어떻게 하면 정부에 의한 규제를 줄이면서 사회계약에 기초한 국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사회운영의 이념이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미국재단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세계화된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사회계약(new social contract)’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세계화된 금융, 더욱 자유로워진 자본의 이동, 여전히 고정되어 있는 노동, 흔들리고 있는 국경 등 이러한 근본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정부와 시민은 새로운 형태의 합의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2008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에 동참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합의가, 정부와 기업, 사회, 그리고 시민들 사이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광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곳이 바로 새로운 미국 재단입니다.

이처럼 전통적인 싱크탱크들, 정당 지향이 뚜렷한 싱크탱크들과 구분되는 이데올로기를 넘어서고, 특정 정당과의 연계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세 번째 유형의 싱크탱크들이 미국기업연구소나 새로운 미국 재단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네 번째 유형의 싱크탱크라 말할 수 있는 흐름이 있습니다. 현재 제가 속해 있는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와 같이 기업과 연계된, 하지만 그러한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정당으로부터도 독립적인 성격의 싱크탱크들이 그것입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맥킨지 그룹 내에 만들어진 일종의 싱크탱크입니다. 하지만 이는 맥킨지로부터 스탭이나 운영에 있어 독립적입니다. 이념이나 당파에 근거한 ‘경제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반 하여 이루어지는 경제학적 분석이 중심이 되는 연구소입니다. 건강보험, 에너지, 기후변화 문제와 같이 누가 대통령이 되던 상관없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마침 새로운 미국재단이 주최하는 에너지 경제학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는데 이곳에서 멕킨지 글로벌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은, 시장의 실패를 극복하고 어떻게 하면 에너지 효율과 생산성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연구원들은 사회와 기업, 사회 속의 기업,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적 질문이 아니라 공공적 질문들, 예컨대 기후 변화, 에너지 생산성, 공적 영역의 생산성 문제 등에 대한 최고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선진국들은 점점 ‘늙은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노인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베이비 붐 세대에 태어났던 이들이 노년세대가 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현재의 독일이나 이탈리아처럼 적은 숫자의 노동자들이 더 많은 숫자의 노년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엄청난 경제적 압력이며 거대한 시스템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시점입니다. 공적 서비스의 효율성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으며, 공적 섹터의 실패는 금융의 위기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새로운 대안의 제시가 저희 연구소의 목표인 것입니다.

홍 : 그렇다면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재정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콜포드 : 연구소는 맥킨지 그룹에 의해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의 운영은 매우 독립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홍 : 재정지원을 받지만 독립적이라고 하는 설명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지금까지 그러한 분리의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시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정부계약 사업과 같은 별도의 수입구조는 없는가요?

콜포드 : 정부 계약사업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정부에 대해 독립적 차원의 자문에는 응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특정한 정부 부처만을 위해 이루어지는 방식의 연구는 수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맥킨지 그룹의 경우에는 정부 부처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기도 합니다.

홍 : 행정부와 의회에서 일하시면서 많은 싱크탱크 소속 연구원들과 접촉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접촉할 싱크탱크를 선별하는 기준 같은 것이 있는지요? 예를 들자면 이미 잘 알려진 기성 싱크탱크들을 우선 접촉하게 된다던지 하는 것 말입니다.

콜포드 : 실제로 기성 싱크탱크들의 경우 상당한 권위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우선 접촉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판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실제로 의원들의 경우에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강연을 한다거나 토론자로 참석하는 것에 대해선 매우 명예롭게 여깁니다. 반대로 새로 만들어진 싱크탱크들, 별로 들어보지 못한 싱크탱크들에 가서 얘기하는 것에 대해선 부담스러워 하고 꺼려합니다. 비당파적 성격의 싱크탱크가 주목받기 위해선 높은 수준의 연구 성과가 결국 중요합니다.
새로운 미국재단과 같이, 비록 몇 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들의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하거나, 아니면 미국진보센터와 같이 전직관료출신들이 많이 참여함으로써 신뢰가 형성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지 게 됩니다. 그런데 이곳 워싱턴 디씨의 싱크탱크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당파적 연구기관’으로써의 평판입니다. 스스로를 ‘비당파적 성격’이라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당파에 연계된 것으로 비추어지는 것은 치명적 약점이 됩니다.

현재 미국기업연구소가 그렇습니다. 네오콘들과의 강력한 연계로 인해 이들은 공화당 쪽이라는 딱지를 땔래야 땔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들 연구성과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추락해 버린 것이죠. 설령 저와 같은 온건민주당원조차도, 비당파적 성격의 연구 성과를 필요로 할 경우에는 미국기업연구소의 그것을 제외하게 됩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공화당의 정치적 주장과 같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부시행정부가 물러난 이후, 미국기업연구소가 과연 어떻게 자신들의 평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 그 어려운 과업을 어떻게 잘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인지는 흥미롭게 관찰해 볼 만한 일입니다.

홍 : 그렇다면 의회나 행정부에서 일하실 때, 싱크탱크들이 내놓는 수많은 정보들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접하셨나요? 그들이 제공하는 각종 브리핑 자료들이나 세미나, 소속 연구원들과의 전화 통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셨을 텐데요.

