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 ‘7개의 성공 키워드’ ①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통과된 이후 5년여의 시간이 흘러, 제2차 5개년 사회적기업 육성에 대한 새로운 기본계획 수립을 논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이에 사회적경제센터에서는 ‘혁신, 지역, 사회적기업가 정신, 맞춤형 지원, 공공시장, 사회적투자, 거버넌스’라는 7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앞으로의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의 방향성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7가지 성공 키워드 ①

– 제2차 5개년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 수립에 바란다
지난 5년 사회적기업 정책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49점? 또는 51점?

영화 넘버3 에서 삼류 건달인 주인공이 그의 아내가 “나 얼마나 믿어?” 라는 질문에 대해 “51%”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내가 서운해 하자 51%면 다 믿는 거라고 답한다. 51점의 의미는 부족함은 있지만, 아마도 진정성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지난 5년의 사회적기업 지원 정책에 대해 사회적기업 생태계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혹은 독자들은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을 많이 이야기 하고 있다. 정책평가를 10년 단위로 하는 영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아직 어떤 결론을 내리기엔 짧은 시간일지 모른다. 결국 정책 성과에 대한 평가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진정성과 신뢰에 대한 평가다. 현재 진행 중인 2차 5개년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 수립 과정과 결과가 그 바로미터의 하나가 될 것이다. 결국 향후 5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추진하느냐에 따라 과거 5년도 함께 평가받을 것이다.

사회적기업 정책의 지난 5년, 양적 팽창과 질적 한계

가난한 이들의 공동체 운동, 협동조합 운동, 신자유주의를 넘는 대안 경제 운동 등 시민사회의 오랜 역사와 2007년 정부의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등을 통한 정책 실현의 결과로 2012년 6월말 인증 사회적기업 681개, 예비사회적기업을 포함하면 2,000여 개에 달하는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단기적 양적 팽창이 이루어지면서 사회경제 영역 활성화에 이바지하였고, 2010년 말 기준 취약계층 일자리가 8,227개, 유급 근로자 일자리가 13,443개 만들어졌다. 또한 다양한 경연대회와 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사회적기업에 참여하는 이들을 발굴 육성하고, 시민인식을 개선하는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지나친 정부 주도로 시민사회 자율성이 제약되고, 형식적인 거버넌스, 인증제의 한계, 인건비 중심 지원, 일몰제 방식, 단지 일자리 창출과 창업에만 집중되는 사업방식이 갖는 문제가 현실로 드러났다. 소셜미션이 명확치 않거나 사회적 가치 실현 노력이 부족한 사회적기업이 나타났다. 재무성과도 2009년 말 영업이익 발생기업 25%, 2010년 말 기준으로는 14%에 불과해 수입의 30%에 달하는 정부 지원금이 없이 재무적 지속 가능성에 우려를 갖게 한다.

특히 2011년 6월 현재 지원 종료기업의 고용인원 변화가 종료 전 1,816명에서 종료 후 689명으로 62%가 감소하였고, 이직하지 못한 실직자가 667명 60%에 달한다.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기반이나 환경 없이, 정부, 시장, 시민사회가 실패한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겠다는 사회적기업의 도전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절감케 하면서도, 한편으론 정책 방향이 적정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최근 2차 5개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사회적기업과 중간지원조직 등 현장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지나친 정부주도였다는 과거의 평가를 넘어서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지를 포함하여 수립과정의 신뢰성과 진정성에 대해서도 아직 의문이 든다. 다만 2010년 이후 개별기업 육성, 인건비 지원 중심이 아닌 지역화 강화, 사업비 지원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하고, “앞으로 사회적기업을 일자리 창출의 대안을 넘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한 고용노동부 이채필 장관의 7월 2일 사회적기업의 날 기념식 발표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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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5개년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의 성공적 수립을 위한 7가지 핵심 키워드

– 혁신, 지역, 사회적기업가정신, 맞춤형 지원, 거버넌스, 공공시장, 사회적투자

1. 혁신_사회적기업은 혁신기업이다. (소셜미션 & 비즈니스 모델)
사회적기업은 기본적으로 ‘혁신기업’이다. 정책은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 얼마 전 지역 사회적기업 정책 평가 관련 워크샵에서 혁신기업을 이야기하자, 영리 비즈니스 활동을 하시는 분과 경영학과 교수님께서 동의하신다고 하시며, 치열한 경쟁을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셔서 당황한 적이 있다.

사회적기업의 혁신은 사회혁신과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란 두 측면을 동시에 의미한다. 사회적 성과와 관련해 측정에 대한 무수한 논의가 있어왔지만, 정작 미션 중심으로 사회적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새로운 과제를 찾는 경우는 거의 찾기 어렵다. 측정은 학문적으로나, 지원의 근거를 찾는데는 의미 있을지 몰라도, 현재 태생기에 있는 사회적기업의 성장 지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 논의였다. 실제 사회적기업의 성장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시민들도 사회적기업이 고용을 하기 위해 빵을 만드는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지, 일자리 창출을 넘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고,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근본적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인지 알지 못한다. 사회적기업은 본래의 목적인 일자리 창출을 넘는 사회혁신 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해야 한다.

법적으로도 사회적기업 육성법 상의 사회적기업 정의를 사회혁신을 포괄할 수 있도록 변경하고, 인증 요건이나 조직형태도 개방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기업이 사회의제를 중심으로 놓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의제별로 사회적기업의 사회적성과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여 공유한다면, 이 과정에서 사회적기업의 사회혁신을 위한 노력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또 한편 사회적기업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기업이다. 사회적가치 실현은 비용(Cost) 관점에서 보면 고비용을 의미한다. 기회비용이든, 실현비용이든 가치 실현의 과정은 필연적으로 비용 증가와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사업비 지원이 필요하고, 경제적 성과 향상을 위해서는 혁신을 자극하는 인적, 기술적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시제품 개발 등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실제로 구현해보는 공간인 FabLab, 사용자 니즈에 부합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Living Lab 등 기술집약형 사회적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기술 인프라 지원이나, 영리기업의 경영혁신 노하우 공유, 혁신아이디어 개발 지원, 인적자원의 혁신 역량 향상 교육 지원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2. 지역_사회적기업은 지역 의제 해결형 기업이다.
일부의 혁신형, 취약계층 고용형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은 ‘지역 기업’이다. 주로 7천 명 내외로 추정되는 지역 수요를 기반으로 하고, 지역 의제 해결을 지역 주민의 참여하에 비즈니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다. 영리 기업과 달리 지역 주민과의 참여나 관계가 중요하고, 지역 의제 해결이 목적이어서 지원 정책 역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수립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 기업은 수요가 크지 않고, 성장 가능성도 높지 않아, 지속가능성에 대한 항상적 위험이 존재한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공동체 활성화가 더욱 필요하고, 개별 기업 지원만큼 지역 생태계 조성을 지원정책에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을 지역 혁신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여기에 기인한다. 지역 공동체가 있어야 지역 경제가 있고, 사회적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부처별로 다를 수 있지만, 기초지자체 단위에서는 통일된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발굴에 있어서도, 기존의 ‘묻지마’ 발굴이 아니라 ‘지역 의제 해결형’ 발굴로 전환되어야 한다. 거버넌스와 네트워크도 행정의 하위체계로 편입되거나, 행정의 편의대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는 인구 400만 명에 기업이 40만 개가 넘는 대표적인 협동조합 도시이다.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한계를 인력, 지식, 교육, 금융, 법률 등을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극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협동조합 연합체인 ‘레가’는 회계, 법률, 컨설팅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방정부는 ‘리얼서비스센터(Real Service Center)’를 만들어 기술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했다.

3. 사회적기업가정신_지원정책은 사회적기업가 정신 확대로 평가받아야
좋은 사회적기업가 한명을 키우는 것은 100억이 넘게 든다는 전투기 조종사 키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현행 지원정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위축시켰다는 점이다. 행정의 특성상 사회적기업가 정신의 제약을 할 수 밖에 없는 한계는 있지만, ‘빌 드레이튼(Bill Drayton, 미국의 Ashoka 창립자)의 말처럼 사회적기업가가 있는 곳이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 육성의 성패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의 확대이므로, 지원 정책의 핵심은 사회적기업가 정신의 확대여야 한다.

그러나 기업가 정신 확대를 위해 실제 무엇을 지원했는지를 보면 아쉬움이 크다. 예산 투명성 확보와 행정 편의성, 도덕적 해이 방지를 명분으로 진행되는 각종 서류작업과 감사 과정에서 기업가 정신은 상처받는다. 관리 체계가 복잡할수록 관리 비용은 증가하고, 기업가 정신은 훼손된다. (분기 보고는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다. 사회적기업에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이해되는 어려움 때문에 법적 규제를 피하고자 각종 편법이 발생하고 있고, 서류 정리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어르신의 편의를 위해 10시 출근을 배려했다가 부정수급 문제가 발생하고, 사비를 털어 건물을 기증해서 시작한 지역 사업에서 사업비 지원이 부족해 편법을 사용하다 감사에서 지적되어 사업이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보았다. 행정적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현재 기준에서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사소한 편법과 타협이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가 복잡할수록 편법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사회적가치와 비즈니스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해결해 나가야 하는 기업가 정신을 안다면 정책 입안자들은 정책 수립의 시작과 마지막 단계에서 이 정책이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확대하는 정책인지 확인하고, 아니라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가야 한다.

단순한 행정적 과실로 뛰어난 사회적기업가가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한다. 사회적기업가라면 더욱 더 법질서를 준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 이전에 사회적기업가 정신이 더욱 활기차게 펼쳐질 수 있도록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또 한 가지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사회적기업가 교육이다.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는 무수히 많다. 사회적기업가 정신은 단순히 정신이 아니라 행동양식을 포함한다. 소셜미션, 비즈니스 마인드, 소셜 스킬, 비즈니스 스킬을 포함하는 의미다. 그런데 현재의 기업가 교육 과정은 대부분 창업 준비기의 기업가나 일반 시민들에게 맞춰져 있다. 실무 교육도 개론 수준의 교육이다. 그래서 실제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기업가가 흔히 겪는 ‘의사결정, 조직관리, 리더십, 조직 행동, 성과관리, 기업단위 전략’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많은 교육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회적기업가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강의식 교육 외에도 네트워킹 방식이나, 해외 연수, 대기업 벤치마킹, 팀 프로젝트, 피어컨설팅 등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기업가 정신 제고 교육이 필요하고, 나아가 국가 차원의 사회적기업가학교 설립이 필요하다.

CEO중의 CEO라고 불렸던 GE의 ‘잭웰치’는 인력개발원과 관련된 투자 성과에 Infinitive(무한대)라고 쓰고, 각종 실무자 교육에 엄청난 시간을 써가며 교육을 진행해서 GE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사회적기업가 교육의 성과는 단기적 수료자 명단을 성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글_정상훈 (사회적경제센터 센터장 badayuri@makehope.org)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7가지 성공 키워드 2부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3가지 키워드에 이어 4가지 요소들에 대해 조망할 예정입니다.