콜포드 : 무엇보다 브리핑 자료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각 싱크탱크 웹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게 되면, 매일, 매주 단위로 각종 정보들을 손쉽게 받을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어제 중국과 미국 사이에 외교정책과 관련된 중요한 전략적 대화가 이루어졌는데요. 저는 곧바로 외교관계평의회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이와 관련된 시의적절하고 믿을만한 정보와 분석을 금방 구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웹사이트에 링크된 다양한 정보들을 통해 주요 정책들을 확인하고 추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메일을 통해 이런 자료들을 가만히 앉아 받기도 하구요.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싱크탱크들이 개최하는 각종 세미나나 컨퍼런스에 직접 참석하는 것입니다. 거기서 또한 많은 정보를 구할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브루킹스연구소가 개최한 <기회 ’08 Opportunity '08>(http://www.opportunity08.org/)이라는 대선 정책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홍 : 브루킹스연구소의 <기회 ’08>은 에이비씨(ABC) 방송국과 공동으로 기획되어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싱크탱크와 특정 방송사가 이처럼 대규모 공동기획 사업을 벌이는 것이 그리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콜포드 : 그렇습니다.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싱크탱크와 언론 사이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습니다. 싱크탱크의 언론 전략이라는 것은 매우 창조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 워싱턴 디씨에서 언론인(journalist)의 지위는 매우 높습니다. 이들은 권력에 대해 비판적, 도전적, 독립적인 집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이곳 디씨에서 오히려 그들의 역할과 지위는 상당히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당파적’임을 강조하는 싱크탱크들에게 언론과의 관계는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싱크탱크들이 논쟁적인 토론회를 개최할 경우 토론회의 사회자는 주로 언론인들을 섭외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사회를 보면 그 토론회는 특정 당파의 입장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성격의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언론인들은 토론에 참여한 의원들의 말이 길어질 때 그것을 끊고 토론을 핵심주제로 향하도록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기도 하구요.

브루킹스연구소, 카네기평화재단, 새로운미국재단 등에서는 언론인들이 매우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파이낸셜타임즈 등은 정말 최고의 언론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데올로기적, 당파적 성향이 강한 싱크탱크들은 이들 신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현실입니다. 가만히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헤리티지재단 소속 연구자들의 주장은 주로 워싱턴타임즈에 실립니다. 솔직히 말해 워싱턴 타임즈는 지극히 편협한 이데올로기적 편향을 가진 신문이죠. 비단 사설에서 뿐만 아니라 기사들에서조차 그런 걸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워싱턴타임즈와 헤리티지재단은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를 키워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문의 기명 칼럼(op-ed) 페이지도 저희들에겐 매우 중요한 정보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명 칼럼에 실린 필자들을 통해 미국 지식인들의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싱크탱크 소속 연구원들에게 직접 전화하는 방식은 잘 택하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학자들은 전화 때문에 자기 연구가 방해받는 걸 무척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우 급박한 경우가 아니면 직접 전화로 물어보는 방식을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홍 : 그럼 반대로 싱크탱크의 연구원들이 정보나 의견을 얻기 위해 전화하는 경우는 없었습니까?

콜포드 : 지금은 제가 민간 회사에 속해 있으니 전화가 잘 오질 않습니다만, 행정부나 의회에서 일할 때에는 전화를 자주 받았습니다. 특정한 법안에 대해 의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듣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았고, 행정부에 있을 때에도 ‘비공식적’이거나 ‘비밀(off the record)’의 정보를 제게 듣고자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저는 중간간부급이었는데 실제로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기밀 정보를 결코 ‘누설’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모두에게 알려진 정보에 기반 한 제 판단 정도는 얘기할 수 있었지만, 기밀 정보를 누설한 적은 결코 없었습니다. 아마 그랬다면 저는 지금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싱크탱크 소속 연구원들과 고급, 중급, 하급 관료들 사이에 논의되는 그런 정보들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것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밀스런 고급정보는 그런 식으로 결코 전달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경력과 공적 신뢰에 크나큰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이곳 워싱턴 디씨에는 지금도 수많은 ‘누설 정보’들이 흘러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보들이 어떻게 포장되어 있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대부분 그것들은 ‘익명’의 정보원으로부터 얻어낸 것이라는 형식입니다. 정보의 신뢰도는 매우 떨어지는 것이죠. 저는 그렇게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음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홍 : 그럼, 결론적으로 한 가지만 다시 여쭤 보겠습니다. 미국 정치에서 싱크탱크는 과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콜포드 : 물론입니다. 싱크탱크는 매우 중요한 연구기관이며, 동시에 네트워크입니다. 싱크탱크들은 다른 싱크탱크 소속 연구원들을 초청하여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하고, 싱크탱크들이 상호파트너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브루킹스연구소와 미국기업연구소가 함께 개설한 <규제연구를 위한 미국기업연구소-브루킹스연구소 합동 센터>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서로의 이해나 관심, 심지어 연구자들까지 상호 교차되고 있습니다.

싱크탱크들의 공동체에서는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전통적 싱크탱크와 이데올로기적 싱크탱크, 기성의 싱크탱크와 새로운 싱크탱크가 함께 공유하는 바가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주장이 어떻게 신뢰를 얻고 그것이 어떻게 구조화될 것인지, 어떻게 공적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인지, 공공 정책의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쳐야 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이죠.

홍 :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만나 여러 얘길 나눌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클로포드 연구원께서는 싱크탱크에서 일해 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콜포드 : 저 역시 홍박사님의 연구에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앞으로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읍시다. 이메일을 보내시면 곧바로 답장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이메일의 개발은 정말 놀라운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수십 개의 싱크탱크들로부터 세미나 안내를 받고, 수많은 정보를 제공받으며, 전화를 쓰지 않고도 많은 일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싱크탱크에서 아직 일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에겐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아마 가장 전화를 잘 받는 싱크탱크 연구원으로 알려질 것 같습니다.

홍 : 다시 한번 시간을 내 인터뷰에 응해 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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